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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죄송합니다. 신속하게 그들과 하나가 되십시오.'모바일에서 작성

레몬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8 13:11:32
조회 7845 추천 243 댓글 18
														

"... 봐요, 이 지침서에 그렇게 써있다니까?"


나는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지침서를 괴이의 눈앞에 들이밀었고, 괴이는 이상한 바람소리를 내며(분명히 한숨이었을 것이다) 두 개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지금 이짓을 2시간째 하고 있었다.



평소와 같았던 일상.

그러나 인터넷에서 본 괴담을 호기심에 따라한 게 문제였다.


"어디.. '방 밖에서 불을 먼저 끄고, 뒤로 돌아서 들어간 다음 방 밖을 보며 문을 닫는다.' 이것만으로도 이상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어딜 보나 헛소리였지만 있는 거라곤 시간 밖에 없는 나는 어렵지도 않겠다 한번 따라해보았고,


다시 방문을 여니 돌연 낯선 세계가 펼쳐져있었다.



전혀 다른 세계.

정확히는 비슷하지만 뒤틀린 세계.

자동차는 n개의 다리를 달고 뛰어다니고

마트에서는 돈 대신 이상한 고깃덩이로 계산을 한다.


그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발견한 인간의 흔적은 가끔씩 길바닥에 버려져있던 '지침서'였다.


거기에는 이 세계에 전이된 한심한 작자들을 위한 생존지침이 쓰여져있었다. 기본적으로는 그 어떤 괴이도 마주치지 말고 숨을 것. 부득이하게 식량을 조달할 때에는 어떻게 괴이를 흉내내야하는지 등등..



그러나 이 상황.

마트에서 식량을 훔치다 체포된 상황에서 지침서가 알려주는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괴이 경찰들은 인간과 괴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괴이 경찰에게 잡힌 경우에는 죄송합니다. 신속하게 그들과 하나가 되십시오.'



그래서, 나는 결국 한많은 인생을 포기하고, 차라리 이 세계의 주민으로 새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경찰들은 나를 하나로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아니, 하나로 만들어주는 것도 안된다, 그렇다고 집에 보내줄 수도 없다. 그럼 어쩌라구요?"


괴이 경찰들은 서로 의논하다가 결국 어디선가 다른 괴이를 데려왔다. 귀와 입이 엄청나게 많이 달린 괴이였다.


"김     처르     수."


"예."


"미아나지만 너는 변벼난 능녁도 엄는 무직 백수 한냥이다. 우리와 하나가 대기엔 수주니 너무 나따."


말은 어눌하지만 내용은 뼈를 때렸다.

대학은 어찌저찌 졸업했으나 취업에 몇번 실패한 뒤로는, 나는 완전히 낙담하여 집안에서 빈둥거리고만 있었다.


"우리와 하나가 되러먼 저거도 사회괴이로서의 능려글 가춰야 한다."


"현생에서도 실패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해요?!"


"이 세게에서 능녁 엄는 괴이는 다 식냥 행이다.


"까짓거 한번 해보죠."



고깃덩이가 되기 싫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재취업 방법이 뚜렷하게 있는 건 아니었다.


골똘히 생각을 짜내던 중, 내 어릴적 꿈이 떠올랐다.


제빵사.


어머니가 가끔 제빵기로 빵을 구워주신 적이 있었다.

하얗고 둥근 반죽이 열을 받아 부풀어오르고,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과 향이 침을 고이게 만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제빵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었다.



내 말을 들은 괴이 경찰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어디서 구해왔는지 제빵기능사 취업서를 던져주었다. 구치소 안에서 달리 할 것도 없던 나는 취업서를 열심히 탐독했고, 괴이 경찰들에게 빵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뒤로 괴이들은 또 어떻게 구해왔는지 밀가루와(처음에는 박력분을 가져와서 돌려보냈다) 이스트를 던져주었고, 그걸로 경찰서 탕비실에서 처음으로 빵을 구워보았다. 


비록 괴이들이 쓰는 조리도구는 제대로 잡는 것부터가 어려웠지만,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부푼 빵을 만들 수 있었다. 실패작이든 성공작이든 괴이들하고 나눠먹었던 일이 기억난다. 아마 괴이들에게는 둘이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시간이 꽤나 빨리 지나갔다.


나는 더 공부한 끝에 괴이 경찰들의 도움으로 제빵기능사 능력시험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시험장을 통째로 이 세계로 끌고 오다보니 다른 수험생 대부분이 기절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다행히 감독관은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정신을 차린 채로 시험감독을 해주었다.



그리고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받았다.


경찰서에 있는 모든 괴이 경찰들이 자격증을 돌려가며 구경했다.


나는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펐다. 한 사람의 사회인이 되자마자, 인간세계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괴이들과 하나가 되어야한다니.


그때 내 말을 통역하느라 고생했던 그 괴이가, 세 팔 중 둘을 내 어깨에 올리고 말했다.


"처르 수. 그동안 고생해따."


"이제 넌 하나으 괴이가 대기 충부난 능녁을 갖춰따."


"그러나 그 '빵'이라는 물거는 우리 입맛에 맞찌는 안아따."


"그런 능녁은 여기보단 너희 괴이가 사는 세게에서 더 쓸마날 거시다."


"잘가라."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구치소는 온데간데 없고 다만 내 방바닥에 엎어진 체였고,

괴이들이 하도 만져서 축축하게 젖은 제빵기능사 자격증만 손에 들려져있었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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