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담력》(3)
주체108(2019)년 출판될수록 소문을 내지 않기로 했지만 어떻게들 알았는지 경기장소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태반은 배무이기업소 로동자들이였습니다.
경기장소와 구간, 경기방법, 경기용배에 이르기까지 이미 다 약속이 되여있었던지라 출발선에는 두척의 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떠있었습니다.
푸른색과 흰색으로 물결문양을 새긴 우에 《파운틴》이라는 글자를 두드러지게 새겨넣은 《제왕》의 배가 유난했습니다.
해볕은 어제와 다름없이 자글거렸지만 바다물결은 높았습니다. 사납다고까지는 할수 없지만 물결높이가 가까운 바다에서는 1m, 먼바다에서는 1.5~2m라고 했습니다. 어제저녁에도 오늘 아침에도 날씨를 알아보던 철민아저씨는 실망한 소리를 냈습니다. 바다가 야속스러웠습니다. 야속스러운 그 바다가 흰갈기를 날리며 점점 더 높아지는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습니다.
단풍잎모양의 푸른 무늬가 얼룩얼룩한 체육복을 입고 푸른색체육모를 쓴 《제왕》이 으시대는 걸음으로 나타났던것입니다. 팔굽과 허리를 굽혔다폈다하며 준비운동을 했습니다. 힘자랑을 하는것입니다.
이어 술렁거리던 주위가 조용해졌습니다. 눈에 뜨이게 하얀 체육복에 역시 하얀 해가림모를 쓰신
모여온 사람들도 답례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인민의 지지를 받으면 백번 승리한다고 하신
《제왕》은 자기의 배는 시속 200㎞이상으로서 최상의 기술로 완비된것이라고 으시댔습니다. 위압적이기도 했습니다.
《제왕》은 두팔을 쩍 펴며 어깨를 으쓱하고나서 정말 경기를 하자는가, 정 경기를 하려면 직선주로로나 한번 달려보는것이 어떤가고 하였습니다. 어이가 없다고 으시대는 태도이면서 한편 배가 귀환점을 도는 순간 예측할수 없는 사고라도 내면 어쩌겠는가 하는 우려와 일종의 아량이기도 했습니다.
《제왕》의 그 거만성을 기어이 꺾어놓아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말씀만은 나직이 침착하게 하셨습니다.
《직선주로에서는 배의 성능이나 판정할수 있습니다. 진짜 경기라고는 할수 없습니다. 약속대로 저 귀환점을 돌아오는것으로 합시다.》
《제왕》은 또 두팔을 쩍 펴면서 입을 벌렸습니다. 희멀겋던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저희 나라 말로 《좋습니다!》 하더니 오리주둥이처럼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기분상하는 일을 당했을 때 도전적으로 짓군 하던 버릇이였습니다.
삐죽하게 내밀었던 입술을 다시 오무리면서 꾹 다물더니 씽하고 제먼저 배에 뛰여올랐습니다.
주위는 숨죽인듯이 조용해졌습니다.
두손을 마주잡은 철민아저씨가 두세걸음 앞으로 나섰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만 못지 않게 긴장한 표정들이였습니다.
순간
《안되지, 안돼!》
어제부터 몇번이나 외우군 하셨던 말씀을 다시 반복하셨습니다.
서슴없이 하얀 배에 성큼 오르셨습니다.
《제왕》이 한손을 척 들어보였습니다.
《제왕》을 한번 살펴보시였습니다. 그도
시선이 마주치자 또 어깨를 으쓱 추스르며 히쭉 웃었습니다.
《땅!》
신호총소리가 울렸습니다.
처음 얼마간 두 배는 서로 앞서지 않고 나란히 미끄러져나갔습니다.
출발선이 퍼그나 멀어져 사람들의 설레임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왕》과 나란히 달리던
첫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