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야, 나는 내가 구시대적인 사람이라거나 꽉 막힌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네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를 넘은 것 같다.

일단 옷을 제발 제대로 입고 와줄 순 없을까?

캐주얼한 셔츠나 아니면 그냥 티셔츠 정도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대체 붉은 해변을 탐사하러 갔을 때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수영복을 입고 온 건 뭐였니. 

'바다엔 수영복이지' 같은 말을 했다는게 제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애초에, 붉은 해변에 바다라고 할 만한게 있던가?

부디 거죽 벗겨진 붉은 짐승의 손들이 빈틈없이, 끝없이 늘어져 손짓하며 다가오다가 물러가는게 파도라고 우기진 말아다오.

그리고 제발 좀 태양이 널 응시할 때 태닝하기 딱 좋다고 하지 말아다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복장이 좀 자유로울 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체 먹을 것과 먹으면 안 될 것 좀 구분할 순 없겠니?

더이상 네 '이거 먹을만하네요'를 듣고 싶지 않다.

그게 인육 공장이어도, 인간이 아닌 존재가 차린 식당이어도, 30년 전에 폐쇄된 놀이공원의 푸드트럭이어도 나는 묵묵히 네가 하는 걸 봐줄 수 있다. 

그래도 네가 정말 위험한 건 기막히게 피해가니 말이지.

내가 정말 참을 수 없는건 우화 굴의 번식장에서 네가 바닥을 핥던 거다.

도대체, 바닥을 핥아서 무얼 맛보려고 한거니?

솔직히 나는 네가 두렵다.

아, 그리고 이건 정말 얘기하지 않으려했는데 도저히 참지 못했어.

기쁨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온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생존자의 20퍼센트 정도는 어딘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제거하거나 더 추가하는 형태로 수술을 받아,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탈출하기도 했으니까.

그래 후배야, 네가 양 손에 10개씩 총 20개의 손가락을 달고 돌아온 것까지는 내가 어찌어찌 이해할 수가 있어.

그런데 네 아주 발랄한 보고서에 적혀있기를, 내가 눈이 먼게 아니라면, '의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며 자신이 한 손에 10개의 손가락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피력했다던데.

그리고, 제발 그냥 내 눈이 멀었으면 좋겠는데, 네가 '쌍둥이'를 동시에 애무하지 못하는 생물학적 한계에서 초탈하기 위해 그랬다고 변명을 한게 정말 맞니?

그 쌍둥이가 내가 생각하기론 영성여고의 쌍둥이 생물교사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나는 부디 내 추측이 틀렸기를 바란다.

그것.. 그것이 아니라 그녀인가? 그.. 어쨌든 그 생물은 한 쪽만 해도 2m를 훌쩍 넘는데다가 두 명이 하나로 달라붙어 있잖아.

아니, 무엇보다 그것이 잡아먹은 공식적인 사람 수만 해도 세 자릿수가 넘는다고!

내 눈이 이미 멀었으니 '지난번의 뜨거운 만남에선 한 번에 한쪽밖에 만족시켜줄 수 없었다'라고 적힌 구절은 읽지 못했다.

후배야, 나는 그냥 네가 좀 얌전하게 다닌다면 참 좋겠다.

마지막으로, 제발 사아베드라 씨를 빨갱이라고 부르지 말아다오.

뿔이 좀 났고 피부가 좀 붉다고 빨갱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무례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