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현대 성별 정체성 연구와 성학(sesxology) 분야에서 “자기여성애(autogynephilia)” 개념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성적 동기와 성별 이행 동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부각되어 왔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자기여성애란 그리스어 어원상 ‘자기 자신(autos)’과 ‘여성(gyne)’, ‘애착(philia)’의 합성어로서, 문자 그대로 “자신이 여성이라고 상상함으로써 느끼는 사랑”을 뜻한다. 캐나다의 성과학자 레이 블랜차드(Ray Blanchard)는 1989년 이 용어를 처음 학술적으로 도입하여, 남성(출생 시 성별이 남성)이 **“자신을 여성이라 상상하거나 여성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환상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향”**으로 자기여성애를 정의하였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이성복장도착증(남성의 여성 복장에 대한 성적 흥분)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블랜차드는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을 겪는 남성들 중 일부가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는 환상을 통한 성적 각성, 즉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특히 남성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MtF(Male-to-Female) 트랜스젠더들 다수가 이러한 자기여성애적 성적 각성을 경험하며, 이는 그들의 성별 이행 동기에 깊이 관련된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이 연구는 트랜스여성들을 성적 지향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누는 블랜차드의 트랜스섹슈얼리즘 범주화 이론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으며, 이후 성소수자 연구 및 임상현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본 연구보고서의 목적은 자기여성애 개념에 대한 학계의 주요 논의를 정리하고, 최신 연구 동향과 현실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이 개념의 의의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자기여성애 개념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성별정체성과 성적 동기의 교차지점에 놓인 독특한 현상을 설명하며, 성심리학 및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성도착증(paraphilia)**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반면 사회학·젠더 연구 측면에서는 이 개념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정체성을 병리화하거나 남성중심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 아닌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따라서 자기여성애에 대한 다각적인 학술 논의를 검토하는 것은 성별 불일치 현상의 원인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본 보고서는 자기여성애의 개념 정의와 기원(제1장), 국내외 사례 및 심리·신경과학·사회문화적 연구 비교(제2장), 그리고 여러 연구결과의 종합적 논의와 결론(제3장)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자기여성애 개념의 유용성과 한계를 균형 있게 살펴보고,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본 보고서는 학술적 엄밀성을 기하기 위해 오로지 학술 논문 및 전문 서적에 근거한 논의를 전개하며, 모든 인용은 시카고 스타일로 각주를 달고 참고문헌에 수록하였다. 비판적 검토와 종합을 통해 자기여성애 개념이 성별 정체성 연구에 갖는 의미를 조망하고 향후 더 나은 이해를 위한 연구 과제를 도출하는 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제1장: 자기여성애 개념에 대한 학계의 논의와 최신 연구 동향



1.1 자기여성애의 정의 및 개념의 기원



  자기여성애(autogynephilia)는 **“남성이 자기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거나 여성의 신체를 갖추었다고 상상함으로써 성적으로 흥분을 느끼는 성향”**으로 정의된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보다 간략히 말해, **“자기 자신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성적 애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블랜차드에 따르면 이러한 성향을 지닌 남성은 실제 여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기보다는, **“여성이 된 자기 자신”**이라는 이미지에 성적으로 이끌린다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이는 기존의 성적 지향 개념과는 구별되는데, 일반적인 성적 지향이 외부 대상(남 또는 여)에 대한 성적 끌림을 의미한다면, 자기여성애에서는 성적 환상의 대상이 자기 자신의 여성화된 이미지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블랜차드는 이 개념을 제시하며, 당시 성별 정체성 장애로 분류되던 남성-여성(MtF) 트랜스섹슈얼 환자들의 두 가지 이질적인 부류를 설명하고자 했다 () (). 첫 번째 부류는 어릴 때부터 여성스럽게 행동하고 오로지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이고, 두 번째 부류는 비교적 덜 여성스럽게 행동하며 여성(혹은 여성과 남성 모두 또는 누구에게도)에게 끌리지만 거의 예외 없이 “여성이 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적 환상을 가져온 “비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이다 (). 블랜차드는 후자의 비동성애적 MtF 트랜스젠더들의 성적 환상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자기여성애를 정의하고, 이러한 성향이 그들의 성별 이행 욕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블랜차드의 1989년 연구는 212명의 MtF 트랜스seks슈얼 환자를 조사하여 성적 지향과 자기여성애적 환상 보고 여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그 결과 남성에게 끌리는 “동성애적” 트랜스여성 집단에서는 자신을 여성으로 상상하며 흥분한다는 보고가 드물었던 반면, 남성에게 끌리지 않는 이성애·양성애·무성애적 트랜스여성들 집단에서는 대다수가 이러한 자기여성애적 흥분을 보고하여 두 집단 간에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즉, 트랜스여성의 성적 지향이 이성애적일수록(즉 여성에 대한 성적 끌림이 있을수록) 자기여성애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블랜차드는 이 발견을 바탕으로 “비동성애적 성별 불쾌감은 그 근저에 자기여성애적 성향이 있는 한 가지 유형의 성별 정체성 장애”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달리 말해, 트랜스여성들 중 여성에게 끌리거나 무성애적인 이들은 자기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고자 하는 성적 욕망—곧 자기여성애—이 성별전환을 희망하게 만드는 주요 동기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기여성애 개념의 등장은 이전까지 트랜스섹슈얼 현상을 설명하던 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 중반까지 성과학자들은 남성 동성애자들 중 일부가 여성의 삶을 열망하여 성전환을 하는 경우(즉 여성적인 게이 남성이 트랜스여성이 되는 경우)와, 여성의 옷을 입는 이성복장도착적 성향이 극단화되어 성전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별개로 언급해왔으나 () (), 블랜차드는 후자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으로서 자기여성애를 정의하였다. 예를 들어 임상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이성애적 트랜스섹슈얼” 사례들—겉으로는 남성적 삶을 살고 여성과 결혼까지 했지만 은밀히 여성으로 변신하는 환상을 가져온 사람들—은 자기여성애 개념으로 일관되게 설명되었다 () (). 실제로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지닌 남성들의 전형적 서사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청소년기부터 여성의 옷을 입거나 여성적인 상상을 하며 성적 쾌감을 얻기 시작하고, 성인기에 이성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내가 여성이라면”**이라는 환상을 통해서만 성적 만족을 느끼곤 한다 () (). 한 자기여성애적 성향의 트랜스여성은 “내가 아내와 성관계를 할 때 오직 내가 아내처럼 여성이 되었다고 상상해야만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결국 이러한 환상에 강하게 이끌리는 일부는 중년에 접어들어 자신이 진정 여성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결심하면서 성전환을 결단하게 된다 () (). 이처럼 자기여성애 개념은 트랜스여성들 중 상당수가 보이는 특이한 성적 환상과 성별전환 욕구의 관련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자기여성애 개념과 짝을 이루는 여성 사례로 자기남성애(autoandrophilia) 개념도 제안되어 있다 ((PDF) Early History of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이는 여성(출생 성별이 여성)이 자기 자신을 남성으로 여기거나 남성의 신체를 가졌다고 상상함으로써 성적으로 각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PDF) Early History of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실제로 일부 FtM(여성-남성) 트랜스남성 중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경우(즉 레즈비언 성향을 지녔던 경우), 남성화된 자기 이미지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보고가 간헐적으로 있다. 예컨대 어떤 트랜스남성은 자신이 남성의 신체를 가져서 여자 연인과 성관계를 맺는 상상을 통해 흥분을 느끼곤 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자기남성애 개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매우 부족하여, 이 현상이 얼마나 흔하고 트랜스남성의 성별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DSM-5에서도 자기여성애는 남성의 이성복장도착증 진단 하위범주로 명시되어 있지만 (Transvestic Disorder - Psychiatric Disorders - Merck Manual Professional Edition), 여성의 자기남성애는 별도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자기여성애에 비해 자기남성애는 학술적으로 거의 개념적 언급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본 보고서에서도 주로 자기여성애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1.2 자기여성애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 및 과학적 연구



  블랜차드 이래 지난 수십 년간 자기여성애를 둘러싼 학술 연구는 심리학, 정신의학, 신경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어 왔다. 먼저 임상심리 및 성학 분야에서는 자기여성애가 성적 자기대상화 성향으로서 남성에게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현상임이 보고되었다. Lawrence 등에 따르면 서구 사회의 남성 중 약 3% 가량은 일생에 한 번 이상 자기여성애적 환상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낀 경험이 있을 수 있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물론 이 중 극히 일부만이 그 성향이 강하여 실제 성별 이행으로 이어지겠지만, 자기여성애적 환상 자체는 생각보다 널리 분포하는 성적 관심사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일반 남성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여장 및 그로 인한 성적 자극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남성이 몇 퍼센트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Transvestic Disorder - Psychiatric Disorders - Merck Manual Professional Edition), 이러한 성향이 심화되어 자신이 여성이라는 생각 자체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단계로 진행될 경우 자기여성애로 볼 수 있다. Blanchard는 자기여성애를 **“이상성욕(성도착증)의 한 형태”**로 개념화하였는데, 이는 전통적인 페티시(fetish)와 달리 성적 욕망의 대상이 외부 사물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이러한 범주의 패러필리아를 가리켜 **“에로틱 대상 동일시 전도(Erotic Target Identity Inversion)”**라고 하며, 자신이 성적으로 끌리는 대상(여성)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여 그 대상으로 변모하고자 욕망하는 사례를 뜻한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자기여성애는 바로 그런 “대상 동일시형” 성도착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며, 흔히 알려진 피학증이나 물건애 같은 다른 패러필리아와 구분되는 독특성을 지닌다.

  연구자들은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척도와 방법을 개발해 왔다. 블랜차드는 초기 연구에서 환자들에게 “여성이 되는 상상을 할 때 성적으로 흥분하는지” 등을 묻는 **핵심 자기여성애 척도(Core Autogynephilia Scale)**를 활용하였고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이후 Lawrence 등은 자기여성애적 환상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그것을 몇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의상(衣裳) 자기여성애는 여성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우(전형적인 여장도착 형태)이고, 행위 자기여성애는 여성적 행위를 수행하거나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상상하는 것에서 오는 흥분을 말한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더 나아가 여성의 생리현상(예: 월경이나 임신)을 겪는 상상을 통해 흥분하는 생리적 자기여성애, 실제 여성의 신체적 특징(가슴, 질 등)을 자신이 갖게 되는 것에 대한 상상을 통해 흥분하는 해부학적 자기여성애로 구분하는 체계도 제안되었다 (Thread by @rdqb80: "Autogynephilia Resources - A Thread I strongly agree with this tweet, because I had to read a lot on autogynephilia to understand what the h […]"). 이러한 하위 분류는 1990년대 블랜차드가 제안한 것으로, 환자 개개인이 어떤 양상의 환상에 주로 끌리는지 파악함으로써 성별 불쾌감의 양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실제 임상 사례를 보면, 많은 자기여성애적 남성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여장 행위로 성적 쾌감을 얻다가 차츰 여성의 신체 그 자체에 대한 동경으로 환상이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예컨대 한 사례에서 당사자는 “처음에는 아내의 옷을 몰래 입고 거울을 보며 흥분했다가, 나중에는 내 몸에 여자의 가슴과 엉덩이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절정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고 술회하였다. 이렇듯 자기여성애적 욕망은 단순한 여성적 가장에서 시작해 자신이 완전한 여성으로 변모한다는 환상으로 심화될 수 있으며 () (), 이는 곧 성별 전환에 대한 갈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블랜차드 이론의 골자이다.

  자기여성애 개념은 2000년대 이후 공식 진단체계에도 일부 반영되었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 제5판(DSM-5, 2013)에서는 이성복장도착증(Transvestic Disorder) 진단 시 명시적 표지(specifier)로 “자기여성애적 성적 흥분을 동반하는 경우(with autogynephilia)”를 추가하였다 (Transvestic Disorder - Psychiatric Disorders - Merck Manual Professional Edition). 이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상상하는 것에 의해 성적으로 각성됨을 동반한 경우를 진단자가 부가적으로 기록하도록 한 것으로, 자기여성애 개념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다고 간주되었음을 보여준다. 같은 DSM-5에서는 여성 환자의 경우 “자기남성애(autoandrophilia)”도 마찬가지로 언급되어 있어, 생물학적 여성의 경우 자신을 남성으로 여기며 성적으로 흥분하는 성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In)validating Transgender Identities: Progress and Trouble in the ...) (Transvestic Disorder - Psychiatric Disorders - Merck Manual Professional Edition). 다만 DSM-5의 이러한 분류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In)validating Transgender Identities: Progress and Trouble in the ...). 트랜스젠더 당사자나 인권 단체들은 성별 불쾌감을 성도착의 범주로 묶는 것에 반발하며 자기여성애 개념 도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In)validating Transgender Identities: Progress and Trouble in the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진단 분류는 자기여성애 현상이 일부 성별 불쾌감 환자들의 특징적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임상의가 인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까지도 자기여성애는 DSM의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임상 기술적 용어로 사용되면서 성정체성 문제를 평가할 때 참고되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자기여성애 현상의 생물학적·신경학적 기초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다. 한 가지 핵심 질문은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과 그렇지 않은 트랜스여성(동성애적 트랜스여성)이 신경발달 측면에서 다른 경로를 거치는가이다. 블랜차드는 초기부터 “남성에게 끌리는 트랜스여성(동성애적 MtF)은 뇌의 성적 이형구조(sex-dimorphic structure)에서 여성에 가까운 방향으로 발달한 반면, 여성에게 끌리는 트랜스여성(자기여성애적 MtF)은 뇌 구조가 남녀 이분적 특성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2010년대에 두 건의 뇌영상 연구가 진행되었다. **Rametti 등(2010)**은 확산텐서이미징(DTI)를 이용하여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MtF 트랜스여성들의 뇌 백질 구조를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이들의 뇌는 남성 대조군에 비해 여성 방향으로 변화된 특성을 보이며 남녀 중간 정도의 패턴을 나타냈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이는 동성애적 트랜스여성의 뇌가 일부 영역에서 cis-남성과 구별되고 cis-여성에 가깝게 구조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Savic와 Arver(2011)**의 연구에서는 여성에게 끌리는 MtF 트랜스여성들의 뇌를 조사한 바, 이들의 뇌는 남성-여성의 전형적 차이를 보이는 부위들에서 남성과 유사한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고, 대신 다른 비전형적 차이를 보여주었다고 보고되었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두 연구를 함께 종합하면, 동성애적 트랜스여성의 뇌는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일부 영역에서 여성형으로 변화되어 있는 반면,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의 뇌는 그런 여성형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특이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이러한 초기 신경과학 연구는 표본 규모가 작고 결정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블랜차드가 예측한 “두 부류의 뇌 발달 경로 차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되었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향후 보다 큰 규모의 뇌영상 연구나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자기여성애적 성향의 신경해부학적 correlates(상관성)이 밝혀진다면, 이 개념의 생물학적 현실성에 대한 이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자기여성애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학계 내에서의 논쟁과 비판이다. 블랜차드의 이론 제시 이후, 많은 추후 연구들이 이를 지지하거나 확장하였지만 동시에 상당한 비판과 반론도 존재해왔다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이에 대해서는 제3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 최신 경향만 언급한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몇몇 연구자들은 블랜차드의 “두 가지 유형” 가설에 도전하였는데, 대표적으로 **Veale 등(2014)**은 대규모 온라인 설문을 통해 자기여성애 척도 점수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연속체적인 분포(continuous distribution)**를 보여주며 명확히 이분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이는 트랜스여성들의 성적 성향이 두 범주로 나뉘기보다는 스펙트럼 상에 놓일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Veale 등의 연구도 **“동성애적 MtF에 비해 비동성애적 MtF가 자기여성애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는 점은 확인하여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두 집단 간 차이 자체는 존재하나 그것을 바라보는 틀이 범주형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한편, 자기여성애 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 비판은 Charles Moser에 의해 제기되었다. Moser는 2009년 논문에서 일반 여성들도 자기 자신을 여성으로 여기며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그는 여성 29명을 대상으로 “여성인 자기 자신에 대한 성적 환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한 번 이상 그런 환상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으며, 28%는 그런 환상을 자주 즐긴다고 응답했다고 보고하였다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이는 자기여성애적 환상이 트랜스여성에게만 국한된 특별한 성도착이라기보다, 시스젠더 여성에게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 성적 환상의 하나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즉각 반론이 나왔는데, Lawrence는 2010년 Moser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매력적으로 여기거나 성행위 중 스스로를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며, 이를 트랜스여성의 자기여성애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요컨대 최신 연구 동향을 보면, 자기여성애 개념을 지지하는 연구와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병존하며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논쟁의 구체적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현실에서 보고된 자기여성애 사례들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의 분석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2장: 자기여성애 개념의 현실 사례 분석 및 비교





2.1 전세계적으로 보고된 자기여성애 사례



  자기여성애 현상은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한정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만 각 사회의 문화적 맥락에 따라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가진 개인들의 표면적 나타남과 통계적 비율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서구 사회의 성별정체성클리닉 자료를 보면, MtF 트랜스젠더 중 상당수가 블랜차드 이론의 비동성애적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북미의 한 임상 연구에서는 MtF 성전환 희망자의 절반 이상이 과거 여성과 결혼한 경험이 있거나 여성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동시에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환상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 Lawrence(2013)가 249명의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의 자서전적 내러티브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다수는 청년기에 이성 여성과 결혼하거나 장기 이성 관계를 맺었고, 결혼 생활 중 은밀히 자기여성애적 활동(여장, 거울을 보며 자기 몸을 여성으로 상상 등)을 지속했다고 한다 () (). 이러한 패턴은 서구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여성애 사례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겉으로는 사회의 이성애규범을 따르는 남성으로 생활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여성이 된 나”**에 대한 성적 갈망을 키워온 사람들이 성전환을 결심하는 식이다.


  반면 아시아 및 비서구권 사회에서는 MtF 트랜스젠더 인구 중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지닌 비동성애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보고가 있다 (). 여러 문화인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집단주의적 문화권에서는 여성적인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인정된 트랜스젠더 역할(예: 히즈라, 까또이 등)이 존재하며, 이들은 대개 어릴 때부터 여성적 행동을 보여온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로 구성된다 () (). 이러한 사회에서는 어려서부터 여성적으로 표현하는 게이 남성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트랜스 여성 역할을 취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이성애적 남성이 여성행동을 하는 것은 극도로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로 취급된다 () (). 그 결과, 비서구권의 일부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 대부분이 동성애적 성향이고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 실제로 싱가포르의 트랜스섹슈얼 환자들을 분석한 Tsoi(1990)의 연구에서는 MtF 성전환 희망자의 거의 전부가 남성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선호하는 동성애적 유형이었고, 여성 파트너를 둔 비동성애적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같이 문화적 차이는 자기여성애 현상의 드러나는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구의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여성애적 남성도 성전환을 선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통적 사회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억제되거나 은폐될 수 있다 () (). Lawrence의 비교문화 연구(2010)에 따르면, 개인주의 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MtF 트랜스섹슈얼 중 비동성애적(자기여성애적) 비율이 유의하게 높다고 한다 () (). 이는 서구사회가 비전통적 성별전환(이성애적 남성의 여성 전환)에 대해 더 허용적이어서 해당 집단이 표면화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반대로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여성적인 동성애자들이 주로 트랜스젠더로 살아가고, 이성애자 남성의 성전환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아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 (). 결국 자기여성애 자체는 문화권을 막론하고 존재할 수 있는 성향이지만, 그것이 성별전환으로 이어져 한 개인의 정체성으로 표출되는 빈도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2 심리학적·정신의학적 관점에서의 분석



  심리학 및 정신의학 분야에서 자기여성애는 주로 성도착증의 일종 또는 성적 동기 가설의 형태로 논의되어 왔다. 블랜차드의 원래 이론 맥락에서 자기여성애는 트랜스섹슈얼리즘(현 Gender Dysphoria)을 설명하는 두 가지 주요 경로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 (). 즉, 여성으로의 성별전환을 희망하는 남성들 가운데 일부는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즉 여성적 동성애자로서) 전환을 원하고, 다른 일부는 자기여성애라는 성적 욕망 때문에 (즉 성적 환상을 실현하고자) 전환을 원한다는 것이다 () (). 이러한 심리학적 모델은 당시까지 모호하게 인식되던 “이성애적 트랜스섹슈얼” 환자들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해 주었다. 임상 현장에서 성별 불쾌감을 호소하는 환자를 평가할 때, 그가 어릴 때부터 일관되게 여성적이고 남성에게 끌렸던 경우와, 성인이 되어서야 여성으로 살고 싶다고 나타났지만 성적으로는 여성에 끌리거나 특별히 성적 지향이 없었던 경우의 차이는 매우 컸다. 전자는 전통적으로 **“진성 트랜스섹슈얼”**로 여겨진 반면 후자는 “이성복장도착이 발달한 경우” 정도로 취급되곤 했는데, 자기여성애 개념은 후자의 심리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이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가 있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실제로 많은 성치료 전문가들은 자기여성애 개념을 활용하여, 해당 환자들에게 자신의 성적 동기가 성별전환 욕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고 상담하는데 사용해왔다고 한다. 예컨대 환자가 “내가 여성이 되는 상상을 멈출 수 없고, 그것이 단순한 성적 흥미를 넘어서 삶의 목표가 되었다”고 토로할 때, 치료자는 자기여성애 개념을 통해 그 심리를 이해하고 환자의 성적 판타지와 정체성 욕구를 함께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기여성애 개념은 비판 또한 많이 받아왔다. 우선, 자기여성애를 성도착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와 일부 임상의들은 한 개인의 성별 정체성 욕구를 “성도착증”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트랜스여성의 정체성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자기여성애 개념이 널리 알려지자, 일부 트랜스여성들은 자신들이 **“성적 일탈자”**로 낙인찍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체성에 관한 민감성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조차 자기여성애 성향을 대놓고 논의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더욱이 Blanchard 이론에 따르면 동성애적 트랜스여성은 성적 동기가 아닌 “진짜 여성성”을 지닌 반면, 비동성애적 트랜스여성은 어디까지나 성적 동기의 산물로 본다는 이분법적 인식이 생길 우려가 있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트랜스여성 당사자들 중에는 “나는 여성으로 삶으로써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전환하는 것이지, 단지 성적 흥분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도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가졌다고 분류된 트랜스여성들 중 일부는 자신의 성별전환 결정이 성적 욕망과 무관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성적 환상과 젠더정체성의 주관적 인과관계는 매우 복잡하여,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어떤 이는 “자기여성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반복된 환상을 통해 결국 여성 정체성을 굳히게 된다”고 보는 반면, 다른 이는 “원래 여성 정체성이 있던 사람이 그것을 성적인 상상으로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본다.

  정신의학적 분류 체계 내에서도 논란은 존재한다. DSM-5에 자기여성애가 포함되긴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1(국제질병분류 11판, 2019)에서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별불일치로 분류하면서 성도착과 명확히 구분하였고, 자기여성애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국제적인 성 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기여성애 개념 활용에 온도 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심리학·정신의학 분야에서 자기여성애 개념은 트랜스젠더 현상을 설명하는 유용한 틀로 인정받는 동시에,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정체성을 병리화할 수 있는 위험한 틀이라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평가로 인해, 현재까지 이 개념을 완전히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다만 분명한 것은, 자기여성애라는 현상 자체는 임상적으로 실재하며 어느 정도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많은 임상가들이 유사한 사례를 관찰해왔고, Blanchard 이후 진행된 여러 연구들도 자기여성애적 성향과 특정 트랜스여성 집단의 연관성을 지지하고 있다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따라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과제는, 이 현상을 당사자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점일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자기여성애를 굳이 “성도착증”으로 낙인찍기보다는, 성적 지향과 유사한 하나의 성향으로 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Lawrence(2007)는 자기여성애를 한 남성이 자신 속의 이상적 여성상과 맺는 로맨틱한 사랑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이는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이 자신의 여성상을 단순한 성적 대상이 아니라 애정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견해이다. 이러한 접근은 자기여성애를 단순히 외부로 향한 성적 페티시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이상적 자아와 맺는 심리적 애착 관계로 이해함으로써, 트랜스여성의 정체성 서사와 성적 욕망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2.3 신경과학적 연구의 비교



  신경과학 분야에서 자기여성애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성별 불쾌감의 하위 유형 간 뇌 구조와 기능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들은 존재한다. 앞서 1.2절에서 소개한 대로, 뇌영상 연구들은 동성애적 MtF 트랜스여성과 비동성애적 MtF 트랜스여성(자기여성애적)의 신경해부학적 차이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Rametti 등(2010)과 Savic & Arver(2011)의 연구는 작은 표본이었지만, 두 집단 간 뇌 차이가 블랜차드 이론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이를테면 Rametti 등의 연구에서 남성에게 끌리는 트랜스여성들의 뇌 백질은 남성 대조군보다 여성 대조군에 가깝게 재배열되어 있었고, 여성에게 끌리는 트랜스여성들의 뇌는 남성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이다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 물론 이러한 연구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일각에서 “트랜스여성의 뇌가 여성과 유사한지 아닌지 판별하려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의 교차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만약 추후 연구에서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의 뇌적 특성이 더 체계적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성적 욕망과 성별정체성의 상호작용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를 도울 것이다.

  신경과학 연구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자기여성애적 성향이 하나의 성적 지향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Lawrence(2011)는 자기여성애가 **“이상화와 애착, 에로틱 욕망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는 면에서 하나의 성적 지향과 유사하다”**고 설명하였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실제 뇌과학에서는 낭만적 사랑이나 성적 애착이 발생할 때 뇌의 보상계가 활성화되는 패턴이 유사함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이 “자신이 여성이라는 환상”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면, 이는 뇌의 관점에서 마치 외부의 연인을 사랑하는 것과 유사한 경로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설은 아직 직접 검증된 바 없으나, 만약 자기여성애적 환상에 몰입할 때의 뇌 활성화 양상을 연구한다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기능적 MRI로 자기여성애 환자가 여성으로 변신했다고 상상할 때의 뇌 반응을 측정하여, 실제 성적 자극이나 애착 대상에 반응할 때와 비교하는 연구를 상상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구조적 뇌 차이에 관한 연구만 진행되었지만, 향후에는 이런 기능적 신경과학 연구도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는 연구윤리와 대상자 동의 등의 문제가 민감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2.4 사회학적·문화적 관점에서의 논의



  사회학적 측면에서 자기여성애 개념은 젠더, 섹슈얼리티, 남성성/여성성의 사회적 구성과 긴밀히 연결된 주제로 논의된다. 한편으로, 자기여성애는 남성의 여성성에 대한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성별 이분법에 도전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회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을 이성애로서 당연시하고, 남성이 남성에게 끌리는 것을 동성애로 인식해왔지만, 남성이 “여성이 된 자기 자신”에 끌리는 경우는 그 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기여성애 현상은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비가시화된 섹슈얼리티로서 머무르곤 했다. 많은 자기여성애적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은밀히 숨기고 살아왔으며, 사회적으로 이것을 표출할 공간이 거의 없었다. Lawrence(2013)의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 내러티브 연구에 의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청소년기부터 이성애 규범에 따라 여성과 사귀고 결혼까지 했지만 동시에 **“내 안의 여성”**을 동경하며 이중생활을 했다 () ().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학자들은 자기여성애 현상을 헤테로남성성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이성애적 남성으로 살아가도록 강요받은 일부 남성들이, 내면의 욕망을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 여성화 환상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이는 가부장적 남성성 규범이 엄격한 사회일수록 더 강화될 수 있으며, 결국 자기여성애적 욕망은 더욱 은밀히 잠복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현대의 젠더 다양성 담론에서 자기여성애 개념은 종종 논쟁의 초점이 된다. 특히 급진적 페미니스트 진영이나 반(反)트랜스젠더 담론에서는 자기여성애 이론을 근거로 “일부 트랜스여성은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남성에 불과하다”고 공격적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이러한 시각은 트랜스여성의 여성 정체성을 부정하는 데 자기여성애 개념을 악용하는 것으로, 학술 연구와 거리가 먼 정치적 활용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자기여성애 이론에 내포된 남성중심적·이성애규범적 전제를 비판한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예컨데 줄리아 세라노(Julia Serano)는 2020년 사회학 저널에 발표한 글에서, 블랜차드의 자기여성애 이론이 “트랜스여성의 여성 정체성과 전환을 단지 성적 지향의 부산물로 치부”함으로써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자기인식과 경험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그녀는 그간 축적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자기여성애 이론이 맞지 않으며, 오히려 “몸 구현에 대한 환상(embodiment fantasies)” 모델로 설명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세라노의 대안 모형에 따르면,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특정 성별 특성을 지니는 환상을 꾸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성별 이분법적 사회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몸에 대한 이상화된 환상의 하나일 뿐, 그 사람이 실제로 그 성별이라고 느끼는지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예컨대 시스여성도 “더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된 상상을 하며 흥분할 수 있고, 시스남성도 “근육질 남성”이 된 상상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이 여자/남자”가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는데, 이를 굳이 병리화할 필요는 없다는 관점이다. 세라노는 특히 블랜차드 이론이 남성의 성적 일탈을 강조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소홀히 함으로써,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기존의 편견에 기댄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이처럼 사회학적 논의에서는 자기여성애 개념이 단순히 성적 현상이 아니라 젠더 이데올로기와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해석되는 담론으로 다루어진다.

  또한 자기여성애 개념은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자기서사의 일부로 포섭되거나 거부된다. 일부 트랜스여성(특히 후기전환자)들은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나는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지녔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다른 이들은 그 용어를 강하게 거부한다. 이것은 결국 누가 트랜스젠더 여성의 “진짜 여성성”을 결정하는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자기여성애 이론을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끌리는 트랜스여성도 여성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그들의 동기는 다를 수 있다”는 식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려 한다. 반대로 이를 거부하는 트랜스여성들은 “내 동기가 무엇이든 나는 여성일 뿐이며, 굳이 성적 동기 운운하며 구분짓는 것은 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후자의 정체성 자각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의 영향으로 학술 담론에서도 자기여성애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는 경향마저 생겼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러한 자기검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PDF) Early History of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PDF) Early History of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학자들은 “과학적 탐구는 때로 불편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도, 건설적 비판 속에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기여성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 결국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자기여성애 개념은, 트랜스여성의 경험을 이해하는 하나의 프리즘이자 동시에 젠더/섹슈얼리티의 본질에 대한 논쟁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표 1) 동성애적 MtF 트랜스여성과 자기여성애적 MtF 트랜스여성의 비교




  위의 논의를 요약하면,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별전환을 원하는 트랜스여성들 중 성적 지향에 따른 두 부류—동성애적 vs 비동성애적(자기여성애적)—는 여러 측면에서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동성애적 MtF 트랜스여성 (남성 지향)자기여성애적 MtF 트랜스여성 (비동성애적)
주요 성적 지향남성 (게이 남성에 해당) ()여성 (이성애) 또는 양성애·무성애 ()
어린 시절 경향유년기부터 일관된 여성스러운 행동, “여자 아이”로 인식됨 () ()어릴 때 일부 여장 행위 있으나 전반적으로 남자 아이로 성장, 청소년기 이후 은밀히 여성 환상
초기 성생활청소년기부터 게이로서 남성과 교제이성 여성과 연애·결혼 시도, 이중생활 경향 () ()
성적 환상 내용본인은 여성이라고 상상하지 않음, 남성을 향한 성적 욕망 중심**“여성이 된 자기 자신”**에 대한 환상으로 성적 흥분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성별전환 시기비교적 이른 나이에 성전환 결심 (10~20대)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남성으로 생활, 중년 이후 전환 결심 빈도 높음 ()
결혼 및 가족여성과의 결혼 매우 드물며, 가족보다는 젊어서 전환이성애 규범 따라 젊어서 여성과 결혼·자녀 둔 경우 흔함 () ()
사회적 표현어릴 때부터 여성 역할, 여성으로 살아온 기간 김전환 전까지 남성적 사회 역할 수행, 여성복장 등은 은밀히 함
뇌 구조 연구뇌 일부 영역에서 cis-여성에 가까운 패턴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180619/#:~:text=The%20Rametti%20team%20used%20an,the%20male%20controls%20on%20five))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180619/#:~:text=of%20the%20six%20,female%20direction%20on%20all%20parameters)) | 뇌 구조는 cis-남성과 유사하거나 비전형적 차이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180619/#:~:text=express%20greater%20interest%20in%20female,also%20emerge%20at%20the%20level)) ([
        New MRI Studies Support the Blanchard Typology of Male-to-Female Transsexualism -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180619/#:~:text=variables,transsexuals%2C%20and%20Savic%20and%20Arver)) |

문화적 분포 | 집단주의 문화권(태국 등) MtF 트랜스 대부분 차지 () () | 서구 개인주의 사회에서 더 자주 나타남 () () |

표 1: 성적 지향에 따른 MtF 트랜스여성의 특징 비교 (블랜차드 이론에 기반). 동성애적 MtF 트랜스여성과 자기여성애적 MtF 트랜스여성은 성장 배경, 성적 동기, 전환 양상 등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경향이 보고된다. 다만 이러한 구분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개인에 따라 중간적 특성을 보이거나 예외 사례도 존재한다. 자료: Blanchard(1989)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Lawrence(2010) () (); Lawrence(2013) () (); etc.

위 표에서 보듯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은 전형적으로 남성과 관계를 맺기보다는 여성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남성으로 살아오다가, 내면의 여성화 욕망이 커져 뒤늦게 성전환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여성으로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성전환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개인사 이상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의 존재는 “트랜스여성은 모두 자신을 여성으로 동일시하며 어릴 때부터 그렇다”는 일반화에 예외를 제시함으로써, 트랜스젠더 여성 집단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자기여성애 개념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함께 결론을 도출한다.





제3장: 자기여성애에 대한 학계 연구들의 비교 분석과 종합적 논의




3.1 기존 연구들의 비교 분석



  자기여성애 개념을 둘러싼 학계의 견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블랜차드로 대표되는 지지파로서, 이들은 자기여성애 현상의 존재와 그 중요성을 강조하며 트랜스섹슈얼리즘 typology의 유효성을 옹호한다. 두 번째는 Moser, Serano 등으로 대표되는 비판파로서, 자기여성애 이론의 일반화와 적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양측의 주장을 핵심 쟁점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쟁점 1: 트랜스여성의 유형 구분 (이분법 vs 연속체) – 지지파는 MtF 트랜스여성을 성적 지향에 따라 두 범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 (). 블랜차드는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적 증거(동성애 그룹과 비동성애 그룹의 자기여성애 점수 차이 등)를 제시했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반면 비판파는 실제 개인들은 스펙트럼 상에 분포하며 이분법이 지나치게 단순화라고 주장한다. Veale 등(2014)은 통계적 분포 분석을 통해 자기여성애 점수가 이산적 집단이기보다 연속적 특성임을 보여주었다고 보고하였다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따라서 트랜스여성 개개인은 전적으로 동성애적이거나 전적으로 자기여성애적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혼합된 양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일부 트랜스여성들은 남성과도 약간의 성경험이 있지만 여성과도 관계를 맺거나, 자기여성애적 환상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남성 파트너에 대한 욕망도 느끼는 등, 엄밀히 둘로 나누기 어려운 사례들이 존재한다. 지지파는 이에 대해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둘로 나뉜다”는 입장인 반면, 비판파는 “경계가 흐릿하므로 연속체 모델이 적절하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Evidence against a typology: a taxometric analysis of the sexuality of male-to-female transsexuals - PubMed).

  • 쟁점 2: 자기여성애의 원인 및 역할 (원인적 vs 부수적) – 지지파는 자기여성애적 성향이 비동성애적 트랜스여성의 성별전환 주된 동기라고 본다 (The concept of autogynephilia and the typology of male gender dysphoria - PubMed). 즉 자기여성애가 없었더라면 그러한 트랜스여성들도 굳이 전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에 반해 비판파는 자기여성애를 원인이 아니라 결과 또는 표현 방식으로 본다. Serano(2020)는 자기여성애 이론이 “트랜스여성의 여성 정체성과 전환을 성적 지향의 부산물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하면서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트랜스여성들은 성별 불일치로 인해 전환하는 것이지 성적 페티시 때문에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의 “몸 구현 환상” 모델에서는, 여성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성적 환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지만 그 근저에는 성별 정체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요컨대 지지파는 자기여성애를 **원인적 요인(causal factor)**으로, 비판파는 **부수적 현상(epiphenomenon)**으로 본다. 이 차이는 트랜스여성 자신의 인식과도 관련되는데, 많은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조차 “초기에 분명 성적 흥분과 연관되었지만 지금은 내가 여성으로 사는 것이 더 이상 성적 판타지가 아니라 일상”이라고 말한다. 이는 성별전환 후에는 자기여성애적 흥분이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임상보고와도 일치한다. 따라서 자기여성애가 언제나 주된 동기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이 비판파의 근거이다.

  • 쟁점 3: 여성에게서의 유사현상 (특수성 vs 보편성) – 지지파는 자기여성애가 남성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패러필리아로서, 여성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본다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블랜차드 이론에서는 여성에게 대응하는 자기남성애 개념을 언급했지만, 실제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Moser(2009)의 연구는 일반 여성들도 상당수 유사한 자기환상에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이 연구는 “여성이 자기 자신을 여성으로 상상하며 흥분하는 것”이 개념상 어색하게 들리지만, 구체적으로는 여성들이 성행위 시 스스로를 성적 대상화(예: 거울을 보며 흥분함)하는 일은 흔하고 그것이 곧 자기여성애적 기제와 통한다는 주장이다. 지지파 측에서는 Moser의 정의가 지나치게 넓어 “자기여성애”의 의미를 확산시켰다며 반박한다. Lawrence(2010)는 Moser의 여성 대상 설문에 응한 여성들이 보고한 것은 “자신이 섹시한 여성으로 보이길 바라는 일반적 환상”이지, 트랜스여성들이 느끼는 자기동일시적 성적 욕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따라서 이 쟁점은 자기여성애 현상이 트랜스여성 집단에 고유한 현상인지, 아니면 일반 인구의 보편적 성적 상상의 한 형태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현재까지의 학술 의견은 엇갈리지만, 적어도 트랜스여성 집단에서 나타나는 강도와 양상은 독특하다는 점에는 비교적 동의한다. 일반 여성들도 자기 이미지에 흥분할 수 있으나, 그것이 삶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 쟁점 4: 개념의 유용성 (임상적 통찰 vs 낙인) – 마지막으로, 자기여성애 개념의 학문적·임상적 유용성 자체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지지파는 이 개념이 등장함으로써 수많은 후기 전환 트랜스여성들의 심리가 이해 가능해졌고, 임상적으로도 치료 상담에 유용했다고 말한다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반대로 비판파는 이 개념이 트랜스여성 커뮤니티에 낙인을 찍어 당사자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쳤다고 본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특히 2000년대 초 블랜차드의 이론이 대중에 알려지고 J. Michael Bailey의 대중서 (The Man Who Would Be Queen, 2003)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트랜스여성들이 분노하며 이 이론을 공격한 바 있다. 일부 활동가들은 Bailey의 주장에 맞서 그를 비윤리적 연구자로 고발하거나, Blanchard 이론 자체를 “폐기되어야 할 구시대의 산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자들과 활동가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오히려 건전한 학술토론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회고된다 (Thread by @rdqb80: "Autogynephilia Resources - A Thread I strongly agree with this tweet, because I had to read a lot on autogynephilia to understand what the h […]") (Thread by @rdqb80: "Autogynephilia Resources - A Thread I strongly agree with this tweet, because I had to read a lot on autogynephilia to understand what the h […]"). 학술적으로는 Moser(2010)가 자기여성애 이론을 처음으로 동료 심사 저널에 실린 형태로 공식 비판하면서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비로소 학계 내에서도 건설적인 반론이 시작되었다. Moser는 결론적으로 “자기여성애라는 현상 자체는 존재하지만 블랜차드의 이론적 해석은 결함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이는 양쪽 견해를 절충한 듯 보이지만, 결국 학술용어로서의 자기여성애는 인정하되 그 맥락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요컨대 개념의 유용성에 대해 지지파는 “실재하는 현상을 정확히 짚은 개념”이라고 하는 반면, 비판파는 “불필요하게 병리화하고 논쟁만 불러일으킨 개념”이라고 평한다.



  이상의 쟁점 비교에서 볼 수 있듯, 자기여성애에 관한 학계의 입장은 통일되어 있지 않다. Blanchard-Lawrence 진영과 Moser-Serano 진영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데이터 해석의 차이를 넘어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로도 연결된다. 전자는 비교적 본질주의적 입장(특정 패턴이 실재한다는)을 취하는 반면, 후자는 사회구성주의적 입장(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Autogynephilia: A scientific review, feminist analysis, and alternative ‘embodiment fantasies’ model). 다만 이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일부 트랜스여성들이 여성으로 변신하는 성적 환상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는다 (Blanchard's Autogynephilia Theory: a critique - PubMed). 또한 “동성애적 트랜스여성과 그렇지 않은 트랜스여성 집단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에도 대체로 동의한다 () (). 논쟁은 주로 해석과 함의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학계의 과제는 이러한 교차지점을 확장하면서, 논쟁점에 대해서는 추가 증거를 통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다음 절에서 논의할 종합적 고찰과 연구의 한계 파악이다.




3.2 종합적 논의 및 연구의 한계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들을 종합하면, 자기여성애 개념은 트랜스여성 인구 내 성적 성향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 여러 한계와 오해의 소지가 있음도 분명하다. 몇 가지 핵심 논점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논의해보겠다.

  첫째, 표본과 방법론의 한계이다. 블랜차드의 연구들은 주로 성별정체성클리닉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해당 표본이 전체 트랜스여성 인구를 대표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Blanchard (1989)의 212명 표본은 의료적 전환을 원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는데, 여기에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가진 이성애 남성이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내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은 당시 의료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웠거나, 혹은 이미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어 굳이 클리닉에 오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Lawrence(2010)의 연구에서 동양권에서는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이 사회적 트랜스젠더 역할을 찾아 의료 접근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는데 () (), 서구권에서는 반대로 공식적인 의료 과정을 거쳐 성전환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이처럼 문화적·샘플링 편향은 원자료에 깔려 있을 수 있다. 반론 측 연구들도 한계를 지닌다. Moser의 여성 대상 연구는 표본 크기가 29명에 불과하여 일반화에 무리가 있고 (Autogynephilia in women - PubMed), Veale 등의 온라인 설문은 표본이 자발적 참여자들이어서 응답 편향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자기보고식 방식으로 “성적 환상”을 묻는 연구들은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트랜스여성 참여자의 경우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인정하면 자기 정체성이 폄하될까 우려하여 축소 보고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연구주제가 자기여성애임을 알고 적극 어필하고자 과장하는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연구 방법 상의 제약 때문에, 현재 확보된 데이터로는 어느 쪽 주장에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향후에는 보다 정교한 연구디자인—예를 들어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대규모 조사, 혹은 생리적 흥분 측정을 통한 실험적 접근—등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연구 참여자가 민감한 내용을 다루며 받을 심리적 영향 등)를 고려하면 이러한 연구도 신중해야 한다.

  둘째, 개념의 경계와 정의 문제이다. 자기여성애라는 개념이 포괄하는 현상의 범위가 연구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Blanchard는 좁은 의미로 “남성이 자신이 여성이라는 생각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우”로 정의했지만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Moser는 이를 넓혀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기 자신의 성적 이미지에 흥분하는 경우”까지 포함시켜 논란이 되었다. 또한 실제 사례를 보면, 자기여성애적 환상과 기존의 페티시즘이 혼합된 경우도 많다. 예컨대 여성의 옷(란제리 등)에 대한 페티시로 시작했지만 점차 환상의 초점이 “옷을 입은 자신”으로 이동하는 경우, 어디까지가 단순 페티시이고 어디부터가 자기여성애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Lawrence는 자기여성애를 넓게 보아 “여장 페티시와 기타 여성화된 행동에서 오는 흥분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정의하였지만 (Autogynephilia: an underappreciated paraphilia - PubMed), 일부 연구자는 여장 페티시는 자기여성애가 아니라 별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개념 정의의 차이는 연구 결과 해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래 연구에서는 자기여성애를 엄밀히 정의하고, 하위 유형별로 분류한 데이터를 제공하여 각 현상의 기여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순수하게 “자기 신체가 여성으로 변하는 상상”에만 흥분하는 경우와, “여장 등 외적 행동”에 의한 흥분을 구분해서 분석한다면, 어떤 하위 유형이 성별전환과 더 밀접한지 등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심리사회적 영향과 상호작용의 문제이다. 자기여성애적 욕망과 성별 불쾌감은 서로 상호작용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a) 초기부터 존재한 경미한 성별 불편감이 성적 환상을 통해 강화되어 자기여성애와 결합, 결국 성별전환으로 이어진다; (b) 원래 강한 성별 불쾌감이 있었는데 억압된 상태에서 성적 표현(환상)으로 부분적으로 분출되다가 나중에 정체성으로 표출된다; (c) 성별 불쾌감은 전혀 없었지만 단순 성적 쾌락 추구로 여성화 행위를 반복하는 가운데 심리적 동일시가 생겨난다. 실제 개인들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느 정도씩 모두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횡단적(self-report) 연구들은 이런 인과 방향을 밝혀내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인 전에 여장 성향을 보이던 소년들을 장기간 추적하여 누가 나중에 트랜스여성이 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또 어떤 요인이 그 분기를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윤리와 실현 가능성 면에서 쉽지 않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진 현대에는 과거보다 수행 여건이 나아졌다고 본다. 심리사회적 요인으로서, 사회적 낙인과 수용도 중요한 변인이다.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은 자신의 성향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수치심을 공통적으로 표출하는데 () (),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이중생활을 끝내겠다”는 결심으로 성별전환을 밀어붙이는 심리 기제가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사회적 낙인이 덜했다면, 그들이 꼭 성별을 전환하지 않고도 부분적 욕구충족으로 만족하며 살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환경 요인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자기여성애와 성별전환의 관계를 순수하게 논하기 어렵다.

  넷째, 윤리적·정책적 함의이다. 학술 연구를 넘어, 자기여성애 개념의 사용은 트랜스젠더 의료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일부 보수적인 의료인들은 “자기여성애적 성향의 환자는 성전환 수술의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동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정체성이 확고한 데 비해,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들은 성적 환상이 동기라면 수술 후 환상이 사라지면 후회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자기여성애적 배경의 트랜스여성 중 일부가 수술 후 기대와 다른 현실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연성일 뿐이며, 체계적 연구결과는 불충분하다. 반대로, 자기여성애적 성향을 미리 인지하고 적절히 상담하면 수술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즉, 수술이 성적 판타지의 완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삶의 변화임을 인식시키고, 환상이 아닌 현실로 여성으로 사는 데 필요한 준비를 도우면 긍정적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상 적용상의 함의를 논하려면, 우선 학계가 자기여성애 현상을 낯설어하지 않고 냉정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논쟁이 과열되어 연구 자체가 위축되는 면이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트랜스젠더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의료 접근을 모색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결국 학문과 커뮤니티, 임상 간의 건설적 대화가 중요하며, 자기여성애 개념은 그 교차점에서 신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3.3 결론 및 향후 연구 방향



  본 연구는 자기여성애 개념에 대한 기존 학술 논의를 고찰하고, 최신 연구 동향과 사례분석을 통해 이 개념의 중요성과 한계를 살펴보았다. 자기여성애는 한때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이분화하는 논란적 이론의 중심에 있었지만, 수십 년에 걸친 논쟁을 거치며 이제는 트랜스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을 이해하는 여러 프레임 중 하나로 인식되는 추세다. 자기여성애 개념의 등장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욕망의 복잡한 상관성을 조명함으로써 학문적 사고 지평을 넓혔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남성이 여성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에도 성적인 동기가 개입할 수 있다”는 통찰은, 트랜스젠더 현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는 트랜스젠더 담론에서 종종 간과되던 부분으로, 순수히 정체성의 문제와 순수히 성적 취향의 문제가 교묘하게 얽힐 수 있음을 환기시켰다.

  동시에, 자기여성애 이론이 보여준 한계도 분명하다. 지나치게 성적 동기에만 주목함으로써 당사자의 총체적 정체성 서사를 축소시킬 위험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성별이분법적·이성애규범적 전제를 깔고 있어, 다양한 젠더/섹슈얼리티 스펙트럼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오히려 향후 연구의 방향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자기여성애 현상을 더 폭넓고 포괄적인 맥락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첫째, 다양한 표본을 활용한 실증 연구가 요구된다. 지역적·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국제협력 연구나, 온라인을 통한 대규모 표본 확보 등으로 보다 일반화된 지식을 얻어야 한다. 특히 아직까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는 자기여성애에 대한 학술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향후 이 지역의 트랜스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연구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각 문화권에서 자기여성애적 성향이 어떻게 표출되고 수용되는지 비교하면, 사회환경이 성적 환상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종단적 및 발달적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젠더 비순응 행동, 성적 환상, 성별 불쾌감 간의 관계를 추적 조사함으로써 인과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별 불쾌감을 가진 청소년 집단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가 자기여성애적 환상을 발전시키는지, 또 어떤 요인이 그러한 경로를 예측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예방적 개입이나 상담 전략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 신경과학과 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객관적 지표를 보완해야 한다.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뇌 구조/기능 차원에서 동성애적 vs 자기여성애적 트랜스여성의 특징을 찾는 연구가 이어진다면, 순전히 심리적 자기보고에 의존했던 기존 논쟁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예컨대 페로몬 반응이나 뇌의 성적 각성 패턴 등이 두 그룹 간에 다르다면, 이는 논의를 진전시킬 흥미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넷째, 질적 연구와 당사자 목소리를 더욱 경청해야 한다. Lawrence(2013)의 내러티브 연구처럼, 자기여성애적 경험을 가진 트랜스여성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듣는 연구는 정량적 접근이 담아내지 못하는 미묘한 심리를 이해하게 해준다. 이는 단순히 이론을 검증하는 것을 넘어, 그 이론이 당사자의 삶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혹은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질적 자료는 개념의 수정이나 보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제적 대화가 중요하다. 자기여성애는 생물학, 심리학, 사회문화적 요인이 모두 만나는 주제인 만큼, 단일 관점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기 어렵다. 성과학자, 임상심리사, 사회학자, 젠더 연구자, 그리고 트랜스젠더 당사자 공동체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오해를 줄이고, 상호 보완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 비로소 보다 총체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기여성애 개념은 논쟁 속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학술적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성적 욕망과 젠더 정체성의 경계를 묻는 질문이며, 개인의 내면적 환상이 현실의 정체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해나가는 과정에서 학계는 더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론을 세련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자기여성애라는 개념 자체가 궁극적으로 변화하거나 확장될지라도, 그 개념이 겨냥한 인간 경험의 한 지점—“자신이 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성적 동경”—은 인간 성과 정체성의 스펙트럼에서 중요한 부분임이 틀림없다. 앞으로도 균형 잡힌 시각과 과학적 엄밀성을 가지고 이 주제를 탐구함으로써, 트랜스젠더 개인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식이 쌓이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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