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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심연을 들여다보는 방법

단편괴담싸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1 16:25:41
조회 5684 추천 151 댓글 9
														

<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


< "선악의 저편에 나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이지." >


레이크 선생의 수업을 듣던 중, 나는 귀를 후비며 선생에게 말했다.


"선생님, 그럼 그 심연은 어떻게 들여다보는 거예요?"


< "잭, 여기서 심연이란 종교나 도덕" >


< "혹은 그와 같은 절대적 가치를 상징한다." >


< "즉, 심연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


< "종교나 도덕과 싸우다가" >


< "자기 자신이 신앙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


< "이렇게 말하면 조금 어려우니, 풀어서 설명한..." >


"뭐야~ 결국 별거 아니란 소리잖아요."


"그냥 종교나 도덕하고 싸우다가 그들과 똑같아지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게 알기 쉽지~ 니체도 겉멋 든 멍청이네~"


< "네가 그러니까 낙제점을 받는 거다!!" >




.

.

.

.

.

.




"그 망할 선생은 항상 나한테만 지랄한단 말이야."


"나는 그냥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만의 장소에 도착했다.


숲속에 있는 이 비밀스러운 곳은 마을 사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장소다.


팔베개를 하며 수풀 사이에 누웠다.


벌레 울음소리조차 없는 이 고요함이 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지 입으로는 정직하게 살라고 하면서~"


"정작 학생이 정직하게 말하면 좆같이 대하지~"


"응?"


한 번도 본 적 없는 커다란 검은 구덩이가 보인다.


"뭐야, 이 구덩이는?"


빛조차 집어삼켜지는 완전한 어둠


그 아득한 어둠이 궁금해져 양손으로 땅을 짚고 안을 들여다본다.


"분명 방금 전까진 없었는데?!"


그 순간, 그 끝없는 어둠은 갑자기 팽창하며


발 디딜 땅을 잃어버린 나는


    갑작스럽게 땅 밑으로,

                   

               암흑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뭐야 이건?!"


                                                "누가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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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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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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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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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리 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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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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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누구야?!"



"내가 할 소리야."


"물어본 건 나라고!"



"여기는 내 영역이야."


"멋대로 들어온 건 너잖아."



"들어온 게 아니야! 떨어진 거야!"


"그게 그거지"


"너! 인간이야?! 괴물이야?!"



"궁금하면 눈을 떠서 보면 되잖아."



"장난해?! 이렇게 캄캄한데!"




"해보기는 했어?"



"..."


"잠깐, 이거 뭐야?!"


"진짜로 보이잖아!"


"너 그 뿔! 연탄처럼 새까만 피부!"


"역시 인간이 아니잖아!"



"시끄러워. 이제 내 차례야."



"?"



"널 들여다볼 거야."



"뭐 하는 거야?"


"그렇게 검지랑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면...."


"뭔가 더 보이기라도 하나?"


"어라, 그냥 똑같은데...."


"잠깐! 그보다 나 떨어지고 있다고!"



"너는 내 앞에서 전혀 거짓이 없구나, 잭"


"너는 심연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알고 있어."


"마음에 들었어."



"잠깐, 나는 이름 말한 적이 없는데..."


"그것보다 이것 좀 어떻게 해봐!"



"걱정할 거 없어, 너는 떨어지는 게 아냐"



"무슨 소리야! 대체!"


"지금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러다 죽고 말겠어!"



"네가 거짓이 없다면"


"이곳에서 네게 위협이 될 건 없어."



"위협이고 자시고 당장 날 내보내 줘!"


"이걸 멈춰달라고! 무섭다고!"



"그걸 바라는 거야?"



"그래!"



"좋아, 그럼 그러도록 해."


"만약 나를 다시 보고 싶다면"


"내일 다시 찾아오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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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으아아아-!"


"허억...! 허억...!"


"뭐야?"


원래대로 되돌아왔잖아?


게다가 아까 분명 엄청 빠르게 떨어졌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아니... 상처하나 없잖아?"


나 분명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아!


방금 여기 커다란 구멍이...!


구멍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


녀석의 말을 되새기며 집으로 향했다.


.

.

.

.

.

.

.


결국 호기심을 못 참고 다시 와버렸네.

또다시 지면 위에 커다란 어둠이 뚫려 있었다.

분명 그때 그곳일 거다.

좀 무섭긴 하지만, 생각만큼 위험한 곳은 아닌 거 같아.


난 그곳으로 있는 힘껏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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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진짜 적응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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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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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왔구나,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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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올 줄 알았어."

   

"내가 올 줄 알았다고?"


"너를 들여다봤으니까."


"사람 생각을 멋대로 읽고 좆같은 녀석이네."


"너도 멋대로 내 영역에 들어왔잖아."


"나는 좆같은 녀석이 맞아. 그래서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지"


"그런가. 그러면 나도 좆같은 녀석이 맞겠네"


"어? 진짜? 너 꽤 쿨하네..."


"인간은 아니지만 맘에 들어"


"나도 네가 거짓이 없어서 마음에 들어."


"너는 정체가 뭐야? 악마야?"


"심연"


"심연?"


"설마 전에 레이크 선생이 말했던 그건가~"


"그가 말했던 거랑은 조금 다르겠지"


"대단해~대단해~ 말하지 않아도 대화가 통해"


"그럼 내가 다음에 질문할 것도 알고 있어?"


"내 이름이 궁금해?"


"악토마이늄"


"무슨 심연이 이름까지 가지고 있어?"


"인간이 이름을 가지듯, 나도 스스로 내 이름을 지어본 거야."


"게다가 네 이름 어딘가 익숙하다고..."


"당연하지. 우린 지금 서로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어쨌든 너 말이야,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너는 날 들여다볼 수 있지만 말이야."


"난 널 전혀 들여다볼 수 없다고!"


"지금도 나를 이렇게 들여다보고 있잖아."


"그거랑 이거랑은 서로 다르지!"


"나는 네 생각을 읽지 못하지만 너는 내 생각을 읽는다고!"


"전혀 이해 못 하는구나, 잭"


"하지만 괜찮아. 이해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좋아, 네가 그렇게 불공평하다 생각하면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원하는 걸 말해."


"그 치사하고 잘난 능력으로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래도 말하지 마, 네 입을 통해서 내 생각이 나오면..."


"뭔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


"레이크 선생을 골탕 먹이고 싶어"


"정말 골탕이 맞아?"


"솔직히 말하면 그 새끼, 그냥 선생에서 잘려버렸으면 좋겠어."


"이건 좀 심한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다른 소원으로 추천할 만한 거 있어?"


"학교에서 너를 괴롭히는게 레이크 한 명뿐은 아니지."


"방금 떠오른 소원으로 할래?"


"... 됐어."


"아직 아까운 거 같아"


"그리고 너 같이 특이한 놈한테"


"고작 선생 하나 골탕 먹여달라 부탁하면"


"그건 너무 아깝잖아"


"소원 킵 해둘래"


"그럼 그러도록 해."


"이제 돌려보내 줘, 더 늦으면 아빠한테 처맞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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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레이크 선생이 싫어도, 그건 좀 심한가.

그렇지만 나는 며칠 뒤 녀석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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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줘!!"


"레이크 선생을 좆 되게 할 수 있는 방법!!!"


"잭, 화가 아주 많이 났구나"


"이해해"


"이해하지 마-!!"


"아직 내가 말도 안 했잖아-!"


"네 멋대로 생각을 읽고 이해하지 말라고!"


"말하게 해줘! 누구에게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화가 안 풀린다고!!"


"좋아, 아는 이야기를 한 번 더 듣는 건 분명 고역이지만"


"친구를 위해서 기꺼이 그러해줄게. 잭."


"이번에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가만히 있는 나한테 갑자기 시비를 걸었어"


"나를 바보 취급 했어!"


"근데 내가 그 선생을 말싸움으로 이길 리 없잖아!"


"결국 나는 비웃음거리가 됐어! 그리고 그 뒤에는-"


"아아아-! 존나 화나네!"


"말하니까 더 열받잖아!"


"이해해 잭"


"쓰고 싶은 거지? 소원"


"그의 치부를 까발려 불행하게 만드는데"


"... 그렇게 해줘"


"좋아, 그럼 그가 가진 비밀을 엿봐볼까"


"너, 너 말이야. 선생이 아니라 지금 나를 엿보고 있다고."


"응? 그 손가락으로 만든 동그란 원을 통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나를 들여다보지 않는 인간은 나도 들여다볼 수 없어"


"그것이 심연이니까"


"하지만, 괜찮아 잭"


"네 안에 있는 레이크 선생을 들여다보는 걸로도 충분히 가능해"


"좋아, 잭. 그를 부술 방법을 알려줄게"


"네가 직접 부숴주는 거 아니야?"


"뭔가 마법처럼 한 번에 이뤄주는 걸 기대했는데."


"나를 들여다보지 않는 인간한테 그런 직접적인 간섭은 할 수 없어."


"또 한편으론 네가 그걸 원하고 있으니까"


"... 내가 도리어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는 건 네가 가장 잘 알 거야."


"지금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자, 알려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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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준비만 해놓으면 돼"


"그 외에는 내가 알아서 할 게"


"솔직히 완전히 믿지 않지만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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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친구다. 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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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고마워!"


"고마워할 거 없어."


"내가 네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나 솔직히 감동받았다고!"


"나한테 이렇게 대해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아? 너는 사람이 아닌가?"


"통쾌했어? 복수는"


"누가 알았겠어. 겉으론 성실한 교사인척하던 놈이.."


"자기 어린 아들을 성폭행하고 있었을 줄은, 하하하하!"


"덕분에 더 이상 그 새끼 얼굴 보지 않아도 돼!"


"정말 기뻐하는구나."


"당연하지, 이제 세상 모두 내가 아닌 그 새끼를 손가락질하니까!"


"온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레이크를 욕하네~, 아하하하하하하!"


"고마워 심연!"


"아니... 악토마이늄!"


"고마워할 거 없어.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걸"


"그것은 전부 네가 바랐기에 일어난 일이야."


"무슨 소리야?"


"지금은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겸손 떠는 거 싫어한다고"


"그런 가식쟁이들 하나같이 맘에 안 들어."


"겸손 떤 적 없어."


"이곳에는 어떠한 가식도 없으니까."


"아, 맞다!"


"야, 우리 친구 하지 않을래?"


"우리는 이미 친구야."


"아, 전에도 너는 나를 친구라 불렀었지."


"너는 나를 언제부터 친구로 여겼던 거야?"


"네가 처음 나를 친구라 생각했을 때부터"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가?"


"네가 너를 보여주고 있고, 내가 네게 보여주고 있기에"


"이곳에 거짓은 있을 수 없어."


"다 좋은데 네 말은 가끔 잘 이해가 가질 않아."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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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아무 말도 안 해?"


"네가 스스로 말하고 싶어 하니까."


"배려심 넘치는 놈이네."


"아빠한테 맞았어"


"응, 알고 있어"


"그 말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들어줄게, 계속 이야기해."


"집을 뛰쳐나가고 싶지만"


"그 새끼 벌어주는 돈이 아니면 먹고살 수 없어."


"솔직히 잘 곳도 없고"


"두들겨 패고 싶지만, 내가 어른을 이길 수 없으니까."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술주정을 참고 사는 게 맞는 걸까."


"솔직하지 못하네, 잭"


"그것이 너의 강점이었는데."


"뭐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건데~!"


"계속 이러면, 우린 만날 수 없어."


"잠깐~! 기다려!!"


"너 혼자만 내 생각을 읽고, 그러는 너도 치사하잖아!"


"그것에 대한 대가는 저번에 치러줬어."


"게다가 말이야! 어차피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그냥 내가 숨기는 게 있으면 그 잘난 능력을 써버리면 되잖아!"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우리 사이에 본심을 숨기지 않아도 돼. 잭"


"이곳에선 세상의 시선이나 도덕관념 같은 건 챙길 필요 없어"


"가면도 옷 껍데기도 필요 없다는 말이야."


"..."


"부모가 사라지길 바라는 건 죄악일까?"


"네가 그리 생각하면 죄악이겠지"


"... 역시 너는 악마인가 보네."


"나는 그래도 부모를 죽일 생각까진 없어"


"이런 내가 싫으면 사라져도 돼."


"아니, 괜찮아."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럼 그러도록 해."


"내가 방금 그런 건 네게 거짓이 있었기 때문이야."


"네가 착한 인간이건, 악한 인간이건 중요치 않아."


"부모가 사라지는 게 싫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잭."


"뭐야~ 진짜. 네가 하는 말 이해가 안 간다고."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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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지금 속으로 나를 비웃고 있지?"


"나는 너를 비웃지 않아, 잭."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야."


"아무래도 내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건 싫은 모양이네."


"네 입으로 말하도록 해."


"그새낀, 왜 자기가 좋은 부모라 생각하는 걸까?"


"남들한테는 친절하면서 정작 자기 가족한테는 좆같이 굴고"


"너무 좆같아."


"여긴 아무도 없으니 내 본심을 말해도 되는 거지?"


"사라졌으면 좋겠어"


"죽었... 아니다, 죽는 거 까지는 바라지 않아."


"식물인간이나 돼서 평생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그러도록 해"


"뭘! 그러도록 해야!"


"가능하면 너한테 찾아오지도 않았지!"


"좋아, 잭. 네 소원을 들어줄게"


"소원은 저번에 써버렸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떠한 대가도 없이 서로 돕는 것."


"나는 그것이 친구라고 알고 있어."


"... 눈물 나게 고맙네."


"그런데 어째선지 익숙한 말이야."


"그야 우리는 서로를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마음속으로 떠올린 소원을 말해."


"그러면 그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거야."


"그 인간이 사라지면 나는 뭘 먹고살지?"


"좆같은 새끼긴 해도, 난 그 새끼가 벌어다 주는 돈이 아니면 뭣도 할 수 없어."


"없애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럼 그러도록 해."


"그게 아니야! 그 새끼는 싫지만 내 미래가 걱정되는 거라고!!"


"악마인 너는 내 마음을 이해 못 해!"


"무엇이 됐건 네 가슴이 이끄는 방향으로 해."


"어떤 선택이든 나는 널 이해해."


"..."


"소원을 10개로 늘려줘."


"알겠어."


"..."


"... 진짜?"


"이게 된다고?"


"나는 소원을 늘리는 게 안된다고 하지 않았어."


"고마워."


"그러면 10개로 늘어난 소원 중 한 개를 쓸 게"


"아빠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좋아, 잭. 네 아버지를 다시는 보지 않을 방법을 알려줄게."


"이번엔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거야?"


"아니, 너는 몇 가지 준비만 해놓으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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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아~!"


"기뻐 보여. 잭."


"당연히 기쁘지! 이제 그 개새끼 얼굴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돼!"


"더 이상 처맞지 않아도 된다고!"


"좋은 일이네."


"아, ... 맞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너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서!"


"최고로 멋진 놈이야-!"


"아, 너는 사람이 아닌가?"


"어쨌든 정말 고마워!"


"고마워할 거 없어."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잭"


"그것은 전부 네가 바랐기에 일어난 일이야."


"대체 전부터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가 안 된다고, 그 말은... 이건 네가 해준 일이잖아."


"아직은 이해가 안 갈 수 있어."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아, 맞다."


"아빠가 혼수상태가 되는 바람에 큰일 났다고."


"알고 있어."


"너말야, 이럴 땐 조금은 맞장구 처 주면 안 될까."


"알겠어. 잭."


"이제 돈이 없다고..."


"그래서... 미안하지만 또 한 번 부탁해야 할 거 같아."


"소원으로 집채만 한 황금을 만들어 줘!"


"그건 불가능해 잭."


"나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어."


"뭐?!"


"난 오직 너를 믿고 그런 소원을 부탁한 거라고!"


"네가 안된다 하면 나는 굶어 죽는 거란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잭."


"돈이 문제라면,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면 돼."


"그게 어디 쉽냐고... 악마면서 황금을 만드는 마법은 못 쓰는 거냐..."


"조금 실망인걸."


"기대에 부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잭."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할 걸 너도 알고 있었을 거야."


"내가? 나는 전혀 예상도 못 했는데?!"


"너는 날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 그 소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어."


"이해가 가지 않아..."


"그럴 수 있어."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잭."


"어쨌든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 돈을 구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보자."


"네가 아는 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 내가 아는 인간 중 가장 부유한 인간?"


"설마 머독을 말하는 거야?"


"그 배불뚝이가 가장 부유해 보이네."


"포기해~포기해~, 너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알 거 아냐~"


"그 돼지새낀 제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한테 동전 하나 적선할 인간이 아냐~"


"아니야. 잭"


"너는 그의 돈을 나눠 받을 방법을 알고 있어."


"지금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잖아."


"..."


"..."


"..."


"..."


"내가 대신 말해줘?"


"소원을 쓸게"


"머독의 지갑을 내가 갖게 해줘,"


"단,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좋아, 그 방법을 알려줄게."


"너는 몇 가지 준비만 해놓으면 돼."


"정말로 나한테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지?"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일이야."


"진짜 이해가 안 된다니까, 그 말은"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지는 없어."


"부탁할게."


"알겠어.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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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래. 잭"


"너는 내가 아는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멋지고 굉장한 녀석이야-!!"


"일말의 거짓도 없어!"


"기뻐하니 기뻐. 잭"


"하지만, 그 지갑은 좀 충격이었어."


"머독, 그 돼지는 그리도 돈 많은 척을 해대더니"


"정작 지갑엔 큰돈이 없었어."


"원래 사람은 옷을 입고 가면을 쓰며 살아가. 잭"


"너도 남들 앞에서 너무 정직할 필요는 없어."


"네 진심을 드러낸다 한들, 그들이 가면을 벗는 것은 아니니까."


"있잖아... 너는 내가 네게 아무것도 안 주고 요구하기만 해도..."


"기분 나쁘거나 하지 않아?"


"전혀, 너는 내가 들여다볼 수 있는 인간이야."


"설사 네가 나를 이용하기만 한다 해도, 상관없어."


"... 혹시 해서 말하는데."


"지갑에 큰돈이 있었는데 설마 네가 가져간 건 아니겠지?!"


"마음에 없는 소리인 거 알고 있어, 잭"


"생각을 읽는단 건 참 편리하네~~"


"넌 정말 굉장하고 멋지지만 이럴 땐 재미가 없단 말이야~!"


"머독이 누군가에게 습격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녀석, 사업이 잘 안 풀려서 병원비 낼 돈도 없다더라고."


"진짜로 돈이 없었던 거야."


"늘 비싼 옷은 입고 다니면서 말이야."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잭"


"그래도 당분간 먹고 살 돈은 생겼어."


"그 돼지 새끼를 습격한 누군가는 아마 너겠지?"


"정말 고마워."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그것은 전부 네가 바랐기에 일어난 일이야."


"진짜로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


"하핫! 이번엔 내가 한방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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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잭, 세상이 너의 평화를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


"..."


"..."


"..."


"알겠어. 이번엔 내 입으로 말해줄게."


"밸릭을 죽이고 싶은 거지?"


"불가능해."


"아무리 너라도 불가능해!"


"솔직히 그새낀 나랑 같은 13살이 아니야!"


"몇 번 싸워봤지만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그 깡패는 괴물이라고!"


"아마 어른들하고도 싸워 이길 수 있을지 몰라!"


"잭, 너는 스스로도 알고 있어."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그렇기에 이곳을 다시 찾은 거야. 그 분한 마음을 안고."


"..."


"지금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가식에 불과해."


"너는 단지 친구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게 미안할 뿐인 거야."


"처음부터 네가 직접 죽일 생각은 없었잖아."


"하지만, 잭. 미안할 필요 없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떠한 대가도 없이 서로 돕는 것."


"그것이 친구니까."


"..."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너는 항상 내게 이랬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넌 나한테 모든 걸 맞춰줬지."


"내가 만난 모든 이들 중에서, 너만큼 날 대해주는 사람은 없었어."


"어째서 날 이렇게 특별하게 대해주는 거야?"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잭"


"그리고, 우린 서로 비슷해."


"수많은 사람들 중 나를 들여다보는 인간은 거의 없어."


"그들이 내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야."


"옷 껍데기를 입고, 가면을 쓰고 있으니 나도 그들을 들여다볼 수 없어."


"하지만 넌 달라, 너는 어떠한 껍데기도, 가면도 없이 내게 자신을 보여줬지."


"그렇기에 나도 너를 들여다볼 수 있었어."


"그래, 네가 심연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유는 단지 그거뿐이야."


"난 그런 방법 같은 거 몰라."


"진짜 이해가 가지 않는 놈이라니까..."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야."


"방금 네가 그 말을 할 줄 알았어."


"웃고 있어, 잭. 이제 두려움이 가신 거야?"


"까놓고 말해서, 아직도 나는 녀석이 두려워."


"그런데 말이야, 너라면 가능할 거 같아."


"담아두지 않아도 돼, 잭"


"하고 싶은 말을 해."


"소원을 하나 쓸 게, 밸릭을 죽여줘."


"좋아, 그 방법을 알려줄게."


"너는 몇 가지 준비만 해놓으면 돼."


"준비라면 할 게, 하지만..."


"하지만 내가 직접 나서는 걸 부탁하면."


"나는 할 수 없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너도 알겠지, 그저 무섭고 두려워."


"아무리 널 믿는다 해도..."


"걱정할 거 없어, 잭"


"만에 하나라도 네가 그와 부딪히는 일은 없을 거야."


"준비만 해놓는다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게."


"너라서 믿는 거야."


"넌 내 평생의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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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릭이 사라졌어."


"너는 정말 신과 같아."


"나는 신 같은 게 아니야. "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이젠 네가 할 말이 점점 예측이 돼."


"우린 서로를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있잖아, 밸릭은 죽은 게 확실하지?"


"응, 확실해."


"그럼, 어떻게 죽었어?"


"그 녀석이라면 너한테도 끝까지 발악하며 저항했으려나?"


"아니, 계집아이처럼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어."


"처량했지."


"푸핫! 어째선지 머릿속에 그 장면이 그려지고 있어!"


"그야, 네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


"얼마든지 널 이용해도 된다고 했지?"


"얼마든지."


"다른 소원 같은 거 이제 필요 없어..."


"대신 마지막 소원이야."


"나를 이해시켜줘."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거란 말은 사절이야. 지금 당장 여기서."


"네가 했던 말들, 네가 알게 될 거란 것들"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어. 아무것도."


"너는 나보고 너를 들여다보고 있다 말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마지막 소원이야, 너를 들여다보게 해줘!"


"좋아, 잭."


"지금 당장 너를 이해시켜줄게."


"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부터."


"경청해 줘."


"인간은 누구나 겉껍데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


"훌륭해. 남과 대면할 때는 최고의 선택이야."


"그건 잘못된 게 아니야. 하지만, 세상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마저 속이며 살아가."


"그렇기에 나를 만나지 못하는 거야."


"..."


"레이크는 마지막까지 자신은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하겠지."


"네 아빠도 자기 자신이 좋은 부모인 줄 착각하고 있었을 거야."


"머독은 아직도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겠지."


"밸릭은 소녀 같은 본 모습을 숨긴 채, 스스로도 강한 남자라 착각했을 거야."


"그래, 사람은 살면서 자기 자신까지 속여."


"만들어낸 스스로의 이미지로 자신의 본질마저 외면해."


"하지만 그래선 날 들여다볼 수 없어."


"자신의 모습을 심연에게 내어주지 않는 한, 심연 또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걸 몰라."


"너는 달랐어."


"... 그 정도 말로는 이해가 안 돼...!"


"걱정 마, 이해시켜줄게."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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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 >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주변이 어둡다.


"응?"


여기는... 내 방안?


분명 나는 숲속에서 그곳으로 뛰어들었는데...


왜 이번엔 내 방 안에서 깨어난 거지?


어두컴컴한 방 안을 둘러본다.


"뭐야, 대체! 알려준다고 했으면서!"


신경질을 내면서 바지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자, 무언가 바스락거리며 집혔다.


꺼내어보자 술집 영수증이었다.


영수증에 적힌 것들은 아빠가 마신 마지막 술이었다.


"..."


< 콰광-! >


벼락이 하늘을 갈랐다.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나는 예전부터 레이크와 머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뒤를 밟았었다.


레이크의 집 주소를 알고 있었다.


머독이 어린아이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콰광-! >


한 번 더 하늘에서 섬광이 터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 서랍을 뒤져서 책 한 권을 찾아냈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그 책의 이름은 악토마이늄이었다.


책을 빠르게 넘기다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떠한 대가도 없이 서로 돕는 것."


"그것이 진짜 친구야."


< 콰광-! >


번쩍이는 섬광이 방안을 메우고, 


옷깃에 묻어있는 희미한 붉은색 얼룩이 눈에 들어온다.


거울을 바라봤다.


내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

.

.

.

.


언제나 아늑했던 나만의 비밀 장소, 나는 그곳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초대했다.


< "또 어른을 속인 거냐, 잭!" >


"진짜예요~ 이곳에 있었다니까요!"


"크악-!"


밥 아저씨가 내 머리에 꿀밤을 박아 넣는다.


"이건 아동 학대야."


< "네가 하는 짓이 어른 학대다. 이 녀석아!" >


< "네 녀석을 조금이라도 믿은 내가 나쁜 놈이지..." >


"진짜 이곳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니까요~"


< "구멍은 무슨 구멍...! 파리 떼만 날리는구만...!" >


나는 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던 그곳을 바라봤다.


지금은 썩은 악취가 나는 기이한 땅과 개미굴 몇 개만 있을 뿐이다.


< "그나저나 어디에 군락이라도 있는 건가" >


< "벌레가 너무 많아." >


< "썩은 내가 진동하는 걸 보니 어디서 짐승 시체라도 썩고 있는 모양이야." >


앵앵 거리며 날아다니는 수많은 파리들을 보며, 밥 아저씨가 말했다.


< "너도 이런 데서 그만 놀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라." >


< "요새 마을에 이상한 일들이 자주 터져." >


< "밸릭 그 불량배도 소리소문 없이 실종됐다고." >


"네에~네에~"


아저씨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한때 내 보금자리였던, 지금은 썩은 악취와 벌레가 창궐하는 기이한 땅을 바라봤다.


그곳 한가운데는 커다란 심연이 뻥하고 뚫려있었다.


"어른들은 정말 멍청하단 말이야."


"바로 눈앞에 심연이 있는데 보지도 못하고 말이야."


멍청한 어른들은 항상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줄 안다.


그들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모른다.


심연을 들여다보려면, 심연 또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만 한다.


그 어떠한 가면도, 껍데기도 없이.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그들은, 영원토록 모를 일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그 끝 모를 깊은 어둠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땅에서 발을 도약하며


                               그 기이한 암흑 속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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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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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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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4.48)

    기승전결 잘 짜인 이야기네 재밌음

    03.21 19:32:05
  • 돌벌레(175.114)
    개추
    03.21 22:26:11
  • 돌벌레(175.114)

    여깄었구만 심연이

    03.22 00:33:55
  • qkddnf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글을 써내려가는 표현과 구조가 좋습니다. 내용면에서는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데미안이 떠오르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03.22 03:46:27
  • 김팽달2호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그대가 심영을 계속 보게된다면, 심영 또한 그대를 보게 될 것이다.

    03.22 18:36:33
  • ㅇㅇ(211.235)

    잘 짜인 글이구먼

    03.24 16:24:07
  • ㅇㅇ(121.144)

    심연은 결국 나인건가? - dc App

    04.01 02:07:27
    • ㅇㅇ(165.194)

      난 다중인격인줄

      04.08 19:57:51
  • ㅇㅇ(119.69)

    무한으로 낙하하네

    04.23 00:49:5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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