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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나으리, 이 서찰은 반드시 보아주셔야 하옵니다.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9 18:44:15
조회 4564 추천 13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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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오나 나으리, 


이곳에 부임하셨다 하여 차마 반기지는 못하겠사옵니다.


벼슬길에 오르신 이래 승승장구하시다가 높으신 분들의 눈 밖에 나 결국 이 외딴 고을까지 좌천되셨으니, 


어찌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허나 어명을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소인은 그저 나으리께서 무탈히 계시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하오나, 이곳은 예부터 기이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오니 부디 경솔한 행보를 삼가시옵소서.


이 고을은 삼남 지방의 작은 읍현이나, 본디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는 사건들이 많사옵니다. 


아래 규칙들은 기이한 일을 겪고도 살아남은 자들이 후일을 대비하여 남긴 것이오니, 


부디 허투루 여기지 마시옵소서.




첫째, 밤이 되면 순라군이 돌지 않사옵니다. 


허나 시시각각 ‘순라 돌고 가오’라 외치는 자들의 소리가 들릴 것이나, 결코 답하지 마십시오. 


응답했던 자들은 이튿날 벽에 기대어 앉은 채 목이 꺾인 모습으로 발견되었사옵니다.




둘째, 매월 초닷새, 고을 유지들이 잔치를 청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자들은 다음날 다시는 보지 못하였사옵니다. 


연못가를 뒤져보면 검붉게 물든 비단 옷자락이 이따금 떠오르나, 아무도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셋째, 공청 문을 두드리는 자는 산 사람이 아니오니, 부디 문을 열지 마십시오. 


예전에 문을 열었던 서리는 이후 제 손으로 두 눈을 찌른 채 죽어 있었으며, 그의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이 관아 기둥에 아직도 남아 있사옵니다.




넷째, 서고의 서책들은 스스로 자리를 옮기곤 하옵니다. 


허나 제자리에 돌려놓으려 했던 아전이 다음 날 책장 속에서 사지가 꺾인 채 끼여 죽었사오니, 


그저 있는 그대로 두시옵소서.




다섯째, 이방이 한밤중에 "이 고을을 떠나고 싶소이다"라고 말하거든 절대 대답하지 마십시오. 


이방은 오래전 한양으로 떠나려 가족들과 함께 사라졌다 나타났으며, 이후 그의 그림자가 낮에도 바닥에 비추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그와 같은 말을 하게 되는 순간, 나으리께서도 그리 될지 모릅니다.




여섯째, 감나무에 까마귀 떼가 몰려드는 날은 절대 문을 열어서는 아니 됩니다. 


예전에 밖으로 나선 이가 있었으나, 다음 날 처마 밑에서 발뒤꿈치로만 서 있는 형체로 발견되었사옵니다. 


그 형체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는 말도 전해지나, 끝내 아무도 확인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일곱째, 벗이나 친지가 불현듯 찾아오거든 반드시 하인을 시켜 돌려보내십시오. 


사흘 길을 하루 만에 올 수 있는 자는 없으며, 따라나섰던 이는 모두 초승달이 뜰 무렵 깊은 산속에서 백골이 되어 발견되었사옵니다.




여덟째, 고을 외곽 숲길에서 흐느낌이 들리더라도 절대 발걸음을 멈추지 마십시오. 


오래전 그 길을 지나던 객이 흐느낌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가, 며칠 후 서낭당 기둥에 온몸이 비틀린 채로 묶여 발견되었사옵니다. 


이곳 사람들은 그저 그 자를 모른 체하며 땅을 보며 지나칠 뿐이었나이다.




아홉째, 보름밤이면 창을 걸어 잠그고, 누가 부르더라도 대답하지 마십시오. 


예전에 이를 무시한 사또댁 마님께서 창 너머에서 자신의 이름을 듣고 문을 여셨으나, 이튿날 피 묻은 비녀만이 마당 한가운데 꽂혀 있었사옵니다.




열째, 연못가에 붉은 옷을 입은 아이가 놀고 있을 때는 절대 말을 걸지 마십시오. 


그 아이는 이승 사람이 아니며, 말을 건 자들은 사흘 뒤 연못에서 붉게 부푼 채 떠오르나이다.




열한째, 빈집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 


그 소리를 따라간 자들은 그 자리에서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끝내 혀를 깨물고 죽었사옵니다.




열두째, 장터에서 허공을 향해 이야기하는 이를 보거든 눈을 마주치지 마십시오. 


그들은 며칠 내로 스스로 두 눈을 찔러 실명할 것이나, 그리되기 전까지 자신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열셋째, 한밤중에 북소리가 들린다면 절대 따라가지 마십시오. 


그 북소리를 따라간 역졸은 끝내 돌아오지 못하였으며, 이듬해 빈 무덤에서 북소리가 울렸사옵니다.






부디 나으리께서는 이를 허언으로 여기지 마시고, 이 고을에서 무사히 지내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나으리께서 이 서찰을 펼치셨을 때, 이미 이곳의 눈길이 나으리를 향하고 있사옵니다. 


저잣거리의 장사꾼도, 관아의 아전도, 나으리를 보며 속내를 감춘 채 목례를 할 것이오나, 


그들의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문다면 부디 조심하시옵소서.


전임 사또께서는 처음 이 규칙을 듣고 ‘어리석은 미신’이라 일축하였사온데, 결국 반년도 채우지 못하시고 사라지셨사옵니다. 


대신 나으리께서는 이 서찰을 읽고 계시니, 소인 또한 조금은 희망을 품고 있나이다.


이 고을은 그저 헛된 풍문으로만 가득한 곳이 아니옵니다. 


어떤 이들은 오래도록 살아남았고, 그들은 끝내 어디론가 떠났으며, 다시는 소식이 닿지 않았사옵니다. 


나으리께서도 언젠가 이곳을 떠나시겠으나, 


그 선택은 오롯이 나으리께 달려 있사옵니다.


부디 오래 버티시옵소서. 



더 이상 이곳에 대해 알려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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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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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4.48)

    조선 규칙서 괴담이라 색달라서 좋네

    03.19 23:55:06
  • ㅇㅇ(211.234)

    맛좋은 글 이로다

    03.20 00:01:42
  • ㅇㅇ(121.139)

    배경이 옛날이라 색다르다

    03.20 09:32:44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개추
    03.20 12:04:02
  • ㅇㅇ(220.72)

    읽는동안 머릿속에서 영화 한편 뚝딱이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03.20 12:57:43
  • ㅇㅇ(118.235)

    와 맛있다....

    다만 9번에 살짝 말얹자면,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경우에는 가족 특히 부인을 데려갈 수 없었으니 다른 인물로 바꿀 수 없을까...?

    03.20 14:48:40
    • nimkoes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목 설치 당시에는 지방관만이 임지에 부임하고 가족의 동반은 허용되지 않았으나, 986년 8월에 12목에 대해 가족과 함께 부임하는 제도적 조처가 이루어졌다."
      출처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4208

      이미 고려 때 그 제도가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음. 그래도 이런 피드백은 고마워.

      03.20 14:56:04
  • ㅇㅇ(125.128)

    이런거 좋아 원래도 시대물 좋아하는데 조선시대 배경 괴담이라 색달라서 잘봤어!!!

    03.21 23:46:46
  • ㅇㅇ(129.97)

    맛이따

    04.16 23: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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