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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트랜스젠더 관련 서적을 읽어보려해요

사랑해(221.146) 2025.02.25 00:15:24
조회 170 추천 2 댓글 2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소개를 하면 트랜지션을 결심하고 hrt를 시작한지 1여년 된 mtf입니다. 최근엔 adhd와 양극성 장애 약을 먹고 있습니다.

어제는 새벽에 너무 혼란스러워서, 몇 년 만에 미루고 미루던 독서를 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해도 그저 감정들만 요동칠 뿐 또렷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 책을 읽으면 된다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해서 이연숙 님이 트위터(현 X)에 올렸던 롱 추의 피메일즈를 읽어보았습니다.


어려운 내용이고 성철학, 젠더에 대한 베이스가 거의 없었지만, 제가 느끼고 이해한 바를 써보려 합니다.

한 고전 여성학자의 SCUM이라는 희극을 전유하여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woman과 female을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각각 여자와 여성으로 번역됐습니다.

(하기 쓰여지는 인용들은 기억이 부정확해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여성female이다. 만약 여성이 아니라면, 더더욱 환영한다.'


충격적이면서도 가벼운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성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도 하면서 젠더의 개념에 대해 환기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이런 확장적이고, 포괄적인 말을 듣다니. 언제나 타인의 인정을 갈구한 저로서는 한순간이나마 굉장히 환대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성별 체계를 전복시키는 발언을 전제로 이어나가는 이야기는, Terf 및 관련 논쟁들에 대해 가볍고 미끄러지듯이 응수합니다. 



젠더에 대한 글에는 이러한 문구가 와닿았습니다.


'젠더라는 것이 그저 정체화만으로 끝날 일이라면, 트랜지션이란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바뀌는. 스위치를 켜고 끄는 일 같을 것이다.

하지만 트랜지션은 그러하지 않다. 왜냐하면 젠더란 타인의 인정이라는 관대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패스와 트랜지션, 아웃 트랜스젠더 등등을 조금 다룬 것 같습니다. 

젠더의 수행성이나, 보여지는 것들을 말해준 것 같았습니다.


'실망에 대한 인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저에게 트랜지션은 갈등이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도 컸고. 

그려지는 미래는 매우 안좋아보였습니다. 제가 안면여성화 및 각종 성형을 하여도, 완전히 녹아들 여지가 없어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언제나 넓은 저의 어깨가 느껴지는 듯 했고,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하루종일 보며 얼굴을 비교하였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며 든 생각은, 닥쳐오는 미래가 매우 어두울 것이라는 불안과 혼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트랜지션을 계속 해야하는가? 제 내면에선 두가지 생각이 늘 충돌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을 그만두고, 정상성의 달콤함을 느끼며-정확히는 달콤씁슬한-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과

6살 때 느낀 최초의 충동 이후 지속된 20여년 간의 욕망 그 두가지였습니다.

(최초의 충동이라는 말은 20세기 소년에서 차용하였습니다. 작중 최초의 충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자만이 꿈을 이룬다. 는 문구가 나옵니다.)

저는 롱 추와 좀 닮은 구석이 있었나봅니다. 롱추는 이에 대해 '욕구와 행복은 일치하지 않으며, 욕구를 실현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어떠한 사람들은 트랜지션과 같은 '치료'들이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자신의 지정성별에 순응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 

트랜스젠더에게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체화부터 시작하여 트랜지션을 하는 것까지의 과정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욕구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 말이 저의 혼란들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반드시 직선형으로 행복해지고 나아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고 방황하며 짜가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요. 


롱 추의 책을 읽고 많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글이 굉장히 과격하고 튀기면서도 용감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늘 내가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과 여성이 되고자함을 구분할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블랜차드의 자기여성애도 이 부분에서 언급이 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인터넷의 sisification영상을 본 사람들은 아마 모두가 트랜스젠더일 것이다.' (저는 그런 느낌으로 이해했습니다)

라는 말로 이제는 여성에 이어 트랜스젠더라는 개념도 확장시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발언이긴 합니다만,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일종의 폭발같은 것이라 생각했어요.

여성부터 젠더, 트랜스에 대한 논의들을 한바탕 뒤집어엎으며 통쾌함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음번에 읽어볼 책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입니다.

예전엔 이러한 책들이 그저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졌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도움이 된 듯 하여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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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1(221.151)

    피메일스, 재밌는 책이죠. 특히 자기여성애나 암컷타락에 대해 고민해본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으실 거에요. 암컷타락과 페미니즘은 대척점처럼 느껴지지만, 그런 저자가 페미니스트라는 점에서, 어떻게 자신 속의 모순된 그 두 가지 성향을 합리화(?) 시켜나가는가 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 dc App

    02.25 07:01:03
    • 글쓴 사랑해(221.146)

      감사합니다. 욕망을 당하고 대상화 당하기를 원하는 것은 피상적이며 비난당해 마땅하다면, 아예 여성이란 개념 자체가 수동적인 것은 아니냐고 저자가 반박한다 느꼈는데요.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혹 관련해 읽어볼 수 있는 다른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02.25 10: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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