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버지의 수표》 (4)
주체108(2019)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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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작은 바늘들을 뿌려놓은듯이 얼굴을 콕콕 찔러대는 맵짠 날씨였습니다.
밖에서는 찬바람이 윙윙 소리를 치며 불어댔지만 아침해빛은 쨍쨍 눈부신 빛을 뿌리고있었습니다.
집무실에서 인민생활과 관련하여 긴급하게 올라온 문건들을 보시던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시고 한 일군을 찾으시였습니다.
잠시후 그 일군이 옆에 문건을 끼고 방에 들어섰습니다. 그 일군은 며칠전에 경애하는 원수님을 모시고 지방현지지도에 함께 나갔던 간부선생님이였습니다.
《협의회준비가 다 되였습니까?》
오늘 오전에 하게 되여있는 교육부문협의회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시였습니다. 그 회의에서는 교육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와 초등, 중등교육의 본보기를 정하는 문제도 토의하게 되여있었습니다.
《예. 그런데 본보기학교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론의가 좀 있었습니다.》
간부선생님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학교들을 본보기로 정할데 대한 의견이 제기된 내용을 말씀올렸습니다.
《이름난 학교란 말이지요?》
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뇌이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습니다.
정작 이 문제를 토론하시자고보니 평양초등학원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시였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이제 나와 함께 평양초등학원에 갔다와서 토론하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아도 원아들이 오늘 새 집에서 첫 수업을 한다는 보고를 받고 꼭 가보고싶었는데 오늘은 품을 놓고 학원에 나가봅시다. 오전에 하게 되여있는 협의회는 오후로 좀 미루어야 하겠습니다.》
간부선생님은 며칠전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초등학원을 지나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하신 말씀을 잊지 않으시고 바쁘신 속에서도 원아들을 그리시는 원수님을 우러르며 숙연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잠시후 원수님께서 타신 승용차는 시내를 벗어나 교외에 자리잡은 평양초등학원에 이르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마중나온 학원책임일군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시고나서 학원정경을 바라보시였습니다.
한창 수업중인듯 번쩍거리는 학원창문가로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가 랑랑히 울려나왔습니다. 그 글소리를 싣고 찬바람이 원수님의 까만 외투자락에 어리광치듯 감겨돌았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축구공들이 해바라기꽃송이에 받들려 줄지어 늘어선 담장들이며 주단처럼 펼쳐진 인공잔디운동장, 그 주위에 줄지어 서있는 수많은 운동기재들, 놀이기재들과 파란색단장을 한 새 교사를 둘러보시며 현관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였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시자 현관중심에 학생소년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해빛같은 미소를 보내시는 위대한 수령님들의 영상이 한눈에 안겨왔습니다.
《평양초등학원에 오니 부모없는 아이들을 위해 늘 마음 쓰시던 위대한 수령님들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이렇게 희한하게 건설된 평양초등학원을 수령님들께서 보시였다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뜨겁게 말씀하시는 원수님의 가슴은 수령님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여 뭉클 젖어드시였습니다. 전화의 날 최고사령부작전대곁에서 부모잃은 전재고아의 친아버지가 되여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한없이 뜨거운 인정의 세계와 고난의 행군, 강행군시기에도 원아들의 영양공급을 위해 늘 마음쓰시며 콩단물과 영양식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해주도록 온갖 조치들을 취해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자애로운 사랑이 뜨겁게 어리여 안겨왔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알른알른한 교사복도로 들어서시였습니다. 별모양의 천정등에서는 황홀하고 아름다운 불빛이 꿈나라에서 비쳐오는듯 흘러내렸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복도벽이며 계단 어디라 할것없이 펼쳐진 학생들의 지식에 도움을 주는 여러가지 동심적인 직관물들을 이윽토록 바라보시였습니다. 이어 전자도서열람실과 음악 및 춤보급실, 도서관대출실을 거쳐 자연실과 콤퓨터망관리실을 돌아보신 원수님께서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시였습니다.
《내가 이미 초등학원설계안을 보아줄 때 평양초등학원을 최상의 수준으로 꾸리도록 강조하였는데 설계의 요구대로 시공도 잘하고 건물안을 과학성과 생동성이 잘 보장되게 꾸렸습니다. 이만하면 웬만한 대학보다 낫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벽체를 꽉 채운 직관물을 바라보시고나서 말씀을 계속 하시였습니다.
《평양초등학원을 돌아보니 마치 동화세계에 들어갔다나온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보시는듯 원수님의 존안에는 환하신 웃음이 어리였습니다.
원수님께서 기숙사와 식당까지 다 돌아보시였을 때에는 시간이 퍼그나 흘러 점심시간을 가까이하고있었습니다.
원수님께서는 간부선생님과 학원책임일군들을 둘러보시였습니다.
《자, 이젠 다같이 원아들의 수업을 참관합시다. 그런데 지금 수업중인데 우리 조용히 들어갑시다.》
원수님께서는 《2학년 1반》학급명판이 달린 교실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시였습니다.
간부선생님은 시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얼굴에는 초조한 빛이 어렸습니다. 어제밤도 쌓인 문건을 보시느라 밤을 새우신 원수님께서 짬시간의 휴식도 없이 또 오후에 중요한 협의회를 지도하셔야 했기때문이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간부선생님의 심정을 헤아리신듯 흔연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시였습니다.
《부부장동무, 아직 조급해할건 없습니다. 내가 오늘 학원에 와서 중요하게 봐야 할 일은 이제부터입니다.》
《?…》
간부선생님은 원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다 헤아릴수 없었습니다. 원수님께서 학원을 돌아보신 시간도 적지 않으신데 아직도 바쳐야 할 시간이 많다고 하시니 쉬셔야 할 시간이 너무도 없어 안타깝기만 하였던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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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같은 새 집에서 첫 수업을 하는 진영이네 교실에는 류다른 기분이 흐르고있었습니다.
진풀색칠판에 《제18과 글씨를 바르게 쓰자요》라고 큼직하게 씌여진 제목을 바라보던 진영이는 미송이의 학습장에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 애의 찌글찌글한 글씨가 생각났던것입니다.
버들잎처럼 생긴 두눈이 갑자기 포도알처럼 동그래졌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글쎄 미송이가 학습장에 쓴 제목글이 척 멋쟁이모양을 하고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두눈을 깜박이며 다시 보아도 찌글찌글한 글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영이가 멍해서 쳐다보는데 무엇인가 팔굽을 쿡 찔렀습니다.
돌아보니 옆에 앉은 미송이가 새침해서 가운데손가락을 엄지손가락에 걸은 손가락총모양을 해보였습니다. 이제 수업이 끝나면 그 손가락총맛을 보라는 뜻이였습니다. 정말 수업시간만 아니라면 그 손가락총이 당장 진영이의 이마를 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으니까요.
진영이는 입을 항 벌렸습니다.
무슨 일이나 큼직큼직한것을 하기 좋아하는 남자번지개 미송이가 어떻게 꽃잎같은 글씨를 쓰게 되였는지 정말 모를 일이였습니다.
이때였습니다.
뒤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서는것을 느낀 진영이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순간 진영이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글쎄 아버지원수님께서 교실뒤로 들어서신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버지원수님을 부르며 달려가려던 진영이는 그 자리에 굳어졌습니다.
원수님께서 일어서는 아이들에게 앉으라고 손을 들어보이시였기때문이였습니다.
자나깨나 그리던 아버지원수님께서 원아들의 수업이 귀중하시여 너무나도 조용히 이렇게 들어서실줄은 몰랐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인사를 올리는 선생님에게 수업을 계속하라고 이르시였습니다.
그러시고는 은근한 분홍색과 흰색으로 단장된 벽이며 빛이 직접 들어오지 못하게 차광막을 친 창문들과 전자칠판곁에 있는 고성기며 투영기, 전자지시봉, 전자풍금들을 둘러보시였습니다.
현대적인 수업설비들로 그쯘하게 갖추어진 교실은 그 어떤 수업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진행할수 있는 훌륭한 교실이였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수업을 계속하겠습니다. 그럼 글씨를 바로 쓰자면 어떻게 써야 합니까?》
선생님은 전자지시봉을 전자칠판에 있는 앵두알만 한 단추에 가져다댔습니다. 그러자 전자칠판에 울긋불긋 여러가지 색갈의 고무풍선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풍선들마다에는 단어들이 명찰표처럼 하나씩 새겨져있었습니다.
《이 지시봉으로 물음에 알맞는 단어를 짚으면 맞춘 풍선은 우로 올라가고 틀린 풍선은 올라가지 못하게 됩니다. 누가 맞춰보겠습니까?》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습니다.
《예.》
여기저기서 손들이 솟구쳐올랐습니다.
진영이는 막 속이 달았습니다. 선생님이 꼭 자기를 짚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그는 엉거주춤 일어서기까지 했습니다.
《진영학생.》
《예.》
진영이는 칠판앞으로 나가 선생님이 주는 전자지시봉을 받아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