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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7)
  주체108(2019)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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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모엿!》
  축구주장의 짱짱한 웨침소리에 음악실에 앉아 바이올린을 켜고있던 진아는 벌떡 일어나 창가로 뛰여갔습니다. 구령소리며 노래소리, 웨침소리며 발구름소리…
  축구소조애들의 하루훈련이 시작된것입니다. 운동장가운데 놓인 증폭기에서 즐겁게 울려나오는 축구률동체조음악이 무엇인가 열렬한 힘을 북돋아주고있었습니다. 마치도 앞날의 체육강국을 불러오려는 아이들의 힘있는 숨결처럼 느껴졌습니다.
  진아가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내다보는 운동장이였습니다.
  철수가 뛰여들며 웨쳤습니다.
  《평양에서 전에 오셨던 선생님이 또 오셨어. 축구선수후비들을 뽑으러 온게 아닐가?》
  축구선수후비라는 말에 진아는 가슴이 후두둑 뛰였습니다.
  《축구선수후비?》
  이어 누구에게라없이 부러움에 차서 말했습니다.
  《좋겠구나! 그 애들은…》
  《또또또, 달이 뜬다.》
  철수가 침이라도 놓듯 말했습니다.
  《아 진아야, 너야 이제 평양예술단에 뽑혀가야 하지 않니.》
  진아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는 그 말이 전혀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부러움만이 와짝 더 커졌습니다. 막 울고싶기도 했습니다. 축구률동체조음악으로 잠시 깃들었던 즐거움도 어느새 사라져버렸습니다. 운동장에서는 진아가 다리를 다치고 입원해있을 때 병원에까지 찾아왔던 최선생님이 축구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있었습니다.
  (누가 뽑혀갈가? 경룡이, 성국이?…)
  진아는 축구소조의 재간둥이들을 한명한명 꼽아보았습니다.
  그러느라니 또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에이!》
  그 애는 그만 창문을 등지고 돌아섰습니다. 창밖을 내다볼수록 설음만 북받쳐올랐던것입니다.
  교실문이 열리면서 얼마전에 새로 부임되여오신 교장선생님이 들어섰습니다. 최선생님이 찾는다는것이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진아의 손을 잡으며 따뜻이 말했습니다.
  《어서 체육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가자요. 진아의 축구솜씨를 이 교장선생님에게도 보여줘야지요.》
  진아는 자기 귀를 의심했습니다.
  음악소조아이들도 놀라는 눈으로 진아를 보았습니다.
  철수도 왕눈이 되였습니다.
  《선생님, 내가 정말 공을 차게 됩니까?》
  진아의 물음에 교장선생님은 웃기만 했습니다.
  진아는 밖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니, 마음속으로는 막 달려나갔습니다.
  최선생님이 멀리서부터 반갑게 손을 저으며 불렀습니다.
  《진아야, 다쳤던 다리는 아프지 않느냐?》
  《다 나았습니다.》
  진아는 자기도 놀라리만큼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최선생님도 기뻐했습니다.
  《그럼 됐다. 너 그럼 지금 축구를 할수 있겠니?》
  진아는 껑충 뛸듯이 기뻐서 대답했습니다.
  《할수 있습니다.》
  운동장에서는 곧 두편으로 나눈 축구소조원들의 훈련경기가 벌어졌습니다.
  진아는 햇솜마냥 부풀어오르는 기쁨을 안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허나 진아는 그때 자기의 공차는 모습이 조용히 록화촬영되고있는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때로부터 몇시간후, 아버지원수님의 집무실에서는 최선생님이 가져온 진아의 공차는 모습을 찍은 록화물이 펼쳐지고있었습니다.
  인공잔디를 깐 여름날의 학교운동장은 눈이 부실 정도로 멋있어보였습니다.
  그 이채롭고 아름다운 운동장에서 진아가 기쁨에 넘쳐 달리고있었습니다. 탄탄한 웃몸에 미츨한 두다리, 영민하게 반짝이는 크고 시원한 두눈, 이악스럽게 꼭 다물린 입술… 어느모로 보나 축구선수로서는 나무랄데 없는 체질이라는것이 알리는 소녀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진아에게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으셨습니다.
  전반전에 비겼던 경기는 후반전에 들어서자 더욱 치렬해졌습니다. 상대팀의 한 애가 몰고오던 공이 불의에 나타난 진아에게 빼앗겼습니다. 진아는 그 공을 몰고 빠른 속도로 상대팀문전으로 돌입했습니다.
  《얏!》
  진아는 있는 힘껏 공을 내찼습니다.
  그런데…
  와- 웃음이 터졌습니다.
  공과 함께 진아의 신발이 더 높이 날아갔던것입니다. 옆에서 록화물을 보고있던 최선생님과 체육성 부상선생님이 난처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원수님께서 일부러 웃음을 담아 말씀하셨습니다.
  《운동신이 진아한테 너무 컸던 모양이구만.》
  원수님의 웃음 담긴 그 말씀에 두 일군도 따라웃었습니다.
  그러나 진아는 조금도 축잡힘이 없이 더 기세를 올리며 뛰여다니는것이였습니다.
  넓은 운동장이 좁다하게 뛰여다니는 진아를 보시는 원수님의 안광에는 줄곧 미소가 어리시였습니다.
  진아는 오래간만에 경기에 참가해서인지 이따금 넘어지기도 하고 헛다리질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악스럽게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진아가 공을 빼앗으러 달려가거나 공을 몰고 상대방문전으로 돌입할 때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군 하시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문득 체육성 부상선생님에게 물으시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진아 말입니다.》
  부상선생님원수님께서 물으시는 뜻을 몰라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 소질은 있는것 같습니다. 축구선수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데서 기초로 될수 있는 련락의 묘리들도 알고… 체계적으로 훈련만 주면…》
  체육성 부상선생님은 말끝을 여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최선생님이 말씀드렸습니다.
  《원수님, 헛다리질을 하고 자주 넘어지는걸 보면 아직 다리치료가 잘 안된것 같기도 합니다.》
  원수님께서는 어딘가 자신이 없어하는 두 일군을 조용히 여겨보시다가 물으시였습니다.
  《그렇게 보입니까?》
  《예, 아직은…》
  《그렇다?… 그럼 나만 저 애를 축구신동으로 봤는가?… 난 분명 이건데
…》
  원수님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엄지손가락을 펴보이시였습니다.
  《예?》
  최선생님과 부상선생님은 또다시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아쉽게도 넘어지는가 하면 헛다리질로 웃음거리가 되군하는 진아를 두고 축구신동이라 하시니 두 일군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던것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록화물은 끝났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책상을 가볍게 도닥이시였습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잠시후 그이께서는 록화물을 한번 더 보자고 하시였습니다.
  왜 그러실가?
  록화물이 두번째로 돌고났을 때에는 밤 열두시가 가까와오고있었습니다.
  두 일군의 의혹은 점점 더 짙어졌습니다.
  축구신동! 원수님께서는 진아의 무엇을 보셨을가? 무엇을 보시고 축구신동이라고 하셨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