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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이름을 지워서라도.앱에서 작성

졸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9 17:30:11
조회 2509 추천 43 댓글 6
														





이 글이 성공적으로 게시됐을지가 궁금하군.

무사히 게시되었다면 다행이고, 아니라면 그런 운명인 거겠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한 가지를 밝히고 들어갈까 한다.

나는 죄인이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죄인이었어.





사실 나도 내가 그런 죄인이 될 줄은 몰랐어.

학창 시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졸로 학력이 끝나고,
받아주는 회사는 없어서 막노동으로 간신히 마련한 자금.

그 자금으로 시작한 사업이 조금씩 확장되고, 어느새 건설업 쪽으로 손을 돌리게 될 때까지.

다른 업체들에게 고개 숙여 가며 쌓아올린 건물들이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나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때까지.

그리고 온전히 내 이름으로 쌓아올린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기 전까지.


그 아파트가 지어지는 동안 여러 일들과 문제들이 있었지.

타 업체와 협력하지 않고 하는 첫 사업이라 예산이 내 생각을 초과하는 바람에 직원 월급이 밀리기도 하고, 인부들 사고로 공사가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사고와 구설수 속에서 태어난 내 처음이자 마지막 결실은, 마치 지옥을 현실에 옮겨놓은 것과도 같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지.





전국 팔도에 내 이름이 울려퍼졌어.

내가 사업하며 얻은 깨달음으로 썼던 자서전이 시중에 풀렸을 때도, 내가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든 인지도를 쌓아보려 해도 알려지지 않았던 내 이름은 그 건물 덕분에 너무도 쉽게 세상에 알려졌지.

임원들의 회의 속에서 나는 만장일치로 퇴출되었고, 나는 수중에 돈이 가득한 통장이 있어도 그걸 찾으러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도망자가 되었어.

그나마 요즘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하던가?

인건비를 깎기 위해 이력서도 자기소개서도 없이, 최소한의 정보만 보고 채용하는.

그래...내가 처음 도입했던 채용 방식.

그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많아져서 어찌저찌 먹고 살 수는 있었다.

얼굴을 감추기 위해 렌즈를 끼고, 선글라스를 쓰고, 화장을 짙게 하고서 마스크까지 쓰고 다녔다.

회사에서 몇 번이나 지적을 받고, 때로는 사내규정 위반으로 해고까지 당해도 입을 열 수 없었어.

물론 조금이라도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 같으면 내가 먼저 퇴사하기도 했지.

그렇게 어느 직장에도 제대로 머무르지 못한 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름 지워주는 곳'을 말이야.




그곳의 주인은 나랑 참 많이 달랐지만, 중요한 특징만큼은 꼭 닮은 사람이었다.

썬팅 짙은 선글라스 속 짙게 한 화장, 후드티와 마스크.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는 꽤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와 한 것은 거래도 뭣도 아니였어.

그냥 약속.

그저 구두로 나누는 하나의 약속일 뿐이었다.

그리고 고작 약속에 불과했던, 내 이름과 모든 전과를 지워주겠다던 그 약속은 마법처럼 이루어졌어.

모두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내 이름을 따서 설립한 사업체들도 모두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지.

내게 주어진 새로운 이름으로 말이야.

그 뒤로 나는 돈을 찾은 뒤 적당한 곳에 집을 사서 누구와도 대면하지 않고 혼자 살았어.

그 녀석은 돈조차도...아니, 약속했던 것만 지킨다면 내게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거든.

그렇게 정말 최소한의, 최소한의 사람들만 제외하면 누구와도 마주치거나 대화하지 않으면서 살았지.

지금까지 말이야.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별거 없어.

더 이상 숨기고 사는 일에 지쳤기 때문이야.

나의 이름도, 나의 삶도, 그리고 내 이름으로 저질렀던 크나큰 과오도.

그 모든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아, 들린다.

발소리가 들리고 있어.

모두가 미친 소리라고 하겠지만, 아주 멀리서부터...그때 그 발소리가 들려온다.

약속을 어기려는 나를 막기 위해서겠지.




나는 기■그룹의 CEO이자 대주주였다.

그리고 2022년 벌어진 붕괴사건과 그 이후 발생한 초자연현상의 원인인 기■아파트의 설립자이기도 하지.

내 이름은 도□환이다.



이 글이 무사히 올라가길 빈다.

이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기억한다면.

나의 뒤늦은 속죄를 받아주었으면 한다.



















....




게시글에서 약관을 위반한 내용이 확인되었습니다.
(위반 사항: 개인정보 노출, 기타 조항 위반)

게시글 검열 및 작성자 처벌을 완료하였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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