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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망부호의 아들모바일에서 작성

졸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1 14:55:11
조회 1573 추천 29 댓글 3
														


어린 시절, 내가 자주 놀던 곳이 있었다.

안개가 깊게 내려앉은, 칠흑같이 어두운 호수.

나의 고향이자, 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었다.

이름이...망부호였나? 아무튼 그랬다.

나는 그곳의 주인이라던 한 아주머니의 밑에서 자랐다.

아저씨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몇 년을 기다렸느냐고 물으니 안개가 끼기 전부터 기다렸다고 하셨다.

와 시바, 그럼 100년은 더 기다린건데.

내가 딱 100년 전에 태어났고, 그땐 이미 이곳에 안개가 자욱했으니까.

다른 남자를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는 없다고 하셨다.

그 아줌마는 하염없이 아저씨만 기다렸다.



이 호수에는 가끔 인간들이 들어온다.

아줌마는 인간들이 오면 나를 보냈다.

아저씨가 오셨나 확인해 보라고.

아저씨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말도 안되는 걸 시키고 있어.

...그나저나 저렇게까지 기다린다는 건, 아저씨가 엄청 부자거나 잘생겼다는 거겠지?

나는 아줌마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기로 했다.

일부러 얼굴 ㅈ같이 생긴 사람들 위주로, 없어 보이게 생긴 사람들 위주로 골라서 아줌마에게 보낸 것이다.

평범한 아저씨나 아줌마들은 알아서 나가게 두고, 부티나거나 잘생긴 사람들은 후다닥 쫓아냈다.

아줌마는 매일같이 화를 냈다.

아이고 꼬셔.


하지만 아줌마는 인간들을 죽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찾는 사람과 아는 사람일까봐.

그래서 죽이지 못한다고 했다.

아줌마를 화나게 한 사람들 중, 사지가 멀쩡히 나간 사람은 없지만 죽은 사람도 없었다.

다른 이상한 동네랑 달리 이곳의 주인인 아줌마는 '희망'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다른 동네의 괴물들은 인간들을 잡아서 자기들과 똑같이 만드는 게 목적이지만, 아줌마는 순수하게 아저씨를 찾는 게 목적이라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어느 날, 이상한 아저씨가 찾아왔다.

온몸에 검은 옷을 입고, 얼굴에도 검은 안경을 쓴 아저씨였다.

저승사자인가?

그 아저씨는 나에게 와서 아줌마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줌마를 보자 아저씨는 목판 하나를 건넸다.

이름이 쓰여져 있었던 걸 보면 호패가 아닐까 싶다.

그날 아줌마는 처음으로 울었다.

그리고 아줌마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뭔가 잘못됐다.

예전에는 흐리고 뿌연 안개만 꼈었는데, 지금은 안개조차 새까맣다.

마치 아예 앞을 못 보게 하려는 것처럼.

아줌마는 매일 멍하니 지냈다.

인간들이 종종 이곳에 오기는 했지만, 아줌마는 매번 무시했다.

내가 인간들을 도와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지만 내 생각보다 인간은 너무도 나약했다.

물 3일 쯤 못 마신다고 죽는다.

숨 10분 쯤 참는다고 죽는다.

며칠 굶었다고 비실대다 죽는다.

이런 인간들이 이곳엔 어쩌다 왔냐고 물으면 죄다 등산하던 도중 왔다고 한다.

이런 비실비실한 몸뚱이로 산을 오른다고?

왜 무리해서 산을 오르냐고 물으니까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줌마가 울었다.

현아라는 이름을 입에 담았던 사람들 중 살아서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전력으로 막아봐도 소용없었다.

아무리 아줌마 귀신이어도 어른 귀신이다.

나같은 어린애랑 싸움이 되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나는 얼마 뒤 망부호를 나섰다.

이곳은 더이상 나의 놀이터도, 고향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을 잡아먹는 함정일 뿐.

나는 내가 사람들을 돌려보냈던 출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밖에 나와서 '생존자'라고 불렸다.

내 이름은 아무도 몰랐다


태어나서 날 이름으로 불러준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이름이 있겠어.

당연하지만, 호적이나 전산 시스템에 내 정보가 있을리도 만무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이곳이 아니니까.

나를 키우기로 결정한 사람은 문혜영이라는 아줌마였다.

초자연대책본부의 엘리트 중 하나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내겐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제는 괴이랑 사람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더이상 친구들이랑 대화는 못 나누겠네.
아줌마는 내 이름을 지을 때 참 애를 많이 먹으셨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이상하게 나는 자기가 키워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와서 키우겠다고 한 거라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이름을 제안했다.

내 친구 중에 동수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었다고.

동수는 어떻냐고 물었더니 어감은 좋지만 왠지 그 이름은 안될 것 같다고 하셨다.

대신 내 이름을 동석이라고 지으셨다.

어머니의 성을 따서 문,

저녁 하늘과 같은 검푸른 눈동자를 가져서 동석.

문동석.


나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인간에게 구출되어 인간에게 키워진 자연 괴이가 되었다.

















"...오랜만이네."

우뚝.

허공만 바라보던 아줌마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줌마가 날 보더니 환히 웃으신다.

"어디 갔다 왔어?"

"그냥. 지구 구경 좀 하다 왔지."

인자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 앉으라며 본인의 옆을 툭툭 치신다.

그리고 난 자리로 가지 않았다.

저기 앉은 인간들은 전부 다시 일어나지 못했거든.

나는 인간은 아니지만, 만의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대신 나는 가방에서 파이프렌치를 꺼내들었다.

내가 제일 잘 다루는 무기다.

소망대교 토벌할 때도 이 녀석이 활약 좀 했지.

"어이, 현아 아줌마."

눈빛이 바뀐 아줌마를 불렀다.

날 키워주시고, 부모처럼 대해주신 분이지만, 어떡하냐.

그래도 당신은 사람을 죽인 괴이잖아.

"내가 고민고민 하다가, 당신을 10번째로 삼았어."



죄악의 섬 토벌 이후 생각했었다.

토벌은 커녕 탈출조차 힘들었던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왔던 나를 초자연재난본부가 그냥 둘 리가 없다고.

어머니를 따라 일원이 되든 뭐가 됐든 괴이 토벌은 내 운명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래서 나는 초자연재난본부 관리국장과 어머니와의 협상 끝에, 협력 관계를 체결한 자유용병 신분으로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계약조건은 9번째 토벌 성공 시, 내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일체의 업무적 연락을 삼가할 것.

그리고 10번째 토벌은 무조건 '망부호'로 할 것.



그리고 나는 이 자리에 있다.

인간의 자식으로 남을 것이냐, 괴이로 남을 것이냐에 대해 고민이 참 많았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이거다.

"그래도 난, 엄마가 있는게 좋더라."



















- 20■□년 10월 11일, 문동석 용병 '망부호' 토벌 작전 성공.

현재까지 토벌된 괴이현상은 총 10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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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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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59.5)

    그래서 그 망부호 아주머니는 어떻게 된 거임

    2024.10.12 23:29:54
    • ㅇㅇ(118.235)

      문동석한테 개처맞고 성불

      2024.10.14 22:51:16
  • ㅇㅇ(61.73)

    감동적이다

    2024.10.25 20:32: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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