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사후세계에는 심사가 존재한다.
누구는 천국으로,
누구는 지옥으로,
그리고 누구는, 그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경계에 머문다.
이곳은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곳이다.
울부짖음도, 침묵도, 후회도, 자만도, 모두 기록되었다.
여기 실린 녹취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산물이 아니다.
누구보다 평범했던 사람들,
누구보다 극단적이었던 사람들,
누구보다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다.
[사후세계 입주배정청 - 천지 분류국]
case 1
입주심사실 B-17 / 녹취기록 제0891
심사관: 42-C
피심사자: 故 최민석(사망일자: 2025년 4월 12일, 사인: 익사)
기록 시작 시각: 14:06:57
[녹취 시작]
심사관 42-C(이하 심):
故 최민석 씨, 사망 경위와 생전 기록 확인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지옥 입주 대상이십니다.
이의 있으시면 발언하십시오.
故 최민석(이하 최):
아니, 잠깐만요!
저, 저 진짜 억울해요.
그게 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실수였어요. 진짜예요.
심:
생전 폭력 혐의, 교통법 위반, 음주 운전, 타인의 생명 위협 등 총 17건.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패턴으로 간주됩니다.
최:
폭행은... 그 사람이 먼저 나한테 주먹질했어요.
나는 그냥 방어한 거였고, 그리고 운전은... 나도 그날 너무 힘들었고,
잠깐 눈이...
심:
음주 측정 수치, 혈중 알코올 농도 0.19%.
"잠깐"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인격 모독, 상습 거짓말, 기부 명세 위조 등
선생님, 죄송하지만 천국은 이력 정리가 더 깁니다.
최:
아, 아니... 그래도 기도는 했거든요.
어릴 때 교회도 다녔고...
마지막엔, 마지막엔 진심으로 후회했어요.
물에 빠질 때, 그 순간에 다 반성했다고요!
심:
네, 익사 직전 심장 박동수 급변과 눈물샘 반응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의 지속시간 3.2초는 입주 요건 미달입니다.
최:
그, 그럼... 그럼 저보다 더 나쁜 놈들도 천국 가는 경우는요?
뉴스에서 보면, 교도소에서 회개하고, 간증하고, 뭐 그런 사람들!
심:
그 분들은 심정지 직전까지 진심을 유지했고,
타인을 위한 유언을 남겼으며,
자백서를 작성하신 분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심사 자리에서조차 사실을 왜곡하고 계시잖아요.
최: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 그러니까! 내가 잘못한 거 알아요.
아는데... 진짜 무서워서 그래요.
지옥은 너무 무섭다면서요.
불타고, 찢기고, 매일같이 고통받고...
아, 난 그런 건 못 견뎌요.
제발... 제발요. 기회 한 번만 주세요.
한 번만... 다시 살아서 증명하게 해주세요.
심:
하...선생님, 사후 이송 재심 제도는 현재 중단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최종 심사 결과에 따라 '지옥 입주 대기자'로 분류됩니다.
최:
(울음 섞인 목소리) 아... 안 돼... 안 돼... 왜 나만...
왜 나만 이렇게 돼야 해요...
심:
마지막 이의신청 기회입니다.
추가 진술하실 내용 없으시면, 절차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최:
자...잠깐만요! 잠깐만. 저, 어릴 때 개미 구하려고 일부러 발 안 디뎠던 적 있어요.
그런 거, 기록 안 남나요?
그리고... 그리고, 매일밤 혼잣말처럼 "그래도 착하게 살아야지" 했던 거...
그런 건 왜 아무 의미 없어요?
심:
음성 추적 결과 해당 독백은 총 8,624회.
그러나 매회 직후 폭언, 비속어, 혹은 과잉 소비 기록이 이어져 무효 처리되었습니다.
최:
아...진짜... 진짜라니까요.
난 그냥,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세상이 너무...
심:
최민석 선생님, 지옥 입주 대기열 1,221,908번째로 등록되었습니다.
대기시간 약 74년 예측됩니다.
부디 기다리시는 동안 반성의 기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최:
...근데, 이상하네.
심:
무엇이 말씀이신지요?
최:
나 아까 죽은 거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당신 목소리가 익숙하게 들리지...?
그러고 보니 이 방... 예전에 와본 것 같은데...
혹시, 혹시... 나, 여기 와봤어요?
심사관 42-C:
...
최:
(점점 당황하며)
내 이름, 그거... 진짜 맞는 거예요?
그 전에도... 여기서 똑같이 울고불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나, 계속 이거 반복하는 거예요?
심:
[시스템: 사후 인지 불안정 감지됨. 진정 프로토콜 진행.]
최:
(비명을 지르며)
야 이 씨발! 대답해!!! 나 이거 몇 번째야?
여기 몇 번이나 와서 떨어졌어?
나 왜 이거 기억이 안 나?
도대체 씨발 난 누구야!!!
심사관 42-C:
...
[침묵 약 4초간]
심사관 42-C:
귀하의 진심은 확인되었습니다.
지옥 입주 확정.
초기화 준비합니다.
[녹취 종료 - 시각 14:14:22]
[최종의견]
해당 혼은 사후 입주 심사 기록 기준으로 41번째 반복 기록됨.
피심사자의 심사관 인지 우려로 다음 교대 주기 조정 요청됨.
해당 혼의 정체성 고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
‘순환자(循環者)’ 코드 부여됨.
case 2
입주심사실 E-03 / 녹취기록 제0412
심사관: 17-A
피심사자: 故 김지은 (사망일자: 2025년 3월 28일, 사인: 저체온증)
기록 시작 시각: 09:42:31
[녹취 시작]
심사관 17-A(이하 심):
故 김지은 님, 반갑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전 삶에 대한 심사는 모두 마무리되었고,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故 김지은(이하 김):
네...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도 꿈같아요.
죽은 게 실감도 안 나는데, 이렇게 천국에 간다니...
심: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희도 보람을 느낍니다.
생전 총 38회의 타인 구호, 112건의 자발적 기부, 위급 상황 시 이타적 선택 총 19회.
소외 계층에 대한 감정 이입과 내면의 회복력 또한 뛰어나셨습니다.
김:
그런 걸 다 기록하셨군요...
심:
그럼요. 저희는 그 누구보다 당신의 진심을 보고 있었습니다.
입주 배정 절차가 마무리되었고, 현재 천국 제3구역, 백합동 7번지로 주소가 배정되었습니다.
김:
와... 진짜구나...
혹시... 저희 엄마도 여기 계실까요?
심:
가족은 입주 후 자동 인연 연결 절차에 따라 확인 가능하십니다.
지금은 잠시 눈을 감아주시고, 안내자의 손을 따라 천국 게이트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김:
...정말 감사합니다.
[이동음 / 기록 지속]
김: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
그런데... 실례지만, 아까 들었던 ‘백합동’이라는 주소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요.
심:
아, 그건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데요.
‘백합동’은 발음이 유사한 다른 구역과 혼동되곤 합니다.
걱정 마세요.
김:
그렇군요... 저기, 저 문인가요?
심:
네. 문을 통과하시면 곧 천국입니다.
처음엔 조금 어두울 수 있으나, 걱정 마세요.
순차 적응 시스템이 가동 중입니다.
[문 여는 소리 - 09:49:58]
김:
진짜 어두운... 천국이 원래 이렇게...
잠깐만요. 왜, 왜 이렇게... 타는 냄새가...
[센서 로그 전환 / 자동 기록 전환]
시각 09:50:12
게이트 입장 후 온도 급상승 감지.
빛 자극 없음. 내부 구조 이상 감지.
“백합동” → “백압동”
지옥 제7지구 하층 순환 수용구로 통로 왜곡 감지.
故 김지은:
무, 무슨 냄새지...?
저기요, 심사관님?! 문이 안 열려요! 문 좀 열어봐요!!
여기 어디예요, 누구 없어요?!
(목소리 왜곡됨) 나... 나 착하게 살았잖아...!!!
여긴, 여긴 아니야... 나, 나...
[게이트 종료음 / 기록 중단]
[이상 현상 보고 - 내부 기록 참고용]
해당 케이스는 ‘천국행’ 오판 사례로 분류됨.
담당 심사관 17-A는 32초간 비활성 상태로 있었으며, 시스템 이상 징후 없음.
문제의 주소 “백합동(白合洞)”은 데이터 상 존재하지 않으며,
유사 코드 “백압동(白押洞)”은 지옥 부속 미로 구역으로 확인됨.
현재 김지은의 영혼은 회수 불가 상태로, 지옥 내부 유기체와 융합 중으로 추정됨.
[최종의견]
시스템 오류 또는 내부 개입 가능성 있음.
접속 로그 중 ‘진입문 개방 승인’이 무기명 코드로 이루어진 점 확인.
case 3
특수심사실 D-00 / 녹취기록 666
심사관: 09-F
피심사자: 故 백영준 (사망일자: 2025년 4월 1일, 사인: 과다출혈 / 경찰 진압 중 사망)
보안요원 3인 배치 / 특수구역 격리 절차 적용
기록 시작 시각: 15:13:04
[녹취 시작]
심사관 09-F(이하 심):
故 백영준 씨.
귀하는 사망 후 특수등급으로 분류되어 격리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발언은 자유이나, 위협적 언행 시 제재가 가해집니다.
故 백영준(이하 백):
(비웃듯) 지랄하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자유?
씨발, 너도 그냥 앉아있는 인형 아니야?
심:
저는 귀하의 전 생애 기록을 기반으로 심판을 수행하는 심사관입니다.
현재 천국 및 지옥 어느 곳도 자동 배정이 불가하며, 직접 심사가 필요합니다.
백:
아, 그럼 선택권이 생긴다는 뜻이네?
좋아, 난 천국.
끝났지?
심:
귀하는 생전 총 12건의 폭력 치사, 3건의 고의 방화, 4건의 미성년자 대상 범죄기록이 있으며,
사망 직전까지 반성의 정황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백:
반성? 웃기고 있네.
사는 동안 내가 담근 놈들, 다 먼저 나 건드린 새끼들이야.
내가 미친 거? 아니지. 세상이 먼저 날 미친놈으로 만든 거야.
지금 씨발 이 지랄하고 있는 것처럼!
(와장창하는 소리)
[보안요원 1차 제지 시도 / 금속음 감지]
심:
귀하는 현재 규정된 질서 위반 1차 경고를 받았습니다.
계속할 시 심사 중단 및 강제처분 조치가 시행됩니다.
백:
씨발 할테면 해봐.
다 불태워버리면 되잖아?
이딴 데서 말장난하지 말고, 신인지 뭔지 니네 책임자 불러와!
씨발, 니들이 뭔데 나한테 벌을 줘!
[심사실 내 기류 급변 감지 / 전자기 간섭 발생]
보안요원(익명):
심사관님, 심사실 내 비인가 반응 발생합니다.
백:
그래! 뭔가 오고 있구나!
그게 너희가 말하는 신이냐? 천국이냐? 지옥이냐?
다 들어와 씨발, 다 쓸어버릴 테니까!!
[녹음 음성 왜곡 시작 / 고주파 간섭 삽입]
심:
기록자 주의.
‘즉결처분 코드 E-0’ 실행 절차 시작.
제8권한 "외부 개입" 허가됨.
백:
(목소리 찢어지듯)
야, 이건 뭐야...?
손... 이거 누구 손이야...?
으, 으아아아악...!!!
[심사실 내부 기록 단절 / 시간 왜곡 0.7초 발생]
[15:18:47 - 인격 소멸 판정. 남은 의지 신호 없음.]
[최종의견]
백영준 피심사자는 기준 내 어떤 영역에도 수용 불가 판정.
심사 중 명백한 질서 위반 및 자각적 신성 모독 발언으로 인한 즉결처분 코드 E-0 발동.
소멸 방식은 확인 불가. 잔여 흔적 없음.
기록보관 등급: 흑색
심사관 09-F는 이후 48시간 휴면 전환됨.
case 4
심사실 S-04 / 녹취기록 제0021
심사관: 11-L
피심사자: 故 윤두현 (사망일자: 2025년 3월 11일, 사인: 익사)
기록 시작 시각: 11:08:12
[녹취 시작]
심사관 11-L(이하 심):
故 윤두현 님, 환영합니다.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귀하는 단심사로 천국행 확정이 떨어진 케이스입니다.
명예로운 생, 무고한 희생, 고통 중에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신 기록이 심판부를 감동시켰습니다.
故 윤두현(이하 윤):
...그럴 리 없습니다.
심:
사망 당시에도 귀하는 익사 위험 상황에서 아이 셋을 구조했고,
마지막 남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떠밀리듯 물에 잠기셨습니다.
생전 기록도 그에 걸맞습니다.
누구보다 천국에 가까운 분입니다.
윤:
그때...
지켜내지 못한 한 명이 있습니다.
제 동생이었습니다.
심:
그분은 이미 심판을 마치고,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셨습니다.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구조 우선순위는 당시 상황으로 판단된 결과이며...
윤:
제가 선택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장 마지막에 남겼습니다.
그 아이들보다 제 동생을 먼저 붙잡았다면... 지금 살아 있었을 겁니다.
심:
그 판단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구조자로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했고, 다수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그것이 죄가 되지 않습니다.
윤:
그건 변명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제 동생은 저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물속에 가라앉을 때까지, 형이라는 사람이 자길 다시 데리러 올 줄 알았을 겁니다.
그 기대를 배신했어요.
그건, 영원히 속죄받아야 할 죄입니다.
심:
윤두현 선생님.
사후세계의 형벌은 고의와 악의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며,
사랑과 슬픔에서 비롯된 판단은 그 대상이 아닙니다.
윤:
그렇다면 전,
지옥에 자원하겠습니다.
[심사실 내 정적 발생 / 3.2초간 기록 없음]
심:
선생님이 진심으로 그렇게 원하신다면, 심판부에 상신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기 심판관 중 아무도 그것을 승인하지 않을 겁니다.
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기억과 판단을 포함한 전 인격을 그대로 첨부해 주세요.
이건 ‘희망’이 아니라 ‘요청’입니다.
동생이 사후세계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면...
제가 그 녀석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그 방법이, 고통을 선택하는 것밖에 없다면, 기꺼이.
[기록 내부 경고 발생 / 행정심사 기준 이탈 요청 감지]
심:
귀하의 요청은...
"자발적 지옥행 코드 13-R"에 따라 특수 심의 대상으로 접수됩니다.
단, 이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윤:
감사합니다.
그 아이들, 잘 살고 있겠죠?
그 아이들 기억 속에도,
‘윤두현’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사관, 손을 들며 절차 시작]
심:
이 기록은 심판부 본심을 통해 영구 보존됩니다.
귀하의 진심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기록 종료 - 11:19:03]
[최종의견]
천국 등급 대상자 중 최초의 자발적 지옥행 승인 사례.
기록상, 어떤 신성체나 외부개입 없이 스스로 고통을 택한 혼령으로 판명됨.
지옥 도착 후, 심문관들이 "접근 불가" 상태로 전원 이탈한 흔적 확인됨.
현재 그의 수감실은 비어 있으나, 지옥 문은 매일 열려 있음.
case 5
심사실 G-01 / 녹취기록 제0443
보안등급: 내부전용 / 감청감시 대상
심사관: 04-H
피심사자: 故 나형철 (사망일자: 2025년 3월 3일, 사인: 심장마비)
기록 시작 시각: 18:04:39
[녹취 시작]
심사관 04-H(이하 심):
故 나형철 씨.
귀하의 사망기록 및 생전자료는 모두 확보되어 있습니다.
정식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故 나형철(이하 나):
(코웃음 치며) 이미 결론 났을건데?
심:
모든 대상자에게는 동등한 절차가 주어집니다.
본 심사는 그에 따라, 정확하게, 절차에 맞춰 진행됩니다.
나:
에이 그렇게 따지면, 이거는 행정이 아니라 쇼지, 쇼.
그렇게 절차 운운하면서 이미 상부에서 내 천국 주소까지 뽑아놨던데?
번호가... 뭐더라, ‘제5구역 장미정원 1동’?
여기 경치 괜찮다매?
심:
(일시적 침묵)
귀하의 생전 기록,
횡령, 배임, 조작된 자선사업, 불법 거래 중계, 미신고 사망자 2건 은폐 공모...
총 41건의 부정거래와 관련된 정황 확인.
천국 입주는 불가합니다.
나:
그래서?
막말로 나한테 돈 받아먹은 놈들,
그중에 천국 가 있는 놈들 수두룩한데?
심:
(날카롭게)
그 발언은 기록됩니다.
故 나형철:
하라 그래.
어차피 기록 정리하는 애들도 위에서 내려온 놈들한테 보고받고 정리하잖아?
너도 참, 정직한 척 한다.
왜 그렇게까지 착한 척을 해?
[기록 이상 감지: 외부 접속 시도 / 상부명령 수신 대기]
심:
(작게 숨을 들이쉬고)
본 심사관은 아직 지시를 수신하지 않았으며, 심사는 독립적으로 진행됩니다.
질문에 답하십시오.
사망 직전, 반성이나 회개의 감정이 있었습니까?
나:
없지.
왜냐면, 난 아직도 후회 안 하니까.
오히려, 더 치밀하게 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자리 받아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이 판도 결국은, 조직과 줄에 따라 가는 판이더만.
[기록 중 외부명령 삽입됨: 상부결정 코드 "V-7"]
내용: 대상자 나형철 - 천국 제5구역 입주 결정. 심사관은 배정 절차를 즉시 이행할 것.
심:
죄송합니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해당 지시가... 최종입주 명령 맞습니까?
명령 확인됨. 이의 제기 불가.
나:
(비웃으며)
거봐, 그러래지?
이게 현실이에요.
내가 뭘 했든, 결국 남는 건 빽 하나였다는 거지.
천국이고 지옥이고 결국엔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요 빽이 움직이는 거여.
심:
...귀하의 천국 입주가 승인되었습니다.
주소는 제5구역 장미정원 1동 4층.
초기 정착 프로그램과 기억 안정화 절차는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나:
그래야지.
그리고... 이 말은 녹음 안 될 거 아는데...
너같은 새끼가, 제일 먼저 무너져.
절차? 공정? 다들 그렇게 시작하더라.
[피심사자 퇴장. 기록 지속.]
심:
(오랜 침묵 후, 조용히)
하...못할 짓이다, 진짜.
[기록 종료 - 18:12:17]
[최종의견]
해당 심사관은 이후 자진 업무 중단 요청.
내부 보고서에 ‘도덕적 피로도 이상치’ 기록됨.
피심사자 나형철은 현재 천국 5구역 내 거주 중이나,
주변 입주자 다수에게 이상 반응(악몽, 기억 붕괴, 감정 이입 불가 등) 발생.
구역 내 전체 정화 시도 중.
지시자 "V-7"의 정체는 여전히 불명.
case 6
심사실 M-12 / 녹취기록 제0312
심사관: 23-K
피심사자: 故 이서진 (사망일자: 2025년 3월 25일, 사인: 폐색전증)
기록 시작 시각: 16:42:09
[녹취 시작]
심사관 23-K(이하 심):
故 이서진 님.
심사 자료는 모두 확보되어 있습니다.
본 심사는 귀하의 생전 행위에 따라 천국 혹은 지옥 입주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답변은 신중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故 이서진(이하 이):
네.
심:
우선, 귀하는 생전 자선활동, 무상 돌봄, 자발적 기증 등을 포함한 총 28건의 이타적 행위를 기록하였습니다.
다만, 병원 내 의료사기 공모, 특정 피해자 대상 모욕, 극단 선택 유도성 언행 등 중대 위반도 함께 확인됩니다.
이:
그건...
그땐 제가... 우울증 약을 중단한 상태였어요.
정신 상태가 망가진 채로, 사람들에게... 너무 깊게 상처를 줬어요.
죽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는지 알게 됐어요.
심:
귀하의 회한은 기록상 진실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현재 영혼 상태가 심각하게 불안정하여,
귀하의 천국행에 대한 항의 등록이 접수된 상황입니다.
이:
그럼... 저는 지옥인가요?
심:
귀하의 경우, 사후심판 기준으로는 ‘상쇄 가능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즉, 어느 쪽으로도 명확히 기울지 않는 회색 분류군입니다.
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심:
일반적으로 회색 분류군은 보류심사 또는 제3영역 전송 절차를 밟습니다.
하지만 귀하는 이례적으로 선택권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이라뇨?
심:
천국 혹은 지옥.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다만, 선택은 회복이나 후회 없이, 즉시 반영되며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그런 선택을 제게 맡기는 건...
너무 잔인하네요.
심:
그 판단도 귀하의 몫입니다.
이:
...그렇다면,
아무 쪽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심:
귀하의 결정, 확인되었습니다.
보류심사 철회. 제3영역 전송 요청.
[심사실 내 침묵 발생 / 공기 밀도 변화 감지]
이:
그런데... ‘제3영역’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요?
심:
(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곳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선생님처럼 선택을 포기한 혼령들이 도착한 뒤, 다시 돌아온 사례는 없습니다.
이:
그럼, 거긴... 지옥보다 나쁜 곳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심:
정보 없음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
(떨리는 목소리)
혹시, 그 선택도... 죄가 되나요?
심:
죄는 아니지만,
책임은 남습니다.
[게이트 작동음 발생 / 송출 시작]
이:
아무도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누구도 상처 주지 않게.
[기록 종료 - 16:49:11]
[최종의견]
회색 분류군 사례 중 제3영역 자발 전송 사례.
심사관 23-K에 의한 기록 보존 요청 접수.
단, 송출 직후 ‘게이트 내 응답 없음’ 발생.
현재 해당 영혼은 존재는 확인되나 위치 불분명.
case 7
심사실 A-01 / 녹취기록 제000
분류: ‘완전 선량자’ 특례기록 / 열람등급: 최고
심사관: 01-A
피심사자: 故 장윤백 (사망일자: 2025년 3월 29일, 사인: 자연사, 향년 98세)
기록 시작 시각: 09:00:00
[녹취 시작]
심사관 01-A(이하 심):
故 장윤백 님, 심사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금부터는 생전 기록을 바탕으로 사후 거처를 판정하게 됩니다.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본인의 삶에 대해 회한이 있으신가요?
故 장윤백(이하 장):
글쎄요. 돌아보면 부족한 게 많았지만,
누구 하나 미워한 적은 없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요.
심:
기록 검토 결과, 귀하는 총 19명의 생명을 구조하거나 치료했고,
무상 돌봄 활동 46년, 무료 급식소 운영 29년,
익명 기부는 확인된 것만 1,127회입니다.
가정폭력 가정 3곳을 은밀히 지원했고,
자신을 해친 자를 용서하고, 오히려 장례까지 치러준 사실도 있습니다.
장:
그런 일들을, 이렇게 다 기록해두셨군요.
심:
네. 하지만, 저희가 여기서 당황스러운 점은...
그 어떤 기록에서도 단 한 번의 악의,
심지어 경멸, 조롱, 짜증, 허세, 거짓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장:
그럴 틈이 없었어요.
누구든 한 발짝만 다가서면...
다, 아픈 사람이더군요.
[심사관 침묵 / 4.8초간 정적]
심:
죄송합니다. 일시적으로,
제가... 감정 입력 필터를 해제하지 못했습니다.
장:
괜찮습니다.
편하게 하셔요.
[기록 시스템 자동 전환 / 판정대기]
시스템 응답:
천국 제1구역" 배정 예정.
[시스템 응답 딜레이 발생 / 수정 명령 수신됨]
“상기 인물은 천국의 기준을 넘어서 있음. 통상 구역으로는 배정 불가. 대체 거처 배정 필요. ‘하얀 자리’ 권고.”
심:
‘하얀 자리’는,
존재만 하고 있지...
지금껏 누구도 배정된 적이 없는 구역입니다.
장:
그럼, 혹시... 저는 너무 오래 살아서
갈 곳이 없어진 걸까요?
심:
아뇨.
오히려, 이곳에서 우리가 그토록 찬양하고 정의해온 ‘선함’이,
귀하 앞에선 미완성된 언어였던 것 같습니다.
장:
그렇다면,
그곳에 제가 있어도 괜찮을까요?
심:
그곳은 오로지 당신 같은 분을 위해 준비된 곳입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새로운 기준이 됩니다.
[전송 게이트 개방 / 출구 없음 감지됨 / 색상: 백색 이상]
장:
그러면... 저는,
그곳에서도 남들을 기다리면 되겠네요.
[기록 종료 - 09:14:33]
[최종의견]
사후세계 역사상 최초의 ‘하얀 자리’ 입주자.
현재 해당 구역은 일시적 확장 상태로 유지되며,
장윤백의 말투와 기도가 천국 전체의 기도방식 일부를 재조정 중.
입주 후, 제1·2·3구역 전체에서 자발적 선행율 증가 현상 관측됨.
심사관 01-A는 이후 본 기록을 개인 보존 요청함.
비고란에 단 한 줄 남김.
"선함이 신이 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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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심사대에 서면 어떤 변명을 해야할지 고민되네
이 글은 지금 개추수의 곱절의 개추를 받아야 올바를 터
잘 읽고 갑니다 - dc App
여러번 읽게 되네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배우 섭외하고 신과함께 같은 영화 한편 뚝딱
능력있는 감독이 이 글 읽고 컨택해서 한편 만들어주면 대박칠것 같다
개추~~!
잘 읽었습니다 이정도로 몰입한 글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사후세계 일처리 개판이네
지은씨 무슨일이야
5번 천국 간 거 킹받네
중간에 윤두현을 윤도현이라 표기했어
오 고마워
2번은 착하게 산건 맞는데 지옥간거?
2번은 어캐된거지
혹시 2랑 5랑 바뀐건가
개추
나는 지옥갈듯...
2번이랑 5번이랑 자리가 바뀐건가?
그냥 일처리 개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거 보고 소름돋을 뻔했다
와
개떡같은 새끼가 줄 잘 대서 잘 살지만 훌륭한 사람도 당연히 칭송받는 게 ㄹㅇ 현실감 좋네
사후세계도 결국 사회인가 - dc App
되게 잘 썼다 인상적이라 기억에 오래 남아
이런 시리즈들 여러개 써주면 좋겠어
예전에 보던 신과 함께가 생각 나는데 그거보다 더
자세한 세계관이 따로 있는 듯하네
진짜 1편이라도 더 써주면 안됨? 보고싶음
야발... 무고한 피해자는 계속 생기고, 저딴 새기가 죽어서도 속임수로 천국행이면 지옥이 존재하는 의미가 없잖아;
와 사후세계는 선악의 절대적 판단이 존재할거라 생각했던 내 기준을 깨버리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거네요
백합동에서 유기체와 융합중... ㅗㅜㅑ - dc App
획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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