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8
그저께 1월 26일에는, 트친을 본다는 핑계를 대고 연세숲 정신과에 다녀왔다. 가는데 1시간 반, 거의 3시간에 가까운 긴 대기를 한 뒤에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무사히 마치고 왔다. 동의서와 설문지를 받아왔다. 10번 이상 혹은 6개월 이상의 진료가 있어야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호르몬 처방 이후에도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 등. 설문지는 디스포리아에 관한 것 같다. 이전에 다니던 정병원에서 정밀심리검사결과지와 약 처방 내역서를 가져오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늘은 아침에 기존에 다니던 동네 정병원을 갈 예정이다. 부친이 기어이 쫓아가서 상담을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당장에 서류를 발급 받지는 못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병원에는 월요일에 다시 온다고 얘기만 해뒀다가 그 때 서류를 발급 받을까.
일단 지금의 계획은 오늘 기존 정병원에 가서 서류를 월요일에 떼러 다시 올 거라고 얘기해두고, 월요일에는 바람 쐰다는 핑계로 잠깐 나와서 서류를 가져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에 연세숲에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부디 별 일 없었으면 좋겠네.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하다가는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르니까.
앞으로 연세숲에 다시 가는 것이 걱정이다. 서울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가야 할텐데, 내가 핑계를 잘 댈 수 있을지. 왜 이렇게까지 숨겨가면서 해야 하는지 좀 억울하기도 하다. 가족들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이렇게 숨겨가면서 하지 않아도 될텐데. 어제는 그게 너무 억울해서 서러웠다. 눈물을 계속 짜냈다. 진단을 받을 때까지 잘 할 자신감이 없었다. 추궁당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오늘은 희망을 갖기로 했다. 외출 관련해서 어머니와 얘기를 잠시 나누었다. 앞으로는 자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핑계는... 내가 잘 만들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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