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휘력과 논리력을 활용하여, 괴이를 상대로 토론에서 승리하세요.
토론 주제와 찬성/반대 진영은 당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만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니 현명히 선택하십시오. 

나폴리탄 괴담을 평소 많이 읽어온 나에겐 이 상황이 퍽 쉽게 이해됐다. 


사방이 흰 벽으로 막힌 정육면체 모양의 방. 

내 앞 작은 흰색 탁자에 앉아서 나를 마주 보고 있는 비인간형 괴이.

그것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머리통을 덮고 있는 얇은 모슬린 천이 삭삭 소리를 내었다. 

나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고, '120분'이라고 적혀 있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간제한은 2시간이 고작인 모양이었다. 그때, 바닥의 무언가가 발에 채였다. 

빛바랜 다갈색의 가죽 표지가 달린 자그마한 수첩이었다. 표지에는 '성공/실패 사례들'이라는 문구가 간결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나는 공책을 바닥에서 집어 잠시간 페이지들을 팔락거렸다. 

A씨(인간, 25세)의 사례: 
토론 주제 : <종교는 곧 윤리이다> 
진영 : 찬성
결과 : 처분 

B씨(인간, 56세)의 사례: 
토론 주제 : <나 없이는 우리 딸이 살지 못할 것이다> 
진영 : 찬성
결과 : 처분 
특이사항 : B씨는 20XX년 아동 학대 혐의로 2년을 복역함. 

C씨(인간, 18세)의 사례: 

토론 주제 - <미적분은 불법이 되어야 한다>
진영 : 찬성
결과 : 귀환 
특이사항 : C씨는 6월 모평 당시, 미적분에서 5등급을 받은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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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만하면 어떻게 하는 건지 알겠군. 내가 작게 읊조렸다.  
나는 조심스레 탁자로 다가가 흰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주제를 정하셨습니까."
괴이가 나에게 반사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응. 주제는 <이 방에 갇힌 인간은 잘생겼다>고, 너는 찬성, 나는 반대." 내가 차분히 답문했다. 


천 뒤에 숨겨진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괴이는 썩은 표정을 짓고 있었음이 확실했다. 
머리 위를 덮고 있던 모슬린 천이 숨소리가 거칠어진 듯 마구 흔들렸다. 

정확히 116분 31초가 지났다.

괴이가 아무 말 없이 자기 머리통을 쥐어뜯은 지 약 2시간째, 
그것은 자신의 팔 중 하나를 들어 자기 뒤의 문을 가리켰다.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내가 처음 실종되었던 우리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

뺨에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