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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의 베팬알백] 별책부록 <7> 베어스 포스트시즌 홈런 역사 이야기

2024-10-08

OB 베어스 원년 홈런 타자 김우열(왼쪽)은 1982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베어스 구단 역사상 가을야구 최초 홈런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두산베어스


“이럴 때 홈런이라도 한 방 터졌더라면….”

2024년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지켜본 왕년의 홈런 타자 김우열은 신음처럼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두산 베어스의 가을야구가 다소 허무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동안 1점도 얻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컸다. 승부의 흐름을 단숨에 뒤바꿀 수 있는 홈런 하나가 절실했던 이번 가을야구였다.


베어스는 지난해까지 KBO 포스트시즌 팀 통산 홈런이 134개로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1위에 올라 있던 팀. 구장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불리함을 딛고 지금까지 가을야구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리며 수많은 가을의 전설을 써내려 왔다.


그래서 김우열의 장탄식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베펜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는 이번 주제로 베어스의 가을야구 홈런 이야기를 다루려고 한다.


2024년의 가을야구는 아쉬움 속에 짧게 막을 내렸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홈런 한 방이 그리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올해는 비록 쉼표를 찍었지만 베어스의 가을야구 홈런은 내년부터 다시 이어가야 할 역사와 자산이다. 팬들도 상식적으로 알아둘 만한 가을야구 홈런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980년대 OB 베어스의 홈런 타자 김우열(3번)이 호쾌한 스윙을 하고 있다. 포수는 삼성 이만수. ⓒ두산베어스


◆ 베어스 최초 가을야구 홈런을 아십니까


『OB는 초반 4실점으로 패색이 짙었으나 4회초 3번 김우열이 1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파랑새존으로 솔로홈런을 때리면서 추격을 개시, 7번 정종현의 솔로홈런으로 4-2로 만들고 7회초 두 차례의 2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 정혁진이 우월 2루타, 5번 김유동은 중전안타로 2타점씩을 올리는 등 집중 4안타 3사사구로 대거 5점을 보태 7-6으로 역전승했다.』 <1982년 10월 11일자 경향신문>

1982년 한국시리즈 4차전 관련 기사다.


원년 한국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6차전에서 터진 김유동의 만루홈런을 추억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베어스 역사상 최초의 가을야구 홈런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바로 위 기사에서 언급된 1982년 4차전 4회초 터진 김우열의 홈런이 베어스 구단의 최초 포스트시즌 홈런이다. 베어스는 이 홈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만 통산 134홈런을 기록했다.


1982년 한국시리즈는 전기리그 우승팀 OB 베어스와 후기리그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의 격돌. 양 팀은 3차전까지 1승1무1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시리즈 전체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차전. OB는 3회말 먼저 2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런데 돌아선 4회초 김우열이 솔로홈런을 날리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 홈런을 발판으로 OB는 7-6 승리를 거두고 2승 고지를 선점한 뒤 6차전까지 내리 3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OB 베어스 간판스타 김우열이 구단버스까지 찾아온 여성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두산베어스


◆ 추억의 파랑새존과 김우열이 불러온 행운


‘파랑새존’이라는 것이 있었다. 1980년대를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겐 추억의 공간이다.


파랑새존의 기원을 찾자면 1982년 한국시리즈 4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년 한국시리즈 1차전은 전기리그 우승팀(OB 베어스) 홈 대전구장에서, 2차전은 후기리그 우승팀(삼성 라이온즈) 홈 대구구장에서 펼쳤고, 3차전부터 7차전까지는 중립구장인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치르기로 돼 있었는데, 동해생명(동아그룹 계열사)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이날 4차전부터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동대문구장에 파랑새존을 설치하기로 했다.


좌익수 뒤 좌측 외야펜스에 가로 12.5m, 세로 1.5m의 자사 광고(파랑새존)를 부착해 타구가 이 존으로 넘어가 홈런이 되면 상금 100만 원(파랑새 대상), 직접 맞히면 50만 원(파랑새 우수상), 굴러서 닿으면 30만 원(파랑새 장려상)을 주기로 했다. 한국시리즈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일종의 특별 이벤트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파랑새존을 시행하기로 한 첫날 1호 주인공이 탄생했다. 바로 김우열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전 실업야구 홈런왕 출신으로 초창기 베어스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던 김우열은 1982년 전기리그에서만 홈런 11개를 때리며 홈런 부문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6월 말 어깨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면서 초대 홈런왕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그해 13홈런(4위)으로 마감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들어 홈런 타자의 자존심을 살렸다. 3회말 OB 베어스 선발투수 강철원이 삼성 장태수에게 2점홈런을 허용해 분위기를 내준 가운데 4회초 김우열이 삼성 선발투수 이선희를 상대로 파랑새존을 넘어가는 반격의 좌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터져 나온 이 홈런은 베어스 구단 역사상 가을야구 최초 홈런으로 기록됐다. 삼성은 이미 1차전 함학수, 2차전 정현발, 4차전 장태수의 홈런이 터졌지만, OB는 그 이전까지 홈런을 치지 못하고 있었다.


아울러 이 홈런은 파랑새존을 넘기는 최초의 홈런으로 기록됐다. 파랑새는 행복과 희망의 상징. 김우열의 이 홈런으로 분위기를 탄 OB는 행운을 잡고 4차전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4회말 삼성에 추가 2점을 내줘 1-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OB는 5회초 정종현의 중월 솔로홈런으로 2-4로 따라붙었다.


행운이 찾아온 시점은 7회초. 삼성 두 번째 투수 황규봉(작고)을 상대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은 뒤 정혁진이 2타점짜리 우월 2루타를 날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2사 2·3루로 찬스가 이어졌다. 타석에 등장한 김우열의 타구는 포수와 마운드 사이 높이 치솟았다. 그런데 투수 황규봉과 포수 이만수가 서로 잡겠다고 나서다 충돌하면서 공을 그라운드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때 3루주자 윤동균이 득점하면서 5-4 역전에 성공했다.


OB로선 행운, 삼성으로선 불운.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을 바꾼 운명의 순간이었다.


OB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 김유동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7-4로 달아났다. 7회말 2점을 내주면서 7-6으로 쫓겼으나 구원등판한 박철순이 8회와 9회를 막고 1점차 승리를 지켰다.


OB는 이날 4차전 승리로 2승1무1패로 앞서게 됐고, 결국 5차전과 6차전까지 잡고 4승1무1패로 역사에 길이 남을 한국시리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김우열은 5차전에서도 3-0으로 앞선 3회말 좌월 솔로홈런을 날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김우열은 파랑새존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을 독립기념관 건립 성금으로 50만 원을 쾌척한 뒤 모교인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에도 50만 원을 후원했다.


1982년 OB 베어스 초대 주장 김우열(3번)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동료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당시 100만 원이면 요즘으로 치면 1000만 원 그 이상의 큰 금액이었을 거예요. 4차전 4회초에 홈런을 쳤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죠. 구단 최초 한국시리즈 홈런이기도 했고, 그날 경기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홈런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홈런을 친 순간 파랑새존으로 타구가 넘어가는 걸 보고 행운이 왔다고 생각했어요.”

김우열은 그날의 홈런 상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상금을 기부한 사연도 들려줬다.


“경기 후에 구단에서 상금 100만 원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술 마시는 데 돈을 쓰면 나중에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구단에 모교 선린상고 후배들이 장비를 사도록 50만 원을 전해주고 나머지 50만 원은 독립기념관 건립 성금으로 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죠. 다음날 신문에도 기사가 크게 나오더라고요. 100만 원어치 술 마신 것보다 기분이 훨씬 좋았죠. 뿌듯하기도 했고요. 파랑새존 행운을 나눴더니 우리 팀에 우승이라는 행운으로 더 크게 돌아오더라고요.”

파랑새존은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일회성 이벤트로 기획됐으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하자 이듬해 페넌트레이스부터 전국의 모든 야구장으로 확대했다. 페넌트레이스 때는 홈런 50만 원, 직접 맞히면 30만 원, 굴러서 맞히면 10만 원의 상금을 시상하기로 했고, 올스타전과 한국시리즈 때는 각각 100만 원, 50만 원, 30만 원으로 상금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1980년대 ‘파랑새존’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동기 부여를 하고, 팬들에게는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했다.


198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2011년 한자리에 모였다. 김유동, 박철순, 김영덕 초대 감독, 이광환 초대 코치, 윤동균, 김우열 초대 주장. 김영덕 감독은 2023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 ⓒ두산베어스


◆ 원년 KS 6홈런…김유동을 MVP로 탄생시킨 가을야구 최초 만루홈런


김우열이 4차전과 5차전에서 홈런의 물꼬를 트자 그 기운을 김유동이 이어받았다. 5차전 1회말 2점홈런을 뽑은 김유동은 6차전에서는 우승을 확정하는 홈런 두 방을 날렸다.


삼성이 1회말 1사 만루서 이만수의 2타점 적시타로 2-0으로 앞서나가자 김유동은 2회초 추격의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다시 삼성이 3회말 이만수의 적시타로 3-2로 앞서자 김유동은 5회초 동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승부는 9회초에 갈렸다. 삼성 선발투수 이선희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5차전까지 이미 4경기에 등판해 22.1이닝 279구를 던졌는데 6차전마저 완투 페이스로 가고 있었다. OB는 2사 만루에서 신경식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4-3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타석에 등장한 김유동은 초구를 통타해 동대문 왼쪽 밤하늘 위로 하얀 무지개를 쏘아올렸다. 스코어는 단숨에 8-3으로 벌어졌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 만루홈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만루홈런은 총 4방. 김유동 이후 2001년 4차전 두산 김동주, 2012년 2차전 삼성 최형우(현 KIA), 2017년 5차전 KIA 이범호가 기록한 것이 전부다. 그 정도로 보기 드문 한국시리즈 그랜드슬램이 원년부터 터져 나왔다.


김유동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12타점으로 초대 MVP를 차지했다. 12타점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 타점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95년 고졸 데뷔 2년생 심정수의 모습. 당시 '소년장사'로 불리던 심정수는 훗날 별명이 '헤라클레스'로 진화했다. 1995년 한국시리즈 5차전 심정수의 홈런은 OB 베어스 시대 마지막 가을야구 홈런으로 남게 됐다. ⓒ두산베어스


◆ OB 베어스 시대 가을야구 홈런은 9개


베어스는 원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6개(김유동 3개, 김우열 2개, 정종현 1개)를 시작으로 수많은 가을야구 홈런 신화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OB 베어스 시절엔 가을야구 홈런이 많지는 않았다. 대신 하나하나 의미를 지녔다.


1986년 플레이오프 2차전(대구 삼성전)에서 이종도가 2점홈런을 쏘아올렸는데 이 또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KBO는 1986년부터 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홈런은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초 홈런으로 기록돼 있다.


이어 1993년 LG 트윈스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 5회말 김상호가 좌중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베어스 구단 역사상 최초 준플레이오프 홈런이었다.


7차전까지 진행된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OB는 홈런 단 1방만 기록하고도 우승에 도달했다.


프로 데뷔 2년생이었던 ‘소년장사’ 심정수가 유일한 주인공. 롯데 자이언츠와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2회말 3점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은 김유동이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만루홈런을 날린 뒤 13년 만에 나온 한국시리즈 홈런이었다. 아울러 베어스 역대 고졸 선수 최초이자 10대 선수(1975년생으로 만 19세) 최초 가을야구 홈런을 달성했다.


OB 시대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던 1998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LG에 2연패로 물러난 가운데 13득점을 올렸지만 홈런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이로써 OB 베어스 시대엔 가을야구에서 총 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1999년 프로 데뷔 2년생 김동주의 앳된 모습. '아기곰' 김동주는 훗날 '두목곰'이 된다. ⓒ두산베어스


◆ 두산 베어스 시대 개막…홈런 군단의 서막


1999년부터 팀명이 두산 베어스로 바뀌면서 가을야구 홈런 신화의 꽃이 피어났다. 1999년 한화 이글스와 격돌한 플레이오프가 그 서막이었다.


두산은 비록 4연패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지만, 이 과정에서 홈런을 무려 5방이나 터뜨렸다.


1차전부터 홈런 3방이 폭발했다.


0-3으로 뒤진 4회말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송진우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날렸다. 이것이 두산 베어스 시대 가을야구 첫 홈런포였다. 아울러 두산 외국인 타자 최초 홈런이기도 했다.


두산은 2-4로 뒤진 상황에서 6회초 심정수, 7회초 우즈의 솔로포로 4-4 동점을 만들었으나 결국 4-7로 패하고 말았다. 한 경기 홈런 3방은 베어스 가을야구 역사상 처음이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우즈는 2차전과 4차전에서도 홈런 1방씩을 때려 단일 시리즈 4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두산은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만 무려 홈런 6방을 터뜨리면서 LG를 꺾었다. 이어 현대와 격돌한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 5방을 치며 기적에 도전했으나 3승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베어스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두 자릿수 홈런(11개)을 생산한 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심정수가 3방, 김동주 2방, 안경현이 1방을 쳤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우즈가 3방, 심정수가 2방을 몰아쳤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4방과 9타점을 때려내 MVP에 올랐다. 우즈는 1998년 정규시즌 MVP, 2001년 올스타전 MVP에 이어 'MVP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두산베어스


◆ 2001년 가을야구 홈런 17방…전설의 홈런왕 타이론 우즈


1999년과 2000년 가을야구에서 두산 베어스의 홈런포가 급격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더니 2001년에 절정을 이뤘다.


한화와 만난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3방을 친 뒤 현대와 격돌한 플레이오프에서는 홈런 7방을 폭발했다. 그리고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당대 최강팀으로 불리던 삼성을 맞아 홈런 7방을 추가하며 업셋 우승에 성공했다. 특히 역대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 득점(두산 18점, 삼성 11점)이 쏟아진 4차전에서 홈런 3방(우즈, 김동주, 안경현)이 터져 나왔다.


두산은 2001년 가을에만 무려 홈런 17개를 터뜨렸다. 이는 베어스 역대 한 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KBO 전체를 통틀어서도 2018년 SK의 21개(플레이오프 13개, 한국시리즈 8개)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편, 우즈는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3차전, 4차전, 6차전에서 홈런 1방씩을 쳐내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홈런 4개(훗날 2014년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가 타이기록 작성)를 기록하는 등 타율 0.391(23타수 9안타), 8타점으로 MVP에 올랐다. 이로써 우즈는 정규시즌(1998년), 올스타전(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MVP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우즈는 2000년 한국시리즈 홈런 3개를 포함해 개인통산 한국시리즈에서만 총 7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이는 여전히 한국시리즈 개인통산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 있다. SSG 최정이 타이 기록(2008년 1홈런, 2010년 2홈런, 2012년 1홈런, 2018년 1홈런, 2022년 2홈런)까지 진행한 상태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확대하면 우즈는 개인통산 13개의 홈런(준PO 1개, PO 5개, KS 7개)을 뽑아냈다. 이 역시 역대 1위였으나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일본에서 돌아온 뒤 통산 14개(준PO 2개, PO 6개, 한국시리즈 6개)로 늘리면서 우즈의 기록은 역대 2위에 랭크돼 있다.


두산 베어스 포수 시절의 홍성흔 모습. ⓒ두산베어스


◆ 가을 홈런의 전설은 어디까지?


앞서 전문에 설명한 대로 베어스는 지난해까지 통산 134홈런으로 KBO 가을야구 최다 팀홈런을 기록 중이다.


시리즈별로 보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통산 2개, 준플레이오프에서 통산 27개, 플레이오프에서 통산 55개,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50개의 아치를 그렸다.



베어스 구단 역사만 놓고 보면 단일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건 2004년이었다. KIA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단 2경기에서 7개의 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1차전에서 4개(이지 알칸트라 2개, 안경현 2개), 2차전에서 3개(이지 알칸트라 1개, 홍성흔 1개, 안경현 1개)를 터뜨렸다. 특히 홍성흔의 홈런은 2차전 연장 12회에 터진 결승 만루포였다.


플레이오프 중 최다 홈런이 나온 건 2017년의 12개다. NC 다이노스와 맞붙어 홈런 파티를 펼쳤다. 1차전에서 양의지가 포문을 연 뒤 2차전에서 4방(박건우 1개, 김재환 2개, 최주환 1개)이 터져나왔다. 3차전 2방(박건우 1개, 오재일 1개)에 이어 4차전에서 무려 5개의 홈런이 폭죽처럼 터졌다. 특히 4차전에서는 오재일 혼자 무려 홈런 4방과 9타점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포스트시즌 1경기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 기록이기도 하다.


2017년 두산의 12홈런은 당시 KBO 포스트시즌 단일 시리즈 최다 홈런 기록이었지만, 2018년 플레이오프에서 SK가 13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현재 역대 2위에 포진해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최다 홈런을 기록한 해는 2013년으로 9개였다. 당시 삼성과 7차전 접전 끝에 준우승에 그쳤는데 두산은 1차전 2방(김현수 1개, 손시헌 1개), 2차전 1방(오재일), 3차전 1방(홍성흔), 5차전 2방(최준석 2개), 6차전 2방(정수빈 1개, 최준석 1개), 7차전 1방(손시헌)을 쏟아냈다.


양의지가 2017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을 날리고 있다. 양의지는 쇄골 부상으로 2024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타자로 나서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베어스


1982년부터 지난해 2023년까지 베어스 선후배들이 42년간 가을 하늘에 쏘아올린 134발의 홈런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그려준 무지개였다. 세월이 흐르면 잊혀질 수많은 홈런 중 하나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그 홈런이 평생 간직할 추억이 된다.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베어스의 가을야구 홈런은 무엇입니까?


2024년 가을야구는 짧게 마감됐지만, 팬들의 뚝심 어린 응원이 계속되는 한 또 다른 전설과 신화를 만들기 위해 두산 베어스는 다시 뛸 것이다. ⓒ두산베어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