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어 안녕 근데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 명찰에 써있는데? 알기는 작년부터 알았지만“
임태호가 책을 펼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작년부터 내 이름을 알았다고? 교무실에서 마주친적 있던가 아니면 지각해서 같이 벌을 받았었나.
아침 먹었어? 유진이라고 불러도 되지? 어어 그래. 초코우유를 권하는 임태호에게 초코유유 싫어한다고 유진은 거절했다. 살짝 의아해한 임태호가 손에 들고있던 초코우유를 다시 가방안으로 집어넣었다.
원영이가 초코우유 좋아하는데 쟤도 초코우유 좋아하나보네. 아 아니다 원영이가 좋아하니까 임태호가 원영이 주려고 초코우유를 여러개 겸사겸사 사온건가보지. 애들이 임태호는 매너가 좋은 애라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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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태호오빠랑 이동수업 같이 듣는다며?”
“ 어 옆자리 앉던데”
시큰둥하게 대답하는데 원영이 신발로 운동장을 콕콕 찍는다. 콕콕. 불만이 굉장히 많은 눈치다. 왜 볼따구는 저렇게 나왔어.
“ 친해졌어? 2주? 정도 같이 들었나?“
“ 아니 별로. 왜? 나 걔랑 친해져야되?”
아니 그냥 궁금해서. 뭐야 싱겁게. 그냥 저냥 잘 지내라구. 그냥 저냥은 뭐야? 잘 지내면 잘 지내는거지. 아 진짜 언니 그런게 있어. 그런게 뭔데. 아 언니는 진짜 한마디를 안 져줘 얄미워 미워
초코우유를 쪽쪽 빨면서 운동장에 신발을 긁고있는 원영을 보고있자니 저 초코우유는 임태호가 준걸까 이런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에 사다주나. 내가 매일 아침에 같이 등교 하는데 언제 갖다 주는 거지. 아니 근데 왜 저렇게 간재미 눈을 뜨고 얘기해. 나 뭐 잘못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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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시간에 집중이 안되는 유진이 책상에 엎드렸다 일어났다 반복했다. 아까 원영의 표정을 보니 분명 기분이 안 좋아보였는데. 신발 더러워 지는걸 싫어하는 원영이 운동장에 신발을 계속 긁어대던게 계속 생각이 났다. 책상에 앉아서 마른세수를 벅벅하다가 펜만 도록도록 굴렸다.
임태호가 내가 불편하게 군다고 했나. 사실 ’유진아‘라고 임태호가 부를때마다 썩소가 절로 나왔다. 아카데미 주연배우처럼 표정연기를 하면서 받아주고 있는데 들켰나. 쫌생이 같은 새끼 그걸 또 쪼로로 일러바쳤냐. 임태호랑 친하게 지내야하나. 원영이 저러는걸 보니까 친하게 지내야하는 거겠지. 진짜 개 싫다.
장원영 남친을 마주하는건 18세 인생에 처음있는 일이라 면역이 없었다. 중학교때도 원영이를 쫒아다니는 애들은 많았어도 대놓고 원영이 저렇게 간재미 눈을 뜨고 눈치주고 이러는 경우는 없었는데.
아니 근데 비밀연애하면서 뭐 저렇게 지 남친 불편하게한다고 눈치를 주는거야. 서운하고 열받게 어? 말이라도 후련하게 해주든가. 걍 눈치껏 잘해 뭐 이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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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인생네컷을 찍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화도 할겸 원영의 학원 앞까지 걸어갔다. 괜히 걸어왔나 그냥 버스타고 집으로 바로 갈걸. 원영이 끝나는 시간도 정확히 모르는데.. 하고 있을 무렵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게 보인다. 엇 임태호 쟤 키가 크긴크구나. 애들 사이로 솟아있는 애를 보아하니 임태호다. 쟤도 이 학원 다니네 하긴 동네에 공부 잘 하는 애들은 다 이 학원을 다닌다. 쩝 나도 공부 좀 할 걸 원영이랑 같은 학원 다니면 좋을..엥? 이런 생각을 왜해.
왁자지껄하게 학원버스를 기다리는 여자애들 사이에 원영이 나타난다. 눈이 마주쳤나 싶더니 금새 달려온 원영이 유진의 어깨에 가방을 맡기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들이민다.
“ 모야 언니 나 데릴러 왔어? “
내가 널 왜 데릴러와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 아 그랬구나? 어딜가는데 여기 지나가? 어어- 집에 가지. 그럼 나랑 같이 가면 딱이다 그치!
언니 저녁 먹었어? 나 배고파. 어 나 먹었는데. 아 진짜? 데릴러올거면 같이먹지. 너 먹으면 앞에 앉아있을게. 아니야아 빨리 집가자 손시려워. 손 잡아줘?
간질간질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걸었다. 얘는 맨날 손이 시렵네. 지금은 손이 차가운거 같진 않은데. 집에 가는 내내 원영이 쫑알쫑알 말을 걸었다.
언니 있자나아. 뭐가 있어. 내가 생각해봤는데에 언니 대학가면 또 우리 떨어지게되더라? 너 대학까지 나랑 같이다니게? 언니는 나랑 대학 같이 다니기싫어? 야 현실적으로 그게되겠냐 너가 나보다 모평 만등은 앞일 걸 성적아깝게. 언니 옆 대학을 간다던가..? 초중고 같이다녔으면 대학은 좀 멀리다니자. 짜증나 내가 지겹냐구. 아니아니 그게아니라..
마음이 더 간질간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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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업 몇번 했다고 그새 임태호와 친해진 유진의 친구들이 다같이 주말에 파스타집을 간다고 했다. 쟤는 뭔데 여자애들이랑 주말에 파스타를 쳐 먹으러 다니는 거야. 원영이는 뭐하고.
” 유진아. 같이가자. 거기 크림파스타 잘한대. 매운거 못먹는 사람한테 딱이래“
임태호가 능청스럽게 말을 보탰다.
매운거 못먹는 사람한테 딱인 메뉴라니 거참 장원영 맞춤 메뉴시네. 어쩐지 어디서 파스타 집이 갑자기 솟아났나 했다. 근데 거길 왜 애들이랑 나한테 같이가재 어이없네. 기미상궁같은거? 이거 원영이 입맛에 맞을거 같냐 물어볼라고? 라는 속과 달리 최대한 덜 모나게 유진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거절했다.
” 괜찮아. 난 크림별로야 난 매운거 취향. 크림 좋아하는 애들끼리 가면 될듯“
” 매운걸..좋아해?“
당황한 임태호의 표정이 웃기다. 저 표정은 뭐야. 매운거 좋아하는 사람 첨보나. 근데 주말에 임태호가 저길가면 원영이는 뭐하나. 놀자고할까. 원래 주말에 데이트하는거 아닌가 이상하네 원영이는 맨날 주말에 나랑 노는데 쟤네는 언제 데이트를 하지.
저번 주말엔 나랑 집에서 엄마가 해준 부침개 먹었고 , 그 전 주말엔 원영이네가서 원영이가 힘들게 구했다는 귀여운 강아지 피규어인지 뭔지를 구경했고..사실 그거 안 귀여운데 원영이 그냥 강아지면 다 좋다고 어릴때부터 수집광이라 거기에 그냥 귀엽다고 맞장구 쳐줬다.
이런걸 되짚어보고있는데 원영에게서 톡이왔다.
[ 언니 주말에 떡볶이 먹으러가자 나 떡볶이 먹고시포]
[ 떡볶이 알러지가 뭔 떡볶이세요 ]
[ 으왕 칼답 칭찬해요>< ]
참나.
[ 아아 보고있는거 다 알아 빨리 읽으라구우우 ]
[ 안유진은 주말에 나랑 영화보고 떡볶이 먹을 것 거절은 거절한다 ]
진짜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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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알 수가 없는 커플이었다. 주말에 데이트는 안하고 하나는 뭔 친구들만 불러재껴서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질 않나 다른 하나는 친한 언니 it’s me 한테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고하질않나.
임태호가 알고보니 재벌 3세라 철저히 연애를 숨겨야하나. 우리나라에 임씨 재벌기업이 뭐가있지. 삼성은 임씨아니고 이씬데.
어차피 입술 팅팅 붓는 장원영을 보다가 심란해져서 떡볶이 먹지도 못할 거, 그냥 유진은 영화나 보자고했다. 팝콘도 달달한 거 좋아해서 카라멜팝콘만 좋아하는 원영은 뭔일로 기어코 오늘은 오리지날이 땡긴다며 오리지날 팝콘을 주문했다. 오리지날 팝콘 좋아하는 유진만 팝콘이 좋아서 신이났다.
원영이 뭔 로맨스 영화같은 걸 보고싶다고해서 시큰둥했는데 막상 영화관에 들어오니 곧잘 집중이 되는듯도 했다. 진짜 로맨스 영화는 분위기가 오묘- 하구나. 전에 집에서 본 좀비영화는 막 징그럽고 시끄럽고 깨물고 깨물리고 안기고…응? 안기진않았지 참.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있으니 팝콘통을 들고있는 원영이 유진의 입에 팝콘을 하나씩 넣어줬다. 한 두개 받아먹다가 불현듯 자꾸 입술에 원영의 손가락이 닿는게 민망해진 유진이 원영에게 속삭였다.
‘ 그냥 내가 집어먹을게 ‘
’ 싫어 ’
’ 뭐? ’
유진 귀에 입술을 더 바짝 가져다댄 원영이 닿을듯 말듯하게 말했다.
‘ 싫다구. 난 먹여주는게 좋아 ’
원영의 입술이 귀에 살살 닿아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고 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바깥쪽으로 움츠러 들었다.
진짜 별걸 다 좋아하네. 그럼 그러던지.
유진이 민망해진 마음으로 팝콘을 받아 먹었다. 자꾸 원영의 손가락이 닿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얘는 원래 팝콘을 이렇게 먹여주나. 먹여줄때마다 입술을 더듬는거 같은건 걍 기분탓이겠지. 팝콘 먹여주는걸 왜 좋아해. 계속 받아먹고 있는 나도 웃기네 진짜.
영화관에서부터 집까지 걸어가자고 보채는 원영때문에 버스로 5분이면 올 거리를 20분째 걷고있다.
“ 버스타면 5분인데 원영아 “
” 걷는거 건강에 좋대, 언니 나 손잡아줘 손 시려워 “
” 엉.. 너 맨날 손이 시려서 어떡하냐 “
겨울도 아닌데 손이 맨날 시린 원영이의 손을 잡고 20분을 더 걸었다.
“ 언니 아줌마 아저씨 집에 계셔?”
“ 아니? 오늘 저녁 먹고 늦게 오실걸 ”
“ 그럼 언니네에서 짜장면 시켜먹으면 안돼? 내가 사줄게 ”
엄마 아빠가 있어도 그냥 집에와서 짜장면 시켜달라하면되는데 원영이는 꼭 엄마 아빠 계시냐고 물어봤다.
안 될게 뭐있어. 너 먹고싶으면 먹는거지.
짜장면 탕수육 세트를 시켜놓고 거실에서 뒹굴거리고있는데 유진의 팔을 베고 누워있던 원영이 대뜸 유진 앞으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토끼랑 강아지 영상. 토끼가 강아지를 핥아주고 있는거 같았다. 헐 토끼 귀엽다.
“ 언니 이거 봐봐 귀엽지. 토끼랑 강아지가 뽀뽀하나봐”
“ 엥 걍 핥아주고있는거 아니야? 뭐 묻었나보지 ”
“ 하 진짜.. 언니 바보야? ”
뭔 토끼랑 강아지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바보공격인지 어이가 없어졌다. 니가 바보아니야? 누가봐도 핥아주고있구만. 백퍼 그 강아지가 뭘 먹다가 입 주변에 묻었을거다.
“ 언니 입가에 묻었어”
한창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원영이 유진의 입가에 짜장소스가 묻었다고 손을 내밀었다.
“ 야야 걍 휴지로 닦으면 되 ”
“ 뭐 어때 아까 토끼는 혀로도 핥아주던데 ”
능청을 떤 원영이 유진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손가락으로 묻혀낸다. 아무렇지않게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제 입으로 가져가는 원영을 본다.
“ 왜 자꾸 쳐다봐 나 오늘도 어디 부었어? ”
“ 안 쳐다봤는데? “
” 언니가 내 입술 보는거 다 봤는데 내가 “
” 뭐래 “
허둥지둥 유진이 젓가락질을 마저 했다. 여기 짜장면이 맛있네. 다음엔 탕수육말고 짜장면만 시켜야겠다.
원영이 웃는거 같았다.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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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
학교 뒷뜰로 불러내 제 앞에서 우물쭈물 말하고있는 임태호를 보니 유진은 욕이 절로 나왔다. 구구절절 뭐라고 말을 하고있는데 결론은 어쨌든 유진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진짜 뭐 이런 미친새끼가 다있어. 도라이아니야.
“ 너 장원영은?“
유진은 입밖으로 터져나오는 욕을 눌러놓고 가만히 임태호를 노려봤다. 임태호는 쩔쩔 매는거 같다가도 다시 담담하게 자기 할말을 했다.
” 장원영? 걔가 왜?“
” 걔가 왜? 난 니가 걔랑 사귀는 줄 알았는데”
“ 뭐? 아니야..“
몇분간의 대화만으로 유진은 굉장히 쪽팔려졌다. 임태호는 유진을 좋아했다고했다. 작년부터. 그러니까 눈치가 개뿔없는 안유진이 임태호가 자기를 좋아하는걸 모르고 장원영이랑 비밀연애를 한다고 오해를 했다 이말이다.
친구들이 전에 떡볶이를 먹으면서 임태호가 장원영한테 고백을 했다더라 하는 말을 순순히 믿어재낀 결과였다. 상상력이 풍부한 스타일은 아닌데 아주 지멋대로 별 시나리오를 혼자 다 쓴거였다. 하 쪽팔려.
임태호는 장원영이랑은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그냥 원영이 유진과 친해보여서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근데 원영이 알려준 건 하나도 맞는게 없었다나 뭐라나. 매운것도 못먹는다 하고. 초코우유 좋아한다하고.
이상하네. 원영이가 그런거 모를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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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가 끝나고 1층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중앙현관에 원영이 서있었다. 신발로 바닥을 콕콕 찍고있다. 유진이 원영의 가방을 받아서 나가자 원영이 옆으로 붙어서 걸었다. 뭔가 할말이 없네 이상하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냥 아무말 안하고 둘이 걸었다. 뭐지 이 분위기는 로맨스 영화같은데서나 나오는 분위기인데.
“ 손 안시려워? ”
분위기도 풀겸 유진이 손을 내밀자 원영이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다. 맨날 손 시려워하더니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가 아닌데 얼굴 표정 엄청 안좋은데..
원영이 사는 아파트 아래에 도착해서야 원영이 마침내 마주서서 입을 열었다.
“ 오늘 고백 받았어?”
“ 어? 아 응“
” 임태호랑 사귈거야? 임태호 좋아해? “
계속 오빠라하더니 이젠 호칭은 쏙 빼고 임태호라 하는 원영이 이상했다. 눈을 지긋히 맞추면서 말하는데 무슨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원영의 목소리가 따끔따끔했다.
” 그런걸 니가 왜 신경써 “
제 목소리도 따끔따끔. 궁금해 넌 뭐를 신경쓰고 있냐고 왜 신경을 쓰냐고. 니가 뭔데 아니 내가 뭔데 우리 대화가 이게 맞냐고 말로 물어볼 수가 없다. 너무 이상하다.
” 내가 신경쓰면 안돼? ”
“ 너는 왜 걔한테 틀린거 알려줬어? 내가 매운거 못 먹는다고? “
“ 언니가 임태호랑 잘되는거 싫어서 그랬다 왜 “
따끔따끔하던 원영의 목소리는 작아졌다가 촉촉해졌다. 원영의 눈이 빨개진걸 들여다보자니 진짜 기분이 이상하다. 진짜 지금 뭐야.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이런 대화는 언니동생이 하는 대화가 아니지않나.
“ 언니 임태호 좋아해? “
” 아 왜 자꾸 걔 이름을 꺼내. 내가 걔 좋아한대? “
원영의 입에서 임태호 이름이 나오는게 거슬려진다. 임태호 임태호 그놈의 임태호. 지금 우리 얘길하고 있잖아. 진짜 걔가 뭐라고 니가 지금 걔 얘길하면서 나한테 이런말을 하고 있는 건데. 우리가 왜 이런대화를 하고있는건데. 너가 걔를 좋아하냐? 하 진짜 돌아버리겠네. 뭐라 말도 못하고 유진은 맘속으로만 쏘아붙이곤 그냥 작게 한숨을 쉬었다.
“ 하..나 임태호 안 좋아해”
” 그럼 장원영은? 언니, 장원영은 좋아해? ”
뭐?
입술은 깨물은채 주먹을 꼭 쥐고 저 말을 하는 원영을 보고있으니 아찔해져서 유진이 입을 앙 다물었다.
“ 난 언니 좋아해 ”
원영은 이제 입술을 깨물다 못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유진을 보고있다.
“ 나만 언니 좋아해? 나만 혼자 좋아하냐구 “
정신이 아득해진다. 유진이 뭐라 할 말을 고르기도 전에 맘이 급한 원영이 기다리질 못하고 울먹이며 와다다 말을 뱉어낸다.
” 나 매운거 못 먹는데 맨날 언니랑 떡볶이 먹고싶어. 맨날 언니가 내 가방 들어주는거도 좋고 맨날 같이 등교하는거도 좋아. 언니랑 주말마다 영화도 보고싶고 언니한테 팝콘 먹여주는 거도 좋고 언니가 손잡아주는 거도 좋고 언니랑 같이 손잡고 걷는거도 좋아. 근데 다른사람이 언니 좋아하는 건 싫어. 그냥 언니가 좋다고 내가. 나만 좋아해? 나만 혼자 좋냐구 지금 “
아. 나도 너 좋아하나봐
숨을 크게 들이쉰 유진이 입을 연다.
” 성격이 왜 이렇게 급해 원영아. 나도 말 좀 하자 “
원영이 조금은 겁먹은 얼굴로 유진을 본다. 왜 저런 얼굴로 보지. 난 니가 웃었으면 좋겠는데.
” 나 장원영 좋아해 “
겁먹었던 원영의 표정이 풀린다. 우는거 같다가 우는걸 참는걸 같다가 다시 우는 거 같아졌다.
“ 내일도 내가 가방 들어줄게 초코우유도 사주고 영화관도 같이 가고 니가 먹여주는 팝콘도 잘 먹고 손도 잡아줄게. 너 말고 나 좋다는 다른 애는 그러던지 말던지 내 알바 아니야. 근데 떡볶이는 먹지말자 너 매운거 못 먹잖아 “
유진이 차분하게 조근조근 말한다.
가로등이 흐리게 깜빡깜빡거린다. 원영의 얼굴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 가늘게 웃으면서 원영이 유진의 목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유진의 귀에 속삭인다.
“ 언니 오늘 우리집에서 짜장면 먹어. 우리집에 오늘 엄마 아빠 없어“
그리구 내일도 모레도 계속 가방 들어 줘. 응 알았어.
다른 애 가방은 들어주지마 싫어. 나 다른 애 가방 들어준 적 없는데?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