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은 거짓말만 했고, 김우석은 거짓말 할 줄을 몰랐다.






두 귀는 날개의 퇴행이므로

조승연 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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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주식은 소문이다. 조승연은 떠도는 말들을 빨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부모가 누구인지, 출생지가 어디인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악수하고 그 손에 누구의 피를 묻혔는지. 어제는 저명한 의원의 숨겨둔 망나니 삼남이었다가 오늘은 악질 범죄자의 하나뿐인 외아들로. 서울 무슨 동네 출신 이랬다가 남아공 어디 이름 모를 도시라고도. 까보면 별 거 없다더니, 실은 누런 지폐 몇 장 정도론 손쉽게 밑 닦는 데에 쓴다는 말들까지. 뜬구름 잡는 소문들을 흘려들으며 김우석은 그저 한 번 피식 웃었다. 아, 그 조승연. 그게 다였다. 내일 입으로 들어올 음식의 종류보다 내일 입으로 음식이 들어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하는 우석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피로했다.

검은 정장을 빼입은 놈은 보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사실은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와꾸만은 참 번지르르 하긴 했다. 우석은 나가떨어진 자세 그대로 고개만 쳐들어 그를 노려봤다.


「이럴 수가, 진짜 김우석이잖아?」


말하는 것도 꼭 분칠한 놈들처럼 과장되어 있었다. 다 알고 왔을 것이 뻔했다.


「잡어, 인마.」


덩치들을 뒤로 한 조승연이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변한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