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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2025년 1월 1일
아 엄마 보고 싶다.
눈을 떠보니 웬 폐교더라.
창문은 죄다 깨져있고, 바닥은 유리 파편 천지고..
그리고 기분 나쁜 쪽지 하나.
뒤돌아보지 마
안 그래도 새빨간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어 보기 싫어도 읽을 수밖에 없더라.
설마 피로 쓴 건 아니겠지?
솔직히 존나 쫄았는데, 사람이 이 정도로 긴장하니까 오히려 침착해지더라.
일단 여길 나가야겠다 싶어서 그냥 존나 달렸어.
사실 학교란 게 구조는 다 비슷하잖아?
교실 나가면 복도고 중앙계단 내려가다 보면 입구고.
다시 올 일은 없을 테니 출구겠지만.
근데 복도가 좀 많이 길더라고?
길다고 하는 게 맞나?
분명 중앙 계단은 눈에 보이는데
아무리 다가가도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
축지법을 반대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이쯤에서 정말로 생생한 꿈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
근데 아직도 꿈에서 깨질 못했네 니미 씨발. 거지 같다 진짜
그렇게 하염없이 달리다 지쳐서 걷고 있었는데,
앞에 갑자기 뭐가 나타나더라?
그건 진짜... 징그러운 건 나름의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
팔다리가 주렁주렁 달린 지네 같은 게 관절을 마구 뒤틀며 다가오는데
고개도 달랑거리고, 소리도 꺅꺅지르고, ...소리는 내가 지른 건가?
쨌든 다행이었던 건... 내가 겁이 많았단 거야.
뒤돌아 도망칠 생각도 못 하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어.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고. 하하.
그걸 네가 봤어야해.... 씨발 진짜...
근데 그 새끼... 나한테 다가올수록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라?
체감상으로는 1분 넘게 보고 있었는데 나중엔 그냥 제자리에서 걷는 느낌?
긴장도 풀리고 슬슬 도망칠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
어째 느려지는 게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
결국 내 코앞까지 다가오더니... 그냥 되돌아가더라.
이때 아차 싶었어.
얘는 내가 '뒤돌아' 도망치길 바랐구나.
뒤돌아보지 말란 게 이런 뜻이구나 그제야 깨달았지.
차라리 뒤에서 큰소리를 냈으면 나도 모르게 뒤돌아봤을 텐데.
...이 새끼 좀 모자른가?
2025년 1월 2일
눈을 떠보니 집이더라.
어제 되게 고생한 것 같긴 한데.. 몽롱하니 기억이 잘 나지 않음.
앞에선 온갖 거지 같은 것들이 나오고, 뒤에선 큰 소리가 나거나 익숙한 목소리로 부르고,
여자 신음 소리 냈을 떈 나도 모르게 뒤돌아볼 뻔했다 개새끼야.
학교를 나와 무작정 걸었더니... 어느 순간 집이었던가? 기억이 유독 흐릿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때까지는 웬 개꿈을 꿨나 하고 있었어.
근데 방을 나가서 부엌에 있는 엄마를 보는데...
직감적으로 알 수 있더라.
저거 우리 엄마 아니야
목소리도, 말하는 말투도, 하는 행동도 똑같은데
생물로서의 감인지 아니면 아들로서의 경험인지.
그냥 직감적으로 알 수 있더라.
저건 절대로 우리 엄마는 아니야.
그래도 꿈자리도 뒤숭숭했고, 내가 미친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내 생일을 물어봤더니 바로 대답하더라?
우리 집은 음력 챙겨서 그 날짜 아니야 이 개새끼야.
2025년 1월 3일
엄마 같은 것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소시지 야채 볶음과 계란말이, 그리고 김치찌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한 상을 잔뜩 차려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TV에 저 연예인은 늙지도 않는다느니,
항상 하던 대화와 늘 먹던 밥.
혹시 내가 잠시 미쳐있던 건 아닐까?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던 걸지도 몰라.
상당히 괴상한 꿈을 꿨었으니까, 정신적 충격이 있었던 거일 수도 있어.
내일은 엄마랑 같ㅇ
와 씨발 김치찌개 존나 맛없네.
저거 우리 엄마 아니야.
2025년 1월 4일.
생각을 해 봤는데 저거 저 괴이는 내 기억과 지식에 의존하는 것 같다.
김치찌개는 사람이 먹을 맛이 아니었는데 쏘야는 먹을만했어.
김치찌개는 내가 직접 끓여본 적이 없으니까,
조리법을 알 수 없어서 맛이 그따위였던 거야.
평상시에 요리 유튜브 좀 자주 봐둘걸...
아니 이 경우엔 오히려 몰라서 다행인 건가?
2025년 1월 5일.
내가 의심한단 걸 눈치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숨기길 포기한 건지
점차 노골적으로 변헀다.
갑자기 뒤에서 부르질 않나,
어머 저것 좀 보라며 내 뒤에 TV를 가리키질 않나
자고 있는데 굳이 뒤쪽에서 깨우질 않나.
밥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내 뒤로 숟가락 던지는 건 신박했어.
절대 안 속아 그러니까 나 좀 제발 놔줘 이 괴이새끼야.
2025년 1월 7일
왜 난데
세상 사람 많은데 왜 하필 난데 이 개새끼야 진짜.
외동아들이라 우리 엄마 챙길 사람 나밖에 없다고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이 괴이새끼야
맛대가리 없는 김치찌개 그만 쳐 끓여오고 집에 보내줘 제발
2025년 1월 8일
이 녀석은 내 엄마 행세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다 눈치 깠다고, 절대 안 속는다고
너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사람 찾으라고
개지랄을 떨었는데 멋쩍게 웃기만 하더니
나중에 찾아와 우리 아들 믿는다 다 괜찮다 이딴 소리만 하고 있다.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지 말고 집에 보내줘
아니면 김치찌개라도 잘 끓여보던가 좀
2025년 1월 10일
절대 안 속아 개새끼야.
집에 보내주세요 제발
2025년 1월 13일
방문을 잠가도 어느샌가 열고 들어온다.
나 좀 내버려둬 너 우리 엄마 아니잖아.
2025년 1월 15일
엄마 저거의 팔이 부러졌다.
장보고 오는 길에 자전거랑 부딪혔더라나 뭐라나.
잘 안 통하니까 이젠 동병상련 작전으로 가겠다?
반대 팔도 부러뜨리고 오지 그랬어.
2025년 1월 16일
씨발 거지 같은 새끼야.
우리 엄마인척하지 말라고.
한 팔엔 깁스 차고 끙끙거리면서
밥상 차려다 바치면 감흥이라도 있을 줄 알았냐?
존나 있어 개새끼야
니가 인간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도리는 있을 거 아니야.
이 씨발... 진짜..
엄마 보고 싶다...
2025년 1월 18일
멋진 아들이라 부르기 금지.
다정한 척 쓰다듬기 금지.
항상 믿고 있다 같은 번지르르한 말 금지.
진짜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진짜...
아 엄마 보고 싶다.
2025년 1월 20일.
내가 예민했던 걸까.
어쩌면, 진짜 어쩌면
내가 미쳤던 게 아닐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사람이 뒤돌아보면 영혼이 뺏겨?
근데 직접 뒤돌아보게 하지는 못해?
그래서 몇 주 동안 남의 엄마 행세하면서 저 지랄을 해?
그렇지. 나를 속일 거면 처음에 쪽지는 왜 있었겠어.
그저, 그저 내가 잠시, 아주 잠시 맛이 갔던 거야.
평상시 얌전하던 사람도 화나면 죄다 때려 부수고 그러기도 하잖아?
나도 잠시, 아주 잠시 맛이 갔던 거일 뿐이야
오늘도 엄마는 밥을 먹으라며 나를 부른다.
오늘은 장조림도 있네.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
아, 잘 먹을게요.
...엄마
25년 1월 25일
최근 엄마도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나까지 상태가 안 좋으니,
과한 스트레스도 최근 미각이 맛이 갔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치찌개 맛이 이상했던 거구나.
엄마를 끌어안았다.
못난 아들이 미안해서, 너무나 죄송스러워서
힘든 엄마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걱정만 끼치게 하였다.
근데 엄마야.
나 말이야, 방금 생각났는데
엄마 귀 뒤쪽에 흉터 있었잖아?
내가 어릴 때 흉터 보고 멋있다고 철없는 소리도 하고 했었는데.
그래서 엄마야.
흉터 어디 갔어?
25년 1월 26일
장남 김현철 너 여기서 뒤지면 엄마 혼자 남겨진다
정신 똑바로 차려 병신같은 새끼야
뒤져도 엄마 앞에서 뒤져
소리 소문도 없이 객사해서
엄마가 니 시체 찾아 싸돌아다니지 않게
25년 1월 30일
집에 돌아가면 할 것
진짜
V
1. 엄마가 차려준 밥 먹기
2. 흉터 제거 시술 알아보기
3. 롤 골드 승급하기
4. ...
25년 2월 4일
엄마가 같이 장을 보러 가자 했다.
평소처럼 좇이나 까십쇼 하고 뻐팅기고 싶지만...
아직 깁스를 풀지 않았다.
남의 엄마 모습으로 사람 꼬드기지 말라고 개새끼야.
뒤만 돌아보지 않으면 되니까. 따라나섰다.
25년 2월 7일
개새끼가 진짜
평소처럼 장을 보고 오는 길에
뒤에서 쾅 소리가 나서 나도 모르게 뒤돌아볼 뻔했다.
교통사고가 난 것 같은데, 가짜겠지 뭐.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25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을 받았다.
진짜 엄마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여자한테 받은 초콜릿이다.
... 여자 맞지?
25년 2월 22일
집에 가고 싶다.
돌려보내줘 개새끼야
25년 3월 1일
그러고 보니 이제 개강인데, 학교는 안 가도 되나?
뭐 어떻게든 되겠지
25년 3월 14일
발렌타인데이의 답례로 사탕을 줬다.
혹시 감동해서 집에 보내주지 않을까 했는데 어림도 없나 보다.
집에 보내줘 괴이새끼야
25년 3월 27일
생일 축하해주는 건 고마운데, 우리 집은 음력 챙긴다니까?
음력 생일은 우리 엄마랑 챙길 테니까 그 전에 보내주면 안 될까?
생일 선물은 없고 대신 갈비찜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전부 따라 하지 말라고... 진짜...
엄마 보고 싶다... 씨발..
25년 4월 2일
불현듯 느꼈는데
김치찌개가 먹을만하다.
내 미각이 미친 것인지 이 녀석이 성장한 것인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25년 4월 5일
문득 보니 괴이 귀 뒤에 엄마랑 똑같은 흉터가 생겼다.
소름. 씨발.
25년 5월 1일
어린이날 선물로 집에 보내주면 안 되냐 물었더니
대학생은 어린이가 아니랜다.
그쪽을 부정하는 거냐고...
25년 5월 8일
니미 씨발 니 줄 카네이션은 없다
꺼져라 괴이새끼야.
25년 6월 20일
여름이 오고 있다.
모깃소리인 척 뒤돌아보게 하려는 건 신박했어.
오랜만이라 당할뻔했다.
절대 안 당해준다 괴이새끼야
25년 8월 2일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다.
전기료 걱정은 안 해도 돼서 좋다.
에어컨 꺼진 척 소리 내서 뒤돌아볼 뻔하긴 했다.
25년 9월 9일
저걸 죽이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 일단 보류
25년 10월 31일
김치찌개에서 점점 엄마의 맛이 나고 있다.
이 새끼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건가?
충동적으로 밥상을 엎을뻔했다. 잘 참았어.
25년 11월 21일
어쩌면 말이야. 내가 조현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씨발. 정신 똑바로 차려.
26년 1월 1일
이 지긋지긋한 곳에 온 지 1년이 됐다.
1년 채웠으니까, 집에 보내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건 없나 보다.
엄마 보고 싶다. 씨발
26년 3월 3일
갑자기 케이크를 사 오길래 뭔가 했더니
오늘이 내 음력 생일이란다.
아, 아.
아.
26년 4월 1일
이 녀석은 내 기억을 점점 정확히 구현하고 있다.
점점 이 세계가 진짜인지 구분할 방법이 사라지고 있어.
26년 5월 2일
진짜 어쩌면 내가 미친 게 맞는 걸지도 몰라.
26년 6월 7일
진짜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씨발
집에 보내달라고
내가 어려운 거 말했냐고
이제 포기하라고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꼭 살아서 돌아갈게. 엄마.
26년 9월 12일
엄마 보고 싶다.
진짜로.
27년 3월 3일
작년 음력 생일이 3월 3일이었는데
어떻게 올해도 3일이야 이 개새끼야.
가끔 보면 얘도 좀 얼빵한 것 같다.
내 기억을 베꼈으니까... 내가 멍청한 건가?
27년 6월 9일
또 모깃소리 내면서 속이는 줄 알았는데
진짜 모기였다. 씨발.
27년 12월 25일
메리 크리스마스 가짜 엄마
선물은 소원권으로 부탁해요.
소원은 진짜 집으로 보내주기.
... 또 시작이네 이 새끼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 익숙지 않다.
28년 3월 3일
갈비찜 맛있다.
28년 8월 14일
에어컨이 고장 났다.
그냥 뒤돌아버릴까 잠깐 고민했다.
30년 1월 1일
"... 보내줄게."
늘 그래 왔듯 김치찌개가 올라간 밥상을 앞에 두고,
엄마가 말했다.
아니, 이건 괴이로서 말한 것임을 나는 직감했다.
"또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보내준다고. 너 뒤도는 거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굶어 죽겠어."
"또 희망 고문하는 거면 관둬. 이번엔 진짜 패륜아가 뭔지 보여줄게."
"싹 퉁 바가지 하고는. 빨리 먹고 튀어나와"
그것과 함께 길을 걸었다.
이것과 지낸 지 5년.
솔직히, 집에 보내준다고 사기 친 것도 이미 여러 번이라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오늘 엄마와 나는 헤어진다.
"... 길고도 길었네."
"그러게, 진작 포기하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버렸어."
"아들한테 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해."
시시컬컬한 농담을 주고받지만
웃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웃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너 말이야. 김치찌개에 왜 이리 집착해?
정작 너희 엄마가 끓여줬을 땐 잘 먹지도 않았더구만."
"그야... 첫날에 먹은 김치찌개는 더럽게도 맛없었으니까.
여기가 가짜라는 걸 상기시켜 주는 역할이 됐지 뭐."
'가짜라...'
그녀가 낮게 읊조렸지만 분명 들었다.
갑자기 뒤에서 울려지는 강력한 파열음에 살짝 놀랐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내 뒤를 쳐다본다.
교통사고라도 난 모양이다.
뭐, 그래 봤자 가짜겠지만.
"에이, 이젠 놀라지도 않네."
"더한 것도 많이 겪어서 뭐... 그래서, 오늘은 이게 다야?"
"글쎄, 갑자기 내가 쓰러지면 뒤돌아봐 줄래?"
"저기 코너 있으니까 한 바퀴 빙 돌아서 오면 되겠네"
"재미없긴"
2년 전 인가 3년 전, 엄마가 갑자기 길가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물론 가짜지만, 남의 엄마랑 똑같은 모습으로 쓰러지지 말란 말이다.
몇 년이 지나 온갖 수법을 넘긴 그때의 나한테도 이건 꽤 쇼크였다.
물론 기지를 발휘하여, 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크게 한 바퀴 빙 돌아서 오니까 멀쩡히 서 있더라.
개새끼야 진짜.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다 문 듯 정신을 차리니,
유난히 익숙한 길이 보였다.
여긴...
"집으로 가는 길이지."
"진짜 집으로?"
"그래. 썩 꺼져버려."
우체국 맞은편 슈퍼마켓.
모퉁이를 돌면 문구점... 은 망했고 나중에 들어선 호프집
그 건너편 미용실.
그리고, 우리 집.
"너희 집은 기억하지? 문 열고 들어가면, 원래 집일 거야. 잠에서 깨듯이 일어날 거고"
"돌아가면, 나는 5년 동안 자고 있었던 거야?"
"깨면 5년 전 그날일 거야. 아 며칠 지났을지도. 사람을 살려 돌려보내는 건 처음이라 정확하진 않네"
"집에 보내는 척 또 사기 치려는 생각인 거 다 알아."
"믿지 말든지. 어차피 깨면 다 잊어버릴 꺼야. 여기서 있던 일도,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도."
"하 지긋지긋했고, 나는 갑니다. ...뭐 그쪽도... 잘 지내시고."
"그래 잘 가고. 내가 말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가능 동안 알지?
"뒤돌아보지 마"
사내는 길을 나섰고,
이내 뒤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감이 좋았다.
생물로서의 감인지 아들로서의 경험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쓰러졌다. 그리고 이번엔 아마 진짜일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이곳의 유일한 규칙이자,
괴이가 어머니로서 선택한 유일한 결과이기에.
사내는 눈물을 훔치고 문을 열었다.
처음엔 그저 모방할 뿐이었다.
사내의 기억을 읽고, 그의 어머니인 척 행세를 했다.
김치찌개를 먹은 기억은 많았으나 직접 요리한 기억은 없었기에,
첫날 만든 김치찌개는 가히 최악이었으리라.
괴이는 사내의 기억을 읽었다.
사내가 기억하던 김치찌개의 맛은 물론,
지나가다 TV에서 본 김치찌개 레시피,
사내의 어머니가 식사 중 한두 마디 던진 말들,
사내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그녀는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괴이는 사내와 어머니와의 모든 추억을 읽었다.
시시콜콜한 대화 하나하나 전부 들었고,
같이 먹었던 식사를 모두 맛보았고,
같은 광경을 보았다.
모든 행동을 따라 했고,
모든 감정을 따라 느꼈다.
모든 것을 모방했다.
괴이는 몰랐다.
진작에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섰으면 됐음에도
마지막까지 사내와 함께한다는 미련한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정신이 무너져가는 사내에게
굳이 같은 생일을 두 번 챙겨줌으로써 여지를 준 것도,
과거의 자신이었음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을 하게 만든,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감정이
다름 아닌 모성애였음을.
괴이는 몰랐다.
'뒤돌아보지 마.'
이름 모를 괴이 하나가,
낮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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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ㄴㅇㄱ
아 이런 감동은 반칙이잖어.....
우는중
ㅠㅠ
엄마괴이야ㅜㅜ
그... 감동적이긴 한데 괴담은 아닌 듯
아이피 똑같네
어머니.... - dc App
돌아가신 엄마 생각나서 슬펐다,,잘먹었음
괴이한테 언어 알려주는 글 같네 ㅠㅠㅠㅠ
야 이게 뭐야 ㅠㅠㅠㅠ 왜 슬프게 하냐 ㅠㅜㅠ 엄마한테 전화할거야 - dc App
슬픈 글은 잘 안 보이는데 완전 잘 썼네..
흑믑 - dc App
이게 괴담인지 괴담 그 자체를 소재로한 단편소설인지는 헷갈리는데
맛은 존나게 좋다야
개추 - dc App
대단히 훌륭합니다....대단히 맛있습니다....
피 한방울 안흘리면서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부분이 특히 훌륭합니다...
이건 또 존나 새롭네
인상깊은 글이었다
잘썻다
잘썼네
내가 본것 중에 최고다 ㄹㅇ로
슬프고 씁쓸하네
재밋누
추천수높은거 다이유가있네 엄청난명작이다
와..
모방하다 감정까지 모방해 버린건가.... 애틋하네
평가에서 제외 / 다른 글로 다시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 dc App
띵작
추천추 주작된게 오히려 아쉽네 진짜 괜찮은데
명작이네
괴이도 울었다 - dc App
아 논란 생긴거 알고 난 후에 읽었는데 그게 아쉬울 정도로 띵작 맞네… 개슬픔
맛있네
엄마괴이야..ㅠㅠ
ㅠㅠㅠㅠ 엄마괴이야 ㅠㅠ
이게 개추 조작 논란땜에… 넘 아쉽다ㅠ
뒤돌지 말라길래 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왔던 그거처럼 부활하는 과정인줄 알았는데 아니네
진짜 미친놈같다.... 괴담인 듯 괴담은 아닌 게 날 미치게 한다 정말
좆까 괴이새끼야 엄마 행세하고 있어 씨발 잘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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