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최근 방문

NEW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나폴리탄] 산신님의 작은 사당

고낲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07 12:07:33
조회 73 추천 5 댓글 1
														


산기슭 작은 마을에, 오래된 사당 하나가 있었다. 


지붕은 이끼에 덮였고,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았으며, 누구를 모시는 사당인지 아는 이도 없었다. 


다만,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그 사당에 손을 대선 안 된다고 배워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산신님의 사당’이라 불렀지만, 정작 산신님의 진짜 이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해진 날에만 붉은 찰밥과 소금, 산의 물을 올리고, 세 걸음 뒤로 물러서서 조용히 절을 올렸다. 


어떤 소원도 빌어선 안 되고, 어떠한 이름도 불러선 안 되며, 그저 조용히 예를 다해야만 했다. 


그것이 이 마을의 오래된 규칙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도시에 살던 젊은 부부가 이 마을로 이사해 왔다. 


자연 속의 조용한 삶을 꿈꾸며 이곳에 정착하러 온 이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 부부에게 친절했지만, 그 사당에 대해서만큼은 모두 말끝을 흐렸다.


어느 봄날, 부부는 뒷산을 산책하다가 그 사당을 발견했다. 


낡고 조용한 모습에 남편은 흥미를 느껴 사진을 찍었고, 아내는 사당 안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여우 형상의 상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날 밤부터 아내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기괴할 만큼 가느다란 몸의 여인이 매일 밤 사당 앞에 서 있었다고 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내는 분명히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내는 말없이 집을 나서 사당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텅 빈 눈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발견됐을 당시, 마을의 노인은 말했다.


“산신님은, 보는 이의 소원을 비춘다네. 하지만 그건, 봐서는 안 되는 거지.”


남편은 사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진을 삭제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아내는 마치 매달린 실이 끊긴 것처럼 털썩 쓰러졌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이후로 아내는 그 여인의 꿈 이야기를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부부는 그해 가을, 마을을 떠났다. 


다시 도시의 소음 속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사당은 지금도 산기슭에 있다. 


하지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보지 말 것, 부르지 말 것, 빌지 말 것.


산신님은 소원을 들어주는 이가 아니다.


다만, ‘되돌려줄’ 뿐이기 때문이다.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1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 고낲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첫 글입니다. 재밌게 봐주시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05.07 12:08:00
1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3007 설문 실제 모습일지 궁금한 미담 제조기 스타는? 운영자 25/05/05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19]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58358 271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4.22) [2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50668 265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5023 45
20489 공지 FAQ [22]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4698 80
14406 공지 신문고 [3] 흰개(118.235) 24.03.22 10061 59
34432 찾아줘 괴담 찾아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1 33 0
34430 잡담 추억의 나폴리탄 괴담(로스트 미디어)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7 125 2
34429 잡담 그만할게요 이제 [13] 츠루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7 290 5
34428 기타괴 북한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0 60 3
34427 규칙괴 회사에서 규칙서라고 준 게 있는데, 진짜 존나 무섭다.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0 90 3
34424 나폴리 나는 인간을 너무 사랑하나봐 [1] 츠루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07 10
34422 기타괴 "시연아, 잘 들어. 엄마 꼭 돌아올게." [5] 고낲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359 15
34421 잡담 연도별 희망직업 <- 이거 쓴 낲갤런데 [5] 방울한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89 6
34420 잡담 평소에 나폴리탄 유튜브 영상을 보니까 이런게 내 알고리즘에 뜨는거 같은데 [4] ㅇㅇ(183.104) 05.07 195 9
34419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11화 [5]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92 8
34417 기타괴 튀긴 옥수수 처리법이 궁금해요 [13] 이혁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885 36
34416 나폴리 인천의 명물 [2]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113 7
34415 2차창 (소리) 복사기 부장님 ~파이널 에디션~ [5] 스트레스존나심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350 17
34414 기타괴 이웃집 개가 너무 빨리 배우는 것 같아요 [4] 고낲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192 8
34412 잡담 채찍피티) 도쿄 기억 정원 겟또다제(124.54) 05.07 90 2
34411 잡담 실시간 낲붕이 이거뭐냐.jpg [4] 사루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75 9
34410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10화 [6]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131 5
34407 기타괴 구원사 스마트 자동응답 시스템 [1] ㅇㅇ(211.114) 05.07 79 4
34406 나폴리 문틈 ㅇㅇ(115.178) 05.07 47 2
34404 잡담 괴이능력시험 준결승 최종결산 [4] Jamesl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584 12
나폴리 산신님의 작은 사당 [1] 고낲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73 5
34402 나폴리 [Gemini] 저 너머의 메아리 NightMo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57 1
34401 나폴리 구선동의 추억 [1] 밍밍한미역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67 5
34400 잡담 [AI]폴더 ㅇㅇ(110.14) 05.07 84 1
34399 잡담 진짜 새벽인데 존나 무서워서 글 남김 [8] ㅇㅇ(211.235) 05.07 1221 16
34398 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1차 답사 [6]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757 26
34397 찾아줘 여기서 들은 음악인데 아시는분.. [2] ㅇㅇ(36.38) 05.07 165 1
34396 기타괴 [배송 알림] 소포에 대한 중요 정보 ㅇㅇ(119.204) 05.06 110 1
34395 잡담 한 주한미군의 일지 .(218.54) 05.06 167 3
34394 기타괴 내가 엄마를 생매장했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26] 이혁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2313 91
34393 잡담 망할 ㅇㅇ(112.152) 05.06 77 1
34392 기타괴 지금까지 개 산책 다니면서 직접 목격한 기이한 사건들 [3] ㅇㅇ(106.101) 05.06 278 9
34391 잡담 헉 제 글 왜 사라진건지 여쭤봐두 될까요? [5] 안냥성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220 0
34390 기타괴 그곳에선 우리가 벌레였다. [6] 야만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726 26
34387 잡담 영화 보다가 초반 규칙괴담스러워서 엄청 기대했는데 실망함 [2] &lt;b&gt;유동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298 1
34386 찾아줘 다시보고 싶은데 제목이 기억안나네.. [2] ㅇㅇ(220.80) 05.06 171 0
34385 찾아줘 여기서 봤던것같은데 글 하나 찾아줘 [2] ㅇㅇ(121.129) 05.06 172 0
34383 기타괴 [레딧 괴담] 감옥은 지옥이다 [5] 김샛별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070 22
34382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9화 [7]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84 9
34381 잡담 아까 레딧 괴담 번역해서 올린 사람인데 [4] 김샛별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99 0
34380 잡담 이런 글은 뭐라고 불러요 [5] ㅇㅇ(39.112) 05.06 197 0
34379 잡담 명작선 링크 달아 줄 수 있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68 1
34378 찾아줘 뭐든 뒤틀린 걸 제공하는 괴담 찾아줘 [2] 낼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83 1
34376 대회 [ 단체 합작 영역 ] 진출자 발표 [5]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642 20
34375 나폴리 strange YB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72 2
34373 잡담 그 예전에 꿨던 개꿈이 있었는데 [1] 우포늪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00 4
34372 잡담 좀 감동적인 괴담은 없나 [4] ㅇㅇ(112.145) 05.06 212 0
34371 해석 ○○저택 해석 [5] YB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49 2
34370 규칙괴 동틀녘 수도원의 금기들 [2]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107 22
34369 잡담 웹툰 중에 44교시 생존수업이라는 웹툰이 있는데 [8] NightMo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379 5
뉴스 “330시간 들인 의상”…제니, 멧 갈라 빛낸 ‘인간 샤넬’ 룩 디시트렌드 05.0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