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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담력》(6)
  주체108(2019)년 출판

  헌데 일은 희한하게 뒤집혀졌습니다.
  비상음까지 《앵》내면서 쑥 앞서나가던 《제왕》의 배는 그만에야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귀환점으로 떠있는 목선옆을 지나 어방없이 더 멀리 앞으로 쑥 미끄러져나갔던것입니다.
  적당한 거리를 잡아 예견성있게 속도를 죽이셨던 원수님께서는 침착하게 빨간 기발이 유난한 목선옆으로 바싹 붙으며 귀환점을 돌았습니다.
  《야!》
  뭍의 사람들이 일시에 두팔을 버쩍 쳐들면서 탄성을 올렸습니다.
  정말이지 예상을 펄쩍 뒤집는 일이였습니다.
  철민아저씨는 목이 너무 메여올라 환성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비로소 원수님께서 왜 얼마든지 따라앞설수 있었지만 《제왕》의 배를 바싹 따르기만 했던지, 귀환점이 가까와지자 왜 갑자기 속도를 죽였던지 그 예지로운 전술을 알아차렸던것입니다.
  귀환점을 아주 쉽게 돌아서신 원수님께서는 드디여 《조선》호를 제꺽 직선주로에 태우면서 높은 속도를 내시였습니다.
  빨간 기발의 목선에서 어방없이 멀리 벗어져나갔던 《제왕》은 그때에야 어차피 큰 원을 지으며 자기의 귀환점을 돌았습니다. 그가 귀환점을 돌았을 때는 원수님의 배는 이미 1차경기때처럼 경기구간의 절반계선을 훨씬 넘어서고있었습니다.
  아무리 날고 뛰는 재간을 부려도 《제왕》이 원수님께서 타신 배를 따를수 없다는것은 명백했습니다.
  《야!》
  《잘한다!》
  《잘해!》
  아찔했던 사람들은 물밀듯이 더 와와 환성을 올리며 물가로 마중나왔습니다.
  옷을 입은채로 바다물에 풍덩 뛰여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잘한다, 조선!》
  《이겼다, 조선!》
  《빨리빨리, 조선!》
  온 바다, 온 산천이 일떠서며 환호하는것 같았습니다.
  《조선! 조선!》
  《잘한다, 조선!》
  《이겼다, 조선!》
  《제왕》은 절반선에 채 닿지도 못한채 속도를 죽이고말았습니다.
  손맥이 풀릴대로 풀려 가까스로 출발선에 들어서기는 했으나 배에서 내리지도 못했습니다.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뭍에 올라서시였던 원수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파운틴》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미시였습니다.
  《제왕》은 그이의 손을 인차 잡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한참 있다가야 정신이 든듯 펄쩍 일어나 그이의 손을 잡고 뭍으로 뛰여올랐습니다.
  항복이라도 하듯 두손을 펴들며 탄복을 터쳤습니다.
  《졌습니다. 내가 졌습니다. 인정합니다!》
  우월감과 자존심이 높은만큼 그에 못지 않게 솔직하기도 한 사람이였습니다.
  무엇인가 더 깊이 생각하는 모양 고개를 숙이고있다가 다시 버쩍 들며 웨치기라도 하듯이 이었습니다.
  《나 정말 놀랐습니다. 솔직히 나 어제 경기 제기해올 때부터 놀랐습니다.
  담력!… 옳습니다. 그 담력 놀랍습니다. 오늘경기 더 놀랍습니다. 지략에 내가 졌습니다. 인정합니다. 이겁니다!》
  《제왕》은 돌연 엄지손가락을 내흔들며 더 큰소리로 웨쳤습니다.
  《대단합니다. 최고!… 제일입니다!》
  말이 모자라 안타까운듯 사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원수님께서 겸손하면서도 친절하게 말씀하시였습니다.
  《세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누구나 바다를 사랑하며 어려서부터 바다에 나와 몸과 마음을 단련합니다. 바다뿐아니라 산과 강… 자기가 태여난 고향마을을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목숨도 서슴없이 바칩니다.
  선생이 담력과 지략에 대해 말했는데 우리의 그 담력과 지략도 그 불같은 사랑과 제 나라, 제 민족을 위한 책임감에서 생긴다고 할수 있습니다. 오늘 배타는 기술도 배웠고 경험도 더 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아!》
  《제왕》은 진심으로 손을 내저었습니다.
  어디선가 갈매기떼가 하늘을 덮으며 날아들었습니다.
  바다는 언제였던가싶게 잔잔해졌습니다. 수평선우에서는 만선기를 날리며 돌아오는 배고동소리가 붕붕 울립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해수욕장에서는 오늘도 사람들이 꽃바다를 펼쳤고 활력넘치는 원산항에서는 왁새기중기며 탑식기중기들이 긴팔을 부지런히 휘젓고있었습니다.
  《제왕》이 무슨 말을 했던지 원수님께서 소리를 내여 웃으시였습니다.
  《제왕》도 기분이 무척 좋아진 모양 또 엄지손가락을 펴서 내흔들다가 허리를 굽히며 원수님앞에 두손을 내밀었습니다.
  원수님께서도 그의 두손을 쾌활하게 마주잡아 흔드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