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좆같이 대 놨네




 멀쩡한 중형 소나타를 경차 자리에 꾸역꾸역 끼워 주차해놓은 꼴을 보고 아침부터 열이 뻗쳤다. 언제부터 소나타가 경차였는지, 차를 이렇게 대 놓으면 우회전 코너 돌때 주둥이 툭 튀하고 있어서 얼마나 쫄리는데 아주 매너가 똥인 인간이 오피스텔에 사는구만. 게다가 유진이 사는 오피스텔은 매일 주차난으로 가로 주차가 비일비재한 오피스텔이었다. 가로 주차한 걸 밀다가 경차 자리에 주차된 주둥이 툭 튀한 차를 긁기라도 하는 날엔 그날로 좆 되는 건데, 누가 저렇게 매너 없이 차를 댄 건 지 아주 매너 똥인 인간이다. 안 그래도 일주일 중에 제일 예민한 혐요일 출근길에 눈엣가시같이 주차해놓은 흰색 소나타를 오전 내내 잘근잘근 입으로 씹었다.




" 아니, 소나타를 경차 자리에 대 놨다니까요? 진짜 개매너 아오 "

" 유진씨네 오피스텔에 똥매너가 사나 보네 "

" 그러니깐요. 매너가 있어야지 진짜. 안 그래도 오피스텔 주차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



 혐요일 머리를 상쾌하게 해줄 아아를 쪽쪽 빨면서 보는 동료마다 그 소나타를 씹었다. 분명 못 보던 차인데 새로 이사 온 인간이거나 아니면 외부차량이 알박기 한 건가 생각이 들어서 오늘 집에 가서 그 차가 또 있나 확인해 봐야지 벼르고 별렀다.





" 또 여기다 차를 대 놨네 "



 9시에 퇴근해서 겨우겨우 빈자리 하나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또 경차 자리에 주차해놓은 흰색 소나타를 발견했다. 자리가 아침에 댄 구역에서 한 칸 옮겨진 거 보니 차를 일단 가지고 나갔었다는 얘긴데, 또 경차 자리에 대셨다? 이건 뭐 누구는 경차 자리에 대기 싫어서 안대나. 경차 자리가 아무리 엘리베이터랑 가깝고 편한 데 있다지만 진짜 노매너네. 앞 유리를 기웃거리면서 입주민 스티커가 있는지 살폈다. 흠, 입주민 스티커가 있긴 있네. 거 참 외부인도 아닌 사람이 이럼 쓰나. 관리사무소에 차량번호를 확 넘기고 단속을 해달라고 하려다가 나는 점잖은 현대의 깨어있는 시민이니까 쪽지나 하나 남겨야지 하고, 집에서 포스트잇을 가져다 쪽지를 하나 남겼다.



경차 자리에 소나타 주차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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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차 자리에 소나타 주차하지맙시다? "


 아침 출근길에 차에 타려던 원영이 운전석 앞 유리에 붙은 노란색 포스트잇을 보고 구겨서 버렸다. 어이없네 지가 뭔데. 글씨를 아주 써놓은 꼴을 보니까 꼴이 뻔했다. 읽으라고 써놓은 건지 그려놓은 건지 아주 글씨가 가관이네. 남이 차를 경차 자리에 대던지 가로 주차를 하던지 자기가 알게 뭐람. 지 차 앞을 막은 것도 아닌데 아주 오지랖이 육지랖으로 난 인간이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구나 싶었다. 아, 오래 붙어있었는지 차 앞 유리에 포스트잇 자국이 살짝 끈적하게 남아서 짜증이 났다.





" 아니 아침에 차에 누가 쪽지를 놨더라니까요 "

" 왜? 뭐라고? "

" 경차 자리에 주차한 게 아니꼬웠나 봐요, 주차난인데 빈자리에 댈 수도 있지 어이없어 진짜 "

" 그러게 주차난이면 그냥 대야지. 경차 자리 그거 뭐 법적으로 상관도 없는 건데 "

" 안 그래도 오피스텔 주차장 나오면서 봤는데, 경차는 있지도 않던데. 황당해서 진짜 "



 요즘같이 주차난 심한 시대에, 경차 몇 대 있지도 않은 오피스텔에 경차 자리가 있는 것도 어이가 없어 죽겠는데. 뭔 융통성이라곤 1도 없는 빳빳한 이웃 입주민이 있어서 쪽지를 붙인다고 원영이 안 그래도 출근해야해서 열받는데 쪽지때문에 더 열받았다는 토로를 오전 내내 동료들에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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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차를 여기다 대 놓으셨겠다?



 분명히 아주 공손하게 경차 자리에 소나타 대지 말라고 쪽지를 남겼는데, 아주 잘근잘근 씹으셨는지. 또 한 칸 옮겨진 경차 자리에 떡하니 흰색 소나타가 주차가 되어있었다. 1885.... 십팔팔오 아주 십팔 십팔 하네. 하, 진짜 이 인간은 진짜 왜 이러는 거지. 이거 뭐 어렵나. 오히려 경차 구역에 소나타 집어넣는 게 더 빡셀 거 같은데, 나 주차 잘해요 여기요 오피스텔 사람들 저 주차한 것 좀 보세요. 이러는 것도 아니고 진짜 분명 무조건 엘리베이터랑 가까워서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꼼수 쓰는 인간인 거다. 해보자는것도 아니고 슬슬 열받네. 


 집으로 올라가서 가진 사무용품을 싹 뒤져서 가장 큰 포스트잇과 검은색 매직을 찾았다. 포스트잇 한개에 써놓으니까 아주 떼기도 쉽고 씹기도 쉬웠을테니 이번엔 15개로 붙여주겠다. 포스트잇 하나에 글자하나. 어디 15개 떼어보시지 이 개매너 똥인 인간아.


 포스트잇 한 개마다 경. 차. 자. 리.에. 소. 나. 타. 주. 차. 하. 지. 맙. 시. 다 한 글자씩을 굵은 매직으로 써서, 포스트잇 15개를 만들었다. 아주 흡족해. 굵기가 이 정도면 아주 2미터 밖에서도 보일 두꺼운 글씨였다.

 냉큼 주차장으로 가지고 내려가서 운전석 앞 유리에 15개를 기깔나게 붙였다. 열 좀 받으라고 하트 모양으로, 누가 보면 프러포즈 하는 줄. 내가 애인한테 이벤트를 할 때도 이렇게 정성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경.차.자.리.에.소.나.타.주.차.하.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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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미친인간이네 "



 안 그래도 조금 늦게 일어나서 급하게 출근을 하려는데, 차 앞에 뭔가 퍼덕거려서 보니 포스트잇이었다.

 그것도 하트 모양으로 붙여진 경. 차. 자. 리.에. 소. 나. 타. 주. 차. 하. 지. 맙. 시. 다였다. 누가 보면 프러포즈 당한 자동차처럼 흰 소나타에 노란색 하트를 뽐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붙였는지, 무조건 보닛에 올라갔을 거 같은데. 원영은 손을 뻗어서 하나씩 떼면서 속으로 욕을 했다.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보통 미친 인간이 아니네. 심지어 꼼꼼히 검은색으로 볼드 처리하듯이 두껍게 글씨를 쓴 걸 보는데 아, 이거 보통이 아니다. 백퍼 정신병자다 생각이 들었다. 이런 미친 인간이랑은 엮여서 좋을게 하나도 없는데 진짜 하필 같은 오피스텔에 이런 미친 인간이 살다니.






" 그 정도면 진짜 정신병 아니야? "


" 김대리님이 생각하기에도 그렇죠?, 아니 이거 보세요 "


 원영이 사진으로 찍어놓은 흉측한 제 소나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몸서리쳤다.
사진에는 앞 유리에 노란색 하트를 단 소나타가 있었다



" 이 글씨를 그냥 쓴 게 아니라니까요? 진짜 두껍게 매직으로 열심히 쓴 거예요. 집착이야 집착 "

" 진짜 소름 끼친다 어우 "


 진짜 더럽고 치사하고 정신병자 무서워서 어디 경차 자리에 주차 하겠나. 내가 진짜 더러워서 안한다 안해. 아니 근데 진짜 주차난인데 지는 뭐 맨날 주차자리가 펑펑 남아 도나봐? 어이없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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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십팔팔오. 차를 더 좆같이 대 놨네.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데,  경차 자리에 소나타가 없다 싶어서 드디어 내 15단 쪽지의 파워가 먹혔구나 나이스했는데. 이게 뭔 지랄 같은 일이야. 내 차 앞에 가로 주차돼있는 게 그 망할 흰색 소나타 십팔팔오네. 이 인간이 내가 15단 쪽지 남긴 건 어떻게 알고 내 차 앞에다가 가로 주차를 했지. 소름 끼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흰색 소나타를 슬슬 밀려고 하는데. 엥. 안 밀린다. 설마 이 인간 지금 일부러 N으로 안 해놓고 내 차 앞에 이 지랄로 주차를 한 거임? 진짜 한번 해보자는 건가. 처음에는 요즘 통 고기를 안 먹어서 힘이 달려서 안 밀리는 줄 알고, 내가 고작 SUV도 아니고 소나타를 못 밀어서 지금 빌빌대는 건가 슬펐는데, 차 안을 들여다보니 그냥 P에 있다. 그럼 그렇지, P에 있는데 차가 밀릴 리가 없지. 진짜 이건 무조건 15단 쪽지에 대한 보복성 가로 주차다. 앞 유리에 있는 휴대폰 번호로 냅다 전화를 걸었다. 받기만 해봐 아주.



 받기만 하면 쌍욕을 하려고 대기를 타고 있는데, 6통을 걸었는데 지금은 전화를 못 받는다는 고상한 여성분 목소리만 듣게 되었다. 아니 가로 주차를 해놓고 전화도 안 받고 레알로 개념을 씹어서 쳐드셨나. 당장 지각할 거 같아서 더 시간은 못 쓰겠고, 서둘러서 지하철을 타려고 뛰었다. 아주 너 이따 퇴근하고 보자.







짜잔. 지각을 했다.



 이게 그 망할 십팔팔오 때문이다. 과장님한테 지각했다고 깨지고, 사유서를 쓰는데. 이 모든 일이 그 흰색 소나타 십팔팔오 때문이라는 사실에 다이어리에 십팔팔오라고 쓰고 펜으로 좍좍 긋고 분노를 표출했다. 진짜 가만두지 않겠어.



" 과장님한테 혼난건 넘 신경쓰지말어. 2분 늦었는데 너무 혼내시더라 "

" 아녜요. 이게 다 십팔팔오 때문이에요 "

" 십...팔 뭐..? "

" 전에, 경차 자리에 주차하는 무개념 소나타 있잖아요.  걔가 오늘 P에 놓고 제차 앞에 가로주차를 해놨어요. "

" 와, 완전 무개념이네. 전화도 안받고? "

" 전화 받았으면 제가 이미 뒤집었죠. 진짜 패버릴까보다 아주 "


라떼를 쪽쪽 빨면서 분노를 삭히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 무슨 일이시죠? 전화를 여섯번이나 하셨네요 ]


 오호라?  지금에서야 연락을 해? 진짜 가만두나 봐라. 라고 생각했지만 내 이름은 안유진 이 시대의 지성인이니까 최대한 쌍욕 하지 않고 너의 잘못을 네가 알렸다 모드로 나가려 했다.



[ 아침에 가로 주차 P로 두셔서 아주 곤혹을 치렀습니다. 가로 주차 해놓으시면서 전화 안 받으시면 어떡합니까? 덕분에 지각했는데 어떡하실 거예요? ]

[ 네. 죄송해요. ]

[ 죄송하면 다예요? ]

[ 네. 죄송합니다. ]

[ 제가 쪽지 붙였다고 일부러 복수하려고 하신 거 아닙니까? ]

[ 제 차에 쪽지 붙이셨어요?]

[ 경차 자리에 자꾸 주차하시니까 그렇죠 ]

[ 경차 자리에 주차하는거 불법아니에요. 남 주차에 신경끄시고 본인이나 잘 사세요 ]



와씨, 말 하는거 개 싸가지. 

남 주차에 신경끄고 본인이나 잘 살라고? 너나 잘살아라 아주. 개매너로 살면서 누구한테. 어이없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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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박하고 가로주차한 차를 P로 뒀는데, 하필 요즘 폰이 오락가락 나가는 통에 전화도 제대로 못받았다.  가로주차 해놓은 차를 다시 주차구역으로 옮기고, 겨우 부재중 전화 온 번호로 문자를 했더니, 나한테 문자한 게 그 쪽지 정신병자라니. 진짜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우연이야.




" 원영씨 그거 백퍼 그냥 괴롭히는거 아니야?  가로주차 P로 둔거 보고 말 지어내서 그러는거 아냐? "

" 말 지어냈다고요? 지각 안했는데 지각했다고? "

" 그런거 같은데? 원영씨가 앞에 막은 차가 그 인간 차 아닐수도있어 "

" 와, 진짜 소름끼친다. 김대리님 말 들으니까 맞는거 같아요. 완전 정신병자네 "

" 내가 보기엔 그냥 경차 자리 주차한거에 꽂혀가지고 해코지하고 시비거는 그런 미친부류인거 같은데 "


 김대리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하필 내가 주차해서 막은 차가 그 정신병자 차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세상에 인터넷이나 뉴스에서나 보던 그런 미친 사람이 같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니. 그 와중에 서로 번호를 가지고 있는 게 더 극혐이었다. 아, 이래서 안심번호 서비스를 쓰라고 하는 건데 괜히 그걸 안 쓰고 번호만 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이 났다. 원영의 오피스텔에 정신병자가 살고 있다는 얘기는 원영의 회사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들 원영에게 몸조심하라고 요즘은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괜히 잘못 엮였다가는 무서운 꼴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부동산에 얘기해서 집을 옮겨야 하는 건지.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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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빡치는 날은 무조건 술이지. 유진은 내일은 주말이니까 혼술로 기깔나게 금요일을 조지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주류 매장을 갔다. 오늘 할인까지 하니까 1+1 이런 거 주워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리저리 주류코너를 둘러보는데, 오,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건데 집는 순간 손이 하나 더 나타났다. 병은 한 갠데 손은 두 개.


 제가 먼저 집은 거 같다고 말을 꺼냈는데, 말이다 끝나기도 전에 제가 먼저 집었어요. 라고 말이 돌아왔다. 아니 뭐 CCTV를 돌려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떡한담 난감하네. 이거 1+1 하나 남은 건데..


" 근데 제가 진짜 먼저 집었거든요... "

" 제가 먼저 집었다니까요? "



하, 말 되게 까칠하게 하는 스타일이시네. 속으로 말을 삼키고 쳐다보는데 말투랑은 또 되게 매칭이 안되는 겁나 예쁜 여자가 서있었다.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투피스 팬츠정장을 입은 여자가 저를 쳐다보는데, 와, 뭐 연예인인가 얼굴이 미쳤네. 속눈썹이 뭐가 저렇게 길어. 아, 얼굴이 지금 문제가 아니라. 여기서 싸운다고 뭐 해결이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는 또 없고. 아, 그냥 존예니까 한번 눈 딱 감고 양보를 해? 말어.



" 이거 1+1인데 그냥 사서 한 병씩 나누실래요? "

 둘 중에 누가 먼저 집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명이 다 가져가자니 너무 아쉽지 않냐면서 유진이 제안하자, 원영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수긍했다. 유진이 결제를 하고 원영과 한 병씩 봉투에 담아 들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바로 돈을 보내겠다는 원영한테 계좌번호를 못 외우니까 집에가서 알려드리겠다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서로 주고 받아서 저장을 했다. 이내 둘이 미간을 구기고 서로를 쳐다봤다.


" 십팔팔오...? "

" 그..정신병..자..? "








 참내. 정신병자라니. 누가 누구한테 정신병자라고 하는 건지. 집으로 걸어가면서 유진은 계속 원영을 힐끔거리면서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심지어 집도 같은 오피스텔이라 같은 방향으로 둘이 좀 떨어져서 걸었다 최악이야 차를 가져올걸. 생긴 것도 멀쩡한 사람이 경차 자리에 소나타를 주차하질 않나 가로 주차를 P로 복수를 하질 않나. 진짜 제정신이 아닌 행동을 하는 건 본인이면서, 아니 신이 진짜 이런 거 보면 공평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 보면 얼굴이 존예인데 저렇게 개념이 없는걸 보면 뭐든 사람이 다 가지고 태어나는 건 아닌 게 분명했다.


 어느새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와 무개념녀랑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죄로,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제 서로 얼굴도 텄겠다 볼때 마다 기분을 잡치겠구나


" 저기 근데 제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

" 네.. 뭐요? "

" 진짜 지각하셨어요? "

" 그럼 진짜 지각하지 뭐 지각을 가짜로 하나요? "

" 하도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시니까, 거짓말하신 건가 해서요 "



 이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인지. 유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지금 십팔팔오가 나한테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하는 건가. 제일 비상식적인 건 본인이면서?



" 비상식적인 건 그쪽 아니에요? 쪽지 좀 붙였다고 남의 차 가로막고 복수하는 게 비상식이지 "

"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



 전 그쪽 차가 뭔지도 모르거든요. 자의식과잉이라고 대꾸한 원영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는 닫힘 버튼을 눌렀다. 닫히는 문을 겨우 유진이 손으로 막고 간신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 아니 이런 것도 비상식적이시네. "

" 민첩하시던가요 "

" 참내.. 엥? 8층? "

" 뭐요. 8층이에요? "


 8층에 도착하자마자 원영이 쌩하고 내리더니 앞서서 복도를 걸었다.



" 왜 따라와요? "

" 따라가는 거 아니거든요? 그쪽이 더 자의식과잉이시네 "



 803호 앞에 선 원영이 유진을 째려보고는 쾅 하고 문을 닫고 들어갔다. 바로 옆집이라니. 유진이 진저리를 치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어쩐지 최근에 옆집에 이삿짐이 들어왔는데 그 사람이 십팔팔오일 줄이야.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9층이 아닌 게 어디야. 윗집이었으면 층간 소음으로 고생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십팔팔오로부터 힘겹게 쟁취해낸 와인을 들고 혼술을 즐겼다. OTT랑 혼술의 조화 역시 최고. 어차피 주차 문제 아니면 십팔팔오랑은 더 이상 엮일 일도 없을 테니 그냥 신경 쓰고 살면 될 일이다. 볼 때마다 째려보면 나도 째려봐주면 되지 뭐.








 


십팔팔오가 설마 내 차 번호 1885를 저렇게 부르는건가


 원영은 유진과 한 병씩 나눈 와인을 마시면서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자기가 먼저 정신병자 같은 짓 했으면서 누구한테 십팔팔오라고 부르는 거야. 그리고 뭐 내가 자기 차 앞을 일부러 가로막아놨다고? 세상에 저런 자의식과잉이 있는 걸 보니 진짜 정신병자인 게 틀림없다.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 그러는지 정말 사람은 알 수가 없는 거다. 아까 보니까 키도 크고, 멀쩡한 수준이 아니라 솔직히 예쁘고 잘생겼던데. 도대체 왜, 어디가 꼬여서 남의 주차에 이래라저래라 감 놔라 배 놔라 쪽지까지 붙이는 삶을 사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계좌번호를 준다더니 계좌번호는 또 언제 줄 건지. 심지어 옆집 사는 게 제일 황당하다. 사람이 우연도 이렇게 우연일 수 있는 건지. 누구한테 해코지할 사람처럼 보이진 않던데, 그냥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인가. 그냥 엮이지 않는 게 최선이겠다, 빨리 계좌번호를 받아서 돈이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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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 살더라니까요. 그 십팔팔오가 "

" 아주 인연이다 인연이야 "

" 하. 그런 소리좀 하지마세요. 어제도 개빡쳤어요. "

 그래도 얼굴은 예쁘다고 하지 않았냐는 말에 예쁘고 나발이고 개 싸가지였다는 얘길 했다. 아니 엘리베이터를 사람이 타지도 않았는데 닫힘을 누르더라니까요. 그래놓고는 민첩하라질 않나, 이게 말이에요 방구에요?



 곱창집에서 강대리랑 술을 마시면서 곱창보다 십팔팔오를 안주로 더 술을 마셨다. 주류 매장에서도 말하는 본새가 아주 말투부터 싸가지를 어디다가 두고 온 본새였다고 안유진 서른살 인생에 그렇게 싸가지없는 말투는 처음 듣는다는 얘길 했다. 병을 제가 딱 집었거든요. 분명히 제가 먼저 집었어요. 저 육상부 출신이라 순발력 최고인 거 아시죠? 근데 지가 먼저 집었다고 박박 우기질않나. 진짜 CCTV있었으면 돌려보자고 할 뻔.



" 그래도 같은 오피스텔이면 꽤 자주 보겠네 "

" 그게 더 짜증나요 지금 "

 옆집 사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얼마나 마주치겠냐, 볼 때마다 짜증이 날 거 같다, 돈 받을 게 있는데 또 얼마나 싸가지가 없을지 상대하기가 싫어서 지금 계좌번호도 못 보내고 있다고 구시렁거렸다. 그렇게 허공에다 버릴 돈이면 자기한테 술을 사주지 그랬냐는 강대리에 말에 그럴 돈이 있으면 제가 그냥 먹고 죽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곱창을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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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메로나를 하나 입에 물고 슬렁슬렁 엘베를 타는데, 한껏 상기된 남자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씩씩거리면서 8층을 눌렀다. 이 사람은 또 뭐야. 같은 층에서 내려서 복도를 걷는데 그 남자가 선 집을 보니까 그 싸가지 십팔팔오 집 앞이다. 남자친구인가 보지, 싸가지가 없어도 남자친구가 있구나 하긴 얼굴은 예쁘니까. 집으로 들어와 씻고 편한 차림으로 OTT 영화 한 편을 때리려는데, 자꾸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싸우는 거 같기도 하고, 뭘 집어던지는 거 같기도 하고 어느 집에서 싸우기라도 하나. 복도로 나가서 가만히 어느집인지 듣는데 이거 아무래도 십팔팔오네 집인거 같은데. 그냥 신경을 끄고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가. 아, 괜히 이거 뭐 남자가 여자 때리기라도 하는 상황인데 그냥 넘어갔다가는 상황이 안좋아지는거 아닌가 싶어졌다. 그 남자한테 한대 맞았다가는 십팔팔오는 어디 한군데 부러질거같은데. 그렇다고 뭐 갑자기 옆집인데요, 사람 구하러 왔습니다. 이러기도 애매하고. 그냥 옆집인데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하는 정도로만 얘기하자 싶어서 벨을 눌렀다.


띵동-

안에서 누구냐고 묻는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 예, 옆집인데요. "


 무슨 일이냐고 문을 여는데, 남자는 집안을 가리려는 기색이 역력해 보이고 정말 집 안이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이거 그냥 내가 돌아서 가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 유진이, 집 주인분은 안 계시냐고 물으면서 지난번에 와인을 같이 샀는데, 아무래도 와인이 바뀐 거 같다고. 한번 확인을 해주셔야겠다고, 지금 집에 친구들도 와있어서 바뀐 와인이면 제가 바꿔가야 할 것 같다는 얘길 했다. 그러면서 능청스럽게 집에 도둑이라도 들으셨냐고 이 정도면 경찰을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자, 남자가 어물쩍 거리더니 비키라고 하고는 옷을 집어 들고는 나갔다. 딱 보니까 저 새끼도 경찰 부르면 쫄리는거지.






" 와인이 바꼈다구요? 그거 똑같은거 1+1 아니에요? "


 원영이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현관으로 걸어나오는데, 입가에 작은 상처를 달고 있었다. 아, 바뀌지 않았다고 그냥 제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뻥쳤다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원영이 주저 앉아서 잽싸게 유진이 달려가서 부축했다.


" 괜찮아요? 병원가야 하는거 아니에요? "

" 아니에요. 그냥 좀 놀라서요. 친구분들 오셨다면서 가세요 그만 "

" 아, 친구없어요. 그것도 뻥이에요 " 


 갑자기 남의 집에 와서 뻥을 치셨다고요? 황당해하는 원영한테, 그쪽 구해주려고 뻥친 거잖아요 하고는 원영을 부축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옆집에서 이렇게 막 다 깨부수고 그러면 민폐 아닙니까 제가 잠을 잘 수가 없어가지고 왔다가 십팔팔오 겸사겸사 구해준 거라고 하면서 또 무슨 싸가지 없는 말을 할 건지 기다리는데 의외로 원영이 고맙다는 말을 했다.


 집안이 엉망이었다. 스탠드를 TV에 집어 던졌는지 TV는 다 깨져있고, 스탠드도 뒹굴고있었다. 탁자도 다 부서져있고, 리모컨이며 책이며 바닥에 안 나뒹구는게 없었다. 이정도면은 십팔팔오가 입가에만 상처가 있는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가 다시 올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남친이에요? 무슨 싸움을 이렇게 험하게.. "

" 전 남친이에요. 진작 헤어졌어요. "


아, 전 남친. 요즘은 안전이별 어려운 시대라던데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건냈다. 친하지도 않은데 집에 들어와가지고 이 엉망인 집안꼴에 있으려니, 그렇다고 그 놈이 다시 올까 봐 가지는 못하겠고 뭐라도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좀 보내야 할거 같았다. 떨고 있는 등을 토닥거리면서 그냥 대충 산 와인은 드셔보셨냐 그거 맛있더라 다음에 또 사야겠다, 여기 동네 주류점이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할인을 하는데 그때 가면 싸다는 둥 시덥잖은 얘기를 하면서 어색한 상황에 절절 맸다. 전 남친한테 맞은 상황인 사람한테 도대체 뭔 얘기를 해야 안 무겁고 그냥 적당히 가볍게 시간을 떼울 수 있는지 배운적이 없었다.



" 그만 가세요. 다시 안 올거에요. "



 다음에는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말을 하고, 정 뭐 하면은 그냥 제 번호 아니까 저한테라도 전화를 하시던지 하라고 옆집사니까 그래도 경찰보다 빠르지 않겠냐는 말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문 앞에 동글동글한 글씨로 쪽지가 하나 붙어있고 아래는 유진이 좋아하는 와인이 한병 놓여있었다.


[ 어제 고마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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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마트에서 장을 보려고 카트를 끌면서 신라면4봉지 맥주 6캔 대충 담으면서 어슬렁 거리는데 낯익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원영이 진열대 위를 쳐다보고 있는걸 빤히보다가 덜컥 눈이 마주쳤다. 머쓱하게 다가간 유진이 꺼내드릴까요? 하고는 진열대 제일 상단에 올려진 벌크팝콘을 꺼냈다.


" 저도 손 닿는데.. "

" 아, 그렇네요 키가 크시구나 "


 뻘쭘하게 안주용 팝콘이냐고 이렇게 큰 걸 혼자 어떻게 다 먹냐는 얘기를 하다가 원영이 그럼 절반 나눠주겠다는 말에 주시면 감사히 먹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원영의 입가에 튼 자국이 남은 것 같았다. 진짜 몹쓸 놈이네 얼굴도 조막만한데 때릴 데가 어딨다고. 진짜 밥진이 술진이라고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지만 공짜 와인 한 병이랑 팝콘에 호감도가 급상승한 건지 뭔지, 생각보다 십팔팔오가 그렇게 안하무인인 성격 같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 카트를 끌고 같이 장을 봤다.



" 집에서 요리를 해드세요? 803호 장 보신 거 보니까.."

" 아, 간단한 건 해먹어요. "


 혼자살아서 반절은 남겨서 버린다는 원영의 말에 요리잘하는거 부럽다 저는 맨날 시켜먹는다고 대답하는 유진은 어느새 원영을 십팔팔오가 아니라 803호라고 부르고있었다.  두부에 감자에 애호박 등을 산 원영과 달리 감자칩에 라면에 맥주를 산 유진의 카트가 사뭇 달랐다. 달랑달랑 봉투를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날도 선선하고 걷기 딱 좋았다. 이제 곧 가을이라더니 더위도 싹 가신게 걷기 좋은 날씨. 나란히 걸어서 오피스텔로 가는 길에 유진이 원영에게 말을 붙였다.



" 이사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

" 아직 한 달도 안 됐어요. 3주 정도 됐나.. "

" 주변에 뭐 있는지 아직 잘 모르시겠네요 "

" 네.. 근데 저 돈 보내드려야 할 거 있는데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


 아니라고 와인도 주셨고 팝콘도 주셨는데 그거 그냥 안 보내주셔도 된다고 손을 내젓고는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올라타 8층을 눌렀다.


" 그럼 803호, 들어가세요. "

" 네 들어가세요 "









 씻고 나와서 라면에 맥주나 때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면서 정수기에서 물을 적당히 받아 냄비를 올리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벨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로 가벼운 홈웨어 차림에 803호가 문 앞에 서있었다.



" 어... 무슨 일이세요? 혹시 전 남자친구가 또 왔나요? "

" 아뇨... 그.. 식사를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실래요? 제가 저녁을 했는데 혼자 먹으면 남길 거 같아서.. "


 된장찌개를 드시냐고 쭈뼛거리면서 묻는데 찌개에 환장을 한다고 라면물 끓이던걸 내려놓고 따라나섰다. 집밥은 무조건 오케이니까. 803호 집안은 언제 엉망이었냐는 듯이 깔끔하게 치워져있었다. 다 박살 났던 TV도 다시 새로 구매했는지,  고급스럽고 예쁜 디자인의 세리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연한 핑크색 소파나 식탁 의자도 파스텔로 컬러톤을 맞춰서 해놓은걸 보고, 자기같이 예쁘고 아기자기한걸 좋아하나보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빈 손으로 그것도 머리도 덜 말린채 완전 트레이닝복 차림에 온거 같아서 너무 민망한데, 식탁에 앉아서 차려진 걸 보니 빈 손이 더 민망해졌다. 된장찌개에 부침두부에, 밑반찬도 네가지가 넘게 곁들여져있었다. 와, 이거 그냥 빈 손으로 낼름와서 먹으면 제가 너무 양심이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든 유진이, 저 집에 복분자주가 있는데 그거라도 반주 같이 하시겠냐고 얼른 갔다오겠다고 일어섰다. 복분자주를 반주삼아 저녁을 먹는데, 요리를 진짜 잘하는지 찌개도 너무 맛있고, 부침두부도 맛있고 뭐 먹는거마다 유진이 감탄을 하면서 먹었다. 맛있는 밥에 술에 기분이 좋아져 밥진이 모드가된 유진이 서로 통성명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저는 802호 사는 안유진이라고 하면서 언제까지 803호라고 부를수는 없다고 하자, 저는 803호 사는 장원영이라고 얼마전까진 십팔팔오라고 부르시지않았냐고 웃었다. 웃는게 귀여워서 유진도 웃음이 자꾸 헤실헤실 나왔다.



" 이제 와서 해명을 하자면..사실 진짜 유진씨 자동차 인줄 몰랐어요. 그냥 깜박하고 P로 둔 거고.. 제 폰이 좀 오락가락해서 연락을 못 받은 거예요 "

" 네 그러실 수 있죠.. 저도 제 차에 누가 포스트잇을 하트모양으로 15개 붙여놓으면.. 요즘 세상도 흉흉한데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것 같긴 하네요 "

" 경차 자리는 근데 진짜.... 주차할 데가 너무 없지 않아요? 전 퇴근할 때 거기 말고는 빈자리가 없던데.. "

" 아, 그러셨구나? 저는 엘베랑 가까워서 거기에 대신 건 줄 알았어요 "


아, 그건 아니었다고. 진짜 자리가 거기밖에 안 남아서 거기다 댄거라고 원영이 손을 저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제가 설거지라도 하겠다고 주섬주섬 그릇을 유진이 싱크대로 옮겼다. 손님한테 설거지 시키는 사람이 어딨냐고 괜찮다고 원영이 계속 만류하는데, 저는 양심상 그럴수가 없다 옥신각신했다. 원영이 진짜 안된다고 자기도 손님한테 설거지 시키는 그런 양심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완강하자, 유진이 그럼 다음에 제가 진짜 좋은 와인을 사겠다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 오늘 정말 잘 먹었습니다. "

" 네. 다음에 또 기회 되면 식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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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영씨 오피스텔에 그 정신병자는 요즘 괜찮아? "

" 아, 그거 제가 오해한거였어요. 그냥 옆집 사는 좋은 사람이에요. "

" 그래? 천만다행이네, 이상한 사람이 아닌게 얼마나 다행이야 "


 

 알고보니 그냥 서로 좀 오해했던거 같고 옆집 살아서 이제 마트도 자주 같이 가고 저녁도 자주 같이 먹는다는 얘기를 원영이 하면서, 혼자 살면 음식 남기는게 너무 많다는 얘길 했다. 하다못해 치킨만해도 여자가 1인 1닭하기 쉬운 일도 아니고 남기면 다음날 절대 안먹게 되는데 너무 아깝고, 피자도 절반은 남기고, 제육볶음을 해도 2인분씩은 해야하는데 혼자 언제 다 먹냐면서 옆집사람이랑 친한게 최고라고했다.   



" 지난번에 집에 전등이 나갔는데, 제가 전등 교체하는걸 못해서 지난번에 전등도 한번 갈아주러 왔었어요 "

" 보통 그런거 애인이 해주는거 아니야? "

" 애인이 있어야 해주죠 "


 그 정도면 원영씨 옆집 사람이 거의 애인 수준이라는 김대리에 말에 원래 이웃끼리 친하면 이 정도는 하는 거라고 원영이 웃었다. 이따 집에 가서 같이 산책을 하기로 했다고 말하는데, 원영씨 그런 거 애인이랑 하는 거라고 김대리가 애인무새가 되서 말을 했다. 아, 대리님 무슨 뭐만 하면 애인이에요? 하고 원영이 받아쳤다.



[ 원영씨 오늘 저녁에 퇴근몇시에 하시나요? 저 치킨 먹으려고하는데, 1인 1닭 불가 ]

[ 저 7시쯤요? ]

[ 그럼 7시에 바삭한 치킨 제가 들고 갑니다요 ]

[ 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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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이 치킨을 가지고 온다고 해서, 간단한 주류를 꺼내놓았다. 7시가 되기가 무섭게 벨이 울려서 인터폰 화면을 보니 화면에 치킨 쇼핑백을 가득 차게 들이밀고 있길래 웃으면서 문을 열어줬다. 청바지에 얇은 그레이색 니트를 입은 유진이 치킨이랑 맥주를 들고 들어왔다. 아, 원영씨가 술 꺼내놓을 줄 알았음 카스 안 사오는건데. 옆에 편의점에 6개 벌크가 카스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구시렁 거리면서 식탁에 유진이 치킨을 내려놨다. 아니 집에 발렌타인이 있으셨네 원영씨 저 이거 먹고 죽어도 되나요? 라는 말에 원영이 집에는 제발로 가셔야한다고 웃었다.


" 치킨 먹으면서 마시기엔 술이 너무 고급아니에요? "

" 뭐에 마시면 어때요. 근데 포장하자마자 바로왔나봐요? 엄청 뜨거운데요? "

" 이 집 치킨이, 바삭할때 먹어야 맛있잖아요 "


 원영씨 날개 좋아하시니까 두 개 다 드세요. 유진이 냉큼 원영의 앞 접시에 날개를 올려줬다. 치킨에 위스키를 곁들어서 먹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고, 위스키 향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지금 벌써 알딸딸하다고 유진이 갸웃했다. 역시 좋은 술은 다르긴 다른가봐요 유진이 계속 웅얼거렸다. 영화나 한편 볼래요? 라는 원영의 말에 유진이 좋다고 거실로 나와 앉았다. 파스텔톤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아서 리모콘으로 넷플릭스를 뒤적거렸다.


" 요즘 뭐가 재밌나요, 원영씨는 뭐 좋아해요? "

" 저 거의 로맨틱코미디만 봐요 "



 둘이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데 거실의 조도도 낮고 발렌타인때문인가 머리는 핑핑 돌고 원영의 집에서는 달달한 향이 계속 나고 유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프숄더를 입고 있는 원영의 어깨 때문인지 제 어깨에 닿는 데 너무 기분이 이상했다. 힐끗 원영을 보다가 둘이 눈이 마주쳤는데 분위기 너무 이상한데. 미친놈처럼 원영의 맨 어깨는 한번 쓸어보고 싶고, 원영씨 입술은 원래 저렇게 통통하고 붉었는지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드는데 유진이 무슨 생각을 더 하기도 전에 원영의 입술이 유진에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헐 입술 너무 달고 좋은데. 아, 한번 더 해요. 유진이 원영의 뺨을 잡고 다시 입을 맞췄다. 서서히 원영의 몸이 뒤로 넘어가고 아랫입술을 물다가 이번엔 원영의 귀에 입을 맞췄다. 아, 간지러워요. 여기 간지러워요? 하지말까요? 아니요..계속해요.. 밤새 그런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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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민턴이 근데 진짜 운동이 돼요? "

" 아, 당연하죠. 원영씨는 운동을 전혀 안 하니까 이런 거라도 해야 한다니까요 "


 동네 공원까지 둘이 산책 겸 걸어와서 배드민턴을 치겠다고 자리를 살피는데, 조명이 켜진 곳에 자리를 잡은 유진이 여기서 치면 될 거 같다고 원영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마지못해 유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가로등 아래서 스트레칭을 하는 유진을 보는데, 진짜 훤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색 아디다스 셋업을 맞춰 입고서는 헛둘헛둘 이렇게 몸을 풀어야 안 다친다고 스트레칭을 하는 게 귀여워서 원영도 곧잘 따라서 스트레칭을 했다. 원영씨 되게 유연하시네요. 유진이 자기는 엄청 뻣뻣하다면서 허리 숙여서 손이 바닥에 안 닿는다고 낑낑거리는데, 진짜 안 닿네요? 하면서 앞으로 숙인 허리를 원영이 세게 꾹꾹 눌렀다. 아아- 아파요- 유진이 엄살을 부렸다.


 좌우 엉망진창으로 원영이 날리는 셔틀콕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유진이 받아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저만 양옆으로 뛰어다니느라 운동을 하고 원영씨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거 같다고 구시렁 거렸다. 땀도 유진만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 이거 봐요. 저만 땀나고. 원영씨는 지금 완전 뽀송한데. 원영씨 운동시키려 고 온건데 저만 운동해요 지금"

" 저 원래 땀이 없어요 "


아. 그건 아닐걸요? 지난번에 밤에..까지 유진이 말하는데 원영이 세게 유진의 옆구리를 찔렀다. 헤헤 웃은 유진이 땀을 흘린 머리칼을 정리하면서 쳐려다보는데, 왜 이렇게 강아지 같애라고 생각하다가, 그만 가자고 했다. 이따 집에 가서 치킨을 먹어야겠다고 하는 유진을 따라서 팔짱을 끼고 공원을 나섰다. 와인도 마실까요 원영씨 좋아하는걸로? 그래요. 사실 원영씨 그 와인 마시면 키스할 때 향이 좋아요. 하, 진짜.. 원영이 유진의 옆구리를 다시 한번 세차게 찔렀다. 하여튼 엄청 능글맞아가지고 저런 장난을 잘도친다.



" 근데 오늘 우리 치킨 먹으면 또 그날 처럼.. "

" 아, 정말. 치킨 안 먹고도 잘만 했으면서 "

" 그건 그래요. 아무래도 운동을 배드민턴말고 원영씨는 그걸로 하는 걸로... "

" 아, 진짜! "


유진이 냅다 뛰어서 도망가는 걸 원영이 쫒아서 뛰어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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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오전에 휘갈긴 글이라 부족합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