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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아이구, 내 귀한 손아. 내 가거들랑 보거라.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1 00:15:12
조회 2927 추천 7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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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읽을 적엔, 나는 이미 저승길에 접어들었을 게다. 


네가 세상에 나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이리도 장성하였구나. 


세상사라는 것이 그리 호락하지 않으나, 


이 법도만 잘 지킨다면 그 어떤 잡귀도 감히 너를 넘보지 못할 것이니라.


우리 집안은 대대로 무당의 길을 걸으며 귀신과 더불어 살아온 터,


그 법도를 어기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니라. 


혹여 법도를 어기면 몸을 잃고 혼이 흩어지며,


조상의 노여움이 등에 붙어 한시도 떨어지지 아니할 것이니, 


부디 귀 기울여 듣고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따르거라.





一. 子


쥐가 너를 바라보거든, 네가 먼저 눈길을 돌리거라. 


귀신이 쥐의 눈을 빌려 너를 엿볼 수도 있는 것이니라.


子時에 쥐 우는 소리를 들으면, 방문을 살짝 열어 두어야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네 그림자가 네 것이 아닐 수도 있느니라.


쥐를 죽이지 말어라. 


쥐는 도깨비와 친한지라, 그 원한이 도깨비의 장난이 되어 너를 해할 것이니라.




二. 丑


소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지 말어라. 


소의 눈에는 전생의 기억이 깃들어 있으니, 네가 볼 것이 아니니라.


소의 혀가 붉게 보이면, 그날 밤엔 절대 밖으로 나서지 말어라. 


그것은 살(煞)이 드리운 징조니라.


만약 소가 네 앞에서 무릎을 꿇거든, 그 자리를 떠나거라. 


그곳엔 이미 죽음이 내려앉았느니라.




三. 寅


寅時에는 거울 보지 말어라. 


범이 사람의 얼굴을 빌려 너를 지켜보느니라.


범꿈을 꾸었거든, 누군가 네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말어라. 


그 부름이 산 사람 목소리가 아닐 수도 있느니라.


산속에서 범 울음소리를 들으면, 세 걸음 뒤로 물러나거라. 


그대로 서 있으면 네 발 아래 땅이 더 이상 사람이 딛는 곳이 아니니라.




四. 卯


달 보고 실없이 웃지 말어라. 


달 속엔 토끼가 아니라, 네 조상이 너를 내려다보고 있을 수도 있느니라.


토끼가 집 근처에서 죽어 있으면, 문 앞에 붉은 천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혼이 떠돌며 문턱을 넘으려 할 것이니라.


만약 토끼가 너를 따라오거든, 네가 먼저 걸음을 멈추어야 하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되돌아올 길이 사라질 것이니라.




五. 辰


비 오는 날, 강물에 비친 네 그림자를 살피거라. 


그것이 찢겨 있으면, 그 해에는 물을 조심해야 하느니라.


용꿈 꾸었을 적에는 칼 잡지 말어라. 


네 운명을 네 손으로 끊어낼 수도 있느니라.


벼락 치는 날, 큰 나무 아래서 기도하지 말어라. 


용 내려올 적에 사람 넋도 함께 가져가느니라.




六. 巳


길에서 뱀이 앞을 가로막으면, 다른 길을 찾아가거라. 


구태여 네 운명을 시험치 말어라.


뱀 허물을 보면 불태우거라. 


그것이 허물이 아니라, 죽은 자의 잔해일 수도 있느니라.


꿈속에서 뱀에게 물렸거든, 그 날은 물 마시지 말어라. 


네 안에 독이 퍼지니라.




七. 午


말 발굽 소리가 들리거든 서둘러 길을 비키거라. 


그 위에 탄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일이니라.


正午에 말을 마주하면, 등을 보이지 말어라. 


그것이 네가 아는 말이 아닐 수도 있느니라.


말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면, 즉시 그곳을 떠나거라. 


그것은 혼령이 지나는 소리니라.




八. 未


양의 피는 함부로 땅에 흘리지 말어라. 


귀신은 피 냄새 쫓아오는 것이니라.


양이 이상한 소리를 내거든, 네 손톱을 살피거라. 


그날 밤, 네가 아닌 다른 자가 그것을 깎으려 하느니라.


양이 죽은 채 발견되면, 그 곳을 피하거라. 


그 곳은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니라.




九. 申


숲에서 잔나비를 마주하면, 절대 말 걸지 말어라. 


너는 이미 놀이에 말려든 것이니라.


잔나비 울음소리가 들리면, 손톱을 세 번 마주치거라. 


귀신과 잔나비는 같은 소리를 내느니라.


꿈에서 잔나비가 웃으면, 불을 켜고 자거라. 


너의 그림자가 사라질 수도 있느니라.




十. 酉


닭이 밤에 울거든 즉시 문을 걸어 잠그거라. 


그 소리는 너를 부르는 것이 아니니라.


만약 닭이 너를 피하거든, 몸을 살피거라. 


너는 이미 표식을 가진 것이니라.




十一. 戌


개가 허공을 향해 짖거든, 네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 


그곳에는 네가 보아선 안 될 것이 있느니라.


개가 네 손을 핥거든, 즉시 소금을 뿌려라. 


네 손에 남은 것은 개의 침이 아닐 수도 있느니라.




十二. 亥


돼지가 너를 바라보거든 너도 바라보아라.


먼저 시선을 피하는 쪽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니라.


돼지고기를 먹을 적에는 조상 이름을 부르지 말어라. 


그것은 네게 올 저주를 부르는 행위니라.




十三. 門


문지방을 밟지 말어라. 


문지방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이니라.


밤 열두 시가 지나면, 누군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말어라. 


부르는 것이 사람의 목소리라 해도 믿지 말어라.


문 앞에 신발을 가지런히 놓거라. 


한 짝이라도 흐트러지거든, 누군가 이미 너를 찾아온 것이니라.




十四. 火


밤에는 촛불을 함부로 불어 끄지 말어라. 


숨으로 꺼진 불은 귀신을 부르는 것이니라.


불빛이 깜빡이면, 그 자리를 떠나라. 


그것은 너를 지켜보는 눈이 있느니라.


꿈에서 불이 타오르거든, 조심하거라. 


네가 잃을 것이 생겼다는 뜻이니라.




十五. 影


해 질 녘, 그림자가 사라지거든 그날은 길을 나서지 말어라. 


네 것이 아닌 것이 너를 따라갈 것이니라.


두 개의 그림자가 보이면, 네 뒤를 조심하거라. 


하나는 네 것이 아니니라.


거울 속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면, 절대 등을 보이지 말어라.




十六. 時


돌아온 길은 다시 가면 안 되느니라. 


그 길은 처음 네가 왔던 길이 아닐 것이니라.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조상의 이름을 부르지 말어라. 


그것은 아직 어둠 속에 머물러 있느니라.





내가 떠난 뒤로 사흘 동안은 기어이 불을 끄지 말어라. 


내 온기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는, 너 또한 이 집 또한 위태로울 것이니라.


사흘째 되는 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거든 절대로 열지 말거라.


문 앞에 선 것이 누구라 하나, 그것은 산 사람이 아닐 것이니라.


그날 밤만 무사히 넘긴다면, 이후로 너는 무탈할 것이니라.



손아, 세상은 험한 법이다. 


귀신보다 두려운 것이 사람이요, 운명보다 무서운 것이 네 마음속 두려움이니라. 


겁먹지 말되, 그리하여 방심함도 없도록 하거라.


나는 여기서 너를 기다릴 것이다.


언제든 길을 잃거든, 꿈길이라도 나를 부르거라.


나는 끝내 너를 떠나지 아니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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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21.167)

    ㄴㅇㄱ

    03.21 09:48:49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무당 한번하기 힘드네 ㅋㅋㅋ - dc App

    03.21 09:57:16
    • nimkoes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그것이...무당의 길!

      03.21 11:12:00
  • ㅇㅇ(203.241)

    제목만 보고 또 진부한 할머니 편지인가 했는데 아주 재밌게 잘봤어

    03.21 11:08:37
    • nimkoes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고마워! 쓸때는 박수무당을 염두에 둬서 할아버지로 생각하고 쓴거긴 해ㅋㅋ

      03.21 11:13:00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6
    03.21 16:23:16
  • ㅇㅇ(59.13)

    조사 잘하셨네요, 맞는것도 몇개 있고

    03.22 07:18:12
  • ㅇㅇ(121.144)

    운명보다 무서운건 마음속 두려움 멘트 ㅅㅌㅊ... 글들 읽다보면 괴담에서도 인상깊게 오래 남는 문장이 있는데 딱 저랬음.. - dc App

    04.01 01: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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