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단편소설 《아버지의 수표》 (3)
  주체108(2019)년 출판


×

  오후시간이 되자 중등학원운동장은 초등학원원아들까지 어울려 오구작작 끓었습니다.
  방금 축구를 끝낸 진영이는 얼굴에 배인 땀을 훔치며 녀자애들이 놀고있는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늘도 미송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요즘은 그 애가 늘 교실에 붙어서 무엇인가 자꾸 쓴다는 말이 애들속에서 돌았습니다.
  언제나 녀자애들을 휘동해서 놀이를 벌리고 그 어떤 놀이에도 빠진적 없는 미송이.
  그런 애가 어떻게 얌전이가 되여 교실에 붙박혀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였습니다.
  (혼자서 뭘하는걸가?)
  진영이는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문을 열자 미송이가 화닥닥 놀라 무엇인가 쓰던 학습장을 두손으로 가리웠습니다.
  《뭘 쓰댔니?》
  《몰라.》
  (힝, 전번일때문에 앵돌아졌구나.)
  얼마전에 진영이는 미송이의 글씨때문에 싱갱이질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날 방해하지 말구 어서 선생님에게 가봐. 선생님이 일기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어.》
  《일기장을?…》
  《넌 참 한심해. 어제 일기를 안 썼니?》
  《왜 안 썼겠니?》
  《그럼 왜 선생님에게 검열받지 않았니?》
  《그건…》
  진영이는 자기의 마음속에 꽁꽁 매여든 비밀주머니속에서 자랑거리를 꺼내여 미송이를 놀래우고싶었으나 혀를 꼭 물었습니다.
  (헤― 그건 아직 비밀!)
  진영이는 어제 다른 애들이 선생님에게 일기를 검열받느라고 바칠 때 슬그머니 바치지 않았던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날 일기엔 선생님의 수표가 새겨질테니까요.
  진영이는 시치미를 떼고 노래부르듯이 말을 길게 끌었습니다.
  《글―쎄. 나―도 몰―라.》
  그러자 미송이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습니다.
  자기도 짐작하고있다는 뜻이였습니다.
  진영이가 분과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이 무척 기다린듯 물었습니다.
  《어제 일기를 쓰지 못했어요?》
  언제나 살틀히 대해주는 처녀선생님이여서 어려움없이 대하던 진영이였지만 오늘은 선생님의 눈길을 바로 바라볼수 없었습니다.
  《…》
  진영이는 손에 든 일기장을 슬그머니 뒤로 가져갔습니다.
  《말해봐요. 선생님은 어제 진영이가 자기의 글이 발표된것을 두고 여느날보다도 훌륭한 일기를 쓸줄 알았는데…》
  자기의 일기글을 보고 잘 썼다고 칭찬하시며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라고 고무도 해주고 잡지에 실렸을 때에는 제일먼저 기뻐한 선생님이였습니다.
  《일기장을 가져왔어요?》
  진영이는 주춤주춤 일기장을 내밀었습니다.
  일기장을 펼쳐본 선생님은 감동된 얼굴로 진영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주 잘 썼어요.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글을 왜 선생님에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진영이는 자기의 마음속을 다 들여다보는듯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는 선생님앞에 비밀주머니를 꽁져놓고싶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이 일기글을 아버지원수님께 보여드릴수 없습니까? 그리구…》
  진영이는 원수님의 수표까지 받고싶다는 말까지 하려다가 움츠리고 말았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것만 같았으니까요.
  《!…》
  하지만 선생님은 진영이가 훌륭한 일기글을 쓰고도 선생님에게 왜 보여주지 않았는지 그 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원수님을 그리는 진영이의 뜨거운 마음을 알게 된 선생님의 가슴에는 이름할수 없는 감동이 차올랐습니다.
  《그 생각은 정말 기특해요. 그러나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은 새해 첫달이여서 온 나라 모든 일을 돌보시는 아버지원수님께서 얼마나 바쁘실가 하구 말이예요. 그리고 많은 문건들을 보시느라 밤을 새우시는 원수님께서 우리들의 일기장까지 보아주시느라 언제 잠시라도 쉬실 시간이 있겠나요?》
  진영이도 TV를 보아서 잘 알고있었습니다. 아버지원수님께서 새해 정초부터 인민군대아저씨들과 많은 공장, 건설장들을 찾고찾으시는 소식을 날마다 듣군 했으니까요.
  집게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앞머리카락을 잡아당겼습니다.
  (야― 난 왜 그 생각 못했을가?)
  선생님이 진영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원수님께서 원아들이 보고싶으시여 우리 학원에 꼭 오실거예요. 우리 그때 원수님께서 기뻐하시게 자랑이야기를 많이 마련하자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