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 화요일
엄마에게 그 동안 쓴 편지를 보냈다. 어떻게 반응할지 보기가 너무 무서웠지만 다행이도 글을 읽고 처음 보낸 말이 '꺼내기 힘든 말을 해줘서 일단 너무 고맙다' 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카톡과 통화로 하다가 결국 다음 월요일에 직접 만나서 자세히 얘기하기로 했다.
- 3.12 수요일
일어나고 얼마 안지나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가 아빠에게 내 얘기를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너무 화나고 엄마에게도 따졌지만, 엄마도 결국엔 아빠에게 말해야될 문제라고 했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참았다. 그래도 다시는 나에게 말도없이 다른사람에게 말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직접 만나는건 엄마만으로 하기로 했다.
- 3.16 일요일
엄마 보기한 날 하루 전이 되니까 갑자기 두려운 마음들이 올라왔다. 이미 전화통화로 조금 얘기 했기 때문에 나를 강압적으로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직접 만나서 내 얘기를 들을때 엄마의 얼굴을 상상하기가 너무 무서웠다.
- 3.17 월요일
평소보다 조금 일찍일어나서 집 청소 깔끔하면서 엄마를 볼 준비를 했다. 이상하게도 당일이 되니까 무서운 감정이 조금 사그러들었다. 뭔가 현실감이 없는 느낌이였다.
곧 엄마가 집에 왔다. 시간이 점심이였기에 먼저 밥을 먹었다. 밥을 먹는 시간은 너무 평범했다. 마치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밥먹고 간단히 정리 한 다음에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정확히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 등등..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엄마는 알고보니 조기폐경 때문에 오래전부터 호르몬제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공도 심리학과여서 그런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지세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내가 느끼는 신체적인 불쾌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였다. 더 이야기를 해보니 내가 느끼는걸 불쾌감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이런 부분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대거 되었다. 그러면서 아직은 완전히 이해한건 아니고 솔직히 엄마는 말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말린다고 해서 내가 멈추지 않을거란걸 알고있고, 그렇기에 결국에는 나의 선택에 따를 거라고 말해줬다. 엄마는 왜 진작에 말을 하지 않았냐고, 더 일찍 말했더라면 같이 고민해볼 수 있었을것이라고 그리고 알아차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한께 고민하면서 나아가자고 말했다.
눈물이 났다. 엄마의 말처럼 왜 진작에 말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그 동안 힘들었던걸 모두 혼자 참아왔던게 무엇을 위한거였나 싶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이렇지 않았더라면, 더 어렸을 때 용기내어 내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하는 생각들에 너무나도 후회되고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엄마의 품에서 흐느꼈다.
진정이 되고나니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서 엄마랑 저녁을 먹으러 집을 나섰다. 스키야끼를 먹으면서 트랜지션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더 얘기하다 잠들었다. 잠들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잘 끝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조금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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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많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여기서 잠깐 끊어야겠다 생각이 드네요
다음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기도해서 조금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가지고 올려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