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뜻하는 3고(高) 현상에 소상공인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 가운데, 폐업한 사업장을 처리하는 철거업체들도 불황을 겪고 있다.
늘어난 폐업 사업장에 철거업체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데 더해, 경기 불황으로 폐업 사업장 위치에 신규 사업장이 들어설 계획이 없는 곳이 더 많아지면서 실질적인 철거 문의가 줄었기 때문이다. 봄철 꽃샘추위가 건설·철거업계에도 차갑게 불고 있어 소상공인과 철거업체의 고민이 잇따르는 상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2021~2023년)간 전북특별자치도 내 폐업 사업자는 2021년 2만8천350명, 2022년 2만7천309명, 2023년 3만1천16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대한전문건설협회(KOSCA)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 내 폐업 사업장의 구조물 해체를 도맡는 철거업체 등은 지난 2022년 1월 420곳, 올해 1월 들어 522곳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3년 동안 92곳이 더 늘어난 상태였다. 반면, 지난달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북특별자치도 내 철거업체는 10곳 줄어든 512곳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꾸준히 증가해온 철거업체가 단 한달새 감소세를 보이며 침체를 겪고 있는 셈이었다.
이에 본보는 전북특별자치도 내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우리도 폐업할 위기다’고 토로했다.
먼저 전주시 내 한 철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철거업계도 씁쓸한 호황이 돌았던 건 사실이다”며 “그렇게 일감이 늘어난 만큼 철거업을 시작하는 사업자들도 많아지면서 경쟁업체가 늘어 잠시 주춤하긴 했어도,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었다. 다만, 폐업에 맞춰 새로 개업하는 소상공인이 있어야 해체와 철거 작업 의뢰가 있을 텐데, 이맘때 평균 건수 보다 3분의 1에 불과한 정도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산시 내 건설업계 관계자도 “원래 봄철이면 겨울동안 멈춰둔 건설 및 철거 현장 문의가 쏟아지는데, 요샌 아예 안 들어온다”며 “그나마 작업하게 된 현장도 공공기관이나 빈집 철거, 과거에 거래해둔 사업장들이다. 불경기에 신규 사업장이 안 생기고, 우리도 일 없이 버티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