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일부개정령안 (국방부공고제2023-441호)에 대한 의견서
후 속 보 도 자 료
성별불일치 병역판정 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 기자회견
“국방부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존중하라!” ● 일시 : 1월 22일(월) 10:00 ● 장소 : 국방부 앞(전쟁기념관) ● 진행 : 사회 – 심기용(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발언 1.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2. 박기진(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3. 정성광(트랜스해방전선) *기자회견 후 국방부 민원실에 의견서 제출 |
1. 평화와 인권의 인사를 드립니다.
2. 12. 13. 국방부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국방부공고제2023-441호)하였습니다.[1] 그런데 해당 개정령안에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별표3] 102의3. 성별불일치(gender incongruence)’에 대한 기준을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3. 현재는 ‘성별불일치 상태에 있고, 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증상이 있거나 몇 가지의 심각한 증상이 있어 군 복무에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체등급이 5급(전시근로역)으로 판정되는데, 개정령안은 이를 변경하여 ‘6개월 이상의 규칙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5급,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성별불일치 상태에 있어도 4급(보충역)으로 판정한다는 것입니다.
4. 트랜스젠더는 호르몬 치료, 성확정 수술 등 의료적 조치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살아가고 인정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호르몬치료를 기준으로 하는 이번 개정령안은 트랜스젠더의 다양한 삶을 무시하고 이러한 성별정체성에 따라 살아갈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전면 철회되어야 합니다.
5. 이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공동으로 2024. 1. 22.(월) 10시 국방부 앞(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국방부에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6. 의견서와 발언문을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
2024. 1. 22.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참고 1.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병역판정 기준 개정 경과
- 12. ‘성도착증’을 심신장애 평가기준으로 도입
- 1.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의 하위 범주로‘성주체성장애’규정, 경도 3급, 중등도 4급, 고도 5급으로 급수를 구분함
- 10.‘성주체성장애’ 정도 판단에 있어 전반적 기능평가척도(GAF)를 기준으로 추가
- 2. ‘성주체성장애’를 인격장애와는 별도의 항목으로 규정하고 GAF기준을 삭제했으며, 일부 문구를 수정함
- 9. 중등도 단계를 삭제하고 경도 4급, 고도 5급의 2단계로만 급수를 나눔
- 2. ‘성주체성장애’가 ‘성별불일치’로 개정되었고, 경도 기준을 삭제하여, 성별불일치 상태에 있고 6개월 이상의 치료 시 5급 판정만을 하는 것으로 개정
#발언 1.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의견서 요지
- 성별불일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국제질병분류 제11판을 발표하면서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더 이상 정신과적 질병이 아니라 ‘성적 건강과 관련한 하나의 상태’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규정한 용어임, 개인이 경험하는 성별과 출생 시 지정된 성별 사이에 뚜렷하고 지속적인 불일치가 있는 경우에 성별불일치로 진단이 될 수 있음
- 그럼에도 개정령안에 따르면 성별불일치 상태에 있어도 6개월 이상의 규칙적인 이성호르몬치료를 받지 않으면 4급(보충역) 판정을 받음. 이는 트랜스젠더의 성별불일치가 호르몬치료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고,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삶을 반영하지 못함
-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참여자 589명 중 28명(2.8%)가 “과거에는 호르몬치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중단했다”고 답했고, 311명(52.8%)가 “호르몬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함. 그리고 이렇게 호르몬치료를 중단했거나 하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50.9%)’,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6%)’,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32.0%)’라고 답함
- 특히 트랜스젠더의 호르몬치료는 현재 전부 비급여 진료이기 대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음. 그럼에도 국방부가 호르몬치료 여부를 판정기준으로 삼는 것은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무지는 물론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이기도 함
- 4급 판정을 받은 경우 현역이 아닌 보충역으로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함. 그러나 법적으로 남성에게만 병역이 부과되는 현실 속에서, 이는 곧 이미 여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트랜스젠더에게 남성으로서 1년 9개월 간 복무할 것을 요구하는 것임. 또한 복무 후 6년 간은 다른 남성 전역자와 함께 군복을 입고 예비군 훈련도 받아야 함
- 결국 개정령안은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인지되는 트랜스젠더 여성을 남성 대상으로 신체적 기준 및 시설이 설계된 배치, 교육, 복무 환경에 부적절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그러한 차별의 결과 트랜스젠더들은 신체적, 정신적 위험을 겪어야 함
- 외국의 경우 징병제는 아니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호르몬치료나 외과적 수술 없이도 법적인 성별을 변경할 수 있음. 또한 2018년 실질적으로 징병제를 폐지했던 대만의 경우 ‘체위구분표준(體位區分標準)’에서 트랜스젠더가 ‘성심리이상’을 받은 경우에는 심리검사평가서만을 첨부해서 면제가 될 수 있도록 하였음. 이러한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보아도 개정령안은 과도함
- 트랜스젠더가 일상 및 사회생활 전반에서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인정받고 이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헌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임. 그럼에도 호르몬치료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두고 트랜스젠더의 다양한 삶의 반영하지 못하는 이번 개정령안은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차별과 혐오를 강화시킬 수 있음
- 결론적으로 이번 개정령안 중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별표3] 102의 성별불일치(gender incongruence)’는 전면 철회되어야 함
#발언 2. 박기진(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변화에 역행하는 국방부 정책 기조
국방부가 줄곧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정책 기조를 내놓고 있다. 최근 국방부는 <병역신체검사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6개월 이상의 규칙적인 이성 호르몬치료’를 기준으로, 성별 불일치를 겪는 트랜스젠더의 병역판정을 4급 보충역과 5급 전시근로역으로 나누는 방안이 포함된다. 그동안 트랜스 여성에게는 5급(군 면제) 와 7급(재검사) 판정만이 내려져 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판정의 근거를 신설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지않은 트랜스 여성에게 남성으로의 군복무를 요구하는 국방부 입법예고는 시대에 매우 뒤떨어지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병역판정 기준에 ‘호르몬 치료’를 신설하는 것은 판정을 앞둔 트랜스젠더에게 외과적 치료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잘못되었다. 성별 불일치 혹은 불쾌감은 선천적으로 자신의 지정 성별이나 성역할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임상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진단 기준에도 ‘신체적 변화’가 필요하지 않고, 이미 정밀심리검사와 정신걱강의학과적 진단 및 의사소견과 같은 자료로 충분히 군복무의 어려움을 밝힐 수 있는 트랜스 여성에게, 성별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과적 치료를 요구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이다.
실제로 성별 불일치는 2018년에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 목록에서 제외되었고 미국정신의학회에서도 이는 정신장애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트랜스 여성이 성별 불일치만으로 병역판정을 위해 재신체검사를 신청했을 때, 그 자체로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여성이니 군복무가 어렵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자기 의사와 다양한 환경 조건 등을 고려해 호르몬 치료 및 성별 재지정 수술을 결정한다. 특히나 병역판정이 이뤄지는 20대 초중반에 이러한 규칙적인 치료가 가능한 재정적 여유와, 가족적인 지지와 지원, 그리고 신체 변화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모두 마련되어 있고 이를 전부 감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트랜스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병역 문제는 높고 길게 둘러쳐진 철조망과도 같다. 넘자니 남성중심적인 군대에서 적응하지 못해 찔리고 다칠 것이 두렵고, 피해가자니 준비하고 감내해야할 변화들이 두렵다. 건강하게 전역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고, 이렇게 쫒기듯이 나를 바꿨을 때의 그것이 진짜 내 모습일지도 그려지지 않는다.
군복무는 한국 청년에게 있어 병역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언제나 한번쯤 고민해보는 문제이다. 그러나 주변의 트랜스 여성 친구와 동료들을 봤을 때 그들이 사회에서 항상 요구받는 ‘증명’의 문제와 고민은, 군문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빠르게 털어버릴 수 있을만한 속성의 것들이 아니다. 국방부가 더 이상 미숙한 판단으로 성소수자 청년의 삶을 더 보채거나 여기서 당장 증명하라고 윽박지르지 않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과거와 미래의 자신을 모두 걸어야하는 중대한 결정이다.
법 개정으로 인해 변화할 국민의 삶과 그들이 처할 입장을 다 담지 못하는 입법은 당연히 ‘개악’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 우리는 국방부의 <병역신체검사규칙> 개악 시도를 규탄하고 나아가 병역 판정과 군복무 전반에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병역신체검사규칙 개악 규탄한다!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하라!
#발언 3. 정성광(트랜스해방전선)
안녕하세요 트랜스해방전선 활동가 정성광입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 등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무지를 또 다시 스스로 드러냈습니다. 군 내에 이미 존재하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더 보장하는 방향이나, 군 내 성차별적 문화와 제도, 환경 등을 개선하는 방향이 아닌 오히려 차별적 문화는 무시한 채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개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생각하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묻습니다. 단순히 6개월 이상 호르몬 치료를 기준으로 국방부 마음대로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 재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생각하는 기준에 알아서 개인이 맞추라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의 권리와, 의료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호르몬 치료를 받아와야지만 트랜스젠더로 인정해주겠다는 말입니다.
트랜스젠더는 태어났을 때 강제로 규정된 법적 지정 성별과 본인의 성별을 다른 방향으로 바로보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개인이 경험하는 성별과 출생 시 지정된 성별 사이에서 불일치가 있을 때 우리는 질병으로서가 아닌, 그 상태 자체를 성별 불일치 상태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사람은 스스로의 권리로서,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고, 그리고 원치 않을 때는 의료행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도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외과적 수술, 호르몬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참여자 589명 중 28명(2.8%)가 “과거에는 호르몬치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중단했다”고 답했고, 311명(52.8%)가 “호르몬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호르몬치료를 중단했거나 하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50.9%)’,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6%)’,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32.0%)’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편협하고 딱딱한 사고는 트랜스젠더들에게 의료행위를 강요합니다. 심지어 호르몬 치료를 일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큰 격차가 있고, 광역 도시와 기초지자체 간에도 큰 격차가 있습니다. 점점 이러한 의료 환경이 개선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이 호르몬 치료를 포함한 대부분의 트랜지션 의료적 조치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란 점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교육과 노동, 의료 등 삶에서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할 대부분의 영역에서 단지 성별이분법에 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차별이 산적해 있습니다.
군의 남성 중심적, 비성소수자 중심적 환경과 제도,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러한 개정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시설이 남성만을 고려한 기준에 맞추어져 있고, 군 내 성폭력 문제들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군인을 형사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 6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며, 실제 이 법을 근거로 대대적으로 성소수자를 색출하여 처벌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지만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이 법을 근거로 기소유예를 처분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에 묻습니다. 군은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작위적으로 판단하여 호르몬 치료 만을 근거로 이 사람이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 골라 본인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단순히 결점 있는 남성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국방부가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따라서 트랜스해방전선은 위 개정안에 반대하며 또 다시 요구합니다. 군은 트랜스젠더의 삶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군을 어떻게 평등하게 바꿀 수 있을지, 어떻게 더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십시오.
곧 고 변희수 하사의 기일이 다가옵니다.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로 평등하고 당당하게 살고자 했던 이를 기억하며, 군의 변화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