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64.0 진단, 호르몬 치료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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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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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받은 진단 결과가 오늘 등기로 왔다(심리평가보고서 내용은 다른 글로 따로 정리해두려고 한다). 검사결과는 내 불안과 생각보다 꽤 '전형적인' 성전환증을 가지고 있는 걸로 설명되고 있다 ^^;... 행동관찰 파트에 내가 그날 무슨 복장을 입고 왔는지까지 다 적혀있어서 좀 멋쩍긴 했다.

이번주 월요일엔 색다른의원에 다녀왔다. 진단서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라 호르몬치료 전 상담받고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갔는데, 진단서를 요구하는건 관례적인 거고 환자의 명확한 상황인지와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처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에스트로겐 주사제인 에스트라디올 데포와 항남성호르몬 경구투여제인 알닥톤을 처방받았다. 이후에는 전주에서 투여가 가능한 산부인과에 부탁해서 호르몬치료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은 특별히 몸에 눈에 띄는 변화도 부작용도 없다. 호르몬이 마법의 약도 아니고 장기적인 변화를 체크해야 되는 일이라 건강 신경쓰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받아야지. 디스포리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성욕 죽는거나 유방발달은 효과가 좀 빨랐으면 좋겠는데 후자는 최소 반 년에서 1년 가까이 지켜봐야 하는 일이라 어차피 기다려야 한다. 조급해하지 말기.

색다른의원에서 준 여성화 호르몬치료 설명서. 받자마자 어... 다 아는 내용이라 고민하다 설명을 들었다. 내용을 보니 트랜스젠더/성별다양성이 있는 사람을 위한 건강관리실무표준 8판에서 호르몬치료 파트를 정리해 둔 거고 7, 8판 내용 모두 숙지하고 있는 상태라 새로운 건 없을 거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거나 주의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들었고, 주사제인 데포의 경우 주사시기에 호르몬 수치가 확 높아졌다가 점점 낮아지는 특징 때문에 여성의 생리주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감정 및 신체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이건 실무표준에서 체크 못했던 내용이라서. 호르몬치료의 효과와 부작용, 약제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천천히 다른 글로 정리해두려 한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겠지.

첫 날은 "마침내"라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흥분감보다 이게 기나긴 여정이 될거란 현실감이 더 크다. 오래 걸릴 거고, 어떤 부분은 수술적 조치도 필요할 거고, 어쩌면 성별정정을 위해 법적 조치를 받아야할 수도 있다. 한 발을 내딛는다. 다음 발을 내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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