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정도 됐나? 서울 근교에 한 물류센터 야간 상하차 알바 시작했는데,

알바치고 4대 보험도 다 되고, 업무도 진짜 단순 상하차 뿐인데, 최저에서 몇 만원을 더 얻어준다는 조건에 진짜 개꿀 알바 잡음.

근데 좀 찝찝했던 건, 첫 날 출근해서 한 2시쯤이었나?

담당자라는 사람이 부르더니 나한테 종이 한 장을 주더라?

그러면서 "지금부터 이 규칙들을 꼭 지키면서 작업하셔야 됩니다." 라고 하더라.

아니 근데... 진짜 뭔가 좀 이상하긴 해.

일단 내가 받은 규칙서 원문 올릴게. 니네가 평가 좀 해줘봐라.

------------------------------------------------------

야간 근무자 작업 시 준수사항(2024년 개정판)

야간근무는 일시적 혼재 영역에 접속한 상태로 진행됩니다. 아래 수칙을 어길 경우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1. 센터에 들어올 땐 정확히 23:45 ~ 00:00 사이에 입장하십시오.

 - 그 이전엔 아무도 없을 거고, 그 이후엔 너무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2. 사무실 불은 절대 켜지 마십시오.

 - 어둡고 불편하더라도 그냥 손전등을 쓰세요. 형광등을 그것을 부릅니다.

3. 혼자 일할 땐 항상 CCTV 화면을 확인하십시오.

 - 거기 보이는 당신이 직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일단 도망치세요.

4. 간이침대에서 휴식하되, 절대 누워서는 안 됩니다.

 - 그곳에서 눈을 감으면 다른 누군가가 깹니다. 그게 당신인 줄 알겠지만, 아닙니다.

5. 03:13에 자동으로 울리는 사이렌이 들리는 경우

 - 그 자리에 멈춘 채로 숨을 참으세요.

 - 사이렌이 다섯 번 울리고, 여섯 번째가 오기 전까지 움직이지 마세요.

6. 누군가 "택배 왔어요!"라고 외친다면, 절대 문을 여지 마세요.

 - 우리는 그 시간에 택배를 받지 않습니다.

 - 문틈 아래로 검은 물이 흐르기 전까진 소리조차 무시하세요.

7. 당신이 상차한 물품에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

 - 그건 당신이 올린 게 아닙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8.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

 - 입을 열지 말고, 귀를 막은 상태에서 숫자 7을 21번 외우세요.

 - 그 이름이 맞는 이름이더라도, 그 목소리는 당신을 모르니까요.

9. 잠시 동안 사라졌던 동료가 돌아오더라도

 - 당신이 그가 분명히 없었다고 확신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

10. 근무 종료 후 퇴실은 04:00 정각에만 가능합니다.

 - 그 전엔 문이 열리지 않고, 그 후엔 나가려는 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어떤 것 같냐?

그날 이후로 잠을 못 자고 있어.

사실 이거 받은 당일 밤에, 3번 규칙 한번 테스트 해본다고 CCTV 봤거든?

화면 속에 내가 있는데, 내가 웃고 있더라? 씨발, 진짜 나는 개 정색 중이었거든.

그 뒤로 회사에 그 규칙서 받은 인간이 나 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다.

담당자도 "내가 언제 그런 걸 줬냐"고 하더라... CCTV로 그거 받을 당시 화면 찾아보려고 했는데 확인도 안 되더라.

진짜 미치겠다. 오늘도 출근해야 되는데, 개 쫄려서 문 앞에서 왔다갔다만 ㅈㄴ 하는중임.

지금 시계 보니까 23시 42분인데...

아, 잠깐만... 문자 하나 왔는데.

[새벽배송] 물류센터 앞 도착했습니다. 출입문 열어주세요.

주문자: 서진

도착시간: 23:43

아니, 씨발 나 주문한 적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