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클좆2차창작모음

읽기 전 주의사항)

재미도 없는 주제에 길기만 더럽게 긴 글입니노... 본인이 장문을 싫어한다 그러면 이 부엉이바위...가 아니고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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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어때? 괜찮아? 수고했어. 자, 준비된 보상을 받아줘. ...앞으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고생해줘. 후후..."


신서울지부의 지휘통제실. 자신에게 업무 보고를 마치는 클로저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며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며 오퍼레이터 일을 하는, 한 붉은 머리의 여인이 있었다.


"늘 열심이시네요. 누나. 힘들진 않으세요?"


"세하구나? 후후... 아냐. 별로 안 힘들어. 하암... 피곤하긴 하지만. 아 참, 헬리포트에 나타난 요드를 성공적으로 토벌하고 왔구나? 잘했어. 여기 보상. 후후..."


커다란 모니터 앞에서 상황을 통제하며, 클로저 요원들에게 각종 지휘를 내리며 작전을 하달하는 오퍼레이터 역할을 하는 그녀의 이름은 베로니카. 신서울 각지에 산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수많은 차원문들을 다시 닫고 돌아온 요원들에게 보상을 전달하고, 피곤한 듯 의자에 쓰러지듯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그녀를 보며, 소년은 그녀에게 살뜰한 걱정을 표했다.


"...좀 깊은 잠이라도 주무셔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저도 32시간동안 신작 게임 오픈런을 하다가 쓰러져서 한나절을 내리 잠만 잔 적이 있는데..."


"언제 봐도 정말 대단한걸? 역시 퀸의 아들이야. 후후... 그리고 너무 걱정하진 마. 너희가 릴림이라는 몽마들을 토벌한 이후, 너희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몇몇 클로저들이 우리 쪽으로 전향한듯한 모습을 보였잖아? 그런 사람들도 있으니까, 조금은 피로가 덜 쌓이는걸. 차원문 발생 빈도도 조금 줄어들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평화로운 감정이 들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베로니카는,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박수를 한번 짝 치며 세하에게 말을 했다.


"참! 세하야, 소식 들었어? 듣기로는 너희 팀에게 휴가가 나왔다던데, 맞아?"


"...네? 저는 처음 듣는 소식인걸요? 그리고... 얼마 전에 저희 일주일이나 휴가를 받았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무슨 일일까? 흐음..."


"...조금 불안한데요. 휴가가 이렇게 많으니..."


"이봐, 세하 군. 그게 무슨 소리야. 휴가는 다다익선이라고. 아... 나도 6박 7일정도로 해서 유급 휴가로 몰디브나 다녀오고 싶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밭...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 화끈한 미녀들..."


듣기만 해도 힘이 빠지는 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리는 듯 휴양지의 모습을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냥터지기 팀 1분대의 클로저 요원, '볼프강 슈나이더' 였다.


"...아, 볼프강 씨..."


"아, 볼프강 요원. 일하러 온 거야?"


"그렇지. 이게 우리가 하는 일이잖아? 차원종들을 잡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 그런데, 휴가라고? 나는 못 들었는데."


"...저도요. 베로니카 누나. 그거... 확실한 정보 맞아요?"


"응. 분명 그런 문구를 봤었는데?"


"...그렇다면 더 이상하군. 이제 우린 한 몸 처럼 움직이는 팀이잖아.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 그리고 시궁쥐... 네 팀 중에서 한 팀에게만 격문이 내려와? 뭐 내부총질이라도 바라는 건가?"


"...내...내부총질... 그럴 일은 없을걸요... 으음... 저희들끼리 이러고 있지 말고, 좀 알 법한 사람에게 가보는 게 어떨까요? 더 자세히 아는... 아, 유정이 누나한테 가볼까요?"


"임시지부장... 확실히, 우리 팀의 정보라면 거기와 통하겠지. 좋은 생각이야. 이세하 군."


"흐음... 그치만 볼프강. 일을 하러 왔으면 끝은 맺고 가야겠지?"


"...하아..."


"후후... 조금만 고생해줘. 애들을 위해서라도. 아무튼, 비오는 전철역에 대량의 차원종이 출현한 것을 확인했어. 고위급 개체도 있고."


"알았어. 금방 해치우고 오지. 나 혼자 가도 충분하니 애들은 좀 쉬게 해줘. ...하아...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하아... 몰디브랑은 180도 딴판인 곳이로군..."


투덜거리며 투입될 준비를 하는 볼프강 슈나이더를 뒤로 하고, 이세하는 김유정 임시지부장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라? 유정이 누나가 어디... 응? 제이 아저씨네?"


소년의 눈에 비친 남성의 이름은 제이. 조금은 단정하지 못한 백발의 머리와, 노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의자에 대자로 뻗어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정말 영웅 이름값 못하는 허당 아저씨라니까. ...어? 누구지?"


그렇게 뻗어누운 제이에게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잘 모르는 얼굴에, 유니온 제복을 입은 것을 보아 그들의 팀이 아닌 또 다른 클로저로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클로저는 보급받은 제복에 제이 요원의 친필 사인을 받고 있었다.


"...정말 영광이에요! 알파 나이트... 아니, 제이 요원님!"


"알파 나이트... 부산 말고 여기 신서울에서 날 이렇게 불러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후배님은 지금의 내 모습이 초라해보이지 않는건가? 내 전성기의 모습과 비교해서?"


"그럴 리가요! 선배님은 모든 클로저의 영웅이세요! 그 영웅된 마음가짐은... 힘이 아니고 정신에서 나오잖아요! 저도... 저도 마음이 흔들릴 때 마다 제이 선배님을 보고 마음을 다잡는걸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내가 더 고맙군. 내 덕에 싸울 용기가 난다니, 오히려 내 쪽에서 고맙다고 하고 싶을 정도야. 그럼 수고하라고. 후배님."


들뜬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요원.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세하는 그제서야 제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저씨. 엄청 행복한 표정이네요."


"오~ 우리 동생 왔군? 어때, 나도 아직 안 죽었다 이말이지!"


"...언제는 죽었었구요? 아저씨는 우리 모두의 영웅이잖아요."


"...크흠... 막상 동생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쑥스럽군.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혹시 유정이 누나 봤어요?"


"유정 씨? 잠시 캐롤한테 가서 건강검진을 약식으로 받고 오기로 했는데. 곧 끝날 시간인데..."


시계를 보며 나지막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제이. 그리고 그 혼잣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또각거리는 구두굽 소리와 함께 흑발 생머리를 찰랑이는, 매력적인 여인이 다가왔다.


"네. 저 왔어요. 제이 씨."


"유정 씨! 그래, 몸은 좀 괜찮고?"


"그럼요. 후후...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아, 유정이 누나. 찾고 있었어요."


"어? 세하야? 무슨 일이니?"


"저희... 뭐 휴가 관련된 공문이 왔나요?"


"...잠깐, 휴가라고? 유정 씨, 우리 분명... 당장 며칠 전에 일주일 휴가를 받지 않았었나?"


"...그랬죠. 헌데 이건, 평범한 휴가가 아니에요. 휴가로 위장한 일이죠. 검은양 팀에게만 따로 하달된 임무기도 하고요."


"...유니온에서 간만에 사람 좋은 일을 해주나 했는데. 역시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없군."


한숨을 푹 내쉬며 선글라스를 고쳐쓰는 제이. 임시지부장이 서류철에 묶인 종이를 넘겨보며 자세한 내용을 찾는 사이, 조금은 가녀리지만 한편으로는 당차고 힘있는, 그리고 지극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합니다. 이슬비 외 2인, 홍대 거리에 출몰한 골렘형 차원종 개체들을 토벌하고 복귀했습니다."


"다녀왔구나? 베로니카 씨에겐 보고 드렸니?"


"당연하죠. 먼저 드리고 오는 길이에요. 언니."


"이제 오네? 나보다 더 일찍 출발하지 않았어?"


"야, 너는 쉬운 임무 골라서 날로 먹어놓고 그런말 하기야?"


"뭐? 날로 먹다니... 그 꾸물텅거리는 젤리같은 녀석이 어떤 느낌인지 너도 잘 알면서 그러기야? 게다가 그녀석 눈은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된다고..."


"...몰라. 누구는 차디찬 골렘놈들한테 잡혀서 죽어라 고생하고 왔는데 정말..."


늘 그렇듯 서로 가벼운 악담을 주고받으며 투닥거리는 둘. 그런 친구들을 본 유리는 늘 그렇듯 씩 웃으며 둘의 정곡을 동시에 콕 찔렀다.


"자~ 자! 그만들 싸우고! 너네들 너무 좋아해도 탈이라니까? 이런데서 티격거리ㄱ..."


"누가 좋아한다는거야! / 말도 안되는 소리!"


"...세하 형... 슬비 누나... 저 고막 찢어지겠어요..."


먹먹해진 귀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미스틸테인. 그 모습에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한 발 물러서며 얼굴을 붉히고 얌전해졌고, 그 모습을 말없이 웃으며 지켜보던 임시지부장은 서류를 이슬비 요원에게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내 직속상관님이 하달하신 명령이야. 너희도 여러 번 가본적이 있는 곳이지?"


"...여긴... 플레인 게이트?"


플레인 게이트. 인간들의 영역인 내부차원,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위협하는 차원종들이 기거하는 외부차원. 그 내부와 외부가 공존하는 경계를 잇는 구조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플레인 게이트. 그리고, 그 플레인 게이트 중에서도 내부차원을 묘사한 그림과 각종 설명이 가득 들어간 한 장의 종이였다.


"언니. 이 종이는..."


"...실은, 휴가 공문을 너희만 받은 이유는, 너희가 휴가를 빙자한 채로 임무를 하달받고, 내용을 숨긴 채로 활동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야."


"아이디어 낸 녀석, 진짜 사악한 녀석이로군. 휴가를 받고 싱글벙글 신나하는 클로저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가? 정말...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지극히 사악하군. 고안한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할 지경인데."


제이는, 이전에 술자리에서 함께했던 장금발의 독일인 사내가 떠오르는 듯 했다. 항상 휴가에 목말라하는, 권태에 물든 한 클로저가... 그런 클로저를 양산하는 게 목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제이였다.


"...미안해요 제이 씨. 어쩔 수 없었어요. 누군가에게 알려지기만 해도 조금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서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도 별 수 없지. ...그래서 리더, 그리고 유정 씨, 우린 무슨 일을 하게 되지?"


"음... 언니, 여기 적힌 내용대로라면... 우리는 플레인 게이트에서? 최보나 팀장의 지시대로 움직이면서..."


"그래. 이전에 했던 것 처럼, 외부차원의 일부를 탐사하게 될 거야."


"...하지만 굉장히 특이한 외부차원이네요?"


몇 번이고 서류를 들여다보던 슬비는 신기하다는 듯 말을 했다. 그 모습에, 그새를 못참고 휴대용 게임기로 오락을 즐기던 세하가 잠시 게임기를 집어넣고 질문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야, 슬비야. 니가 흥미롭다고 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뭐 얼마나 특이한 내용이길래 그래?"


"여기 이 부분을 봐봐. 지금껏 우리가 탐사해왔던 외부차원이랑 차별화되는 점이 하나 보이지 않아?"


"...글쎄... 음... 어? 이 내용이 사실이야?"


"사실이니까 적혀있겠지. 그래. 외부차원임에도, 내부차원과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차원압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탐사를 가게 된 거야."


"...그런 장소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예전에 전쟁 중에 비슷한 현상을 본 적이 있었어. 마치 바다 속에 고인 담수의 웅덩이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노란 썬글라스를 다시 고쳐쓰며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제이. 슬비와 세하는 굉장히 신기해했고, 유리와 미스틸테인은 딱히 이해를 하지 못한 듯 했다.


"...그게 이상한건가?"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러니까... 우리 지구의 서울 어딘가에, 딱 경계로 둘러싼 듯이... 그 부분만 산소가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하면 믿겠어?"


"그렇게 들으니 영 말이 안되는걸..."


"...신기하네요. 그래도... 저희 일이라면 하러 가야죠! 우린 클로저니까요!"


씩씩하게 외치는 막내 미스틸테인을 보며, 모두들 결심을 굳힌 듯 했다.


"후우... 그래, 우리 동생이 나서는데, 이 형님이 빠질 수 없지."


"우린 팀이니까요. 팀원이 가면, 저도 갈 거에요. 모두들 같은 생각일거고요. 그렇지?"


"두말하면 잔소리지!"


"...뭐, 니가 간다면 가야지."


"...야, 이세하. 그 맥빠지는 태도는 좀... 어떻게 안 되겠어?"


"그래. 지금처럼. 너, 나 없으면 주위 사람들 아주 활활 탈 때 까지 들들 볶을 거 아냐? 그러니까 내가 가서 평화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지."


"...쓸...쓸데없는 말이나 하면... 그 게임기, 비트로 써서 던져버린다?"


"윽, 이번만은 좀 참아줘..."


늘 그렇듯, 서로 틱틱거리면서도 좋은 콤비를 보여주는 둘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던 제이는, 임시지부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다녀올게. 유정 씨. 나 보고싶으면 전화하라고."


"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걸요? 후후... 저도 이번엔 따라가게 되었으니까요."


"...몸은, 괜찮은건가?"


조금이라도 허튼 대답이 나오면, 곧바로 뜯어말릴 기세의 제이. 그러나 그의 눈 앞에 선 그녀는, 싱긋 웃으며 괜찮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아... 후후... 캐롤하고, 정도연 박사님이 제 건강을 관리해주시기로 했어요. 그리고... 여차하면, 제 상관님이 의료 지원 인력을 급파해주시기로 약속도 하셨고요. ...그러니, 저도 따라갈게요. 안전장치는 차고 넘치니까요."


"...후우... 유정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래도, 어디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바로 말해달라고. 알았지?"


"물론이죠. 그럼, 플레인 게이트에서 만나요."


먼저 출발하는 그녀의 뒤를 바라보던 제이는, 조금 우려스러운 듯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믿어줘야지. 관리요원 시절부터 함께 한 내가 본 유정 씨는... 그래, 우리 유정 씨는 그렇게 쉽게 쓰러질 여자가 아니니까."


"응? 아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해요?"


"아? 음... 나중에 월급 타면 어떤 안마의자를 살까 고민하고 있었지."


"에이~ 그런거 사지 말고요! 저한테 용돈 준다 생각하시고 저한테 마사지나 좀 받아봐요! 검도부에서 배운 기술인데, 여기를 이렇게...!"


"음? 오오... 유리 동생도 카이로프랙틱을 할 줄 아는건가?"


"그럼요! 여기를...! 하압!"


(뿌득-!)


"...커허헉...! 유리 동생...! 이러다 나 제 명에 못살겠어...!"


"...아차... 너무 오랜만에 해서 힘조절이... 아...! 아무튼 어서 가요! 읏챠!"


반쯤 고장난 제이를 양 손으로 번쩍 들고, 서둘러 자리를 옮기는 검은양 팀이었다.




(우웅... 우웅...)


기묘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한참 부족한, 형용하기 어려운 모습을 한 이차원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포탈 생성장치가 작동하며 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동굴같은 지하 시설, 그리고 위압감과 신비로움을 뿜어내는 구조물들의 앞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런저런 샘플들을 뒤적이는 한 소녀가 있었다.


"...돌연변이 인자를 좀 더 간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야. 하이브 마인드라는 개념을 대입할 수는 없을까? ...으... 매번 걔한테 손을 벌리기도 그런데..."


워낙에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던 탓일까, 그녀는 자신의 주위로 검은양 팀이 임시지부장과 함께 다가오는 것 조차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보나야! 우리 왔어!"


"...내가 드디어 미쳤나봐... 하암... 미스틸의 환청이 들리네... 걔는 뭐하고 있으려나..."


"...보나야. 나 여기 있는데..."


"...흐엑?! ...다... 다들 무슨... 어... 혹시...?"


"반가워요. 최보나 양. 나 알죠?"


"...기...김유정 임시지부장님? 설마... 그렇다면 이번에 외부차원 탐사에 투입되기로 한 클로저 팀이..."


"후후... 맞아요. 우리죠. 전례가 없던 일이기도 하고, 그리고 부총장님에게 협력하면서도 소수 정예로 움직일 수 있는 강한 팀이 필요했죠. 그리고, 그 중에서 우리가 발탁이 된 거고요."


"나머지 팀들은... 늑대개 팀이나 사냥터지기 팀은요? 또... 시궁쥐 팀도..."


"그분들은, 신서울을 지켜주시기로 했어요. 그분들의 관리요원을 맡아줄 민수현 요원, 그리고 저수지 양, 그리고 오퍼레이터 베로니카 씨, 그리고 이빛나 씨도 있고... 또, 기왕이면 꼭 쉬셨으면 좋겠지만, 문제가 터지면 가장 먼저 달려나가시려는 지나 요원님도 있으니, 우린 우리의 일에 집중해보도록 할까요?"


"네. 좋아요. 우선, 다들 아시겠지만... 간단하게 브리핑을 시작할게요."




최보나는 동글이 안경을 고쳐쓰며, 허공에 화면을 띄워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전에, 처음 탐사를 시작했던 때가 기억나 다들?"


"...아, 그 무슨 풀밭도 가고, 비내리는 숲도 갔었고..."


"무슨 다 쓰러져가는 폐허같은 신전도 갔었지."


"맞아. 각각 '푸른 차원이동석', 그리고 '붉은 차원이동석' 을 통해서 갈 수 있었지. 우리가 탐사할 곳은, 여기. 푸른 차원이동석을 통해 갈 수 있는 녹지야."


"...음... 보나야, 이거 거기 사진이야? ...와아... 뭔가 예쁘다..."


"응. 미리 탐사로봇을 한 대 보내서 사진을 조금 찍어왔지. 원래대로라면 금방 망가졌어야 했지만..."


보나는 자신의 옆에서 충전중인 작은 탐사로봇을 통통 두드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문자 그대로, 여기보다도 외부차원에서 오는 차원압력이 낮아서,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어."


"...아저씨,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했죠?"


"그래. 동생. 우연히 작전 도중, 그 공간에 들어설 기회가 있었지, 누님을 비롯한 우리 울프팩 팀 전원이... 너무나도 가벼워지고 빨라진 몸에 적응하지 못할 정도의 경험을 했지. 외부차원의 압력에 그렇게 짓눌리다가 이런 경험을 하니 신선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고."


"...보나야? 근데 그런 공간... 어떻게 보면 우리한테 더 도움이 되는 공간이... 차원종들의 영역 내부에 덩그러니 생성이 되었다는...거야?"


"맞아. 미스틸. 그래서 더 의문인거야. 설령 별로 전략적인 요충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차원에 우리가 자리를 잡으면 차원종 세력도 나름 골치가 아플텐데... 왜 좌시하기만 하는걸까?"


"...공간 자체가 함정일 가능성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슬비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 공간 자체가 함정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네. 생각해보니 슬비 말도 일리가 있어. 만약 우리가 그 자리를 완전히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시설을 비롯해 비위상능력자까지 그곳에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갑자기 고압의 차원압력이 유입되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 너희 말이 맞아. 그래서, 한 명 한 명이 A+급 이상의 차원종을 상대할 수 있는 결전요원의 자리에 오른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소수정예의 팀을 탐사에 투입시킨거고. 혹시 질문 있어?"


보나는 다시 안경을 고쳐쓰며 이야기를 마쳤다. 그때, 허공에 떠오른 스크린들에 연보랏빛 노이즈가 낀 뒤, 곰돌이 마크가 나타나더니 웬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팟-!]


[흣쨔! 박사님 등장인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그레모리. 자칭 초천재 박사이자, 그 명칭이 빈말이 아니라는 듯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기술력을 지닌, 아주 고귀한 혈통을 지닌 기계왕의 직계 자손이었다. 자신을 변방으로 내쫓은 차원종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클로저들에게 접근했다가 그들에게 감화되어 친 인류 성향이 되었다나 뭐라나. 심지어 동맹까지 맺었다고 하니, 말 다 한 셈이다.


"...그레모리! ...하긴. 언제 오나 했어."


[...엑. 닥터 최보나? 이제 안놀라는거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걸. 나 뿐만 아니라... 여기 모두가 너의 기행을 함께 보고, 거기에 휘말려 이런저런 사고도 많이 당했는데... 이제 다들 익숙해질 때도 된 거지."


[...갑자기 의욕이 쭉 빠지는 것이다... 곰돌이랜드에서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는 소리는 거기까지. 무슨 일로 친히 우리한테 연락을 했어? 초천재 박사?"


최보나는 묘하게 우울해진 친구를 치켜세워주는 것 같은 말투로 그레모리에게 말을 걸었고, 그 미끼를 덥썩 문 그레모리는 조금 기운이 생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너희가 외부차원 탐사를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나 보러 왔지. 그런데 왠걸? 외부차원의 힘이 닿지 않는 외부차원이라니! 마치 팥 없는 찐빵! 치즈 없는 피자! 발톱 없는 곰돌이!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어느새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는 그레모리 박사. 매우 비상한 머리를 인정받아 함께 군단 프로그램 공동 연구를 진행하던 최보나는, 이번에도 뭔가 새로운 정보가 있나 싶어 그녀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음. 그래서, 혹시 너도 거기에 대해 독자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있어?"


[...없다! 부끄럽지만 단 하나도 없어! 으... 애초에 나도 그 부분에서 외부차원의 압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건 알았지만... 그냥 오류라고 생각해서 아무 대처도 안한거라고.]


"...이해해. 나도 당장 우리 집 옆에 골목길에서 산소와 질소 등 이 세상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들이 결여된 공간이 대놓고 그냥 존재한다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서 넘겼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닥터 최! 그리고 클로저들하고... 어... 김유정 부국장! 맞지?]


"후후... 아니랍니다. 이제 전 임시지부장이거든요. 자료를 최신화할 필요가 있겠는걸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그런데 되게 침착하네.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나도 너희들이 '차원종' 이라고 부르는 존재인데 말야.]


"인간의 마음을 가진 차원종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니라서요. 이렇게 대면하는 것도 처음이니, 인사드리죠. 잘 부탁해요. 초천재 박사 그레모리 씨."


[...우우... 역시 인간들은 너무 혼란스럽다... 에잇! 그건 둘째 치고! 아무튼 빨리 탐사를 떠날 거라면 당장 떠나는거다! 나도 내 방식으로 너흴 도울 테니!]


"너의 방식으로?"


화면 너머의 그레모리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와 화면을 동기화시켜 보여주었다.


"...곰돌이?"


[그냥 곰돌이 인형이 아닌것이다! 저것은 내 클론! 지능향상 클론 그레모리와 신체향상 클론 그레모리! 다들 봐서 알고 있겠지?]


"...진짜 먼지 나도록 두들겨 패면서 PNA 인자를 얻어갔었지..."


아련하게 중얼거리는 유리. 그렇게 카메라를 지켜보던 유리는, 아주 잠깐 보인 거대한 실루엣을 놓치지 않고 그레모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저기 그레모리! 방금 그 엄청나게 컸던 무언가는 뭐야?"


[역시 눈썰미가 좋다니까. 그건 바로... 자이언트 클론 그레모리!]


"...ㄱ...그걸 왜 거기다 가져다 놓은건데?"


경악하며 놀라는 최보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레모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미개척지를 탐사할 땐 힘이 필요한 법! 엄청나게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최강의 곰돌이를 가져다 놓은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우리도 진격의 곰돌이를 특촬물로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납득하는 최보나. 그녀를 제외한 이 자리의 모두가 대체 어디가 납득할만한 포인트인지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그레모리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후후... 이 초천재 박사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다~ 이 말이야! 자, 그럼 이몸은 연구실에서 너흴 지켜보고 있겠다! 어서들 가보라고!]


[팟-!]


"...제멋대로 통신을 끊어버리는 건 여전하네요. 정말... 아, 죄송해요. 원래 조금 장난기가 있는 친구라..."


임시지부장을 바라보며 조금 죄송하다는 듯 열심히 그녀를 변호하는 최보나. 김유정은 웃으며 그녀를 만류했다.


"후후... 괜찮아요. 오히려 활기차보여서 좋던걸요.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친구라고 하던데, 맞죠?"


"...엣!? 그... 그건... 우린 친구가 맞긴 하지만... 그래도 막 엄청... 친하거나 하진..."


"괜찮아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으니. 자, 사담은 이쯤 나누고, 작전을 하달해주겠나요?"


"...아! 그래야죠. 흠흠, 잘 들어주세요? 먼저, 위상능력자가 아니신 임시지부장님은, 저기 박심현 요원님께 가셔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할 차원압 보호복을 받아주세요. 그리고..."


본격적인 탐사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남극에서의 사건을 일단락짓고, 다시 신서울을 한번 더 구해낸 이들에게, 새로운 시련이...




...라고 생각했는데...


(팍-!)


"...아니... 진짜 이거 왜 이렇게 잘 자라는거지? 우리 캠프 토지보다 더 잘 자라는데? ...아니 잠깐! 내가 이걸 대체 왜 하고 있는거야!"


모종삽을 땅바닥에 푹 소리가 나도록 꽂으며, 밀짚모자를 고쳐쓰고 땀을 닦는 이 소년의 이름은 이세하. 그렇다. 분명 한 일주일 전만 해도 최정예 클로저였던 그가 지금은... 시골 농촌의 청소년 농부 1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탐사 결과, 여긴 일종의 돌연변이적인 장소로 판명되었어요. 또한 매우 안정적이고, 마치 의지를 가진 듯 이 영토 자체를 숨기려는 기색도 보이기에, 우리가 이곳에 머무른다고 한들 문제될 것은 전혀 없을 것이고요.'


"보나가 그렇게 말했었지... 그리고 그레모리도..."


[정말 신기한 곳이다! 스스로 전파를 재킹하는 간섭 파장을 내뿜는 땅이라니! 그리고... 이렇게나 비옥한 땅은 처음이야! 생장에 필요한 각종 에너지가 잔뜩 농축된데다가, 소모된다고 한들 빠른 속도로 재충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적의 땅인데? 만약 여기서 곰돌이들한테 줄 사과를 기르면...]


'그런고로... 우리는 여기서 약 2주 가량의 기간을 잡고, 각종 식물의 생장 및 발육 보고서와 더불어 이 공간의 관리를 맡게 되었다는 격문이 내려왔어요. ...어쩌다 보니 저까지 해서 여섯 명의 농부가 생긴... 셈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정이 누나까지 그렇게 말해버리면... 어쩔 수 없잖아. 에휴... 잡초도 진짜 더럽게 잘 자라네..."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서 휴양을 겸한 작물 농사와 각종 보고서를 쓰는 일을 하게 된 검은양 팀. 세하는, 비료 무더기를 땅 곳곳에 뿌린 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여러 씨앗들을 꺼내들었다.


"비료... 윽... 냄새... 이건 둘째 치고... 이건 또 무슨 식물이야?"


"이번에 유니온 산하 식품연구기관에서 만든 신규 품종이래. 수박만한 옥수수가 자라난다고 하는 신종 씨앗이야."


"아... 슬비구나."


"그래. 좀 쉬엄쉬엄 하라고."


"고마워. 리더. ...참, 다른 팀원들은?"


"유리랑 미스틸, 제이 아저씨는 오후 작업 전에 잠시 쉬러 갔어. 별일이네? 네가 쉬는시간도 반납하고 제일 오래 일을 하다니."


"...솔직히 좀 신기하잖아.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자라는 작물이라니. 나중에 어디 가서 굶어 죽을 일은 없겠는걸. ...참, 혹시 뭐 근처 식물형 차원종이나 스캐빈저같은 차원종들이 오진 않았고?"


"그건 걱정 마. 내가 다 제압하고 왔거든."


"...빚을 졌네. 고맙다. 이슬비."


"리더로써 모범을 보여야지."


따가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활동하기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다가온 슬비. 그녀는 열심히 밭일을 하던 세하에게 각종 분식이 담긴 플라스틱 통 하나를 내밀었다.


"받아."


"...이건?"


"분식이야. 간식이라도 좀 먹으면서 하라고."


"...왠지 친절하네. 아무튼 고마워. 후우... 오랜만에 먹어보는 매콤한 요리네. 굉장히 신선한 재료를 쓴 것 같은걸?"


"맞아. 여기서 자라났던 식물들을 재료로 활용했거든."


"...차원종 땅에서 자란 식물이 이렇게 맛이 좋아도 되는 걸까..."


말은 걱정하는 듯 해도, 그와는 별개로 허기진 속을 채우는 세하. 문득 그는, 이 요리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근데 슬비야. 무슨 요리 강습이라도 배웠어?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진 요리인데."


"그... 그정도야? 음... 실은, 소영이 언니가 여기를 떠나서 신서울로 가기 전에, 이런저런 레시피들을 보나한테 알려주고 갔나봐. 그래서 나도 일이 한가롭기도 해서 도울 겸 이것저것 만들다가 남은 것들을 가져와봤는데..."


"너 요리에도 소질이 있구나? ...하긴, 그만큼 노력을 하는데 두각이 나타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그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내심 싫지 않은 듯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슬비.


"뭐...뭐야? 낯간지럽게... 그래도... 칭찬 고마워. 세하야."


"뭘. ...아, 마실거 있어?"


"음... 이온음료라도 마실래? 마시던거긴 한ㄷ..."


"...어? 뭐라고 했어?"


"...아냐. 이온음료 마실래?"


"좋지."




(딸칵...)


이온음료가 든 물통을 받아들고 목을 축이는 소년.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분홍빛 머리의 소녀. 이온음료를 다 마신 소년은, 가벼운 요의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이제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혹시 근처에 화장실 없어?"


"...이런 곳에 있겠어?"


"...보통 시골 같은데 가면... 그 닥터후에 나오는 타디스같은 화장실 비슷한 그런 거 있잖아. 여기는..."


"그러니까, 있겠냐구."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는 슬비와, 체념하고 내부차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세하.


"여기 화장실 하나 설치해달라고 해야겠어. 아, 화장실 설치하는 김에 음수대랑... 편의점도 하나 있으면 좋겠네. 신강고처럼."


"...무슨 편의시설을... 아주 PC방도 하나 지어달라고 하지?"


"...그거 괜찮은데? 외부차원 최초의 PC방이라... 석봉이랑 여기서 밤샘 노가다나 달려야지! 전파만 잘 잡히면 같이 신작 공포게임 스피드런 공략 방송도 한번 찍어야 하는데..."


"...이세하? 제발 헛소리 그만하고 화장실이나 좀 가."


"알았으니 그렇게 보지 마... 참, 슬비야. 이런 말 하긴 그런데... 넌 화장실 안가?"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그렇지만... 쉼 없이 이런 경작 활동... 전투 훈련... 그리고 각종 보고서 작성과 회의로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잖아? 리더니까 말야. ...너, 생리현상을 해결할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참다가 병 되니까. ㄴ..."


"무...무...무...무무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돌아가서 화장실에서 생각이나 다 비우고 오시지! 이세하! 난... 작물이 똑바로 다 심어졌나를 검사하고 갈거니까!"


"...윽... 뭐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얼굴을 붉히고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사라져 가는 분홍머리의 그녀를 보며, 묘한 생각이 드는 세하.


"...요즘 슬비가 고생을 좀 많이 하네. 그래서 그런가...? 잠깐, 저긴..."


슬비가 사라져가는 방향을 보던 세하. 그 방향엔, 아무 것도 없는, 어떠한 작물도 심을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 '불모지' 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이쪽 지역은 예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굉장히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였어요. 여기는 작물을 심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요.'


"...저긴 작물을 심는 곳이 아니잖아... 정말, 본인이 엊그제 말해놓은 주제에... 에휴, 가서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 줘야겠어. 남들한테 잔소리 굵은소리 할 시간에, 본인이 피곤하면 먼저 쉬어야지... 리더가 고생만 하는 자리냐고."


세하는 발걸음을 다시 돌려, 슬비의 뒤를 쫓았다.




(부스럭... 부스럭...)


"...이상해. 분명 이 부근엔..."


어느새 발목까지 자라오른 갖가지 잡초들이 세하의 발에 밟히고 있었다. 워낙 비옥한 토지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장소는...


"...슬비가 여기는 어떠한 식물도 자라날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메마른 대지라고 했는데..."


마치 거리의 화단을 보는 듯 한 형형색색의 작은 꽃들, 그리고 파릇파릇하게 땅 위에 가득히 자라난 풀. 세하는, 잠시 허리를 숙여 땅 위를 살살 헤집어보았다.


"...흙이 촉촉한데. 여기까지도 물이 공급되고 있었구나. 하긴, 그레모리 클론들이 그렇게 열심히 땅을 파 댔으니..."


일어나서 한숨을 푹 내쉬는 세하. 그의 시선은, 조금 앞서 가는 슬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불모지는 무슨... 여기도 완전 식물 키우기 좋은 땅이잖아. ...설마... 일을 하기 싫어서 일부러 축소된 범위로 부르려고? ...그래. 그 녀석 성격상 이럴 일은 없겠지."


다시, 슬비의 뒤를 쫓는 세하. 돌아가서 그녀를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방금, 말까지 더듬으며 황급히 사라지는 뒷모습에서 피곤한 듯 비틀거리는 모습이 얼핏 보였기에, 좀처럼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알아서 하게 뒀겠지만... 에이... 내가 지금 왜 이런 생각을..."


묘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세하였다.




(부스럭... 바슥...)


"...꽤 큰 바위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이 기암괴석..."


커다랗고 울퉁불퉁한 바위. 그 바위를 매만지며 느릿하게 잠시 걷는 사이,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슬비? 여기서 뭘..."


그 때, 평소의 그답지 않게 조금의 장난기가 생긴 모양인지, 세하는 자신의 기척을 감추고 조용히 바위 뒤에 숨었다.


'...뭘 하는진 모르겠는데... 뭐 몰래 누워서 잠이라도 자려고 하나? 곧 오후 작업 시작인데... 흠... 좀 놀려줄까?'


그리고, 슬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바위 주변도 한번 슥 둘러보며,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가 이 자리에 있는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아무도 없지? 여긴 이제 관찰 카메라도 꺼놨다고 했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군. 자... 그럼 슬비나 좀 골려주...'


(스륵...)


바위 밖으로 나서려던 세하는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갑자기 옷은 왜 벗는 거야...?'


순간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던 세하는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서...설마... 트위X같은 SNS에 자기 자위 영상 올리는 여자애들 중에... 슬비도 있는건가...?'


온갖 생각이 드는 세하.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꿈인가, 헛것은 아니겠지, 지금이라도 내 뺨을 엄청 쎄게 때려볼까, 나중에 뭐라고 말하지, 아니면 영원히 이 건에 대해서는 입을 닫을까? 하는 생각이 수없이 떠올랐다.


"으윽... 세하한테 들킬 뻔 했어..."


(꾸륵... 꾸르르르륵...)


꾸륵거리는 장명음이 들렸다. 배고플 때 나는 그 소리보다 조금 더 낮고, 묵직한, 무언가 가득 찬 소리였다. 세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전에, 자신의 어머니의 오랜 부탁으로 고기를 듬뿍 얹은 매운 마파두부를 만들었었는데, 지나치게 매웠는지 그날 화장실을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한바탕 난리통이 있었던 때, 그때 어머니의 뱃속에서 울리던 그 소리였다. 그 소리가, 지금, 슬비의 뱃속에서... 아니, 더 큰 소리가 되어 울리고 있었다.


'이 거친 소리는... 설마...?'


"아...으읏... 나올 것... 같아...! 앗...!"


뿌부푸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프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롹! 뿍뽜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귀에 쩌렁쩌렁 울리는 낮고 웅장한, 그리고 한없이 추잡스럽고 축축한 파열음. 깜짝 놀란 세하는 그만 바위를 짚고 있던 손을 놓쳐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버릴 뻔 했다. 놀라서 한 숨 돌리고 심호흡을 하는 세하.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강하게 내려찍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인간이 아니라... 골렘 따위의 차원종이 내려찍는 것 같은 충격을.


'...내...냄새...! 커흡... 이 정도로 독하진... 윽... 그새 애 장이 썩었나...?'


단순히 '독하다' 라는 생각이 아니라, 방귀를 뀐 사람의 건강이 걱정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무시무시한 수준의 악취. 마치,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이 불가능 할 것만 같은 지독하게 농축된 방귀가, 바람을 타고 올라와 세하의 코를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끄흐아... 시원해... 으응... 얼른 해결하고 가야지... 이렇게 새어나오는 수준으로 뀌어봐야..."


'...ㅅ...새...새어나온 수준...?'


뿌프닥! 뿌봐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봐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욱! 뿌프프프프프프프드드드드드듯! 뿌프프프스스스스스스스스슷!


그 말이 빈 말이 아니었다는 듯, 아까 전의 방귀는 애들 장난으로나 보일 정도의 강렬한 황화수소와 메탄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제법 거리를 두고 있었음에도, 세하는 순간 머리칼이 흩날리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코 바로 밑에 썩은 머맨형 차원종의 시체에서 긁어온 점액을 들이미는 것 같은 무지막지한 악취가 그를 덮쳤다.


'오...오염지옥에서 만났던 하르파스보다... 아니... 그딴 것 보다... 우욱...!"


"응... 하아... 크흥... 독한 냄새..."


뿌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포포로로로로로로로로록! 뿌프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우우우우우우웅뿌부우욱!


"후으... 맵고 짠 음식을 너무 먹었나...? 방귀가... 어제보다 더...!"


뿌프브브븝르르브드브브브브브브븍! 뿌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픅! 뿌욱!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락!


정녕 인간의 몸에서 나온 악취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악취가, 어느새 둘이 있는 좁은 평원에 한가득 들어차, 연노란색 연무의 안개를 만들었다. 어느새 눈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주위를 둘러본 세하는, 땅 위에 가득 피어났던 들꽃들이 빠르게 사그라드는 것을 보았고, 뜨거운 독가스의 열기로 인해 촉촉했던 옥토가 메마른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쿨럭...! 슬비...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 정말... 불모지네... 근데...!'


그 불모지를 만든 것이, 겨우 인간의 방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좀처럼 눈으로 보고도 받아들이기 힘들게 느껴지는 세하. 하지만 더 심한 것은, 그 무지막지한 방귀가스의 근원이, 바로 그런 것과는 가장 멀어보이는, 완벽을 추구하는 모범생 소녀, 이슬비의 뽀얀 엉덩이 사이 도톰하게 피어난 암갈색 국화꽃의 깊고 어두운, 그리고 쩌억 벌려진 채로 장액과 약간의 무른 변이 달라붙어 끈적이는 소리를 내는 그녀의 항문 너머였다는 사실이었다.


뿌프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욱! 뿌루우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


항문 사이에서 거칠게 빠져나온 뜨거운 맹독성의 열풍이, 거칠게 그녀의 볼기짝을 뒤흔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장을 모두 가스로 바꿔 세상 밖으로 흩뿌리기라도 하는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의 무지막지한 가스의 폭풍은, 그 어떠한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한들, 그 위력을 깎아내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르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


썩은 낙엽과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흩날리고, 그녀의 항문과 근접한 땅이 기세 좋게 모래를 흩날리며 파이고, 사람의 시력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진하고 축축한, 안개와도 같은 방귀의 장막을 이 작은 평원 안에 한가득 들어앉았다. 모두 그녀의 짓이었다. 그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세하가 당황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방귀는 기세 좋게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마치, 멈춘다고 하는 개념을 잊어버린 듯이.


-르르르르르르르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봐다다다다다다닥!


'그새... 그새 가스량이 더 많아진거야...? 슬비...?'


"...아하읏... 에...후후... 신기록 세워버렸다아... 내 방구... 드디어 50초를 넘겼어... 우후후후훗... 아흐앙... 이런거에 기분 좋아져버리면... 안대는대엣..."


세하의 경악을 뒤로 하고, 슬비는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문질러가며, 마지막 남은 풀밭 위에 엎드린 채로, 고양이처럼 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엉덩이를 쭉 들어 올린 모습으로, 통제에서 벗어난 심각한 고장을 일으킨 가스탱크가 미친듯이 자신의 내용물을 사방에 흩뿌리듯, 끝도 없이 추잡스럽고 역겨운 파열음과 함께 터져나오는 방귀를 사방에 자욱히 내어놓고 있었다.


'...쿨럭...! 크흡...!'


코가 삐뚤어질 것만 같은, 귀가 먹먹해지는, 머리카락이 다 헝클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풍압이라는 방귀의 3요소를 차고 넘치도록 갖춘 그녀의 방귀에 거의 10분 가까이 초지근거리에서 노출된 세하는, 서서히 자신의 육신에 다가오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으... 지독하지도 않나...? 자기 방귀는 참을만 하다 이건가... 으극... 냄새가... 잠시 자리를 다른...'


(빠즉-!)


"...엇?"


(빠직-! 주르르르르륵-!)




(쿠당탕탕-! 우당탕! 쿵탕!)


"으아아악?!"


다 썩어가던 나뭇가지 하나를 잘못 밟고, 그 탓에 그대로 바위 위에서 미끄러져버린 세하. 물론 위상능력자인 탓에 이런 작은 바위가 아니라 부엉이바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머리부터 떨어져도 조금 어질할 뿐 전혀 문제가 없는 그였기에 부상은 없었다만, 그 과정에서 일어난 소음은 누군가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한 수준이었고...


"...ㅅ...세하...야...?"


"...어으... 윽... 내일은 좀 살살 일해야겠...아... 슬비야..."


방금 전 까지 귀가 먹먹해지는 덥스템 음악을 최대 출력의 엠프로 듣는 것 같는 수준의 굉음이 휘몰아치는, 연노랑빛 안개가 자욱한 평원에, 많은 의미를 함축한 침묵이 감돌았다.


"...슬비야? 그... 있잖아? 내가..."


"...후...으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모조리 잃어버린 슬비는,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스...슬비야...?"


"흐윽...! 흐으으아앙...! 으아아아아앙!"


무어라 변명거리를 이것저것 생각은 해 두었다만, 휑하게 벗겨진 자신의 하반신을 두 손으로 가리고,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이는 슬비를 본 순간, 세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흐...흐윽...! 흐흐윽...! 히끅...!"


여성으로써... 아니, 그 이전에 인간으로써,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하에게 들켜버린 슬비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부끄러웠고, 앞으로의 일이 무서울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지독한 혐오감까지 차올랐다. 지금이라도 저 외부차원 너머로 몸을 던져버리면 편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린 나머지 움직일 힘도 없는 그녀였지만.


(저벅... 저벅...)


"..."


(풀썩...)


세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썩은 풀과 나뭇가지를 치우고 그 옆에 앉았다. 메마른 모래먼지가 지독한 악취 속으로 흩날렸고, 그런 먼지를 바라보던 세하는 말 없이 슬비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슬비."


"...흐...흐끄으윽... ㅇ...우왜애...?"


"...괜찮아. 영원토록 비밀로 할게. 정말이야."


"...훌쩍... 진심...이야...?"


"...그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걸."


"그치만... 다들 나처럼 이러진 않을 거 아니야... 너무 더럽고... 역겹고... 훌쩍..."


"정말 괜찮다니까. 정말... 오히려 차라리 이런 거라서 다행이야. 너 아까 전부터 여기까지 오면서 걷는 것도 비틀거리고 그랬잖아. 정말... 많이 아픈 줄 알았어. 그리고, 얼마 전에 자기 입으로 직접 불모지라고 말했던 곳에, 작물이 잘 자랐나 보러 간다고 했던 것도. 다 신경이 쓰여서."


"...배가 아파서 그랬었어. 실은... 그... 큰... 대변을... 위상력으로 조절해서... 가스 형태로 잘게 분해를 해서 압축해놓은 상태로 담아뒀었는데... 배출해야 하는데 니가 어디 안 가고 계속 밭일만 하니까..."


"...이거 묘하게 나를 원망하는 소리로 들리는데..."


"...원망 맞거든. 바보야. 이런 더러운 모습...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흑...고..."


또 눈물샘이 터진 슬비. 평소에 아무리 커다란 시련이 닥쳐도, 슬픈 일이 있어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녀의 이런 눈물도 많고 방귀는 더 많은 모습을 본 세하는, 이전까지의 두근거리는 감정을 넘어, 새로운 무언가가 가슴 속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그리고... 훌쩍... 여기 불모지 맞았었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버려서..."


"...그렇...구나... 그... 대단한 방귀네... 아하하..."


"...지...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흐...흐윽...! 흐아아아앙...! 죽어! 죽어! 너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거야! 으아아아앙!"


찌릿한 전격을 위상력에 담아 마구 주먹질을 해대는 슬비. 그녀의 공격을 다 맞아주며, 어떻게든 그녀의 노여움을 풀어주고자 했던 세하는 울며 주먹을 휘두르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무...뭐야...! 갑자기..."


"...미안. 또 눈치가 없이... 조금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단 말이야. 너무 슬퍼하고 있어서."


"...그게 지금 할 말이었냔 말이야... 멍청이... 진짜 바보... 눈치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어서..."


세하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은채로 도리질을 하며 눈물을 닦는 슬비. 세하는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방금 있었던 일은... 너무 신경쓰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저 생리 현상이었고, 정말 친한 친구...인 나에게 들킨 것 뿐이니까."


"...응."


"...영원히 비밀로 해줄게. 네가 원한다면. 그리고... 나중에도 이럴 것 같으면, 나한테 미리 말을 해줘. 가스가 찬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그러면, 내가 최대한 너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줄게."


"...그... 그런 것 까지는 필요 없는걸."


"해줄때 얌전히 받아. 슬비야."


"...그...그렇지만... 넌 내가 지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거야? 더럽지 않아...? 내가 보기에도 이렇게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그리고 추잡스럽고 또... 처...천박한... 모습이었는데..."


그녀의 말은 명명백백히 진실이었다. 방귀. 장 속의 음식물이 발효되며 생긴 가스가, 대장을 지나며 역겨운 냄새를 갖게 된 상태로, 항문 밖으로 터져나오는 생리적 현상. 더군더나 그녀의 경우는, 자신의 위상력으로 대변을 잘게 쪼개고 쪼갠 뒤 수분을 조절하여 기체 상태로 만들어 둔 상태였기에, 그 역겨움과 비위생적임은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냄새만 지독한 것이 아니라, 소리도 무지막지했다. 귓구멍 속으로 부부젤라를 쑤셔박고, 고막에 딱 대고 온 힘을 다해 불어제끼면 그런 충격이 전해질까, 싶은 수준으로 말이다. ...아니면, 바로 옆에서 몰아치는 뇌정벽력이 일으키는 소리를 듣는다거나. 양과 농도는...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일전에 탐사했던 '안개 벌판'의 축축한 안개보다도 더 짙고 더 축축한 누런 안개가 그들의 주위에 가득했는데. 그렇기에, 역겹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이 비정상일 터였다.




"전혀. 난 그렇게 여기지 않아."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기준에서 말이다.


"...뭐?"


"말 그대로야. 슬비야. 난, 오히려 지저분하다는 생각보다,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어. 정말 네가 어디 아픈 게 아닐까, 그래서 제대로 몸 속에 쌓인 노폐물들을... 그... 바깥으로 꺼내고 있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도 했거든."


"...그... 걱정해준거야?"


"...그럼. 그리고, 오히려... 뭔가 이상하게 흥분...도 되었다고."


"...에?"


"..."


"...어? 어? 그... 그게...그게게게... 무...슨... 무슨말이야...? 세하야...?"


마치 고장이라도 난 듯 버벅이는 슬비와, 아예 사고 회로가 정지한 듯 말을 멈춰버린 세하. 이제서야 세하는, 자신이 꽤 심한 말실수를 하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은연 중에 튀어나온, 소년의 본심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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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그러니까 이 신서울이라는 곳에 다시 오기 전, 부산의 센텀시티에서의 모든 일이 일단락되고, 쉼없이 달려오던 그들은 잠깐의 재충전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그 멀고 먼 순백의 동토, 남극이었기 때문이다.


"...어. 아 이거는 이렇게 하는게 더 성장이 빠르다고? 상위 던전에서는 또 뭐가 나오고... 리젼...? 레지온? 레기온이라고? ...뭐래, 나 영어 잘하거든? 하하! ...근데 이게 뭔데? 응. ...아... 이런거야? 응..."


그리고 그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자타공인 게임덕후... 아니, 게임 폐인 이세하는 어디서 공수해왔는지 게이밍 노트북을 충전기에 연결해놓고 새로운 시즌이 개막한 온라인 RPG 게임을 즐기며, 후발주자로써 받은 온갖 이벤트 성장 지원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써가며, 아득히 치고나간 선발대인 자신의 둘도 없는 부랄친구인 '한석봉'과 게임에 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위잉...)


그리고 그 때, 문이 열리며 분홍머리의 소녀가 들어왔다. 검은양 팀의 리더, 이슬비였다.


"이세하? 넌 놀러 안나가?"


"...아. 고마워. 여기서부턴 내가 한번 찾아서 해볼게. 너무 받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딱 기다려. 따라잡아줄테니. 하핫! ...아, 이슬비? 나야 뭐... 알잖아. 어디 나가는 것 보다 게임하는걸 더 좋아하는거."


"그래도 이왕에 부산까지 왔는데... 한번 나가보는게 어때? 해물 요리도 좀 먹어보고."


"난 컵라면 정도면 오케이라서."


다시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이세하. 그런 그의 곁으로 슬비가 다가와, 손에 쥔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건?"


"저번에 유니온에서 보급받았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야. 너 저번에 싸우다가 플라잉 타입 차원종한테 망가졌다고 했지?"


"...이...이걸 나 주는거야?! 너는?"


"후훗... 난 이거 쓰면 되거든. 다른 게 있어서 말야. 뭐... 두 개나 가지고 있어봐야 한번에 쓰지도 못하는걸. 자."


"이야...! 정말 고마워. 이슬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준 거니까 고맙게 잘 쓸게."


"그래. ...잠깐, 뭐?"


"...아? 벼...별 의미는 없...거든? 그냥 우리 팀의 리더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쓰겠단 말이지."


"그...래. 알면 더는 이제 망가트리지 마라고. 지금 바로 써봐."


"어디..."


게임기에 이어폰을 테더링시키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보는 세하. 귀를 가득 채운 감미로운 음악 소리는, 그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잘 들리는 것 같네. 슬비야. 뭐라고 말 좀 해볼래?"


"..."


"...입 모양으로 욕하는거 다 보이거든?"


이어폰을 빼며 표정을 구기는 세하. 슬비는 피식 웃으며, 오히려 그에게 타박을 주었다.


"그치만 너... 게임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맞잖아? 푸훗... 억울하면 좀 더 성실하게 지내보던가?"


"...잔소리 좀 안하고 넘어가나 했다..."


어딘지 다급함이 느껴지는 종종걸음으로 휠 오브 포츈의 휴게실 쪽으로 들어가는 슬비를 보며, 세하는 다시 게임에 눈을 돌렸다.




"오호... 역시 주간 던전이라 그런가 강력한 장비를 많이 주는걸? 이렇게만 열심히 하면 레이드도 금방 가겠네. 흐흐... 석봉아, 이 겜창 형님이 나가신..."


[치직...]


"...윽! 이명이... 아니구나... 뭐야. 배터리가 없네? 충전이 안 된걸 줬구나... 얘는 이런 데서 허당이라니까."


세하는 잠시 게임 캐릭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자리에서 일어나 슬비를 찾기 시작했다.


"어디... 여기로 갔던가?"


어느새 휠 오브 포츈의 내부 구조에 빠삭해진 이세하. 거침없이 거대한 함선같은 비행정의 내부를 누비던 그는, 아주 새하얀 바닥 위에 떨어진 흐릿한 이물질을 보았다.


"...이 분홍색 실은... 머리카락? ...아하. 이쪽으로 갔구나? ...휴게실은 반대편인데?"


순간 갸웃한 세하. 하지만, 머리카락에 남은 미세한 전류로 보아, 이 머리카락은 그녀의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일단 가볼까. 여기는... 뭐가 있는 곳이지?"


(뚜벅... 뚜벅...)


"...응?"


[관계자 외 출입금지 / STAFF ONLY]


"...어디서 이런 한글이 붙은 스티커로 또 구해왔네..."


신기하다는 듯, 세하는 아주 살짝 열린 문을 소리없이 밀어, 그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빠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흡?! ...무슨..."


무언가 폭발음에 가까운 굉음이 울려퍼졌고, 깜짝 놀란 세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전투 태세에 들어가기 위해 몸의 위상력을 끌어모아 방출할 준비를 했다.


"건블레이드는 놓고왔지만... 그래도... 소란을 일으키면 다들 오겠지...!"


뿌악! 뿌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윽... 이 악취... 썩은 마늘 냄새... 아닌가? 시체 냄새...? 설마 남은 차원종 잔당들이...!"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흐...흐냐아아앙..."


"슬비 목소리...! 설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소리를 죽여 다가가는 이세하. 그는, 자신의 몸에 끌어모은 위상력을 손에 집중해 일격에 터트려, 단숨에 슬비를 덮친 차원종을 박살내고 그녀를 구할 생각을 세운 상태였다.




'슬비를 구해...야...?'


하지만, 그가 본 것은 그런 차원종 따위가 아니었다.


"하...하아앙...! 배... 배가 조금 편해졌...지만..."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괴기스러울 정도의 폭음의 정체는, 바로 방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공할 정도의 위력을 자랑하는 방귀의 주인은...


'설마...슬비가...?!'


바로, 이슬비였다.


뿌아아아아아아아앙!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뿌극! 뿌프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염동력으로 자신의 몸을 부유시킨 채, 엉덩이를 천장과 연결된 환풍기를 향해 있는 힘껏 방귀를 뀌어대는 이슬비. 지금껏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아니, 그 털털하다는 유리조차도 이런 행위는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곤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슬비가, 자신의 얼굴까지 새빨갛게 붉혀가며, 지극히 천박한 모습으로 역겨운 악취를 풍기는 부패한 가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환각을 보여주는 차원종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이런 환상을 보여줄 이유가 전혀 없거니와, 애초에 현 시점에선 이 주위엔 패잔병에 가까운 녀석들만 있기에, 환각은 절대로 아니었다.


"...말도 안돼... 슬비가..."


...문제는, 그 편이 더 믿기 어려웠다는 것이지만.


뿌우우우웅!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욹! 뿌프브프르브프프프르르브프프프프프르브프픍! 뿌롸퐈퐈퐈퐈롸롸롸롸롸롸롸롸뢁! 뿌보로로로롥!


고장난 가습기에서 축축한 습기가 통제력을 잃고 터져나오듯, 뜨겁고 끈적하고 축축한 늪지대 아래에서 올라오는 썩은 증기와 같이 돌변한 그녀의 방귀가, 어느새 이 환기실 겸 정비실 안을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전함의 환기 시설이 (비록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방귀를, 고작 이 가녀린 소녀의 방귀를 감당하지 못하고, 걸러내지 못한 방귀가스를 다시 역류시키며 이 안을 지독한 독가스로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싯누런 안개와도 같은 방귀가 위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세하는 이내 자신의 코를 잡아서 뽑은 뒤 콧구멍 속으로 날카로운 날붙이를 박아넣는 것 같은 아찔한 충격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읍...! 들키면 안돼... 녀석 성격에 들키면...!"


세하는, 마지막 남은 한 줌 이성을 부여잡고, 열린 문 틈으로 소리없이, 신속히 몸을 던져 탈출해냈다.


"허억... 허억... 후우... 하아... 신선한 공기가 이렇게나 좋은..."


소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호흡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치명적인 독가스들을 콜록거리며 뱉어냈다. 다시 생각해봐도 좀처럼 믿어지질 않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본 세하. '눈으로 보이는 방귀가스가 위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소음을 측정해보면 100dB는 가볍게 뚫어버리는 소음이었다.', '부패한 생선 한 무더기에 시체가 썩어서 나온 추깃물을 뿌리고 그 위에 스컹크 분비물을 골고루 펴바른 뒤 장염 환자의 되직한 설사똥을 정성스레 뿌려서 축축하고 더운 여름날 상온에 일주일간 던져놓은 악취가 난다.', '첨단 기술을 집약해서 만든 이 공중전함 휠 오브 포츈의 정화 시설이 그 양을 감당하지 못하고 환기시설이 가스를 역류시킬 정도였다.' 라니. 마지막으로, 세하는 두 번의 자문자답을 했다.


"...이게... 이게 정녕 사람한테서 나온 방귀야...?"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예'. 그리고...


"...저 방귀를... 슬비가...?"


두 번째 질문의 답 또한, '예'. 였다.


"...당사자한테는... 그냥... 입 닫고 있는게 낫겠지...?"


(또각... 탁...)


"...읏...! 들키겠어... 자연스럽게...!"


이세하는 손에 모았던 위상력을 몸 안에 다시 흐르게 해, 순간적으로 신진대사를 가속시켜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나,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앞으로 서서히 걸어왔다.


(끼익...)


"...나...나왔다... 진정해. 이세하. 자연스럽게..."


(뚜벅... 뚜벅...)


"...어? 이세하? 무슨 일이야? 여긴 환기시설인데."


"...어? 휴게실은 여기가 아니었나?"


"...반대편이야. 난 잠시 여기에 볼 일이 있어서. 여기 환기 시설에 뭐가 걸렸나 잠시 봐달라고 해서 말이야."


"그래? 누가 시켰는데?"


"...어? 그...그건 왜?"


"아니, 가뜩이나 이런저런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겨우 쉬게 되었는데, 이런 잔업도 우리가 한다니... 이건 노동법 위반이라고. 안그래, 리더?"


살뜰하게 그녀를 걱정하는 연기를 하며, 부드러운 어투로 말을 거는 세하. 어려서부터 자신의 어머니이자 전설로 일컬어지는 클로저, 알파퀸에게 간파당하지 않고 완벽한 구라... 아니, 선의의 거짓말을 치기 위해 단련된 그의 블러핑 기술은, 슬비를 아주 쉽게 함락시켰다.


"...우리는 클로저니까, 그쪽 법률을 따라야 해. 안타깝게도 이건 노동법 위반은 아니거든."


"...살기 힘드네. 정말... 너무 피곤하진 않아?"


"응. 괜찮아. 그건 그렇고... 고마워. 세하야. 후훗..."


태연한 척을 하며 한숨을 내쉬는 세하. 흘깃 슬비를 쳐다본 그의 눈이 본 것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넘기고 안도하는 슬비의 모습이었다.


'...검사할 이유가 없으니, 시킨 사람도 없었겠지. 정말... 거짓말 진짜 못하네. 귀여워... 귀여워...? 내가 무슨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아, 맞다. 양수연 관리요원님이 찾으시던데? 새로운 승급 프로그램에 너도 발탁되었다고 하면서 말야."


"...어? 잠깐만, 승급? 뭐가 또 있어?"


슬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런저런 상념이 차오르던 세하의 뇌를 완전히 하얗게 리셋시켜버렸다. 더 강해질 수단이 주어진다고?


"슬비야, 좀 더 자세히 말해줄래? 승급...이라니."


"글쎄? 나도 듣기만 해서...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실은 나도 뵈러 가야 하거든."


"그래? 잘 됐네. 같이 가자."


"...응. 아, 잠시만 떨어져서 걷자."


"...뭐야? 나 건강한데. 뭐 감기라도 옮을 거 같아?"


"아니... 나 저기 환풍구 좀 보고 와서 몸에 좀 기름냄새가 배어서..."


'...기름이 아니고 황화수소 냄새겠지...'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치껏 다시 말을 집어삼킨 이세하.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먼저 갈 것을 종용했다.


"아, 그럼 향수라도 뿌리고 만나는 게 어때? 그래도 리더인데, 좋은 인상을 더 줘야지. ...아니 뭐 나야 네가 늘 열심이라는 건 알지만..."


"아냐. 충고 고마워. 이세하. 그럼 탑승구 A에서 보자."


슬비가 먼저 가자, 세하는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똑똑히 확인한 뒤, 소리를 죽여 홀린 듯 환기 시설 제어실 쪽으로 들어갔다.




(뚜벅...)


"...쿨럭! 쿨럭..."


냄새는 아직도 상당히 자욱했다. 계란 523판이 와장창 박살이 난 뒤, 폭풍우를 맞고 부서진 납골당에서 흘러나온 썩은 시체와 함께 곤죽이 되어 부패해가는 냄새가 이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그럼에도 세하는, 자신의 코를 조금 더 혹사시키기로 한 듯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실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읏... 후으..."


그의 아랫도리가, 척 보기에도 드러나 보일 정도로 부풀어 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매우 바쁘게 쉼없이 이런저런 대형 사건들을 겪은 탓일까, 오랜 기간동안 제대로 성욕 해소를 하지 못한 세하의 쥬지는, 툭 건드리면 진한 백탁액을 쏟아낼 기세로 벌떡이며, 우람한 그 모습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아... 왜... 어째서..."


분명히 역겨워야 할 터인데, 코를 찌르는 악취에 질색하며 욕이라도 내뱉어야 정상일 터인데... 어째서... 어째서... 지금 이 맹독의 자취를 따라, 깊은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그것은 세하 자신도 알 턱이 없었다. 지금은 말이다.


"...저건..."


누런 얼룩으로 물들어 흰 부분이 거의 없는, 손바닥만한 천조각 한 장이 아슬아슬하게 환풍기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본 세하. 세하는, 누가 볼 세라 재빨리 움직여, 그 천조각을 손으로 잡아 조심스레 착지했다.


"...이 자국은... 그리고 이... 냄... 우욱... 새는..."


정말 우연이었지만, 함께 합동 작전을 진행하던 중, 허공으로 날아올라 낙뢰를 퍼붓던 그녀의 아래에서 그 위치에 맞춰 작렬하는 불길을 터트리며 도왔던 그 순간, 차원종의 눈을 노린 공격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고개를 뒤로 제끼며 쓰러진 세하가 순간 본 것은, 짧은 치마 안에 앙증맞게 자리한 고양이 무늬가 그려진 그녀의 흰 속옷이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지금...


"...이... 이게..."


순간, 세하의 머릿속에서 일련의 모든 장면이 오버랩되며 스쳐 지나갔다. 염동력으로 몸을 공중에 고정시키고, 치마를 위로 젖힌 뒤 팬티가 찢어지도록, 수류탄에 맞먹는 파괴력일지도 모르는 수준의 유독성 생체폭탄을 펑펑... 아니, 뿡뿡 터트려대는 그녀의 모습이, 그의 눈 앞에 어른거리는 듯 했다.


"...킁...흡...! 후븝...!"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세하는 그 오염으로 얼룩진 천 조각을 코에 가져다 댔고, 냄새를 맡았다. 당연히 코가 뻥 뚫릴 것 같은, 차마 인간의 언어로 형용할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는 수준의 악취가 세하의 코를 강타했고, 눈물 콧물이 쏙 빠지도록 기침을 하며, 휘청거리는 세하.


"...뭘 기대한거야... 당연히 냄새나겠지. 슬비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슬만 먹고 살거라고 생각이라도 했...냐고... 습... 스흐읍... 킁... 쿨럭! 흐으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세하는 더욱 더 깊이 그 천조각에 남은 잔향을 들이마시며, 몽롱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환각 성분을 압축한 마약을 들이키면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일까, 싶은 세하였다.


"스...슬비의 냄새... 이상... 역겹... 하지만... 싫지 않아... 왜...?"


극도의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몸은 솔직하게 본능대로 움직이며 그녀의 악취를 탐하고 있었다. 이미 그의 몸은, 그 지저분한 악취를 성적 매력과 쾌락의 원천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욕이 뒤틀려버린 세하는, 이내 그 천조각을 입에 가져다 대, 혀로 한 차례 굴린 뒤, 단숨에 삼켜 그것을 씹어보았다.


(풋스후시시시시시시싯-...)


그 탓에 안쪽에 조금 남아있던 가스가 치아와 치아 사이에 끼이며 방귀 방울이 터져버린 것인지, 기묘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악취가 (제법 희석된 상태였음에도 상당히 끔찍했다.) 세하의 입안에 가득 퍼져, 순식간의 그의 입 안을 바짝바짝 마르게 했을 뿐 아니라, 침과 결합하여 끔찍한 악취를 풍기는 부패한 오염된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당연히, 세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커흡?! 우...우욱...! 웨에엑...! 우웨엑!"


힘차게 천조각과 더불어 입 안에 고여버린 방귀똥물을 토해내는 세하. 간단한 생필품을 지참하고 다니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구강 청결제를 꺼낸 세하는, 냅다 그것을 들이마시고 목젖이 터지도록 가글을 하며 스스로 불러온 재앙과 싸우고 있었다.


"끄...흐흐헉...! 허억... 허억..."


재앙. 냄새의 재앙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전에 몽환세계의 이면에서 상대했던 벨제부브, 아스모데우스, 벨페고르와 베헤모스 등... 수많은 S+급 군단장급 차원종을 상대할 때 느꼈던 생명의 공포를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세하였다. 하지만, 그 경험과의 차이점이라면...


"...이상해... 어째서... 아직도..."


그 재앙이 싫지 않은 수준을 넘어, 오히려 더 맡고 싶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세하는 다시 한 번 더럽고 축축한 그 천조각을 들어올렸고, 다시 자신의 코로 가져갔다.


"스...습...!"


비강이 타오르는 작열통이 느껴졌지만, 이내 기묘한 쾌락이 마치 달콤쌉싸름한 라떼의 뒷맛처럼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 오묘한 쾌락에 중독된 소년은, 그제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받아들였다.


'...나... 이런 거 좋아하나...? 정말로...? 슬비라서...? 아니면... 방귀 그 자체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쥬지는 그런 고민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친듯이 맥동치며 소년의 손길에 맞춰 움찔거리기를 반복했다. 절정에 다다랐다고 생각한 그 순간...


(삐비비비비비비빅-!)


"...!"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호출음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세하는, 더러워진 천조각의 물기를 자신의 열로 재빨리 말린 뒤, 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슬비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혼신의 힘을 다해 내달렸다.




"...아, 저기 오네요."


"어어~ 이세하 요원님! 너무 그렇게 뛸 필요는 없...어어... 저기, 괜찮으세요?"


"...저...저는...괜찬..차...찬...?찮아요..."


"...이세하.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손을 뻗어 세하의 이마를 만져보는 이슬비. 그리고 세하는, 그녀의 반짝이는 맑은 눈과, 오똑한 콧날, 그리고 귀엽고 앙증맞은 입술, 찰랑이는 분홍빛 머리카락을 보자, 방금 전의 상황이,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온갖 추잡스러운 망상이, 자신의 정신을 강하게 뒤흔드는 것을 느꼈다.


"...으윽... ...괘차...괜아..."


"...무리하지 마. 알았지? 말린다고 들을 니가 아니니까 별 말은 안하는거지만... 그래도. 다치면 진짜... 알지?"


"...걱정... 고마...맙..."


'으으... 이게 누구 때문인데... 이 뿡순아...!'


원망과 동시에 '비겁한 변명입니다!' 라는 어떤 옛날 영화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이러나 저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브리핑에 집중할 뿐이었다.


"...아무튼, 소개해드릴게요. 이번에 유니온에서 새로이 도입된 '결전 요원' 이라는..."


...집중하려 한다고 될 상태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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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년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어버린 소년은, 결국 취향이 조금... 뒤틀려버린 것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성도착증, 즉, 특수한 페티시가 생겨버리고 만 것이었다. 전혀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범생의 정석과도 같은 이 소녀가, 이렇게나 천박하고 추잡스러운 방귀를, 그것도 대량으로 뀌어대면서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아찔한 표정까지 보여주었으니, 결국 그에게 뒤틀린 성도착증이 생겨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튼, 자신의 말실수로 인해 순간 멈춰버린 사고 회로를 다시 작동시킬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으...' '그...' '어...' 따위의 의미없는 발성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그거는... 내가 말을... ㅎ..."


"..."


마침내 정신을 차린 세하. 그는, 헛소리를 했나 봐. 실수를 했을거야. 라고 말을 하려다가, 그녀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무언가 생각이 바뀐 세하. 그녀의 눈은 단순한 호기심만을 품은 것이 아니었음을, 세하는 단번에 꿰뚫어보았다. 그리고 세하는, 아주 약간의 도박을 해 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할게. 오히려... 더 좋게 느껴졌어."


"...어...?"


"실은, 너 센텀시티에서... 결전요원 승급 전에 있잖아, 너 휠 오브 포츈 환기구에다가... 그거 기억나?"


"그...그걸 어떻게...!"


화들짝 놀라는 슬비. 세하는 그저 담담하게, 그녀를 안은 상태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되게 우연히 보게 되었었거든, 솔직히... 그때 보였던 그 모습...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너의 그 모습 말이야. 나에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거든."


"...더... 더 말하면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거니까..."


"...미안. 하지만 조금만 더 말할게. ...그 모습이... 나한테는 정말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


"...부정적인 뜻이 아니야. 정말로. ...난... 너와는 절대로 좁혀지지 않을 거리감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어. 나같은 사람과는 다르게, 넌... 너무 완벽에 가까우니까."


"...완벽?"


"...매사에 성실하고, 엄청난 노력가이고, 모든 면에서 재능도 노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잖아. 또, 우리 팀의 리더로써 모두를 규합하는 능력도... 포용하는 능력도...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도. 내면적인 부분만이 아니야. 항상 단정하고, 깔끔하고, 품위있고...? 또... 그... 예쁘...기도 하고."


본인이 말을 꺼내놓고, 갑자기 쑥스러워졌는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얼버무리는 세하. 슬비 또한, 평소에 본 적 없던 그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 했다.


"...프...흐흐흡... 야, 이세하. 니가 말해놓고 먼저 고개를 돌려버리면 어떡해?"


"그...렇지만... 아무튼 진심인걸. 그런 완벽에 가까운 초인이라고 생각했던 니가... 그렇게 그 환풍기에 대고... 여기서 했던 것 처럼 그... 그런 행동을 한 걸 처음 보니까... 막 이상한 생각이 들었단 말이야."


"...무슨 생각이었어? ...차라리 솔직히 말해줄래? 세하야."


"...처음엔, 지저분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습을 계속 생각하고 있자니... 조금... 흥분되고... 더 맡고 싶고... 분명 독한 줄 아는데... 엄청 독한데... 이상하게 막..."


"...정말로?"


"...그래. 진심이야. 그야... 예전부터 널 좋아...했었고, 이런 모습을 보니 더 좋아지기도 했고, 무언가 벽이 허물어진 기분도 들었고, 그 벽이 있던 자리에... 조금 더... 이상한 생각도 더 떠올랐단 말이야!"


"...이상한 생각? 뭐가 이상한데... 좀 더 듣고싶은걸?"


"...야. 이슬비. 약속 하나만 해줘."


"...뭘?"


"...내가 앞으로 무슨 말을 해도, 그냥 이해해주기로."


"까짓거. 그래."


"...후우... 그래. 너의 그 냄새를 더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너의 그 뽀얀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고, 그 악취를 더 음미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래, 그때부터 내 취향이 좀 이상해졌나보지. 그때 주웠던 찢어진 니 속옷 조각을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으니까."


"...우와. 진짜 최악의 고백...같네. 그건.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세하야."


나름 용기를 내서 자신의 뒤틀린 취향을 고백한 세하. 그리고 슬비는,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자신의 뒤틀려버린 취향을 고백한 세하의 품 속으로 다시금 파고들며, 완전히 그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태면 뭐 어때. 나도 변태인걸. ...센텀시티에 오기 전... 남포동에서, 조금 더 정밀하게 위상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알아냈었잖아."


"...그랬지. 마스테마를 제거할 때..."


"...그때, 모두가 도와줘서 가능했었어. 특히, 너의 격려가 정말 컸어. 세하야. ...이제서야 제대로 고맙다고 말하네. 후후..."


말을 마친 슬비는,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어슴푸레한 새벽녘의 빛과 같은 푸르스름한 위상력을 자신의 하복부에 정밀하게 주입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아악...)


(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슬비야? 방금 그건..."


"...내 식대로 개량한 변비 해결 방법이야. 이건... 위상력으로 내 대변을 완전히 기체 형태로 분해하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말했었잖아. 그렇지? ...처음엔, 화장실 가기 귀찮기도 하고... 또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그냥 몰래 이렇게 뀌어서 처리하려고 개발한 방법이거든. 그런데..."


슬비는, 세하를 부드럽게 밀어 눕혔다. 그리고, 세하는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에 맞춰, 슬비는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의 위로 올라타 앉았다.


"...그 방법을 쓰다 보니까... 나도 내 새로운 취향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지 뭐야...?"


"...슬비야... 그... 그래도 옷은..."


"...지금 뀌어버리면... 찢어져버릴걸?"


"...ㅁ...뭐...? 잠시만... 그건... 그치만... 지금은 그래도 임무 수행중인데..."


"...튕기는 척 하긴... 그래도 여긴 솔직한걸?"


슬비는 세하를 자신과 마찬가지인 상태로 만들었다. 섭리를 신봉하는 기둥만큼이나 굵고 우람한 세하의 쥬지를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놀리듯이 손가락 끝으로 그의 귀두를 툭툭 건드리는 슬비.


"...으...으극...! 흐으...앗..."


"이런 가녀린 신음소리라니... 너도 이런 소리를 낼 줄 아는구나? ...그래도, 걱정하진 마. 나도 우리가 임무 수행중인건 아니까. 그러니까..."


(꾸구구구구루루루루룩... 구르르륵... 꾸그그그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지금 하는 건... 일탈이 아니니까. 그저... 검은양 팀의 리더로써, 우리 세하가 유독성 기체가 짙은 환경에 고립되었을 때,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저항력을 길러주는 도움을 주는 것 뿐이니까..."


(꽈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쿠구구르르르르르르륵-!)


계속해서, 슬비의 뱃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실제로 폭풍이 도사리고 있었다. 비와 바람과 번개로 이루어진 폭풍이 아닌, 꾸덕한 잔변과 장액, 그리고 뜨거운 열풍과 지독한 악취로 무장한 부패의 폭풍이라는 것이 큰 차이점이지만. 그녀의 뱃속에서 울려퍼지는 장명음은, 일전에 매운 음식을 먹고 극심한 배탈을 겪으셨던 자신의 어머니, '알파 퀸' 의 그 소리에 필적... 아니, 그 소리를 아득히 초월한 수준의 굉음이었다.


"...리더로써, 팀원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지...? 변태 세하...?"


"...슬비야..."


"...응?"


세하는, 대답 대신, 자신의 고개를 들어올림과 동시에 슬비의 탄탄한 허벅지를 잡고 자신의 얼굴로 끌어당겼다. 흔히들 말하는 코박죽 + 페이스시팅 자세를 취하게 된 둘. 이네 세하의 뜨겁고 거친 콧김이 슬비의 움찔거리는 암갈색 항문을 부드럽게 자극했고...


"아...하읏... 코...콧김도 뜨겁...냐고... 아으...윽...!"


뿌드드드드드득! 뿌부부부푸푸푸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룱! 뿌돠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슬비는, 더욱 뜨겁고, 더욱 거친 자신의 지저분한 바람으로 그에 응수해주었다.


"...흐읍..."


세하는, 자신의 쥬지가 점점 더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더욱 많은 혈류가 자신의 해면체에 모여, 더욱 굵고 뜨겁고, 단단하고 붉은 기둥을 만들어내고 있었음을, 아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변태네... 방구... 빵구냄새 맡고 더 커진거... 너 그 고백... 진짜였구나...?"


"...그렇게 진심을 담아서 말했는데... 가짜였겠냐고..."


"...안심시켜주려고 거짓말 하는 줄 알았지. ...너, 쓸데없이 너무 착하니까. 세하야."


"...이런 와중에 그런 칭찬이라니..."


슬비는,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이 깔고 앉은 소년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세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녀석, 이렇게 예뻤던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세하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들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탓이다. 이런 생각... 만화에서나 연출되던 그런 거 아니었어...? 하는 마음이었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슬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속삭임을 전했다.


"...야. 걱정 마. 칭찬이랑 같이 주는 상도 있으니까."


"상? 그게 ㅁ..."


뿌보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롥! 뿌부푸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가히 '지독하다' 라는 어휘로는 표현하기에 아득히 부족한, 인간들의 통상적인 상식을 아득히 부정하는 악취가, 세하의 코를 덮쳤다. 세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센텀시티에서보다, 자신은 성장한 상태였다. 신체의 내구도도, 힘도, 그리고 체력과 정신력도. 모든 것이 더 성장한 상태였기에, 그때, 잔향만으로 구토까지 해가며 괴로워했던 그 순간보다 훨씬 성장해서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뿌브브프프프프르르르브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륽! 뿌우우우우우우웅! 뿍뿌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아아아아아앙!


하지만, 세하는 중요한 한 가지의 사실을 망각했던 것이다.


"으...흐아아... 하아아... 시원해... 이런 거... 맛 들려버리면... 큰일인데... 그치 세하야...?"


"흐븝..."


성장한 것은, 비단 자신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 실은 지금 좀 기쁘다? 괜히 이상한 취향이나 생겨버려서... 이러고 살다가... 모두한테 들키면... 흐응...!"


뿌부두두두둑! 뿍뿌욱!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우우푸푸푸푸프프프스스슥! 뿌프프프프프프프프프픅!


"...하아... 들켜버리면 어쩌지 하고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든든한 조력자를 얻어서 정말... 그것도 그 조력자가 너라서... 아읏... 또...!"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우우우우우욱! 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븍!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아아앙!


"하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정말... 정말 좋아... 사랑해..."


1분. 1분이었다. 1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방귀는 조금도 끊기지 않고 미친듯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몇 분 전에, 겨우 50초를 넘기고 방귀의 신기록을 세웠다던 그녀의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가공할만한 양이었다. 진심이 담긴 소녀의 방귀는,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커흐읍... 후우... 흐으읍... 스읍..."


늘어난 것은 양뿐만이 아니었다. 냄새는 그것보다 더 지독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그 생각을 보기 좋게 비웃어버리며 더욱 진해진 악취는 세하의 코를 괴롭혔고, 귀 바로 옆에서 제트기 편대가 동시에 날아오르는 것 같은 기괴한 굉음과 함께 터져나온 소리는 세하가 위상능력자였음에도 고막에 데미지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풍압은... 글쎄다.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는 것은 기본이요. 근처에 쌓여있던 썩은 식물들의 잔해를 문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이리저리 흩날리게 했는데... 그것도, 그 잔해들을 향해 직접 뀐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연 더 설명이 필요할까?


"하아... 후우... 이거 버릇 들어버리면... 위험한데... 으응... 그래도 세하가 있으니까... 네가 있으니까..."


(부스슥... 비비적... 스륵... 슥...)


장액과 잔변이 함께 터져나와, 벌려짐과 동시에 들릴듯 말듯 한 쩌억 소리를 내며 벌려진 그녀의 항문이, 세하의 얼굴의 정 가운데에 위치하게 되었다. 먹음직스러운 잘 익은 복숭아같은 슬비의 엉덩이가 눈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본 세하는, 조금 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지기로 결정했다.


(스륵... 슥... 짝... 철퍽...)


"으응... 뭐야, 엉덩이가 그렇게 좋아? ...뭐... 나도 가슴은 작지만... 그래도 여긴 좀 자신 있다고?"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 편이 더 좋아..."


"...변태."


(꾸룩... 꾹꾸루루루루루루룩...)


"...그래도... 맛보기는 이정도면 충분했지?"


"...맛보기?"


"응. 이제... 겨우 1분 정도밖에 안뀌었는데..."


경악이라는 감정 외에는 일절 다른 감정이 들지 않게 만드는 그녀의 말. 그리고, 그 충격은 이내 곧 충동과 흥분으로 돌변했고, 세하는 그녀의 엉덩이를 더욱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마치, 게임 노가다에 열중하는 소년이 잔 밑바닥에 고인 에너지 드링크를 마저 핥아먹기 위해 혀를 뻗듯이 자신의 혀를 쭉 내밀고, 그녀의 엉덩이를 마구 탐했다.


"아...흐흐응...! 야... 이세...하앗... 핥는...건... 반칙...이거든...! 으응...!"


뿌봐롸롸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룱! 뿌오옥! 뽀포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롥! 쁘르르르르르르라라라리리리릵! 뿌퓕!


타액과 장액, 약간의 묽은 변이 섞여서 함께 터져나온 지극히 축축하고 뜨거운 안개와도 같은 방귀가, 세하의 코와 입에 사정없이 날아와 박히며, 소년의 비강과 구강, 그리고 호흡기 전체에 강렬한 방어력 무시 고정 데미지를 꽂아댔다. 분명 트루 데미지는 자신만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찔하고, 따스하고, 뜨겁고, 맛있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독하고 역겨웠다.


"흐븝... 으응...!"


"...이 맑은 물... 아후후... 한계가 온 거구나...? 우리 세하... 성교육 시간에 배웠...으니까. 그럼... 조금 부끄럽지만... 좀만 더...!"


뿌두두두두두두두두두루루루룱! 뿌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푸프브르드르드브프프프푸부두다다다닥!


"...흐읍?!"


"아흐읏...?! 미...미안...!"


"흐으으흡...!"


그 순간, 아랫입으로 귀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거센 고함을 내지르던 슬비로부터 무언가 덩어리 진 것이 툭 튀어나와 세하의 안면을 강타했다. 철퍽, 하는 기묘한 소리. 아주 작은 양이었지만,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이건... 아까까지의 기체가 아니고... 미처 분해하지 못한 고체가... 내 코와 입에 달라붙어서... 사...상상만으로도... 우욱...!'


소년은 센텀시티에서의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상기하며 이를 악물고 차오르는 토사물을 다시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넘겼다. 어떻게 토한단 말인가, 아깝게. 이 더럽고, 추잡하고, 역겨운 분비물은, 나만의 것이니까.


"...으흐핫...?!"


뷰브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릇-! 뷰프프르르르르르르릇-! 뷰르르르릇-! 뷰릇... 뷰우웃... 퓨퓻...


...그렇다고는 해도, 소년 역시 상반신은 이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모아 참아냈지만, 하반신은... 참아내지 못한 듯 싶었다. 지극히 뜨겁고, 끈적하고... 비릿하고, 한없이 농밀한 소년의 백탁액이, 마치 분수대에서 터져나오는 물줄기처럼 기세 좋게 터져나와 슬비의 손과 얼굴을 잔뜩 물들이고, 그것으로도 모자란다는 듯 멀리까지 터져나가 메마른 땅을 적셨다.


"...후...후아아... 이게..."


"...쿨럭...! 쿨럭! 쿨럭쿨럭...! 허억... 허억... 미... 미안... 후우... 못 참아서..."


"...진짜 상상도 못했... 크흡... 어... 그냥 툭 건들기만 했는데... 설마 방귀로만 가버린거야...?"


"..."


얼굴을 붉힌 세하는, 품 속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장액과 타액, 그리고 꾸덕한 잔변이 달라붙은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닦아냈고, 이내 가까이 다가온 슬비가 손수건을 대신 잡아 더 꼼꼼히 그의 얼굴을 문질러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는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고.


"...푸흣... 우...흐흐흐...하하하... 아하하하! 하아... 너 그런 모습, 정말 처음이야. ...고마워. 되게 부끄러웠는데... 정말 쪽팔렸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런 감정마저 싹 가시네. 세하야."


"...이런 칭찬을 받고 기뻐할 줄은 나도 몰랐어..."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세하. 그런 그에게, 슬비는 더욱 가까이 밀착했다. 마치,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는 둘이었다.




"후후... 근데, 세하야."


다시, 그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슬비는 그를 커다란 바위에 기대게 했다.


"...겨우,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래도... 좀 빼긴 뺐지?"


"...이제 한 7퍼센트 쯤...?"


"...뭐?"


"후후... 이렇게 대책 없이 많이 만들어낸 방귀 때문에... 여러 번 고충을 겪었었는데, 오늘만큼은..."


(꾸륵... 꾸구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륽-!)


"...만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걸? 흐...후훗... 자... 세하야...? 트레이닝... 아직 안 끝났다고?"


"...자... 잠시만... 좀만 쉬었ㄷ..."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욱! 뿌푸드푸두루루르프프프프프프픍!


소년의 다급한 외침은, 그 묵직한 방귀 소리에 묻혀버렸다.


"하아... 흐응... 좋아한다며...? 맡고 싶다며...? 그래... 좀 더... 뀌어줄게... 트레이닝을 위해서...!"


뿍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룩!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흥...! 우흐으... 여전히 부끄럽지만... 너라면... 좀 괜찮...으니...!"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흐...하아... 우리 세하... 파이팅... 더 견뎌야... 해...? 나도 부끄럽지마안... 참고 있으니까안...♥"


뿌우으으으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푸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럴럵!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의식을 잃는 수준을 넘어 목숨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수준의 끔찍한 독극물에 가까운 방귀를 어떠한 필터조차 없이 초지근거리에서 다이렉트로 얻어맞고 있는 세하. 최강의 위상능력자의 직계 자손이자, 그 이상의 잠재력을 품은 소년의 육신은 이 정도 세기의 방귀에 기절하기에는 정말 너무나도 강인했기에, 겨우 그 정도로 기절할 일이 없다는 사실은... 세하도, 슬비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뿍뿌스스스스슷-! 뿌후푸시시시싯-! 푸슷...


그렇게 한참을 뿡뿡거리며 세하의 안면을 자신의 독한 악취로 완전히 범벅을 만든 이슬비. 이내 그녀의 엉덩이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남은 독무가 빠져나오고,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듯한 모습을 보이자, 세하는 숨을 몰아쉬며 스스로의 몸을 최대한 정화하려고 했다. 그렇게 온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숨을 토하는 와중에도, 그의 아랫도리는 이 황홀한 경험이 너무나도 아찔했다는 것에 대해 소리치듯, 이미 백탁액으로 번들거리며 진한 수컷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슬비는, 자신의 냄새보다도 이 진한 정액의 냄새 때문에 머리가 더 어지러울 지경이었다고.


"...자... 잠시 숨 쉬는 시간...!"


"...커흐읍... 후우... 하아... 하아... 조금만... 조금만 쉬었...다가..."


"그래. 쉴 시간 주고 있잖아. 변태 이세하."


그 커다란 엉덩이가, 세하의 안면에서 떨어졌다. 세하의 뒤에 자리한 돌덩이가 깨지고 으깨져 부분적으로 자갈이 된 부분이 툭툭거리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문자 그대로, 돌을 쪼개버리는 위력의 지독한 방귀였던 것이다. 애액과 장액과 타액이 섞여 끈적해진 뷰지와 항문을 벌렁이는 모습을 본 세하는, 지쳐가나 싶다가도 다시 체력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체력이 차는 것 같네... 으... 확실히 우리 둘 다... 정상인 취향은 아닌걸."


"하...하후으... 이제 이런 모습 들키면... 같이 손 잡고 나가 죽어야 하는거 알지?"


"...그래. 그래서 여긴 뭐 감시 카메라나 드론도 없는 곳이잖아.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한... 근데, 너... 되게 이런 일에 능숙하네..."


"...호...혼자서 이런저런 연습... 했거든? 채... 책도 보고... 야한거...도 보면서 어디가 기분 좋은지도..."


"...정말, 이런데서까지 너답구나. 세상 만사에 열심인... 우리 슬비. ...솔직히, 나도 더 즐기고 싶긴 하지만..."


세하는, 문득 자신의 팔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오후 작업 시작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슬비는 함께 그것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시간 개념조차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어...어떻게 이런...! 우으... 나 정말... 이런 이상한 취향이... 시간도 까먹을 정도로..."


"...괜찮아. 나도 너만큼이나 이상해졌는걸. ...그러니까, 다음을 기약하고... 남은 방귀, 한번에 다 빼버리고 돌아갈까 우리?"


"그... 그렇지만... 만약 그렇게 해버리면... 더... 더 원활하게 내보내기 위해서는... 내 위상력을 가스에 실어서 내보내야 할 거야."


"...근데?"


"...그... 내 위상력이 섞여 들어가서 더 오염되고 강해지기 때문에... 악취가 어마무시하게 더 독해질건데... 그리고... 지금까지의 방귀의 거의 두 배를 뀌어야 하고..."


"...여기서 두 배를...? 그리고... 더 독해져...?"


"...그치... 위험..."


슬비는 말을 하다 멈췄고, 세하도 그런 그녀를 보다가 이내 그녀가 말을 멈춘 이유를 알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진짜 얼마나 변태여야 이런 말을 듣고 더 커지는건데...?"


"...니가 이렇게 개조해준 취향이니까... 책임져달라는... 그런 의미거든...?"


"...핑계도 좋으셔. 이세하. 푸후...흐흣... 아하하하! 하아... 알았어. 우리 세하. 그러면... 최고난도의 마지막 트레이닝... 시작이야...!"


뿌푸후프흐프스슷...


기묘한 소리를 내며, 한 차례 공업용 선풍기의 강풍과도 같은 방귀를 새어나오듯 내보낸 슬비. 그리고, 소녀는 그대로 뒤로 돌아, 다시 세하의 안면에 자신의 탱글하고 지저분한 복숭아를 들이밀었다.


"...흐으으읍?!?!"


...그리고, 세하는 그 엉덩이 사이 항문에 살짝 묻어 피어나는 잔향만으로도, 이전과는 비교조차 못할 충격을 받았다. 코끝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타오르는 작열통은, 이내 뇌신경을 타고 올라가 뇌 전체를 사정없이 뒤흔들며, 일전에 단 한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강렬한 충격을 주고 있었다. 그 충격은... 놀랍게도, 남극에서 열린 문 너머로 보였던 '그 형용할 수 없는 존재' 의 편린에서 비롯된 그 충격보다도 아득히 강했다.


"허...허허억...흐우읍...!"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러기야? ...냄새가 좀 심하긴 한가... 킁... 나도 좀 그러네... 우으... 좀 부끄러워졌으니..."


(쭈욱... 푸욱...)


더욱 더 소년의 안면을 향해 엉덩이를 밀착시키는 슬비. 기껏 지웠던 부끄러움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듯, 얼굴을 붉힌 슬비. 하지만, 입으로는 괴로움을 토로하면서도 아랫도리는 빳빳하게 세워진 세하를 본 그녀는,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그 기세를 모아 벌름거리는 암갈색 항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냥 한번에 확 뀌어버릴테니... 잘 버텨봐...? 이건... 너만을 위한 트레이닝... 응...! 트레이닝이니까!"


뿌봐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락! 뿌푸푸프르르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닥다다다다다닥다닥닥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소음과 함께, 바위 전체가 흔들거리며 넘어지려 할 정도의 거칠고 강렬한 풍압이 몰아닥쳤다. 입은 옷이 상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수준의, 터무니없는 강함을 자랑하는 방귀의 허리케인을 문자 그대로 코앞에서 직격타로 얻어맞은 세하는, 숨이 턱 막히는 충격과 함께 그대로 바위와 함께 무너지는 감각을 느꼈다.


"...하아... 이걸로 한 발... 괜찮아? 세하?"


"...커흡... 우...허어...허억..."


세하는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온 체내의 위상력을 끌어모아, 호흡에 집중하며 몸에 침투하려는 독기를 막아내는 데 집중해야 겨우겨우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이제 냄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계속해서 이 냄새가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들면, 본능적인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그의 몸뚱이가 이 '지독한 방귀' 라고 하는 것을 유전자 단위에 공포로 각인시켜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슬비의 독가스는, 그 정도로 이미 인간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다. 강인한 혈통, 뛰어난 재능, 그리고 그녀를 향한 동료애와 더불어, 연심 가득한 마음을 품은 세하였기에 버티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버텼네... 솔직히... 좀 놀라운데. 세하야. 한방 더... 갈게? 이번엔 제대로?"


"...제대로...?"


(꾸구구루루루루루구루루루구구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구루루룱...! 꽈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락---!)


형용할 수 없이 거친 바람과 파도에 밀려온 테트라포드가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히 박살나는 소리가, 슬비의 뱃속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 들리던 소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낮고, 묵직한, 그리고 무시무시한... 가스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세하야..."


"...왜, 슬비야?"


"...이거만 하고, 얼른 마무리하고 돌아가자."


"...그렇구나. 그런데... 손은 왜?"


"...잡고 싶어서. 그리고...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서."


슬비는, 세하의 손을 맞잡은 뒤, 그의 손가락 세 개를 편 다음, 반대쪽 손을 뻗어 세하의 손가락으로 가져갔다.


"...갑자기 무슨..."


"셋..."


뿌푸후스슷...


"...어?"


"...둘..."


뿌풋... 뿌스스스스스스슷...!


"...우읍... 냄새가 더... 잠깐... 어... 설마 지금 모아놓은걸 다...?!"


본능적으로 다음에 닥칠 일을 짐작한 세하. 방금의 장명음, 그것은 마치 다이너마이트의 폭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그에 맞춰 항문에서 뿜어져 나올 소리는...


"...자...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나앗...!"


"슬비야...!"


뿌우우욱! 뿌푸푸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브브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흐...흐아아...아아... 엉덩이가 아파... 아플 정도로 많이 나오지...마아안... 기분... 조흐아...아읏...! 세...하야... 전부... 전부 다... 흐으응...!"

세하는, 자신의 끝이 다가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코끼리가 와서 뀌어도... 아니, 코끼리 한 마리가 아니라 아프리카 대초원의 코끼리 대가족이 와서 하루 종일 참아왔던 가스를 시원하게 자신을 향해 퍼부어도, 이 방귀의 1/5 정도도 따라가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슬비의 방귀는 평범한 위상능력자의 방귀가 아니고, 평범한 사람의 방귀는 더더욱 아닌... 문자 그대로, 인간의 이해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세하는 기절할 것 같은 의식을 부여잡고 그녀의 항문을 향해 눈을 돌렸고, 아직까지도 꾸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장에서 발효되고 분해되어 내려온 지독한 메탄과 유황의 결합품을 내보내려 움찔거리는 슬비의 뒷입을 보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아니, 운 좋게도, 아직 소년은 기절하지 않은 상태였다.


뿌푸우우우으르브드드드드드드르르르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푸푸후푸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르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피피피피리비비비비비비리리리릵! 뿌쀠비비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릵!


천지가 진동하는 폭음이었다. 그것은... 일전, 모든 힘을 되찾은 몰아치는 열풍의 일격보다도 더 뜨거웠고, 파공음을 일으키며 초음속으로 모든 것을 뚫어버리는 창이 일으키는 파괴음은 애들 장난처럼 보이는 수준의 폭음이었다. 머멘 타입 차원종이 오염위상을 들이키고 부패해가며 자신의 위산에 녹아가며 퍼져나가는 고기 썩는 악취가 향긋한 샤넬 향수처럼 느껴지는 수준의 격이 다른 악취가 세하의 코와 입을 미친듯이 유린했다. 생존 본능을 자극받은 소년의 코와 입은 폐까지 쥐어짜가며 기침을 했지만...


"콜록...! 콜록! 커...흐으으읍...!"


부루루루루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기침과 함께 터져나오던 황색 유황 기체는, 이내 곧바로 터져나온 슬비의 다음 가스 폭탄과 함께, 다시 밀려 들어가 소년의 코와 입을 다시 한번 완전히 헤집어놓았다. 그랬다. 위상능력자의 폐활량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가스의 폭풍... 슬비의 방귀는, 통상적인 인간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의 강한 가스의 열풍이었던 것이다.


"하...하으흐읏...! 으흐응...! 이거어... 기분 너무 조하아... 안되는...대애...♥"


뿌드드드드드득! 부욱! 뿌푸푸푸우우우우우우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어어... 이런거... 하며언... 부끄러워야 하는데엣...♥"


뿝뿌브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욱! 뿡뿌우우우우욱! 뿌다다다다다다닥!


"부끄러워... 쪽팔려...! 하... 하지마안...♥ 세...세하라면... 더 보여주고 시퍼어...아하앗...! 사... 사랑하는 세하라면...!"


'...우으... 말이 안 나와... 슬비야... 나 정말... 으으... 나 또... 아랫도리가 아플 정도로... 쌌는데... 또... 흐으아... 이런 애정 표현이라니...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귀가 먹먹해진 탓인지, 더는 멀쩡한 소리라고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세하는, 그저 자신의 귓가에 메아리치는 굵고 낮은 중후한 파열음을 들으며, 그리고 자신의 코와 입을 거쳐, 신경계를 물어뜯고 폐포 하나하나를 갉아 터트려버리는 무시무시한 악취에 완전히 잠식되어버린 호흡기로 헐떡이는 숨을 내쉬며, 음란하게 엉덩이를 앞 뒤로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애액을 흘리기 시작하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게 된 소녀를 눈에 담고, 이내 흐릿해지는 의식을 더는 부여잡지 못하고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근데 세상에... 세상을 구한 클로저가... 썸녀 방귀로 기절해버린다는게... 이게 말이나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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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업?!"


세하는 벌떡 일어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전에 일하기 위해 입었던 트레이닝복이 아닌 깔끔한 환자복이었고, 방귀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가 아닌 깔끔한 병상 위였다.


"...여긴...?"


주위를 둘러보던 세하는, 자신의 옆에서 꾸벅이며 조는 분홍머리의 소녀를 보았다.


"..."


(콕...)


"...흐응...?! 흐...후으..."


"...자. 침 닦아."


"...어...에에? 으... 고...고마워..."


손수건으로 침을 닦으며, 얼굴을 붉히는 이슬비.


"...나 일어날때까지 간호해준거야?"


"...응. 미안하니까."


"뭘, 니가 왜 미안해. 그건 그렇고... 나 몇 시간 잤어? 나 되게 상쾌한데 지금..."


"...대충... 20시간 정도..."


"...어...? 바...밖에 해 떴겠네? 다음날 아침...이라고?"


"...으응..."


"...그렇구나... 와..."


"후으으...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세하는, 요 며칠 사이 퍽 귀여워진 그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씩 웃음을 지었다.


"ㅁ...뭐가 그리 좋아서 웃고 그래?"


"...아냐. 뿡순아."


"...너... 너! 누...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로 화를 내며 눈물까지 한 방울 흘리는 이슬비. 그 순간, 무수한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들이 들이닥쳤다.


(끼익...)


"...소란스러운 소리가... 아! 세하야! 일어났구나!"


"뭐? 우리 동생이 일어났다고! 유정 씨!"


"저도 들었어요! 정말 다행이야... 세하야!"


"형아! 일어났구나!"


"다행이네... 후우... 미안. 내 잘못이야. 다들. 탐사대 책임자로서 더 관리를 잘 했어야 했는데..."


"괘...괜찮은데... 다들 와 준건 고맙지만 그래도..."


[...크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자리에 설치했던 카메라를 치우지 않았을것이다... 초천재 박사님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윽... 허공에 화면이... 그레모리 너까지? ...괜찮아. 이건 사고니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잖아. 그치, 리더?"


"...그래."


"...아! 슬비 누나, 울었어요? 얼굴이랑 눈이랑 빨간데..."


"...아니야! 그런 거..."


"...푸후훗... 아니긴, 어제 낮에 거의 울면서 뛰어들어왔잖아? 세하 들쳐업고."


"...마...말하지 마! 그런건 굳이 말 안해도..."


"...미안. 리더."


"...세하야..."


(끼익...)


"여러분, 말하는 도중에 미안하지만, 잠시 환자를 좀 볼 필요가 있어서요."


"Yes. 맞아요. 이세하 군의 상태를 Diagnosis 한 결과, 조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지 뭐에요?"


"...캐롤리엘 씨? 정도연 박사님도..."


정도연 박사는 그렇다 쳐도, 신서울지부에서 의료 지원을 담당하고 있어야 할 캐롤리엘까지 여기에 온 모습에, 제법 놀란 세하였다.


"...어...어떻게 여기까지?"


"추가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고 한걸음에 달려왔죠. Oh... 하필 이럴 때 재리가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단 말이죠."


말을 마친 캐롤리엘은, 봉투에서 캡슐 하나를 꺼내 액체에 섞어 용액을 만들더니, 세하에게 그대로 내밀었다.


"자. 이 약물을 그대로 마셔줄래요?"


"...음... 네. ... 윽... 맛없어..."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니까요. 자, 그럼?"


"...제 차례군요. 이 장치를 얼굴에 마스크처럼 착용해주겠어요?"


"...음... 뭐죠?"


"그 상태에서, 아주 강하게 숨을 한번 들이마셔주세요."


"...스으으으으으읍...! ...헉! 쿨럭! 쿨럭쿨럭! 커...허흡!"


강한 기침에, 장치의 줄이 끊어지며 분리가 되었고, 연달아 기침을 하는 세하의 입을 통해, 검고 푸른, 그리고 누르스름한 색갈을 띄는 불길한 기체가 거칠게 뿜어져나왔고, 정도연 박사는 미리 준비한 진공 흡입기를 이용해 그 오염물질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이 정도 수준의 오염물질을 안에 담고도 멀쩡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하군요. 게다가, 이런 맹독을 품고 있었던 차원종 개체라니... 슬비 양이 제때 물리쳐줘서 다행이군요."


"My god... 아직 외부차원은 위험한 곳이 많군요. 정말... 그리고... Wow... 정말 말도 안되는 양이에요. 차원전쟁때 사용하던 장비였음에도... 호흡기를 통해 침입한 유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에는 이것만한 장비가 없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속절없이 부서져버리다니. '말도 안되는 양' 이라는 표현... 단순히 그 정도의 양으로 치부하기엔 좀... 지나치게 많은 양의 독성이로군요. 하나만 묻죠.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이세하 군?"


"어어... 그렇게 말씀하셔도... 글쎄요? 슬비가 간호를 잘 해줬나..."


그 말에, 슬비는 조금 뜨끔하듯 움찔한 뒤, 세하를 올려다보았고, 자신을 묘한 표정으로 웃는 듯 하며 바라보는 세하와 눈이 마주쳤다.


'...ㅁ...뭐가 좋아서 웃어...?!'


'...혹시 다음에 시내버스가 아니고 가스탱크를 던져볼 생각은 없어? 그리고... 펑!'


'...ㄴ...너 안닥쳐...?!'


그런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게 하던 중, 문득 캐롤리엘이 슬비를 보며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Wait, 슬비 양은 괜찮은가요? 미약한 이상 반응이 있긴 했거든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트를 들여다보던 정도연 박사는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이슬비 양은 괜찮을 거에요. 이상하게도... 이런 독 성분에, 강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What? 매우 흥미로운걸요? 어떠한 경로로 내성을 얻게 되었는지..."


두 연구자의 대화를 듣는 사건의 당사자들. 세하는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슬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아무튼 다행히... 사건이 일단락되었네요. 모두들, 환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게 잠시 자리를 비워주자고요."


"후우... 정말 다행이네. 세하야. 몸조리 잘해야 해?"


"맞아요. 형 정말 큰일나나 싶었다고요."


"...그래. 세하야. 너흰 우리 팀의 중요한 일원이자... 그 이상으로 더 소중한 사람이니까,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무리하지 마렴."


"...알겠어요. 유정이 누나."


그렇게, 모두가 한 마디씩 하며 떠나던 중, 앉아서 기다리던 제이가 잠깐 세하에게 다가갔다.


"...몸은 정말 괜찮지? 동생."


"그럼요. 이래도 아저씨보단 건강할걸요?"


"...커헉... 정곡을 찌르는군. 그건 그렇고... 리더?"


"...네? 아저씨."


"리더는 잠시 여기 남아줄래? 세하 간병이라도 좀 해줘."


"...네? 그... 저도 일이 있고 하는데..."


"보고서 몇 장 쓰는 일이잖아? 이래뵈도 나랑 유정씨가 서류 작업으로 구른 짬밥이 있거든. 그리고, 리더도 몸이 별로 편치 않다며?"


"저... 저는 내성이 있어서..."


"...리더. 너도 몸을 좀 아낄 필요가 있다는 뜻이야. 팀원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다른 것도 아니고, 한 클로저 팀의 리더라는 지위는 중요한 위치니까."


강하게 힘주어 말하는 제이. 그 말에, 슬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알았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는데 거절할 순 없죠."


"잘 생각했어. 동생. ...세하 동생도 솔직히 좀 즐겁지? 우리 리더가 남아서 간호해준다고 생각하니 말야."


"...네?! 아...아저씨... 그렇게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하지 마요!"


"동생들. 이 형님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어..."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얼어붙은 둘.


"하하! 정곡을 찔린 눈치들이네. 걱정 마. 어린 날에는 누구나 그런 잠깐의 뜨거운 일탈을 하는 법이니까. 이 형님이 무덤까지 가져가 줄 테니, 나랑 했던 대화 내용은 잊어버리라고. 알았지? ...그리고 아무리 서로 마음이 불타고 있더라도, 안전한 장소에서 하는 법이야. 차원종의 습격을 받으면 그거야말로 난감한 일이 없을 테니. 어제처럼 말야."


그래도, 이 문제의 진짜 핵심을 알아채지 못한 제이를 보며, 둘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태연한 듯 이야기를 나눴다.


"...알았어요. 그렇지만... 제이 아저씨?"


"응? 무슨 할 말이 있나, 리더?"


"저 대신 한답시고 대충 하면 진짜 하루종일 잔소리 할 테니 그렇게 알아요?"


"...쿨럭... 방금 소름이 돋았어. 이거 무서워서 어디 대충 하겠나. 알았으니 걱정 붙들어 매고... 둘이 잘 지내고 있으라고. 동생들."


(끼익... 쿵-!)




모두가 떠나간 작은 병실엔, 슬비와 세하만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뭐, 거짓말 하는 실력은 좀 늘었나보네? 슬비야?"


"...니가 필요 이상으로 잘 알아채는거야. 이세하."


"칭찬으로 받을게. ...이슬비."


"...이세하. 미안. 내가 좀 너무...했지?"


"...아니. 사과는 내가 해야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너 고생이나 시키고."


"...그런가? 그럼, 그렇게 미안하면 내 부탁이나 하나 들어줄래?"


"...윽.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알았어. 무슨 부탁인데?"


"...안아줘."


"...어?"


"...싫어?"


(...포옥...)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세하. 그리고, 그에 맞춰 속으로 파고드는 슬비. 아무도 없으니, 뭐 어떠랴 싶은 둘은,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일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나라고 알았을까. 정말... 이런걸 천생연분이라고 하나."


"...그러게. 정말..."


어느새 세하가 누워있던 병상 위로 올라탄 슬비. 그의 몸 위에 엎드리듯 누운 슬비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갑자기... 무ㅅ..."


(꾸르르르르르르르륽... 꾸르르르르르륵-!)


"...슬비야?"


"...유니온 산하 모든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지. 그건 바로... 트레이닝에 응하는 대상자가 시험 도중 기절 등의 사유로 트레이닝이 중단되면, 실패 처리가 됨과 동시에 재도전 기회를 얻는다는 것."


그 말을 마친 슬비는, 씩 웃으며 자신의 엉덩이를 세하의 아랫도리에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뿌푸프프프스스스스스슷...


"...두 번째 시험은... 통과해야지?"


"...글쎄... 재필삼선... 삼수까지도 한번?"


"...푸...크흐흡... 이게 무슨 대화야..."


"뭐래, 니가 먼저 시작해놓은 주제에. 에잇!"


"아...하읏흣...! 정말..."


합법적으로 함께 달콤한(그리고 좀 더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 둘이었다고. 그리고...




[치직... 칙...]


"...우으... 더는 못보겠다... 이상해... 인간들 취향 이상하다... 이런거... 논문을 찾아봐야 한다... 후에에... 이 초천재 박사님도 머리가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당사자들한테 물어보면 이악물고 안 알려줄거고...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이건 사회적 자살을 시키는 것이다... 박사님은 그 정도로 사악하진 않으니 혼자 조용히 찾아보는 것이다..."


그레모리마저 손사래를 칠 정도의 지저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그렇지만...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다! 그럼... 누구에게 물어봐야... 똑똑이들이..."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작고 귀여운, 그럼에도 똑 부러지는, 친구이자 라이벌이자 자신이 인정한 공동 연구자.


"...닥터 최보나라면 뭔가 알 지도 몰라! 무엇보다도... 같은 인간이니까!"


...그 마음가짐이, 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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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 대실패. 아이 씨발 스캇챈에 실질적으로 쓰는 첫글인데 아주 거하게 말아먹엇네 시발... 글이 더럽게 길기만 하고 뭔가 실속이 많이 부족한 기분이야... 많이... 많이 슬픔...

분명 중간까지는 주최자의 취향에 최대한 맞춰보기 위해 이것저것 써보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히히몰라시발 좆대로써야지 마인드로 변질되어버렸음... 앓... 이쯤 가면... 막하자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