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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수배자의 일기 (1)모바일에서 작성

졸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07 09:43:57
조회 935 추천 15 댓글 3
														



나는 참 운도 없는 인간이다.


그냥 걷다 보니 현기증이 나서 온 곳은 장난감 나라의 입구.


처음 만난 카드 병정은 네잎 클로버였다.


"심장을 주면 들여보내 드리지."


나는 즉시 비비탄 총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총알을 장전해 쐈다.


그리고 즉시 문을 향해 뛰었지만, 나는 참 운이 안 좋았다.


순식간에 문이 닫히고, 카드 병정들이 온 것이다.


7명의 카드 병정들.


남은 금빛 탄환 단 4개.


운좋게 4발로 카드 병정 4마리를 모두 잡는다고 쳐도 나는 세 놈을 홀로 상대해야 한다.


- 방법이 없다면, 빨간색 음료를 사용하십시오.


답이 없는 상황.


어차피 나는 카드 경비병을 죽였다.


만에 하나 살아남는대도 들어가는 순간 수배자가 되어 지하 감옥으로 끌려가겠지.


나는 빨간 물약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무언가 상큼하기보단 불쾌한 딸기향에 살짝 비릿한 향이 난다.


그 물약을 입에 털어넣으려는 순간,


"침입자가 '그의 피'를 갖고 있습니다!"


"지하 감옥으로 보낼 필요도 없다. 이 자리에서 처형해!"


클로버 병정의 창이 물병을 후려쳤고, 빨간 물약이 바닥으로 흘렀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흘러버린 빨간색 물약이, 둥근 결정으로 굳어가는 것을.


나는 홀린 듯 그 결정들을 집었다.


비비탄 총에 붉은 구슬들을 장전하고, 가장 가까운 놈을 향해 쐈다.


퍽!


액체가 굳어 결정화된 것일 뿐이라 관통력은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닿자마자 액체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였을 뿐.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으아아악ㅡ!!!!!"


잠시 액체로 변한 붉은 탄환은 카드 병정의 전신을 감쌌고, 다시 고체의 결정으로 굳었다.


그리고,


퍼석-


전신이 붉은 결정으로 치환된 카드 병정은 쓰러지는 순간 산산히 부서졌다.


마치 처음부터 붉은 색의 광물 덩어리였던 것처럼.


내가 이 물약을 마셨다면 지금쯤 저렇게 되었겠지.


주위를 돌아본다.

모두의 눈에 긴장감과 두려움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빨간 물약을 '사용'하라는 것은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이었구나.

그들이 어떤 무기를 들고 있건, 어떤 공격을 취하건 내게는 더이상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퍼석-


마지막 카드 병졍이 쓰러지고, 문을 열었다.

분수대가 붉게 물들었다.

빨간색 물약과 같은 향기가 나길래 여분의 물통들에 그 물약들을 담았다.

한 5병쯤 담았을 때 갑자기 물이 맑아졌다.

지금이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동전이 1개 있었다.

부디 제가 살아서 다시 지구의 땅을 밟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마음 속으로 빌고 나니 이내 분수는 온데간데 없고, 인형들로 가득 찬 정원이 나를 반겼다.


- 이 곳은 장난감 나라를 통틀어 가장 외지인에게 친근한 지역,
소망의 광장입니다.


카드 병정들을 죽이고 들어왔지만,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직은 수배자가 아닌 건가?

거리를 걸으니 장난감들도 평범하게 나를 대했다.

단 한 마리를 제외하고.

마치 케이크 장식처럼 전신이 설탕과 초콜릿으로 이루어진 곰돌이 인형이 입구로 달려간다.

그 녀석은 카드 병정들의 시체를 본 뒤, 나를 보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좆됐다.

녀석은 내게 다가와 어께동무를 했다.

"이봐, 친구. 저거 자네가 해낸 건가?"

"응. 내가 했어."

"멋지군. 아아, 안심하게. 나는 자네같이 박력있는 인간을 좋아하니까.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식사라도 하고 가지 않겠나?"

초대를 받았다.

뒷주머니에 파란색 물약을 숨기고, 나는 눈을 감고 녀석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 솜, 블록 장난감이 아닌 장난감들에겐 최대한 사무적으로 대하십시오.

절대로 그들의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그들의 초대를 받는 순간, 그날 저녁 식사 메뉴는 당신이 될 것입니다.


마음 속으로 수칙서의 그 내용만을 되뇌었다.

녀석은 초콜릿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요리가 되겠지.

나는 뒷주머니에서 파란색 물약을 꺼내 마셨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과 함께, 마치 그림자와 같은 것들이 나를 응시하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는 말을 걸어오고, 또 무언가는 내게 손을 건넸다.

하지만 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니 모두가 물러갔다.

숲을 가득 채웠던 텅 빈 눈동자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나는 여기까지 왔던 길을 머릿속으로 되짚고, 권총에 금빛 탄환을 장전해 두었다.

저 멀리에 집이 보인다.

집 앞을 두르고 있는 초콜릿 벽과 문.

놈과 함께 저 집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도착했네. 잠시만 기다리게."

놈이 뒤를 돌았다.

그리고 나는 놈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탕!




부서진 초콜릿 조각들을 주워 먹고 나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그나마 파란 음료를 마신 후라서 그런가, 참을 만은 했다.

이제는 손쉽게 부서지는 자물쇠를 깨고 정원으로 들어가보니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놈의 아들인가.


"아빠...인가?"

녀석은 내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직 녀석의 기억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인가, 인지 왜곡이 불안정했나보군.

금빛 탄환을 1발 더 장전했다.

녀석에게 총을 쏘기 직전, 녀석은 어떤 버튼 하나를 눌렀다.

퍼석-

녀석이 부서진 잔해가 된 직후, 버튼에서 붉은 불이 들어왔다.

위험하다.

나는 즉시 녀석까지 먹어치우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신체 능력도 흡수가 되는 건지, 놈의 아내는 맨손으로 손쉽게 부술 수 있었다.

노인네들과 놈의 형제들까지 먹어치운 뒤에야 상황은 종결되었고, 뒤이어 카드 병정들이 침입했다.

그렇구나.

아까 그 버튼은 이놈들을 부르는 버튼이었군.

속으로 놈들이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놈들은 곧 카드 한 장을 꺼내들어 보고했다.

"개체명 - 화이트 쇼콜라에게 인지 왜곡이 적용된 것을 발견.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연행한다. 놈을 체포한 후 보고할 것이며, 10분 내로 연락이 없을 시 수배 목록에 등재하라."

제길, 수배자 신세는 확정인가.

하지만 이대로 얌전히 감옥에 갈 수는 없지.

나는 즉시 붉은 구슬을 총에 장전한 뒤 놈들을 겨누었다.

놈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본 수색대의 위치는-"

탕.

물론 그 말이 총알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카드 병정들의 시체도 요리해 먹었다.

두부 같은 맛이 나서, 구워 먹었다.

또 신체능력이 상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놈들은 친구와 하나가 되기를 원합니다.


이래서였군.

놈들이 '친구'라고 부른 사람들을 잡아먹는게.


여하튼, 그렇게 나는 으슥한 곳의 초콜릿 성, 그리고 수배자 딱지를 얻었다.

금빛 탄환은 단 2개 뿐이니 최대한 아껴 써야 하지만, 다수의 카드 병정들과도 일전을 겨뤄볼 수 있는 신체능력을 얻었으니 어지간한 일로는 탄환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노베이션 필드로 찾아가 별빛 궁전에 입장할 자격을 갖추는 것.

별빛 증표.

통행 허가증.

그리고 달의 파편.

내일부터는 그것들을 모아야 한다.



지금 나는 수칙서의 내용을 한참이나 벗어난 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수칙서조차 씹어 삼켰다.

먹어서 능력을 얻는 건 수칙서조차 마찬가지였는지, 직감이 한층 강화되었다.

이거라면 앞으로 살아남는 데에 큰 도움이 되겠지.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었다.

지금부터 나는,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방법으로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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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어그릴스(115.136)

    이것은 곰의 초콜릿 부분이지요. 생각보다 맛은 없지만,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이죠ㅎ

    2024.10.07 11:29:02
    • (211.36)

      ㅋㅋ

      2024.10.09 15:38:11
  • ㅇㅇ(59.5)

    설마 이 수배자 동석햄인가...?

    2024.10.12 23: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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