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교가 먼저냐 문명이 먼저냐
비교적 최근까지도 역사학자들은 문명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빙하기가 끝나고 유목민 생활이 필요 없게 되자 따뜻해진 땅을 찾아 농사를 시작하고 문명이 시작되며 종교는 그 후라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 시각은 바뀌고 있다.
기원전 1만년전 만들어진 종교 건축물때문이다.
어떤 문명보다도 앞선 종교 건축물이었다.
종교 때문에 문명을 만들었다는 가설이 시작된다.
2. 종교의 중요성
부족단위의 문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거대 집합체는 반드시 종교가 존재했다.
집합의 크기가 커지면 개인의 소속감없이는 조직이 유지 되지 못한다.
거대 문명의 접착제가 종교인 셈이다.
초기 문명의 노동 생산성은 낮았다.
순수한 인력으로는 거대한 인프라를 만들 수 없다.
피라미드, 콜로세움 모두 당시대 기술로 만들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대규모의 노예 계층이다.
오로지 인간 물량으로 생산성의 한계를 극복했던 것이다.
그런 문명이 일정기간 반란없이 진척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교가 필요했다.
3. 종교는 그 시대의 과학이었다.
역사속에 수 천개의 종교가 생기고 사라졌지만 수 천년을 살아남은 종교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장수한 종교들은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가치관들이 있다.
금욕, 속죄주의, 양심 강조, 사회속에서 역할 강조, 도덕 중시, 남녀의 역할 구분 등등 생각해보면 문명이 지속되기위해 꼭 필요한 덕목들이다.
무교인 입장에서 연구 목적으로 성경을 본 적이 있는가?
성경은 놀랍도록 과학적으로 쓰여있다.
당대 뛰어난 사학자들이 역사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교훈 삼아 가설을 섞어 성경에 기록했고 대를 이어 내용이 추가되왔다.
현실에서 한 왕국이 잘못된 경영으로 망하고 다른 왕국이 흥하면 이를 각색하여 교훈이 되도록 성경에 추가 했다.
성경의 구조가 에피소드 방식으로 추가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또한 당시대 기준으로 매우 입체적으로 쓰인 소설이다.
동양의 소설처럼 1차원적인 권선.징악을 띄지 않는다.
잘해도 벌을 받고 나쁜 짓을 해도 축복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독자로 하여금 왜 그런식으로 서술하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도록 입체적으로 설계 되있다.
4. 과학이 종교의 파생물이다.
복잡한 현실 세계에 대한 접근을 동양이 단순히 끼워 맞추기로 접근 했다면 (불변의 법칙이 있고 항상 그 법칙이 옳다는 식) 서양은 불변의 법칙은 없고 끊임없이 덜 틀리는 새로운 접근을 반복하는 태도를 보였다.
기독교적 사고관과 연구적인 태도는 서구인들이 먼저 세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문명은 초기부터 종교에 대해서는 매우 연구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고 이는 로마시대에서 중동으로 갔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다.
신학의 의도는 어디까지 신을 장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론이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신으로 부터 독립 시켜 주었다.
신학에서 출발한 아카데미아를 시작으로 객관적 이해를 위해 귀납법 실험주의 풍토가 생기고 결국엔 이것들이 근대 과학의 시초가 되었다.
수학이 고대 사람들이 신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신의 언어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5. 문명, 종교와 독립하다.
과학의 발달은 두 가지 역할을 했다.
첫째 정신적 한계를 극복 시켰다.
신한테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아닌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문명을 운전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모든 게 해결된 게 아니다.
둘째 생산성의 한계를 부숨으로 마침내 물리적으로 문명은 종교와 분리됬다.
이제 거대한 문명의 인프라와 자급자족은 과학의 미친듯한 생산성 증가로 해결되었고 노예 계층도 시민으로 일보 진전되었다.
6. 대형사고
종교가 문명보다 먼저라고 의심하게 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이 천성적으로 종교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뇌과학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인간이 현실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보고싶은대로 보고 믿고 싶은대로 믿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종교적이니 당연히 종교가 문명보다 먼저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과학이 인간을 종교로 부터 독립 시켰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중대한 오류 였다.
인간은 과학을 새로운 종교로 믿고 있었다.
7. 전쟁 학살 기근
과학이란 본디 동일 조건에서 동일 결과을 도출하는 법칙을 찾는 학문이다.
과학 자체는 방향성이 없는 도구다.
문제는 인간이 방향성이 있었다.
과학에 주관을 붙였다.
다윈의 진화론은 우생학으로 변질되어 유례없는 대학살극이 벌어졌고 소련의 사회주의는 그것이 과학적인 시스템이라고 교만되어 수 천만 시민들을 기근으로 몰살 시켰다.
무엇보다 자기 문명만의 발전이 과학이라 믿던 오만해진 유럽 문명은 서로가 최고의 자리를 노리며 싸우다 모조리 자멸해 버렸다.
전후 유럽은 과학을 종교로 믿던 시대의 종말이었다.
유럽문명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사소한 우익적 태도도 금기시 되며 미국문명의 수하에 들어가 알맹이 앖는 껍떼기로 기생하기 시작한다.
8. 미국 문명
아주 먼땅에서 모든 이득을 취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 문명은 유럽문명의 파생형이다.
그리고 놀랍도록 그리스와 로마의 관계를 닮았다.
그리스가 서구 문명의 걸음마를 가르쳤다면 로마는 뜀박질까지 깨우쳐서 전 영토를 호령하고 그리스는 역설적으로 퇴행이 와서 걸음마도 못하고 로마의 통치가 절실한 나라가 되었다.
영국과 미국 아니 유럽과 미국의 관계가 그렇다.
유럽이 과학 중심 문명의 걸음마를 뗀후 광기로 자멸할때 미국은 뜀박질을 배웠다.
내부적으로는 순수 백인 엘리트 사회 유럽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국가적으로는 다인종 사회, 능력주의 자본주의 사회를 표방해 서방 전체를 미국 영향권으로 만들었다.
로마가 엘리트층은 그리스식 삶은 살았지만 외부적으로 훨씬 더 개방적이고 융통성있는 통치로 유럽을 호령했듯이 말이다.
7. 종교와 작별한 대가
로마의 대성공도 끝이 있었다.
그리스를 응용해 장수했지만 방대해진 문명은 접착력이 약해졌고 현실과 괴리가 발생한 수뇌부는 내부적으로 부패하고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미국문명도 결국 한계가 올 것이 자명했다.
종교와 작별한 문명은 불안정하다.
근대 문명이 비교적 잘 작동했던 까닭은 종교의 관성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국가 정체성, 가족중심 공동체, 엄격한 성문화 수직구조의 계급 사회, 단일인종 국가, 여전히 비교적 높았던 종교인구 등등 많은 구조가 관성처럼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 유럽의 패망으로 주도권이 미국에게 옮겨진 후 미국문명은 단기간의 팽창을 위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골조를 부수고 있었다.
쾌락주의, 1인 중심 사회, 다인종 국가, 정체성이 없는것이 정체성인 팝컬쳐 골조가 부서진 건물은 무너져내릴수 밖에 없었다.
미국 문명과 그 수하 문명으로 전락한 유럽 문명은 현대에 와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 둘씩 발생하기 시작한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낮아지는 범세계적 저출산과 성장저하로 숫자로만 성장했다고 눈속임하는 세계 경제가 그 증거이다.
8. 미국 문명의 위기
미국중심 사회의 위기는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으나 (금본위제 폐지, 빚 중심으로 돌아가는 버블 경제 등등)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정체성의 붕괴이다.
지금의 미국 문명은 딱 한 세대의 영원한 젊음과 쾌락 충족을 끝으로 패망하는 1회용품 사회가 되었다.
방대한 양의 자원을 채취하여 가공하고 소비하지만 대부분 수 년내로 폐기되고 약간의 발전 후 위의 과정이 반복된다.
미친듯이 소비하고 생산하지만 그것을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며 대부분의 구성원은 제자리 걸음을 아니 오히려 실질적인 부는 퇴화하고 결혼은 커녕 혼자 살 돈도 빠듯해 지속 불가능한 사회로 퇴화한다.
원래라면 괴사해야할 문명은 비 서구 문명권의 인구를 수혈해서 이를 강제로 지속시킨다.
문명의 물리적 조건, 자원 배분이 고장난 것이다.
문명의 정신적 조건도 수명을 다해간다.
미국 주도 문명의 피상적인 속물 근성은 성 정체성 국가 정체성, 역사, 종교, 신념 모든것을 증발 시켜 버리고 쾌락만을 남겼다.
종교에서 교훈으로 드는 지속 불가능한 문명이 미국이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9. 해결책?
종교를 다시 믿어야 하는가 라고 하기에는 우물 밖이 뜨거우니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가자는 소리와 같다.
다만 왜 로마 문명, 기독교 문명이 수 천년동안 지속 가능했는지는 진지하게 돌아볼 문제이다.
작금의 현대 문명이 몇백년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있는 식물을 집에서 키운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물만 줘도 잘 자라니 키우기 쉽다고 오만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가 양호했기 때문이다.
토양의 상태, 습도, 온도, 햇빛의 세기 등등 수백가지 변수가 한가지만 틀어져도 순식간에 식물은 시든다.
종교중심의 문명은 야생에 있는 자연 발생 식물과도 같다.
그리고 과학을 통한 종교와 독립한 문명은 인위적이고 집에서 키우는 식물과 같다.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전부 고려하지 않으면 식물은 시든다.
근대 유럽이 이러한 변수를 한쪽으로 지나치게 편향시켜 자멸 했다면 현대 문명은 이러한 변수가 마치 중요하지 않거나 근대 유럽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식의 현실도피를 하고 있다.
국가의 정체성, 인종의 정체성, 남녀의 차이, 이데올로기의 필요성 , 강력한 사회질서의 필요성 등등 이러한 것들은 부정한다고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운 순간 모든 변수를 신중하게 컨트롤해야지만 식물은 죽지 않는다.
내용의 주된 참고는 미국 역사 유튜버 whatifalthist
사람에겐 이성이나 합리 이전에 믿을만한 구석이 하나는 필요함. - dc App
03.09 15:54ㅇ
03.09 15:55로마 망하는 와중에 기독교가 기강 잡게 되고 상당 기간 이어간 것이 우연일 수가 없는 것 같다. 지속성 있는 가치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대가 그게 되고 있냐고 하면 영...
03.09 16:04지금 시대의 쇠락 너머에는 그런 가치관을 잇는 사람들이 남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곤 함. 오래된 종교와는 다를 것 같지만 어떤 형태일지 확정 지을 순 없겠지
03.09 16:28종교의 형식을 우물에 비유하며 그 우물로 돌아갈 순 없다고 한다면 결국 그 우물의 근본,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파보아야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음
03.10 00:53지금 세계의 종교가 소위 폐미를 포함한 pc주의인 듯
03.09 22:35과거 신앙심 낮은 사람들마저도 신의 눈을 두려워하듯, 그 어떤 정치인들조차도 정치적 옳바름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으니
03.09 22:37와 진짜 지성인이네
03.09 23:37항상 믿음을 갈망하는게 인간
03.10 00:04한국도 지금 신흥종교가 넘쳐나는듯 - dc App
종교는 지휘체계라고 보는데?
03.10 00:10과학 지배 법률까지 - dc App
다시 읽어도 명문이네. 난 이거 진짜 내용 좀 보충해서 책으로 내도 될 거 같다고 보는데
03.10 01:10번역체가 아쉽지만 종교의 중요성이 잘 드러남.
03.10 01:34괴베클리 테페 - dc App
03.10 03:30주갤의 설거지론은 현실을 해석하고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그 이상의 역할은 해내지 못했지. 그나마 대안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문크 예거의 조선인의 안락사와 베트남론이었음.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도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과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대안을 내놓아야 함
03.10 05:57탈조선 후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내린 결론은 누구나 자신만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
03.10 10:31좋은 글 감사합니다!
03.26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