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지난 시간에 분량 문제로 포먼트에 대해 간략하게만 다룬게 아쉬워서 작성하는 번외편이야. 개념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고, 포먼트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그래프와 음성을 만들어봤어.
1. 모음에 따른 F1, F2, F3
아래 표는 20대 한국인 남녀 10명이 발화한 7개 단모음의 F1, F2, F3 평균과 표준편차야(이주현 외, 2005). 샘플의 사이즈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지난번에 소개한 논문 보다는 조금 더 크기에 가져왔어. 이번 글에서는 이 논문에서 제시하는 F1, F2, F3를 토대로 포먼트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려고 해.
출처 : http://doi.org/10.21848/audiol.2005.1.1.59
2. F0 & 배음
우선 성대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를 생각해보자. 1편에서 알아본 것 처럼 이 소리는 기본진동수와 그 배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때 기본진동수의 소리가 가장 세기가 강하고 진동수가 높은 배음일수록 세기는 약해져. 아래는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 낸 110Hz와 그 배음으로 이루어진 소리야. 영상에서 왼쪽의 그래프는 진동수에 따른 소리의 세기, 오른쪽 그래프는 스펙트로그램임.
3-1. F0 + F1
위에서 만들어낸 소리에 남성의 '아' 모음 첫번째 포먼트인 651Hz를 증폭하면 아래와 같은 소리가 만들어져. 위와 달리 F1 = 651Hz 인 지점이 가장 소리가 강해졌기 때문에 스펙트로그램에서 밝은 색을 띄고 다른 배음들은 어두워진 것을 볼 수 있어. 이렇게 포먼트가 하나만 있어도 성도를 거친 소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에 가까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음.
3-2. F0 + F1 + F2
이제 포먼트를 하나 더 추가해 보자. 남성 '아' 모음의 두번째 포먼트인 F2 = 1156Hz를 증폭하면 아래와 같이 소리가 밝아지며 '아' 발음에 가깝게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3-3. F0 + F1 + F2 + F3
이제 마지막으로 남성 '아' 모음의 세번째 포먼트인 F3 = 2515Hz를 증폭해보자. 음.. 뭔가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큰 차이는 없지? 스펙트로그램을 보면 2515Hz 근처의 배음이 그다지 밝지 않은데, 이처럼 F3는 세기가 약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해. 따라서 음색을 결정하는 핵심은 F1과 F2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4. High Pitch + Low Formant
위에서 F0 = 110Hz의 남성 '아' 모음 소리를 만들어 봤는데, 만약 포먼트를 유지한 채 기본진동수만 여성 수준의 F0 = 220Hz로 높이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아래와 같은 소리가 만들어져. 음성여성화 수술을 통해 성대의 기본진동수만 높아졌을 때 나는 소리가 딱 이런 느낌임.
5-1. High Pitch + High F1 or F2
그렇다면 F0 = 220Hz의 높은 피치에서 포먼트를 올렸을 때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어보자. 우선 아래는 첫번째 포먼트만 여성 '아' 모음의 F1 = 945Hz 로 높였을 때,
그리고 이건 두번째 포먼트만 여성 '아' 모음의 F2 = 1582Hz 로 높인 소리야.
어때? F1만 높였을 때는 소리가 밝아지긴 했는데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고, F2만 높였을 때는 발음이 뭉개지는 것 같지 않아? 소리 듣고 눈치 챈 트붕이들도 있을텐데, 사실 F1은 목 안의 인두강과 관련이 있고 F2은 입 안의 구강과 관련이 있어. 그래서 F1만 높였을 때는 목을 조인 듯한 소리가 나고, F2만 높였을 때는 입 안이 좁혀진 것 처럼 '아'가 아닌 '에' 발음에 가까운 소리가 나는 거야.
5-2. High Pitch + High Formant
그러므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F1과 F2가 함께 높아져야 함. 피치는 같지만 포먼트가 낮은 4번 소리와 다시 비교해서 들어보면 차이가 크게 들릴거야.
5-3. Low Pitch + High Formant
또한 기본진동수가 낮더라도 포먼트가 높으면 아래와 같이 소리가 두껍지 않게 남. 같은 110Hz 지만 포먼트가 낮은 3-3번 소리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게 느껴질거야.
6. 모음에 따른 포먼트 조절
그렇다면 무작정 목을 조이고 입을 좁혀서 F1, F2를 높여야 할까? 그건 모음에 따라 달라짐. '이' 소리의 경우 남성의 F1, F2는 236Hz, 2183Hz 이고 여성의 F1, F2는 273Hz, 2864Hz 로 F1은 비슷하지만 F2에서 큰 차이를 보여.
6-1. '이' 모음 with 220Hz + Male Formant
6-2. '이' 모음 with 220Hz + Female Formant
6-3. '이' 모음 with 220Hz + High F1
그래서 '이' 모음의 경우에는 6-1의 남성적인 톤은 6-2의 여성적인 톤으로 만들고자 할 때 F1을 높이는 것은 크게 효과적이지 않아. 즉, 애초에 목을 많이 좁히지 않는 발음이라 '아' 발음처럼 목 조이기 만으로 톤을 바꾸기 힘듦.
6-4. '이' 모음 with 220Hz + High F2
오히려 이 경우에는 F2만 올려도 발음이 뭉개지지 않으면서 6-2의 여성적인 톤에 더 가까움. 따라서 모음 발음에 따라 F1, F2 중에서 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어.
7.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2편에서 설명한 포먼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봤어. 포먼트, 그 중에서도 특히 F1, F2는 음색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니까, 혹시 원하는 음색이 잘 안 만들어진다면 한 번 포먼트를 측정해서 비교해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노래 이야기이긴 하지만,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UNSW) 연구실에서 성악을 함께 전공한 물리학부 학생에게 매일 포먼트를 보면서 연습하도록 했더니,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는 얘기가 있더라고. 참고로 포먼트 측정은 PC의 경우 Praat 이라는 무료 프로그램이 있는데 써보지 않아서 사용하기 편한지는 잘 모르겠어. Python에서도 간단하게 포먼트 측정이 가능하니 코드 짤 줄 알면 그쪽이 더 편할 수도 있음. 연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칠게.
다들 빠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