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끊든가, 호르몬을 끊어라.

가족이 나에게 몇 번이고 했던 말
두 명제를 양립할 수 없는 선언으로 만들어버린 말
본인들이 거듭 진심이라 했던 말

저 말이 계속해서 진심이라면
나에겐 이 길을 가려면 가족을 버려야만 하는 선택지뿐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족을 못 버리고 있다
마치 헬리콥터에 탄 마마보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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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족을 못 버리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사상을 떠나 깊은 관계에 있는 인간으로서
그들이 걱정되니까 버리지 못한다.

솔직히 가족이 영생한다? AI다?
그럼 바-로 exit(1); 하고 버리고 튀었지

근데 인간이잖아.
유한한 인간이잖아.

과연 내가 정말로 저 선언에 따라 가족을 버렸다면
가족이 과연 나를 여생 동안 한 번도 필요로 하지 않을까?
그들이 도움을 청할 때 내가 듣지 못하면 어떡할까?

이제 아빠의 은퇴까지 10년이 남지 않았다.
10년 후에도 아직 동생은 갓 서른의 사회초년생이다.
10년 후에 집의 경제를 책임질 사람은 나여야 한다.

60세부터 높아지는 각종 질병의 발병률
은퇴 후 우울증, 갱년기

내가 가족의 곁을 떠난다면
저 모든 일들은 동생의 몫이 된다.

나는 아직까지 내 눈에 애기로만 보이는 동생에게
저 짐을 모두 지울 자신이 없다.

그리고
가족관계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곳까지 멀어져 있을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의 다행을 위해
오늘의 결전을 미룬다.
그들이 마음을 돌릴 때까지 기다린다.

그럴 거라 믿는다.


이제 진짜 글 끝낼게
가족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