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버지의 수표》 (6)
주체108(2019)년 출판
진영이가 아버지원수님께 일기글을 보여드리고싶다고 미송이에게 말한 그날 미송이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정말 이제라도 아버지원수님께서 우리 학원에 오시면?…)
그때면 10점 맞은 학습장이랑 제일먼저 아버지원수님께 보여드리고싶었는데 곱지 못한 글씨를 보여드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쳤던것입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버지원수님께 기쁨드릴 자랑을 가지고 수표해달라고 말씀올려야 한다고 진영이에게 퉁을 주었지만 자기도 별로 자랑할만 한 일이 없지 않는가.
그날부터 미송이는 방학기간에 이악스럽게 글씨련습을 했습니다. 남들이 방학숙제를 끝내고 재미난 놀이를 할 때에도 교실에 앉아 착실히 글씨련습을 하군 하였습니다.
미송이의 달라진 행동을 보고 선생님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미송이는 진영이와 함께 미술가아저씨를 만났을 때의 일이며 자기의 속생각을 선생님에게 다 이야기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감동에 젖어 미송이를 꼭 껴안았습니다.
《정말 기특해요. 미송인 꼭 제일 고운 글씨를 쓰게 될거예요. 원수님께 기쁨드릴 글씨를 말이예요.》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신 원수님께서는 정겨운 시선으로 미송이를 바라보시였습니다.
《그러니 미송인 나에게 보여주겠다고 글씨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용타.》
원수님께서는 미송이의 등을 또다시 두드려주시였습니다.
(야‐ 난 미송이의 마음도 모르구…)
진영이는 공연히 미송이에게 엇드레질한 자기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아껴오던 멋진 수지연필을 미송이에게 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진영이를 바라보시였습니다.
《진영이도 방학기간에 공부를 많이 했겠지?》
원수님께서 오시면 제일먼저 자기의 자랑을 말씀드리겠다고 마음먹은 진영이였지만 방금 당한 부끄러운 마음에 선뜻 입이 열려지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진영학생은 방학숙제도 꼭꼭 하고 일기글도 제일 잘 쓰군 합니다. 얼마전에 진영학생이 쓴 일기글이 잡지에 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수업할 때 보니 답도 잘 찾던데 진영이한테도 자랑이야기가 많구만.》
원수님께서는 진영이를 대견하게 바라보시였습니다.
《그럼 진영이 일기장을 좀 볼가?》
진영이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교탁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방학동안의 일기들을 검열하느라 선생님이 일기장들을 다 모아가지고있었던것입니다. 선생님이 교탁우에 있던 일기장을 원수님께 가져다드리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일기장을 한장한장 넘기시였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진영이의 재미났던 방학의 나날을 엿보신듯 미소를 지으기도 하시고 어떤 곳에서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시는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기도 하시였습니다. 매일 일기마다 새겨진 선생님의 수표를 보시고는 일기쓰기지도를 잘한다고 치하도 해주시였습니다.
그러시던 원수님께서는 일기장을 번지지 못하시고 심중하신 눈길로 들여다보시였습니다.
그 일기에는 선생님의 수표가 없었던것입니다.
(왜 그러실가?)
진영이는 가슴이 조여들었습니다.
간부선생님도 원장선생님도 긴장해졌습니다.
《부부장동무도 이 일기장을 읽어보시오.》
원수님께서는 일기장을 간부선생님에게 넘겨주시였습니다.
간부선생님의 눈앞으로 민들레학습장에 또박또박 박아쓴 글자들이 안겨들었습니다.
《1월 ×일 날씨 개임
오늘 학원건설장에 갔다가 미술가아저씨와 아들이 전화하는 말을 들었다. 나와 같은 소학교생인 그 애는 아버지가 집에 꼭 들어와 일기장에 수표를 해달라고 했다. 그 애는 일기에 로라스케트경기에서 1등 한 자랑도 썼다고 한다.
아버지의 수표!
처음 듣는 말이다. 그 수표는 부모들이 자식들의 학습과 생활을 돌봐주는 수표라고 한다.
나도 그런 수표를 받아볼수 없을가?…》
간부선생님은 다음일기를 펼쳤습니다.
《1월 ×일 날씨 개임
오늘 선생님이 동무들앞에서 <아동문학> 잡지에 나의 일기글이 실린 소식을 알려주었다. 선생님과 동무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었다. 내가 쓴 일기글이 이렇게 잡지에 나올줄은 몰랐다. 난생처음 내가 쓴 글이 고운 글자로 찍혀진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글의 내용도 새로와보였다.
오늘따라 아버지원수님을 만나뵙고싶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나를 한품에 안아 뽀뽀도 해주신 원수님!
이 일기글을 아버지원수님께 보여드릴수 없을가. 그러면 원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가!…》
간부선생님은 가슴이 후더워올랐습니다.
원수님께서는 흥분을 누를길 없으시여 잠시 창밖을 바라보시였습니다.
자신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하루하루 자랑으로 수놓아온 진영이의 기특한 마음!
원수님께서는 몰라보게 자라는 진영이의 마음속 키를 보게 된것이 더없이 기쁘시였습니다.
언제인가 한 항일투사선생님에게서 전해들은 가슴뜨거운 이야기가 떠오르시였습니다.
전화의 나날 어리신 장군님께서는 멀리 전선에 계시는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리시려고 몸소 쓰신 일기를 보내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 쓰신 그 일기들에는 조선을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있는 자랑찬 소식들이 담겨져있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최고사령부작전대우에서 승리를 앞당기실 작전을 구상하시다가도 쉴참이면 작전탁우에 놓인 일기장에서 몰라보게 성장한 아드님의 모습을 보시며 새힘을 얻군 하시였습니다.
자식의 성장하는 모습! 그것은 아버지에게 기쁨이였고 힘이였습니다.
그러나 진영이의 일기장을 보신 원수님의 마음속에는 기쁨만 자리잡은것이 아니였습니다. 어느 한 일기에 있는 선생님의 수표가 없는 공백이 마음에 걸리시였기때문이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그 사연을 더 묻지 않으시였습니다.
일기장에서 아버지의 수표를 바라는 진영이의 마음을 헤아려보시였기때문이였습니다.
문득 어린시절의 못 잊을 추억이 떠오르시였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여러가지 악기들을 능숙하게 다루신 원수님께서는 음들을 환하게 익히시고 악보집도 특색있게 만드시였습니다.
어느날 심혈을 기울이시여 새 악보를 만드신 원수님께서는 현지지도를 떠나신 아버님께 보여드리시려고 밤깊도록 기다리시였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깨여나신 원수님께서는 머리맡에 놓여있는 악보를 보시고 가슴이 뭉클해지시였습니다.
아버님께서 악보를 보아주시고 써주신 수표가 새겨져있었던것입니다.
새벽녘에 잠시 들어오시였던 아버님께서 또다시 이른새벽 머나먼 현지지도의 길을 떠나시며 남기신 수표였습니다.
아버님을 기다리다 단잠에 드신 어리신 원수님을 깨우실수 없으시여 사랑을 담아, 축복을 담아 써주신 수표!
악보집을 보아주신 아버님께서 못내 기뻐하시였다는 소식을 들으신 원수님의 마음은 기쁘고 기쁘시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더 많은 재능을 키워 조국의 앞날을 떠메고나갈 주인이 되라고 써주신 그 수표를 가슴에 새기시고 그후에도 아버님께 기쁨드릴 새 악보들을 만드시였습니다.
그 나날속에 원수님의 음악적재능은 전문가이상의 비상한 수준에 이르게 되였습니다.
아버지의 수표!
정녕 여기에는 자식은 아버지에게 기쁨을 주고 아버지는 자식에게 힘을 주며 성장을 떠밀어주는 혈육의 정이 담겨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