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네가 알기엔 좀 오래된 게임이지?

요즘 게임 얼마나 많아?

포커, 고스톱, 보드게임부터 온라인 게임으로도 내기하고,
정 할거 없을 땐 가위바위보라는 치트키가 있는데 왜 하겠어.






근데 사실 너, 동전 던지기에 대해서 알고 있다.

방금 들어서 알게 된 게 아냐.

너 분명 그 게임 알고 있고, 게임에서 이기기까지 했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조만간 누군가가 동전 던지기 게임을 제안할거야.

수락해. 어차피 거절 못 하니까.

대신 걔 얼굴은 절대 보지 마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이 아니야.





주머니 한번 뒤져봐봐. 동전 하나 있을거다.

그 동전은 특수유리 처리가 되어있어.

던지기 직전까지는 멀쩡한 동전으로 보이겠지만, 떨어지는 순간 유리의 반사작용으로 동전이 아니라 유리에 새겨진 동전의 면이 보일 거야.

그러니까, 너한테는 동전의 앞뒤가 보이지만 걔한텐 죽어도 안 보인다고.

그러니까 지금 한번 던져봐.

어디보자, 앞면이네?

그럼 넌 닥치고 앞면으로 걸면 되는거야.

그럼 네가 무조건 이겨.

절대로 지지 마라.

네가 이기면 소원을 하나 빌 수 있지만, 네가 지는 순간 그 새끼는 네 이름을 가져갈 테니까.



아, 근데 혹시라도 걔가 눈치를 깠으면 분명 뭔가 수작질을 할 거거든?


걔가 눈치 깠으면 분명 불길한 느낌이 들 거야.

기분 탓 아니니까 그때는 딱 걔 입만 봐.

만약 무표정이거나, 가벼운 미소 정도면 동전을 흘려서 근처 하수구에 빠뜨려 버려.

그리고 새 동전을 꺼내겠다고 하고 네가 가진 동전 아무거나 던져.

그땐 진짜로 네 운에 맡겨야 된다.

그래도 어쩌겠냐.

동전 안 버리면 100% 네가 질 텐데.


차라리 절반의 확률에라도 기대라.



근데 걔가 만약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잖아?

그럼 답 없어. 그냥 그 동전 갖고 게임 해.

넌 100% 지겠지만 어쩌겠냐.

가족들하고 인사할 시간 정도는 벌어야지.

네가 동전을 바꾸려는 순간, 걔가 가져가는 건 이름만이 아닐거야.









아, 그러고 보니 이걸 말 안 했네.

너 혹시 홍길동이라고 아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애.

호칭이란 게 참 무섭다?

단순히 호칭 하나를 부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부정당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근데 이름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세상 누구도 너를 네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면 말야.

처음엔 대체할 단어라도 찾겠지.

어이, 친구, 아들, 이봐, 얌마... 하여간 별걸 다 찾을 거야.

그래봤자 친구들 선에서는 며칠 안 가고 다 떠나겠지만.

네 부모님도 오래 가진 못할거야.

조만간 그 새끼가 다시 찾아올 거거든.

네게서 빼앗은 네 이름을 가진 채로 말이야.

이름을 뺏긴다는 건 너만을 지칭할 단어가 없어진다는 걸 의미해.

그러니까, 이 사회에서 너를 부를 수단이 사라진다는 거야.

안타깝지만 이 사회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애써줄 사람은 없어.

네가 이름을 잃어버리는 순간, 넌 사람이 아니게 되는거나 마찬가지다, 이 말이지.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잖아?

그럼 너랑 같은 이름을 가진 녀석을 찾아.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내.

그리고 걔한테 동전 내기 한판 하자고 말해.

걔도 분명 입 닥치고 할 거야.

그리고 걔가 동전을 던지기만을 기다려.

네가 선택한 면이 나오기만을 기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근데, 눈에 동전이 마치 유리처럼 빛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거야.

진지하게 한번 살펴봐.

네가 본 게 확실치 않다면, 그냥 가만히 지켜봐.

걔가 알아서 동전 바꿀 거야.

하지만 만약 그 동전에 뭐가 있는지 확실하게 보인다면...알지?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