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희망법 여름 실무수습 후기
지난 7월 3일부터 7월 28일까지 4주 동안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3 희망법 여름 실무수습’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여름 실무수습에 참여한 6명의 학생들은 재판 참관, 공익인권법 연구, 인권단체의 기자회견 현장 참여, 강의와 과제 수행 등 바쁜 일정을 모두 성실하게 참여했습니다. 실무수습 참가 학생들이 이번 활동을 모두 마치고, 그간 배우고 느낀 점들을 후기로 남겨주었습니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희망법 실무실습, 모든 과정이 갓-벽
강정안
1) 희망법 실무실습은 왠지 모르게 지원할 때부터 제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진솔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는데, 실제로 그로 인해 희망법 실무실습을 하게 됐을 때의 그 쾌감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2) 희망법 실무실습 합격 통보를 받은 후에는 희망법 실무실습 후기를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후기에는 로스쿨에서 수험에만 몰두하는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는데 실무실습으로 로스쿨 생활에 동기부여를 받았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로스쿨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기에 후기들을 읽고 희망법 실무실습에 대한 불안과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 막상 희망법 실무실습을 하면서 느낀 점은 희망법 실무실습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만족스럽다는 점입니다. 따뜻하고도 합리적인 실무실습 운영방식과 유익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프로그램 구성,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까지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실무실습이었습니다. 보통 2주인 다른 실무실습에 비해 2배나 긴 실무실습이기에 실무실습 지원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너무 좋아서 4주가 2주처럼 짧게 느껴지는 실무실습이기에 부담없이 지원하시면 좋겠습니다.
4) 마지막으로 다른 희망법 실무실습 후기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실무실습에서 공익에 기여하는 법조인의 역할을 간접체험한 것이 예비법조인으로서의 로스쿨 생활에 실제로 큰 동기부여가 됐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정성스레 실무실습을 준비, 진행해주신 희망법 변호사님들과, 성실하게 실무실습을 함께 해준 실무실습 동기들 덕분입니다. 이번 실무실습에서의 소중한 인연을 앞으로도 느슨한 연대로 계속 이어갔으면 합니다.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함달희- 함께 달리는 희망법
고지연
같은 판례를 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귀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희망법에서 실무 수습을 하는 지난 4주간 앞으로 변호사로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지 등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배운 점이 많지만, 사실 사람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별한 설명이나 증명 없이도 모두가 같은 문제를 느낀다는 사실은 참 고무적이었고,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지, 잘 맞는 사람들과 일할 때 어느 정도의 시너지까지 낼 수 있는지를 체험해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열정은 가득하지만 한편으로 쉽게 만족하는 경향이 있는 저와 다르게, 사소한 부분도 한참을 고민하며 진땀빼던 수습 동기들에게 그 치열함과 꼼꼼함을 배웠습니다. 사적으로는 최대한 수습생들의 편의를 봐주시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다가도 공적으로는 정확하고 단호하게 빈틈을 파고들어 문제를 지적해주시는 변호사님들께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애정과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짧다면 짧을 4주를 뒤로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입장에서 추후에 어떤 태도로 수험에 임할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수습 전의 저는 반수를 하고 다시 신입생으로 돌아가 같은 과목을 배우자니 실제 부족한 실력과 무관하게 번아웃까지 와서 무력한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로스쿨 진학을 결심한 초반의 다짐은 무뎌지고, 수험법학에 필요한 만큼만 배우고 그 이상을 궁금해하지 않겠다는 나태한 마음이 올라오던 시기였는데 시기적절하게 제 배움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엿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특히 공동과제였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를 작성하며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공법 내용을 실제로 익히고, 추후에 기자회견과 재판 방청을 통해 당사자분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이 조금은 벅찼던 것 같습니다.
수습을 시작하는 첫날,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4주가 모두 지난 지금 시간을 되돌려도 같은 결정을 할 것 같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가도 자주 뵙고 계속해서 같은 고민과 감정을 더 깊게 나누고 싶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재차 강조하셨듯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법조인이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희망법, 영원한 나의 등대
김신엽
학부 때 우연한 기회로 희망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희망법에서 송무와 기자회견, 집회와 캠페인 등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인권이 보장되고 포용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시는 모습을 보았고, 그것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공익인권변호사의 꿈을 품고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제게 새로운 진로를 심어준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실무수습에 지원했습니다.
실무수습에 참여하며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희망법 변호사님들의 삶과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공통과제와 선택과제가 현재 실제로 희망법에서 진행 중인 사건으로 구성되어 과제를 수행하며 예비 공익인권변호사로서 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고, 제가 실제 사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4주간의 실무수습 경험을 통해 ‘그동안 공학도의 길을 걸어온 내가 학부 졸업에 이르러서야 법학으로 진로를 변경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을까’ 하는 고민에도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소장 작성 외에도 재판 방청, 기자회견 참여, 외부 회의 참석 등 변호사님께서 진행하시는 일정에 참여할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습니다. 그 외에 수습생마다 배정된 지도변호사님께서 티타임 등을 통해 고민을 들어주시고 세심하게 챙겨주신 것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실무수습을 통해 향후 공익인권변호사가 될 저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로스쿨 지원 당시 했던 다짐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2년 반 로스쿨을 다니며 여러모로 힘든 일도, 고민도 많겠지만, 지난 4주간의 경험을 떠올리며 잘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꺼이 제 삶의 등대가 되어주신 희망법과 희망법 변호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희망법에서의 한 달을 마무리하며
박지희
희망법에서의 4주는 로스쿨에서 배웠던 지식이 실제로 제가 관심을 가져왔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데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동으로 수행한 과제의 사건 당사자를 만나고 재판도 방청하면서,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권리도 보호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장추련 사례회의에서 수십 건의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장애라는 한 분야에서도 민사와 형사를 아울러 매우 다양한 법적 쟁점이 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법학 공부의 모든 내용이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꼭 필요한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학업에 대한 동력을 다시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변호사님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곁에서 바라보면서, 막연하게 느껴지던 제 미래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 다양한 외부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통해서도 민변, 어필, 장추련 등 여러 단체의 분위기를 짧게나마 느끼며, 저의 3년 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4주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희망법과 함께한 하루하루가 새로웠습니다. 처음 서로 어색하게 소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이라는 게 아쉽습니다. 변호사님들 모두 먼저 편안히 대해주시며 다가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희망법의 미래를 응원하며, 앞으로도 희망법과의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2023 희망을만드는법 여름학기 실무수습 후기
송인강
안녕하세요, 2023년 여름학기 희망법에서 공익인권법 실무수습생으로 있었던 송인강입니다.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인권이나 공익인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득 너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인권과 법률에 관해서 너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4주의 단기 기간이지만 관련해서 배워보고 싶어서 희망을만드는법에 실무수습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실무수습생으로 선발되어서 여름학기 4주간 공익인권법 전반에 대해서 여러 이슈들을 경험하고, 공익변호사님들께서 어떻게 업무를 하시는지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시작할때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을 받아가셔서 사실 살짝 당황했는데, 4주간의 실무수습을 마치고 돌아보니 실제 현안에 대해서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고, 법적 공방이 오가는 현안도 있어서 소송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비밀유지서약을 하는것이 필요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님들께서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과제를 하는 중 뿐만 아니라 그냥 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훌륭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업과인권, 소수자인권, 장애인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시는 변호사님들의 강연을 듣고, 민변 및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등 다른 단체들과의 업무 협력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보면서 공익인권변론이라는 과정이 혼자서 논리적으로 완벽한 변론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비슷한 사실관계를 가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전략을 구성하는 등 팀플레이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법적인 준비과정 뿐만 아니라 청소년성소수자들의 인권위 진정 전 기자회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의 기후정의연대 집회 과정에 대한 재판 전 기자회견 등 사회 여론에 호소하는 일들도 해보면서 변호사로서의 직무가 단순히 법적인 공방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공익 인권법 전반에 대해서 여러 업무들을 배우고 체험해본 것이상으로 사회에 ‘희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변호사님들을 보면서 조금은 공익과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희망을 만드는 법’ (놀라지 마세요, 제목이 맞습니다.)
오민아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제게는 ‘로스쿨식 글쓰기’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게 있어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창의성이었고 분명 그렇게 배웠는데, 수험법학은 정해진 형식에 정해진 내용을 끼워맞추기를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문학과에서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글을 부담스러워했던 주제에, 로스쿨에 와서는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글이 싫다니! 모순적이지만, 저는 로스쿨에 입학해서야 ‘내가 자유로운 글쓰기를 좋아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고 국문학과를 그리워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법학이랑 안 맞는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은 당연하고요.
하지만 희망법에서는 무척이나 자유로웠습니다. 제시해야 하는 근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많은 부분이 작성하는 사람의 창의성에 맡겨져 있다고나 할까요? 수험법학이 아니라 실무에서 활용되는 ‘진짜 서면’을 작성했기 때문도 물론 있겠지만, 공익사건의 특성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공익사건의 경우 대부분 선례가 없고, 판례가 있더라도 우리의 주장과 반대되기 일쑤니까요. 그러나 오히려, 그 덕분에 근거 선정이나 논리 구성, 표현 등을 고민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라는 서면의 목적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로’부터 시작해서 힘든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변호사님들께서 ‘이 부분은 지금까지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실제 소송에 반영하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순간의 쾌감(?)이 그 모든 고됨을 상회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26년, 무사히 변호사가 되었다면 그건 분명 희망법 덕분일 겁니다. 공익변호사라는 직종이 제 생각보다도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고, 공익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민헌형 기본법 공부를 지루하더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변호사님들 또한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로스쿨 생활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았으니까요. 희망법에서의 4주는 ‘희망을만드는법’이라는 이름에 정말이지 걸맞는 경험이 아니었나 회상합니다.
멋진 변호사가 되어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