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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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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구라고?"
할머니가 담배를 거칠게 비벼서 끄며 물었다. 아, 저건 화난 거다.
"할머니, 일단 화내지 마시고..."
"화 안 났는데?"
"났잖아요."
내가 보기에 저건 자격지심이다. 신력이 점점 떨어지니 괜히 부아를 내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오자마자 찾아온 이유를 맞췄겠지.
"질문을 했는데 왜 답이 안 와?"
다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본다.
"네, 서울 24시 유소은 기자입니다. 이쪽은 취재 보조원이고요."
"기자가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와?"
"혹시 최명순 씨라고 작년에 오셨던 분, 기억하세요?"
"누구?"
"그... 아드님이 두 눈을..."
"아아. 눈깔 뽑고 뒈진 놈의 애미?"
평소보다 말이 거칠다. 다시 한번 진정시키려고 입을 여니 곧바로 다른 대답이 나온다.
"곧 그렇게 될 놈이 저기 있긴 하지."
할머니가 가리킨 곳은 신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신야가 자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죠?"
"그 아들놈이랑 똑같은 꼴을 당할 놈이 저 안에 있다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같은 꼴을 당한다뇨? 눈을 뽑아요?"
"작년에 너무 늦게 온 어미가 있었어. 뒈지기 직전에 와서 '어떻게 된 건가요'라고 물어보니. '구해주세요'도 아니고."
"그래서요?"
할머니가 목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대며 말한다.
"여기에 칼이 찔리기 직전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해? 바로 뒈졌지."
"근데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없는 일도 아니다. 시기를 놓쳐서 너무 늦게 오는 경우는 종종 있으니까. 그런데 유난히 화가 나 보였다.
"그놈이 뭘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그놈 때문에 사흘 밤낮을 차사에게 시달렸어."
"아무것도 안 하셨다면서요?"
"뭘 할 수가 없었지! 근데 망자가 안 보인다고 어디 갔냐고 날 괴롭히더라니까! 신령님 안 계셨으면 나라도 데려갈 기세였어."
진저리가 친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저승사자의 괴롭힘이라니. 처음 들었다. 물어본 적도 없지만.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고 하면서 아주 잔뜩 뿔이 나 있더라니까."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기자 뒤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혹시 의정부에 있는 일영도사라고 아십니까?"
"알지. 걔 요즘도 뭘 해? 할 수 있는 게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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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원래 옛날부터 별 헛소리는 다 하고 다녔어."
보조원의 말을 듣던 할머니가 짧게 평가했다. 문제는 그럴듯하게 들린다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앞뒤가 맞지 않나요?"
어느새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가 연기를 뿜어내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개뿔."
"네? 왜요?"
"그게 악신이면 내가 쟬 신당에 들였겠니? 벌써 쫓아냈지. 기껏해야 원귀야. 악신이 그리 쉽게 되는 줄 아나."
듣고 보니 이 말도 그럴듯했다.
"그래도 대충 돌아가는 꼴은 알겠다. 내가 아직 신빨이 다 죽은 건 아닌가 보네."
"네?"
"일단 신당 안에 집어넣길 잘했다고."
"알고 집어넣으신 거 아니였어요?"
내 말에 할머니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뭘 알아? 잠이라도 편히 재우려고 일단 들여보낸 거지. 그년이 조금 느려지긴 했어도 이미 지척까지 왔을 거야."
"그럼 도망이라도 가야..."
"이게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너 진짜 신 받을 생각이 없구나?"
"없는데요."
그러자 한숨을 쉬고는 시계를 쳐다본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으니 그동안 물어보고 싶은 거 다 물어봐."
"누가 와요? 원귀?"
그러자 할머니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사람은 눈으로도 욕을 할 수 있다. 취재 보조라는 남자가 물어봤다.
"먼저, 저희는 ㅇㅇ역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무속적인 방법으로 ㅇㅇ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난 못해."
눈으로 날 슬쩍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몸주신이 천신인 주제에 자기 운명을 미루려고 발악하는 놈한테 누름굿 해주다가 신력이 다 빠져서. 기도터 간다 해도 뭐가 될 것 같지도 않고."
아. 나 때문이었구나.
"그럼 다른 분이라도 소개해 주실 분이 있나요?"
"일영이는 뭐라는데?"
"무당 한둘로는 부족할 거라고요."
"그럼 그 말이 맞을 거야. 그놈이 옛날부터 견적을 잘 냈거든. 소개는 시켜줄 수 있는데 장담은 못 해."
"혹시 무당분들이 오게 된다면 귀신들을 다 잡아주신다거나,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할 수 있다던가..."
그러자 할머니가 나에게 보냈던 눈빛을 그들에게 보냈다. 저거, 분명히 욕하는 거다.
"너네는 우리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가 무슨 초능력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네?"
"영가들을 잡긴 뭘 잡아. 그렇게 업을 쌓으면 우린 그걸 어떻게 풀라고?"
"안되나요?"
"되겠니? 우리들은 그저 달래서 차사들을 잘 따라갈 수 있게 도와주거나 원을 풀어주거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뿐이야.
무슨 영화에서 악귀 죽이듯이 다 잡아서 조질 수 있는 줄 아는 거야?
아니, 그리고. 사람들 못 들어가게 막는 건 경찰한테 맡겨야지 왜 무속인들한테 해달라고 해?"
"그럼 악신이나 악귀 같은 게 나오면 어떻게 하는건가요?"
"그럴 땐 그런 소명을 받은 애들이 나와서 처리하는 거지. 일반적인 무속인들이 그거 할 수 있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사기꾼이다."
"봉인을 한다 거나..."
그 말에 할머니는 그저 헛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때, 할머니의 핸드폰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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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님, 오랜만입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앉아 있는 기자와 보조원에게도 꾸벅 인사를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독한 놈이 붙었어. 이미 여러 명 잡아먹은 년이야."
그러면서 신당을 가리켰다.
"일단 저기서 재우고 있으니까 법사님이 들어가서 한번 봐줘. 난 방법이 안 떠올라."
법사라 불린 남자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신당에 들어가더니 조용히 문을 닫았다.
"할머니, 저분은 누구세요?"
"나보다 똑똑한 놈."
잠시 뒤, 법사가 나와서 할머니 옆에 앉았다. 어쩌다보니 테이블 가득히 사람이 둘러앉게 되었다.
"골치 아프실만 하네요."
"그렇지? 방법이 있나? 작년엔 눈을 뽑고 죽은 애가 있을 정도로 독한 년이야. 오죽하면 일영이가 악신이라고 착각할 정도였으니."
"일영법사님?"
"지금은 도사라 하던데. 맞나?"
갑자기 질문을 받은 보조원이 대답했다.
"네. 제게 일영도사라고 했었습니다."
"도사는 무슨..."
잠시 궁시렁거리던 할머니는 법사에게 재차 물어봤다.
"그래서, 방법이 있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어디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조선시대 원귀인 줄 알았어요. 뭐가 저리 깊어."
"알아. 그러니까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은 있냐고."
"차사를 직접 대면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
그 말에 할머니도 뭔가를 깊이 생각해 본다.
"차사를 모시는 애가 있어?"
"강원도에 아는 분이 있기는 한데, 아마 기도터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서 데리고 오기는 힘들 겁니다."
"그럼 꽝이네?"
"아니죠. 저희가 차사를 모시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똑똑한 줄 알고 불렀더니 헛소리만 하네. 차사를 어떻게 불러?"
그러자 법사가 씨익 웃더니 말을 이었다.
"보살님. 혹시 거짓 장례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법사의 설명에 따르면, 옛 지방에서 죽음을 피하기 위하여 만든 방법이라고 한다. 준비를 거쳐서 대상자를 관에 눕혀서 장례를 치면 차사가 온다는 것이었다.
"본래는 이렇게 온 차사를 속여서 다른 사람을 데려가게 하거나 다른 뇌물을 쥐주는 것으로 죽음을 피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에는 저 악귀를 대신 데려가게 하는 방법이죠."
그 말을 들으니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할머니, 괜찮은 방법 같은데요?"
그러나 할머니는 이미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계셨다.
"사흘 밤낮을 괴롭힘당했는데, 또 보라고...?"
난 조용히 등을 토닥여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기자님은 별다른 질문을 안 하시네요?"
"...네, 뭐. 지금은 인터뷰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하니, 일이 끝난 후에 다시 여쭤볼게요. 돌아가는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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