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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여자보다도 더 예쁜
남자(?)연예인이 텔레비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방송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인물에 대해 집중적인 조명을 하게된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아니 오히려 애써 무시당한, 그와 같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전 보단 좀 관대해진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다보니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게 된 것 역시 이들에 대한 관대한 시선을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 주체성 장애가 뭔지,
또 트랜스젠더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단순히 동성애자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즉 여자 같은 게이, 남자 같은 레즈비언을 성주체성 장애를 가진 사람 즉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도 하고 동성애자의 극단적인 모습이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풀어나갈 글을 통해 이런
오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이 글을 쓴 보람이 있겠다.
먼저 성 주체성 장애에 대해 얘기를 하려면 몇 가지 용어에 대해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인가 또는 여성인가 하는 개념은 흔히 성기 같은 신체적 내지 생리적 특징으로 결정되는데
이는 성(sex)이라고 한다. 그리고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이란 한 개인이 “나는
남자다” 혹은 “나는 여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내적인 느낌을 반영하는 심리적인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 성적 정체성과 사회적으로 자신의 성에 적합한 행동을 하는 성역할(gender
role)은 대개 일치해서 남자는 남자처럼 행동하고 여자는 여자처럼 행동하여 세상이 그들을 남자
또는 여자로 여기게 한다. 그런데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심리적 성적 정체성이 달라서 생물학적 성과
반대되는 성적 주체성에 따른 성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성 정체성 장애인 것이다.
한편 성적지남(sexual orientation)이란 개념은 성욕이 발동하는 대상이 어느 쪽인가
하는 것으로 동성애(homosexual) 또는 이성애(heterosexual)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성적 대상이나 성적 환상에 있어 동성 또는 이성을 택하거나 양쪽을 다 택하기도 한다. 여기서
성 주체성 장애는 동성애자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성애자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맞는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욕이 발동하는 대상이 동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이미 동성애는 병적인 것이 아니라 다만 개인의 성적 호기심에 따른 선호의 차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 본격적으로 성 주체성 장애에 대해 알아보자.
정신과 영역에서의 진단은 DSM-IV 라는 진단체계를 따른다. 여기에 따른 진단기준을 살펴보면,
A 강하고 지속적인 반대 성과의 성적 동일시
(반대 성이 된다면 얻게 될 문화적 이득을 단순히 갈망하는 정도여서는 안 된다)
소아의 경우 다음 사항 중 4가지 이상의 양상이 드러난다.
·반복적으로 반대 성이 되기를 소망한다.
·소년은 옷 바꿔 입기 또는 여성 복장 흉내내기를 좋아한다. 소녀는 오로지 인습적인 남성 복장만을
고집한다.
·놀이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반대 성 역할에 대한 선호, 혹은 반대 성이라고 믿는 지속적인 환상
·반대 성의 인습적인 놀이와 오락에 참여하기를 간절히 원함
·반대 성의 놀이 친구에 대한 강한 편애
청소년과 성인에서 이 장애는 반대 성이 되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 빈번히 반대 성으로 행세, 반대
성으로 살거나 취급받고자 하는 소망, 그리고 반대 성의 전형적인 느낌과 반응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확신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B 자신의 성에 대한 지속적인 불쾌감 또는 자신의 성 역할에 대한 부적절한 느낌
소아의 경우 이 장애는 다음 중 어떤 양상으로 드러난다.
소년의 경우 자신의 음경 혹은 고환을 혐오하거나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 음경을 가지지 않은
것이 더 낫다는 주장, 난폭하고 거친 놀이에 대한 혐오, 전형적인 소년 전용의 장난감, 오락, 활동을
거부함, 소녀의 경우 앉은 자세에서 소변 보기를 거부, 음경이 있다고 혹은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
유방이 커지고, 월경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 일상적인 여성 복장에 대한 강한 혐오감.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 이 장애는 제1차 성징과 2차 성징을 없애려는 집착 (예: 반대 성을 자극할
목적으로 신체적으로 성적 특징을 변화시키고자 호르몬, 외과적 수술, 혹은 기타의 치료법을 요구),
또는 잘못된 성으로 태어났다고 믿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C 이 장애가 신체적 양성(중성 혹은 간성)상태에 동반되지
않는다.
D 이 장애가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사회적, 직업적,
혹은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심한 장애를 일으킨다.
이런 진단기준 A, B, C, D를 모두 충족시킬 경우 성 주체성 장애라고 진단 붙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성 주체성 장애는 성 전환 소망, 성적 관심 그리고 성적 행동의 정도와 범위에 따라
전형적인 성 역할 행동을 따르지 않는 경우와 구별되어야 한다. 이 장애는 전형적인 성 역할 행동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소아의 행동, 예를 들면 소녀의 ‘말괄량이 행동’, 소년의 ‘계집애 같은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장애는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대한 지각에 있어서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나타내고, 단순히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에 대한 사회 문화적인 통념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성
주체성 장애라고 진단해서는 안된다.
그럼 이런 장애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성호르몬 등 생물학적 원인을 먼저 들 수 있으나 아직 논란이 많으며, 정신 사회적인 원인으로는
우선 양육시 어떤 성(性)으로 자라는가이다. 어린이의 기질, 부모의 태도, 기타 대인관계 등에 의해
주체성이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도록 양육된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는 남자아이의 놀이 (전쟁놀이)를 하게 하고 여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놀이 (인형과 집)를
하게 하는 것 등이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큰데, 출생 후 두 돌까지의 아동-어머니 사이의 관계가
아동의 성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 동안 어머니는 아동이 자신이 어떤 성에
속하는지를 가르치고 자신의 성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 정신의학에선 이런 부모의 양육태도, 사회적인
요소,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애를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런 개인들은 반대 성의 구성원으로 살기를 원하고 집착하기에 반대 성의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대 성의 옷을 즐겨 입으며, 심지어 자신의 생식기를 떼어 버리거나 다른 2차 성징들을
제거하기를 바란다. 남성은 에스트로겐을 복용하여 유방과 여성적인 몸매를 만들려고 한다. 남성적인
털을 제거하기 위하여 전기 융해술을 시술받기도 하며, 그들의 고환과 성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수술을
받고, 인공적인 질을 만들기도 한다. 여성은 그들의 유방을 붕대로 감거나 수술로서 제거하기도 하고,
자궁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여 근육을 키우고 목소리를 가라앉게
만들며, 인공적인 음경을 만드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장애를 가진 개인들의 고통이나 기능 장애는 일반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소아
초기에는 자신에게 부여된 성에 대한 불행감으로 나타나서 분리 불안, 우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소아 후기에는 나이에 적절한 동성 또래와의 관계 및 사회적 기술의 실패로 인해 고립과 고통을 겪게되고,
어떤 소아는 이미 결정된 성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한다는 고통과 압력으로 인해 학교 가기를 거절한다.
사춘기와 성인기에서는 반대의 성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대인관계나 학교나 직장에서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여 유흥업소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또 양쪽 부모나 한쪽 부모와의
관계 역시 심각하게 손상되는 경우가 흔하여 일상적인 가족관계가 붕괴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직업,
사회적 기능 장애, 그리고 고립과 배척 등으로 인해 불안, 우울증은 흔히 동반되며 심지어 자살하려는
생각 및 자살 기도의 위험성 역시 높다고 하겠다.
이런
성 주체성 장애의 치료는 복잡하고 완치율이 낮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정신치료는 동반된 우울, 불안 증세를 경감시키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소아들에게는 자신의 성에 적합한 행동을 놀이치료를 통해 배우게 하거나 행동수정기법을 주로 이용한다.
또한 부모 상담도 중요한데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성전환 증세를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다루어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남아에게 여아 같은 옷을 입히거나 머리를 길게 기르게
하는 등의 부모의 행동을 깨닫게 해야 한다. 청소년기 환자들은 청소년 특유의 자아정체성 혼란을 보여
몹시 치료하기 힘들며 우울증이나 자살시도 등이 다른 나이에 비해 더 높다고 하겠다. 성인환자는 생각을
변화시키기는 어렵고 오히려 증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초점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특히
성전환 수술에 대한 환자의 동기를 탐색하고 수술이 적용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성전환 수술의 적용이 되는 대상은 첫째, 반대의 성으로 바뀐 상태에서 적어도 3개월에서 1년
이상 만족스럽게 지내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실생활을 접하다보면 오히려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반드시 호르몬 치료를 먼저 받아보아야 한다. 많은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에
의해 체형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수술하기를
원할 경우에만 성 전환술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수술 후 예후는 70-80%에서 만족스럽다는 보고가 있다. 정신적 장애가 동반된 경우 예후가 나쁘면
수술받은 환자의 약 2%에서 자살이 보고된다.
지금까지 성 주체성 장애와 트랜스젠더들의 일반적인 모습들을 일부분이지만 살펴보았다. 너무 학문적인
면만 강조한 것 같아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이 글을 통해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 역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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