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트랜스여성 진단..? 을 받은 평범한 휴학생이야

중학생 때는 가족이니 인간관계니 여러모로 상처입은 일이 많아서 자해도 해봤는데 죽기엔 겁나고, 상처를 보고 누구라도 관심 가져줬으면 했는데 가족도 관심이 없어서 우울증이 심했었다가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나서 많이 나아진 편이야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고 뭣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란 점이 내겐 엄청나게 큰 의지가 되더라

그런데 트랜스여성임을 계속 인지하면서도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는 남자 하양이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24시간 365일 연기한다는게 굉장히 심적으로 힘들게 했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게 되더라

결국 스무살, 징병검사 때 내 상태를 솔직히 적어냈고 정신과 군의관? 선생님께 전부 솔직히 털어내고 이왕 이렇게 된거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자 마음을 먹고는 6개월간 정신과에 가게 됐어

정신과를 다닌지 한 달여 정도 지나고, 나의 자세한 심리결과와 기타 등등 검사지들이 나왔고, 이 때 어머니와 함께 방문해서 나의 지금 상태를 알려드렸어.

사실 이 때도 우울한 일은 많았지만 (남자친구가 나보다 많이 연장자인데도 가정 사정이 많이 어려워서 나한테 돈을 빌려가며 생활했으며, 물론 일은 계속 알아봤지만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 부터 지금까지 그 생활을 이어오는 중)
정신과 선생님께 우울한 감정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할지, 또 아직까지 신뢰가 부족했기에 내가 아주 어릴 때 부터 나는 여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잘못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고, 나대로 행동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돌연변이 처럼 보여 돌팔매질 당할까 남자인 나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 중이고, 그 때문에 친구를 사귀더라도 내 깊숙히 들어오려 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등 정말 힘들고 나 자신이 너무 밉다는 얘기만 하며 6개월을 보냄..

물론 그 사이 성전환증이라는 정신질병 코드가 담긴 진단서도 받았고, 여러번 여성호르몬제를 맞아 볼 생각이 없느냐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성 호르몬제 맞는다고 내 겉이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적 여성상이 되는 것도 아니며, 사람들한테 내가 여자라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여성상에 내가 맞춰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성형부터 수술까지 중독으로 이어질것 같은 불안함, 마지막으로는 남자친구와 나의 아이를 못가지게 되는 것이 너무 두려워 끝까지 거절했고, 그런 식으로 1년을 7급만 받으면서 병원이니 신체검사소니 계속 다니니까 대학교 1년 동안 수업이고 공부고 제대로 할 수가 없었음

결국 중앙신체검사소에서도 정말 상황이 딱하고 확실하게 여성분인건 알겠습니다만, 여성호르몬을 맞지 않으면 3급 밖에 줄 수 없다는 말에 여성 호르몬제를 맞기로 했음
(군대를 가지않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나 때문에 같은 부대원들이 피해를 분명히 볼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할까 두려웠음)

여성호르몬제는 2주에 한 번 병원에 방문해서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가는 정신과와는 별개로) 아예 휴학을 해버리고 맞게 됨

1년 동안 정신과를 다니면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도 쌓여 이제 내 우울한 감정도 전부 털어냈고, 결국 항우울제와 수면제도 처방받음

지금 내 상황은 여성호르몬제가 잘 작용해서 2개월 차인데도 좋은 경과?를 보여주고 있고, 부모님과 찬구 세 명에게 커밍아웃 한 상태이고, 항우울제 덕에 우울하지도, 수면제 덕에 잠못이루지도 않음

물론 항우울제라는게 원인을 해결해주는게 아니라 증상을 완화해주는것이기 때문에 평소처럼 공부나 일에 집중할 수있고, 혼자서 우울의 원인을 어떻게 해결해갈지 생각할 시간이 늘은 것일뿐 만병 통치약이 아니며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알음

어쩌다 보니 내 인생 거의 전부를 말하게 되었는데, 혹시라도 정신과 가는걸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면 두려움이나 공포심, 우울감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정신과 방문을 꼭 추천할게...

내 상황을 털어놓고 그걸 들어주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치료가 되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큰 도움 주시니까 모두 목 아프면 이비인후과 가듯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 같으면 얼른 얼른 정신과를 방문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