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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의 베팬알백] <90>김태형호 2015년 KS 업셋 우승…'4전5기' 14년 만의 V4

2024-03-21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두산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베어스


새로운 돛을 달고 2015시즌 항해에 나선 ‘김태형호’는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했다. 숱한 파도와 폭풍우를 만났지만 도장깨기를 하듯 무림의 강호들을 차례로 쓰러뜨려 나갔다. 가을야구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에선 넥센 히어로즈를 맞아 4차전에서 역대 최다 점수차 대역전 드라마로 꺾더니, 플레이오프에서는 NC 다이노스를 5차전 혈투 끝에 격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우승을 향한 최후의 승부,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였다. 상대는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 라이온즈였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에 성공하며 왕조를 구축한 당대 최강팀.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4연패 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제는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통합 5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삼성은 악재를 만났다. 한국시리즈 직전에 터진 소속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었다. 관련 보도가 줄을 이었고, 결국 삼성은 혐의에 연루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3명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해야만 했다. 선발 윤성환은 17승8패로 팀 내 최다승 투수였고, 중간 안지만은 홀드왕(37홀드), 마무리 임창용은 세이브왕(33세이브)이었다. ‘삼성 왕조’의 핵심 전력들이었다.


두산은 체력이 관건. 이미 포스트시즌에서만 9경기 혈전을 치렀고, 하루 휴식 후 곧바로 한국시리즈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삼성 킬러’로 불리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1차전에 쓸 수 없는 상태에서 거함 삼성을 상대해야 것도 두산으로선 부담이었다.


[베팬알백_베어스 팬이라면 죽기 전에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시즌2-두산 베어스 시대’ 40번째 주제는 2015년 한국시리즈 이야기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삼성 류중일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이 대구구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산베어스


◆ 2년 만의 리턴매치…곰과 사자의 5번째 한국시리즈


[베팬알백] ㊱편에서 설명했듯이, 두산과 삼성은 한국시리즈 역사상 가장 많이 맞붙은 팀이다. 지금까지 한국시리즈에서만 총 5차례나 격돌해 KBO 역대 최다 매치업 팀으로 남아 있다.


양 팀은 20세기만 하더라도 딱 한 번 격돌했다. 1982년 원년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OB 베어스가 우승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단골손님이 됐다. 2001년에는 두산이 우승했고, 2005년과 2013년에는 삼성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앞선 4차례 한국시리즈에선 두 번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진 상황. 결국 2015년 한국시리즈는 양 팀의 역사적 우열을 가리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2015년 삼성은 전력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운 팀으로 평가됐다. 정규시즌에서 두산이 0.290의 높은 팀타율로 3위에 올랐지만, 삼성은 팀타율이 무려 0.302로 1위였다. ‘타고투저’ 현상이 시작되던 시기라고는 해도 2014년(0.301)에 이어 2년 연속 팀타율 3할을 기록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 실제로 지금까지 KBO 역사상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을 만큼 삼성 타선은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마운드 역시 삼성은 탄탄했다. 팀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두산은 5.02로 7위였지만 삼성은 4,69로 3위였다. 두산은 선발 니퍼트와 마무리 이현승에 대한 의존도가 컸지만 삼성은 투수진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다만 삼성으로선 원정 도박 파문으로 주력 투수 3명이 이탈한 것이 뼈아팠다.


“삼성이 그런 상황에서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삼성인데, 당시 삼성은 무서웠잖아요.”

김태형 감독은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둔 시점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주력 투수들이 이탈했지만 4년 연속 우승팀이라는 저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의 말이 엄살이 아니었던 건 그해 정규시즌에서 유난히 삼성에 고전한 탓도 있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상대 넥센과 플레이오프 상대 NC와는 상대전적 8승8패의 호각세를 보였지만, 삼성에게는 5승11패로 절대적 열세였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양 팀 선수들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시리즈를 예상하고 있다. 두산 선수단은 우승 후 남은 경기수를, 삼성은 우승까지 치러야할 경기수를 가리키고 있다.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개막에 하루 앞선 10월 25일. 대구경북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사회자 임용수 캐스터가 “이번 한국시리즈가 몇 경기를 남겨놓고 끝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손가락을 펼쳐 보일 것을 주문하자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은 일제히 손가락 2개를 펼쳤다.


두산으로선 5차전 안에 끝내야 홈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울러 장기전으로 가면 체력이 고갈돼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에 단기전으로 끝내고 싶은 생각이 내포됐다.


그런데 삼성 선수단은 ‘몇 차전에서 끝날 것 같은가’라는 질문으로 이해했는지 전체 손가락을 펼쳐 들었다. 류중일 감독과 박석민은 7차전, 구자욱은 5차전 승부를 예상했다.


삼성 역시 6~7차전에 우승을 확정하면 홈구장인 대구에서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게 된다. 특히 삼성으로선 이번 한국시리즈가 원년부터 역사를 써내려 온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과 작별하는 마지막 무대. 2016년부터 신축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이전하기에 대구구장에서 우승 헹가래로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두산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대구구장에 도열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두산베어스


◆KS 1차전=“삼성은 삼성” 김태형의 경계…결국 5-0에서 8-9로 역전패



10월 26일 대구구장에서 1차전이 시작됐다. 보통 1차전은 탐색전이라고 하지만 첫판부터 17점이 오가는 난타전으로 전개됐다.


윤성환이 없는 삼성은 알프레도 피가로(13승7패)를, 일정상 니퍼트가 나설 수 없는 두산은 유희관(18승5패)을 선발로 낙점했다. 강속구와 느린공, 우완과 좌완, 외국인과 토종. 여러모로 대비되는 선발 매치업이었다.


두산 허경민이 한국시리즈 1차전 1회초에 선제 솔로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먼저 무너진 쪽은 피가로.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예열을 마친 두산 방망이는 기다리지 않고 강펀치를 내질렀다. 1회초 1사 후 허경민이 벼락같은 스윙으로 좌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이어 민병헌, 김현수, 양의지의 연속 안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2회에는 정수빈의 1타점 2루타와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해 5-0으로 달아났다.


너무나도 쉽게 1차전 승부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그래도 삼성은 삼성"이었다.


삼성이 3회말 2점을 뽑으며 추격을 시작했다. 두산은 4회초 1사 후 민병헌의 좌전 적시타로 6-2로 도망갔다. 피가로를 강판시키는 일타였다. 하지만 삼성은 다시 4회말 박석민의 솔로홈런 등으로 6-4로 따라붙었다.


두산 정수빈이 한국시리즈 1차전 6회초 무사 1루서 희생번트를 대려다 상대 투수의 공에 왼손 검지를 맞고 있다. 피를 흘리고 쓰러진 정수빈은 병원으로 이동해 손가락을 6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두산베어스


6회초 일이 벌어졌다. 선두타자 김재호가 볼넷으로 나간 상황. 정수빈이 희생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삼성 두 번째 투수 박홍근의 4구째 공이 몸쪽으로 날아왔다. 정수빈은 화들짝 놀라 피하려고 했지만 왼손 검지에 공을 맞고 쓰러졌다. 몸에 맞는 공으로 판정돼 무사 1·2루. 류중일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번트 자세에서 공을 맞았으니 파울이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수빈은 손가락에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대주자 장민석으로 교체됐다. 미디어데이에서 류중일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니퍼트와 정수빈이 좋더라. 두 선수만 경계하겠다”고 말했을 만큼 ‘가을수빈’의 당시 타격 컨디션은 절정이었다. 공수주의 핵심 전력 이탈에 두산의 걱정이 커졌다.


이어 허경민의 희생번트와 민병헌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여기서 김현수의 2타점 중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스코어는 다시 8-4로 벌어졌다. 따라가면 도망가고, 추격하면 달아나는 상황. 이쯤이면 두산이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두산은 7회말 대거 5점을 내주면서 8-9로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우전안타를 치자 두산 벤치는 선발 유희관을 내리고 함덕주를 등판시켰다. 그러나 대타 배영섭이 사구로 나가고, 야마이코 나바로의 3점홈런이 폭발했다. 스코어는 7-8.


(나바로는 그해 48홈런을 날려 역대 외국인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인물이었다.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NC 에릭 테임즈의 47홈런보다 1개 더 많았다.)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한국시리즈 1차전 7회말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여기서 이닝이 끝나지 않았다. 2사 후 박석민이 볼넷으로 나가자 김태형 감독은 앞서 구원등판한 노경은을 빼고 포스트시즌 들어 마무리투수로 재발견한 이현승을 긴급 호출했다.


그런데 계속된 2사 2·3루에서 뼈아픈 실책이 나오고 말았다. 삼성 8번타자 이지영의 큰 바운드 타구를 이현승이 앞으로 달려나와 잡은 뒤 몸을 돌려 1루로 던졌다. 이때 1루수 오재일이 달려오는 주자와 충돌을 의식하다 포구를 하지 못하고 공을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2명의 주자 모두 득점. 스코어는 9-8로 뒤집어졌다.


삼성은 8회초 1사 1·3루로 몰리자 아껴둔 전천후 카드 차우찬을 꺼냈다. 차우찬은 등판하자마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양의지를 3루수 직선타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는 9회초 볼넷 1개만 허용한 채 탈삼진 3개로 승부를 마감하면서 삼성에 1승을 안겼다.


두산은 경기 후 비보를 접했다. 정수빈이 경북대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손가락이 찢어져 6바늘이나 꿰맸다는 소식.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골절을 면했다는 점이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데일리 MVP에 올랐다. 니퍼트는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만 3번째 데일리 MVP에 선정돼 총 300만원 상당의 타이어 교환권을 받아 '타이어 부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산베어스


◆KS 2차전='삼성 킬러' 니퍼트 선발등판 반격의 승리



“한창 타격감이 좋았는데….”

두산 정수빈은 27일 2차전에 앞서 왼손 검지에 붕대를 감고 대구구장에 나타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1차전에 리드오프로 나서 2안타를 몰아쳤을 정도로 타격감이 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왼손 검지를 꿰맨 탓에 송구를 할 수 없는 상황. 결국 2차전 라인업에서 빠져야만 했다.


“내가 너 몫까지 할게.”

정수빈 옆을 지나가던 동기 허경민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두산은 2차전 선발로 니퍼트를 투입했다. 그해 부상과 부진으로 6승5패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에이스 모드로 돌아왔다. 게다가 니퍼트는 소문난 ‘삼성 킬러’. 2011년 KBO리그 데뷔 후 2015년 정규시즌까지 삼성전에서만 11승2패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삼성은 또 다른 10승 투수 좌완 장원삼을 2차전 선발 카드로 내밀었다. 장원삼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을 만큼 가을에 유난히 강한 투수였다.


아니나 다를까. 4회까지 0-0의 팽팽한 투수전. 그러나 5회초 균열이 생겼다. 두산이 6안타를 몰아치며 4점을 선취했다.


1사 후 오재원의 2루타, 2사 2루서 김재호가 좌전 적시타로 맹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러자 경기 전 “너 몫까지 할게”라고 약속했던 허경민이 좌전안타로 찬스를 이어줬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 장원삼이 박건우의 타구에 발뒤꿈치를 맞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장원삼은 수염을 깎지 않고 산적 같은 모습으로 한국시리즈에 임했다. ⓒ삼성라이온즈


다음 타자 박건우의 강습 타구에 장원삼이 왼발 뒤꿈치를 맞고 쓰러졌다. 고통스러워하던 장원삼이 응급 처치를 받고 다시 마운드에 섰지만 두산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2사 만루서 민병헌의 2타점 적시타, 김현수의 1타점 적시타가 연이어 터졌다. 두산은 7회와 8회에도 1점씩을 추가했다. 스코어는 6-0.


두산은 1차전에서 초반 대량 득점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그래서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1차전과 다른 점은 마운드에 니퍼트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 니퍼트는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바늘구멍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7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무대 개인통산 첫 승을 올렸다. 아울러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24.1연속이닝 무실점으로 2013년 유희관이 작성한 기록(20.2연속이닝 무실점)을 넘어 이 부문 신기록을 작성했다.


삼성은 9회말 1사 1·3루서 이승엽의 포수 앞 땅볼로 1점을 뽑아내 가까스로 영패를 면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는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시민야구장 마지막 경기가 됐고, 이 득점은 대구구장에서 올린 삼성의 마지막 득점으로 남게 됐다.


2015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 팬들이 대구구장에서 응원하고 있다. 이것이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시민운동장야구장 고별 경기가 됐다. ⓒ삼성라이온즈


“분위기상 1차전 지면서 ‘한국시리즈는 안 되려나’ 했는데 2차전을 이겼어요. 2차전을 딱 잡으면서 속으로 ‘OK’ 했죠. 뭔가 좀 괜찮아지는 흐름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김태형 감독은 2015년 한국시리즈 승부의 분수령을 2차전으로 꼽았다. 1차전 역전패에 이어 2차전까지 내줬다면 흐름상 싸움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였다.


2015년 한국시리즈는 3차전부터 잠실구장에서 펼쳐졌다. 우승에 목말랐던 두산 홈 팬들이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2015년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3차전은 비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된 뒤 재개됐다.


◆KS 3차전=FA 영입 장원준 역투, 생애 첫 KS 승리



29일 잠실구장에서 펼져진 3차전. 가을비치고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2차례에 걸쳐 총 52분간이나 경기가 중단됐을 정도였다.


3차전 선발투수로 삼성은 11승11패의 우완 타일러 클로이드를 내세웠고, 두산은 12승12패의 좌완 장원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웬만해서는 베스트 라인업을 잘 건드리지 않는 스타일의 류중일 감독이지만 이날은 간판스타 이승엽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타격감이 썩 좋지 않은 데다 정규시즌에서 장원준에게 9타수 2안타로 약했기 때문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으로 이탈했던 정수빈을 1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시켰다. 송구는 불편하지만 경기 전 타격훈련을 소화한 결과 다친 왼손 검지를 세운 채 방망이를 잡고 휘두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산 정수빈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 앞서 왼손 엄지를 붕대로 감은 채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타격감이 좋았지만 송구를 할 수는 없어 이날부터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두산베어스


1회초 1사 2루서 나바로의 좌전 적시타가 터졌다. 2015년 한국시리즈 들어 삼성이 처음 선취점을 뽑는 순간이었다. 이는 그해 삼성의 마지막 선취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1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이 5구째를 맞이한 순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다. 투수들의 어깨가 식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흔들리던 장원준이 심리적 여유와 안정을 찾았다. 20분간 중단된 경기가 재개되자 장원준은 2회부터 역투를 펼쳐나갔다. 3회초 2사 후 비가 다시 쏟아져 경기가 32분간이나 중단됐지만 장원준의 호투를 막아서지 못했다.


마운드가 버티자 두산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4회말 박건우의 2타점 적시타, 5회말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3-1로 앞서나갔다.


6회말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1사 만루서 허경민의 2루수 앞 땅볼. 2루수 나바로가 유격수 김상수에게 토스했으면 가볍게 더블플레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바로가 욕심을 부렸다. 무리하게 2루로 달려가 스스로 베이스를 밟고 1루로 던졌지만 악송구. 3루주자, 2루주자 모두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5-1로 벌어졌고, 3차전 승부는 이대로 끝났다.


두산 장원준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장원준은 이날 생애 처음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베어스


롯데에서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일이 없었던 장원준은 두산 이적 첫해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7.2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만 4경기에 등판해 26.2이닝 던져 3승, 평균자책점 2.36의 호성적을 이어갔다.


두산으로선 FA 시장에서 장원준을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만약 장원준이 없었더라면 두산은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지 모른다.


2015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 앞서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두산베어스


◆KS 4차전=역전에 재역전! 3승1패 리드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준플레이오프 당시 “연투가 어렵다”고 하자 플레이오프에서 이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과감하게 제외했다. 그 대신 4차전 선발투수로 좌완 이현호를 선택했다. 이현호는 2011년 입단한 뒤 4년간 1군 무대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2015년 6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투수였다.


삼성은 3일간 휴식한 피가로를 선발로 내세웠다. 삼성으로선 이날도 패한다면 1승3패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 류중일 감독은 뒤에 차우찬까지 대기시키며 4차전 필승 의지를 다졌다.


두산은 1회말 시작부터 상대를 압박했다. 정수빈과 허경민의 테이블세터가 연속 안타로 밥상을 차렸다. 1사 2·3루서 김현수의 우익선상 안타성 강습 땅볼. 삼성 1루수 구자욱이 슬라이딩으로 기막히게 잡았지만, 1루를 찍고 홈으로 던지다 악송구를 범했다. 2명의 주자가 득점하면서 두산이 기선을 잡았다.


삼성은 2회초 반격에 나섰다. 무사 1·3루서 이현호의 폭투로 3루주자 박석민이 홈을 밟았다. 2사 2·3루서 구자욱은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3-2 역전.


두산은 아웃카운트 5개를 잡은 이현호를 빼고 노경은을 올려 일단 추가 실점을 막았다.


'엄마, 하늘에서 보고 있지?' 두산 투수 노경은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 구원등판해 호투를 펼쳤다. 노경은은 5.2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베어스


두산은 4회말 무사 1·3루서 양의지의 유격수 쪽 병살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5회말에는 민병헌의 직선 타구가 삼성 3루수 박석민 글러브를 맞고 좌익선상으로 굴절되면서 2루주자 정수빈이 득점해 4-3으로 재역전했다.


류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차우찬을 곧바로 투입한 것. 더 이상 점수를 허용하지 않고 반격을 펼치겠다는 계산이었다.


차우찬은 기대대로 3.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제 몫을 다했다. 문제는 정규시즌에서 활화산처럼 터지던 삼성 타선이 침묵했다는 점이었다. 4차전 승부는 이대로 끝났다. 삼성으로선 승리는 승리대로 챙기지 못하고, 차우찬을 소모해 5차전에서 활용하기 힘들어진 부분이 뼈아팠다.

반면 두산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은 가을무대 인생투를 펼쳤다. 5.2이닝 동안 92구를 던졌다. 2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 그의 역투 덕분에 팀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경은은 8회초 1사 1루서 하마터면 나바로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할 뻔했다. 좌측 파울폴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홈런.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을 빼고 클로저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숨을 한 5초 정도 못 쉬었어요. 처음엔 홈런인 줄 알았거든요. 타구가 파울폴을 넘어가는 걸 보고 '하늘이 도와주시는구나. 어머니가 도와주시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노경은의 인터뷰였다. 암투병 끝에 그해 6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는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엄마, 아들 야구 하는 거 보러 와야지'라고 혼잣말을 되뇌며 역투를 펼쳤다.


두산 허경민이 한국시리즈 4차전 9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홈으로 송구하고 있다. 기막힌 판단과 호송구로 3루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두산베어스


8회초 물려받은 위기를 정리한 이현승은 9회초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다시 만났다. 1사 후 3연속 안타를 맞은 것. 포스트시즌 들어 2이닝 혹은 3이닝도 던지면서 마당쇠처럼 마무리 역할을 소화해내던 그도 한계점에 다다른 것일까.


여기서 9번타자 김상수가 때린 공은 3·유간 땅볼. 3루수 허경민이 글러브를 뻗어 낚아챘다. 타구 속도나 방향을 봤을 때 더블플레이를 시도하기엔 애매했다. 그런데 이때 허경민이 홈 방향으로 몸을 비틀면서 정확히 송구해 3루주자를 잡아냈다.


김태형 감독이 경기 후 “허경민이 거기서 홈으로 공을 던질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던 그 장면이었다. 홈 송구를 선택한 판단력과 임기응변에 감독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안전한 플레이를 펼쳤다면 누가 봐도 동점을 내주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타자 구자욱의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잡아 역동적으로 1루로 던지면서 두산의 4-3 승리가 마무리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과 3차전에서 1.1이닝씩 던졌지만 세이브를 올리지 못하던 이현승은 4차전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따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토요일 오후 2시 낮경기로 열렸다. 1회말 시작하자마자 2타점 선제 적시타를 친 양의지가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두산베어스


◆KS 5차전=2년 전 악몽은 훨훨…4승1패 ‘업셋 우승’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하루종일 대한민국에 울려 퍼졌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두산은 3승1패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 채 5차전을 맞이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로 유희관을 내세운 뒤 “총력전이다. 니퍼트도 대기한다”며 오히려 배수의 진을 쳤다.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두산은 김진욱 감독 시절이던 2013년 삼성을 상대로 3승1패로 앞서다 3연패를 당한 아픈 경험이 있었다. 불과 2년 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당시 SK 와이번스 배터리 코치였지만 두산이 쓰라린 역사를 쓰는 과정을 TV로 지켜봤다.


반면 삼성은 “어게인 2013!”을 외치고 있었다. 류 감독 체제 아래에서 1승3패 열세를 뒤집고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쓴 추억을 붙잡았다.


삼성은 장원삼을 선발투수로 투입해 마지막 저항을 했다. 그러나 기세가 오른 두산은 1회말 2점을 먼저 뽑았다. 2사 후 민병헌과 김현수의 연속안타, 양의지의 2타점 좌중간 2루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두산 김재호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이날 승부를 가른 건 3회말. 박건우의 적시타와 고영민의 2타점 좌중간 적시타가 이어졌다. 5-0. 삼성은 장원삼을 조기에 내리고 정인욱을 구원등판시켰지만 김재호의 좌전 적시타로 6-0으로 앞서나갔다. 여기에 폭투까지 나오면서 스코어는 단숨에 7-0으로 벌어졌다.


삼성이 4회초 박석민의 1타점 2루타로 추격을 시작하는 듯했지만 이미 운동장은 기울어진 상태였다. 두산은 5회말 2점을 추가하면서 9-1로 달아났다.


7회초 선두타자 이승엽의 우익선상 2루타와 박한이의 우전안타로 삼성이 꿈틀거리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움직였다.


"투수 니퍼트!"

문승훈 주심에게 투수 교체를 통보했다.


예고했던 대로 유희관(6이닝 2실점)을 내리고 니퍼트를 곧바로 호출한 것. 승부사 김태형 감독은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아예 상대의 반격 싹수를 자르겠다는 계산이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호투한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7회초 내려가면서 구원등판하는 니퍼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9-1로 앞서면서도 '삼성 킬러' 니퍼트를 투입해 상대의 반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두산베어스


“승기가 잡히면 투수 다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초반에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승기가 왔죠. 그러면서 니퍼트까지 넣으면서 삼성의 기를 완전히 눌렀죠. 단기전은 흐름 싸움이라…. 니퍼트 올라가면서 끝을 냈죠.”

김태형 감독의 회상이다.


여기서 니퍼트는 이지영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두산으로선 빨리 아웃카운트를 지우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3루주자가 득점해 9-2가 됐다.


7회말 2사 1·3루서 정수빈이 삼성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는 3점홈런을 날렸다. 8회말에는 오재원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져 두산은 13-2로 멀찌감치 도망갔다.


9회초 1사 1루 상황. 니퍼트가 2.1이닝 무실점으로 막던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현승에게 넘겼다.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은 이로써 26.2이닝으로 더 늘어났다.


의미가 있는 교체였다. 니퍼트가 팬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다. 아울러 가을야구에서 고생한 이현승이 우승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2사 후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병살타가 나오면 경기는 그대로 끝. 그래서 1사 1루에서 교체가 이뤄졌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김태형 감독의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이현승은 마지막 힘을 짜냈다. 타자를 압도하는 빠른 공은 아니지만 혼(魂)과 기(氣)를 담아 던졌다. 삼성 타자들은 손을 대지 못했다. 구자욱이 6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2사 1루. 삼성 마지막 타자 배영섭을 상대로도 거침이 없었다. 볼카운트 0B-2S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몸쪽 스트라이크존으로 찔러넣었다. 3구 삼진. 그것도 루킹 스트라이크아웃이었다.


“2015년 두산이 챔피언이 됩니다. 14년 만에 미러클 두산이 또 한 번 가을의 기적을 완성하는 순간입니다!”

이날 MBC 중계를 맡은 한명재 캐스터의 우승콜이었다.


양의지가 두 팔을 벌려 마운드로 달려 나가자 어린아이처럼 껑충껑충 뛰며 포효하던 이현승이 양의지 품으로 뛰어올라 뜨겁게 포옹했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의 역사를 쓴 김태형 감독은 덕아웃에서 OB 베어스 시절의 대선배 유지훤 수석코치를 끌어안았고, 두산 선수들은 미친 듯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


2015년 10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투수 이현승과 포수 양의지가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삼성 왕조’를 끝내고 ‘두산 왕조’를 건설하는 새역사


두산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인식 감독 시절이던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무려 4번(2005, 2008, 2009, 2013년)이나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고도 번번이 좌절했던 두산이었다. 21세기 들어 늘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강팀의 면모를 발휘했지만 항상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을야구 최종전 결말은 패배로 끝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4전5기였다. 이날 그 한을 모두 풀었다. V3 이후 14년 만에 달성한 V4. 2015년 가을야구 마지막 경기의 결말은 승리였다.


‘뒤집다’, ‘뒤엎다’라는 뜻을 가진 ‘업셋(upset)’. 스포츠에서 하위팀이 상위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때 쓰는 용어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출발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판을 뒤엎는 ‘업셋 우승’을 달성하면서 ‘미러클 두산’ 신화를 재현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 고지를 밟은 것은 KBO 역사상 3번째였다.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 그리고 2015년 두산이 주인공. 그 중 두 번 달성한 팀은 두산이 최초이자 유일한 팀이다.


OB 베어스가 1982년 최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3번은 OB 맏형이자 주포였던 김우열. ⓒ두산베어스


두산 베어스가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치는 장면. ⓒ두산베어스


두산은 1982년, 2001년에 이어 2015년에도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베어스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써온 두산 베어스는 10개 구단 체제에서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는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추가했다. 또한 1980년대(1982년), 1990년대(1995년), 2000년대(2001년)에 이어 2010년대에도 우승을 달성한 최초의 진기록 주인공이 됐다(타이거즈는 2017년 우승으로 역대 두 번째 역사를 썼다).


한국시리즈 MVP는 정수빈. ‘가을수빈’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나는 그는 이번엔 손가락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감동의 시리즈를 만들었다. 9개의 손가락으로 방망이를 잡고 치고 달리면서 타율 0.571(14타수 8안타)에 홈런 1개, 3루타 3개, 5타점을 기록했다. 기자단 투표 66표 중 41표를 얻어 허경민(13표), 니퍼트(10표), 노경은(2표)을 제치고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베어스 외야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건 정수빈이 처음이었다. 1982년에는 투수 박철순, 1995년에는 유격수 김민호, 2001년에는 1루수 타이론 우즈가 수상한 바 있다.


손가락 부상 투혼을 발휘한 두산 정수빈이 2015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뒤 부상으로 주어진 승용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초보 사령탑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원년인 1982년을 제외하면 KBO 역사상 감독 부임 첫해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많지 않다. 1983년 해태 김응용, 1984년 롯데 강병철, 2005년 삼성 선동열,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에 이어 역대 5번째 주인공이 됐다(강병철 감독은 1984년 감독 계약 첫해 우승했지만 1983년 후기리그 감독대행으로 50경기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1995년 선수로서, 2001년 플레잉코치로서(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제외) 베어스 우승의 역사를 썼던 김태형은 감독이 되자마자 13년간 단절됐던 베어스 우승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선수와 감독으로 같은 팀에서 우승한 것도 KBO 역사상 김태형이 최초였다(김재박은 LG 선수로, 현대 감독으로 우승했다. 선동열은 해태 선수로, 삼성 감독으로 우승했다. 조범현은 OB 선수로, KIA 감독으로 우승했다).


2015년 초보 감독으로 두산 베어스의 V4를 달성한 김태형 감독이 우승 세리머니 현장에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태형은 김영덕(1982년), 김인식(1995, 2001년)에 이어 베어스를 우승시킨 역대 3번째 사령탑이 됐다. ⓒ두산베어스


““다들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 우리 선수들이 다 어렸잖아요. 고참이 홍성흔 고영민 정도? 대부분 20대 나이로 어렸어요. 그래서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게임을 했지만 덜 지친 것 같긴 했어요(웃음). 수빈이가 손가락을 다친 상태로 경기를 나갔고, 그때 의지도 아팠나(발가락 부상)? 암튼 그로 인해 뭔가 선수들의 뭉치는 힘이 커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김태형 감독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기에 더욱 그렇다.


“야구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죠. 감독으로서 첫해 우승한다는 게 두 번 다시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 처음 감독이 될 때가 굉장히 기뻤지만 사실 감독으로서 첫 우승했을 때 그 기쁨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야구하면서.”

두산이 2015년 패권을 차지하면서 명암이 엇갈렸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왕조의 역사가 종식됐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두산 왕조의 역사가 시작됐다.



패자의 품격.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도열해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축하해 주고 있다. 류중일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된 준우승팀의 이런 축하 세리머니는 그 이후 KBO리그의 문화로 정착됐다. ⓒ삼성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두산베어스


■2015년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 엔트리


▲감독=김태형 ▲코치(8명)=유지훤, 권명철, 전형도, 강동우, 강인권, 강석천, 박철우, 한용덕


▲투수(12명)=니퍼트, 장원준, 유희관, 이현호, 노경은, 진야곱, 오현택, 윤명준, 허준혁, 남경호, 함덕주, 이현승


▲포수(2명)=양의지, 최재훈


▲내야수(9명)=오재일,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로메로, 최주환, 고영민, 김동한, 홍성흔


▲외야수(5명)=김현수, 정수빈, 민병헌, 박건우, 장민석


두산 김태형 감독이 우승 축하연에서 당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박정원 구단주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09년 두산 베어스 구단주가 된 뒤 첫 우승이었다. ⓒ두산베어스


두산 베어스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지면 광고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두산베어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 / OBS라디오 프로야구 해설위원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