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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코가 너무 막힌다.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01 17:26:35
조회 1404 추천 46 댓글 5
														



아마 초봄 쯤부터이지 싶었다.


그 즈음부터 코 안이 장벽이라도 세워진 것마냥 꽉 막히기 시작했다.


생전 비염이라곤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냥 봄감기에 걸렸나보다 싶어서 대충 약 먹고 뻐기면 되겠지 했었던 거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고, 그 며칠이 일주일이 되고, 삼 주가 지나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내과니 이비인후과니 병원을 여러 군데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동안 알레르기 약, 스테이로이드 스프레이, 항히스타민제까지 써봤지만, 여전히 내 코는 숨을 쉴 때마다 단 한 줄기의 공기도 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그러다보니 밤에는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고 자느라 목이 바짝 말라 매일같이 편도선이 부어 삼킬 때마다 고역이었고,


출근하고나서도 코가 꽉 막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매번 두통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점점 짜증이 늘고, 식욕도 떨어지고, 그냥 일상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집 안에 곰팡이라도 있던걸까 싶어서 환기를 더 자주 해보고, 공기청정기의 필터도 평소보다 더 자주 갈아봤다.


평소 쓰던 생활용품들도 가급적이면 무균 제품이나 향이 없는 것들로 바꿨고, 생전 건드리지도 않던 다용도실까지 대청소를 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그대로였다.




그러다가 아마 이틀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날은 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실내 공기 질'에 대한 방송이 나왔다.


방송에서 말하길, 사람은 의식하지 못한 채 평생 한쪽 콧구멍으로만 숨을 쉬는 경우도 있고,


아주 드물게는 비중격이나 내부 구조 때문에 특정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한 채 살기도 한단다.


그런데 그 때, 방송 화면 한쪽 구석에 실시간으로 시청자 댓글이 나오던 자막에 어떤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그거 영혼이 들어올 통로가 막혀서 그런 거 아닐까요?"


너무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었던 것일까? 해당 댓글은 금세 나타난 다른 댓글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그 느낌이 들자마자 나는 곧바로 TV를 꺼버렸다. 다행히 그 느낌은 금방 사라져 버렸지만, 스치듯 느낀 것치곤 너무 께름칙한 감각이었다.


그 날 밤까지도, 계속 낮에 TV에서 본 그 댓글 자막이 떠올랐다. 


정말 코가 막힌 게 단순한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숨을 못 쉬고 있는 것이 다른 무언가 때문이라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고, 그 날 나는 꿈을 꿨다.


나는 침대 누워 있었고, 방 안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누군가 코를 틀어막았다.


소리도 낼 수 없었고, 움직이지도 못 했고, 그 존재는 내 얼굴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 있었다. 


그리고 마주한 얼굴은, 


아랫 입술만 남아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경기를 일으키듯 벌떡 일어났다. 


창 밖을 보니 이제 막 동이 트기 직전이었고, 나는 멍한 상태로 동이 틀 때까지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꿈을 꾼 이후부터 내 머리 속에선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내 안에 들어와야 할 무언가가 아직 밖에 있는 게 아닐까.


영혼, 아니면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


코는 들숨의 통로고, 내가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있는 건 그걸 들이려는 무언가가 '막혀 있어서'가 아닐까.


얼핏 보면 터무니 없는 생각일 수 있었지만, 어쩐지 생각을 거듭할수록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코막힘은 내 몸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가 '들어오지 못해서' 발생한 현상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너무도 간단하게 해결 방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문'을 열어주자.


그때부터 나름대로의 논리를 세웠다.


공기보다 더 미세한 것을 들이려면, 아주 짧고 얕은 숨, 일종의 호흡의 맥을 끊는 듯한 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정신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인지는 잘 몰랐지만, 뭐, 요가나 명상...같은 거에서 말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들은 것도 같았다.


나는 방에 작은 돗자리를 깔고, 사흘 동안 단식을 시작했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고, 자극을 최소화했다.


나흘째 되던 날, 새벽 3시.


숨을 참고 의식을 최소한으로 낮췄다가 들이마셨다.


최대한 아주 작고 얕게, 거의 숨을 쉬지 않는 듯한 정도로.


그 순간, 누군가 내 얼굴을 지나쳤다.


정확히는, 코를 통과해 머리 속으로 스며드는 어떤 감각이었다.


나는 다시 숨을 들이쉬지 못했다.


폐가 아닌 다른 쪽으로 들숨이 연결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날 아침, 정신이 또렷해지며 코가 뚫린 것이 느껴졌다. 


전처럼 숨을 쉬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아 온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말을 할 때마다 평소 내 안에서 들리던 내 목소리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화장실에서 거울 볼 때마다 내 얼굴이 평소 내 얼굴과는 다른, 알 수 없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먹지 않았을 음식들을 선뜻 집어서 먹는다거나 비위가 약해서 먹지 않았던 것들이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날 밤에 또 다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계속 웃고 있었다. 연신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선뜻 내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 막힌 게 아니었구나.














막아준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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