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버지 의 수표》 (1)
주체108(2019)년 출판밖에는 어둠이 깃들고 찬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그러나 고운 옷으로 멋쟁이차림을 한 평양중등학원의 창가들에서는 밝은 불빛이 흘러나오고있었습니다.
그 멋쟁이건물의 1층에서 평양초등학원 2학년생들인 진영이네 반이 림시 겨울방학을 보내고있었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진영이네는 중등학원과 나란히 일떠선 궁궐같은 새집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진영이는 지금 교실에 홀로 앉아 일기를 쓰고있었습니다.
오늘처럼 큰 자랑을 일기에 담아보기는 처음이였습니다.
난생처음 자기가 쓴 일기글이 잡지에 났으니까요.
얼마전에 쓴 일기글을
진영이는 책상우에 놓여있는 《아동문학》잡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뚜껑에서 자기처럼 얼굴이 동그스름하게 생긴 소년이 함께 기뻐하는듯 웃음을 함뿍 담고 바라봅니다.
일기를 다 쓴 진영이는 다시한번 읽어보았습니다.
마지막줄을 읽어가던 진영이의 눈길은 그아래에서 한동안 움직일줄 몰랐습니다.
이제 그 자리에
진영이의 눈앞에는 보름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노래선물을 안고 평양초등학원건설마감전투를 벌리고있는 건설자아저씨들을 찾아간 진영이네는 학원안을 돌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나 희한한지 마치 꿈나라에 들어온것만 같았습니다.
진영이는 한책상에 앉는 미송이와 함께 2층홀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미술가아저씨가 연분홍색벽체에 인공지구위성그림을 그리고있었던것입니다.
건설장에 올 때마다 이미 낯을 익혀 친숙해진 아저씨였습니다. 레스링선수처럼 단단한 몸에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는 그들을 보자 빙긋 웃었습니다.
《너희들이 왔구나. 참 진영인 비행사가 되겠다고 했지? 이제 여기에 위성을 조종하는 소년의 모습도 그려야겠는데 이왕이면 하늘을 날고싶어하는 진영이의 모습을 그리면 제격이겠구나. 마침 왔다.》
아저씨는 진영이의 얼굴을 처음 보는것처럼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이때 아저씨의 몸에서 《따르릉.》하고 손전화부름신호가 울렸습니다.
아저씨는 소리가 크게 울리게 전화를 켰습니다.
《
뜻밖에도 아이의 챙챙한 목소리가 튀여나왔습니다.
《허, 녀석두. 웬일이냐?》
진영이와 미송이는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아버진 왜 집에 들어오지 못하나요? 어제 난 로라스케트경기에서 1등 했어요.
《허허, 어머니가 있지 않느냐. 아버진 요즘 바쁘단다.》
《체― 그래두 난
전화가 끝나자 아저씨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습니다.
《허참, 성화가 났군.》
옆에서 바닥에 타일을 붙이던 나이지숙한 반장아저씨가 미술가아저씨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아들인게지요?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가요?》
미술가아저씨는 면구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제 일이 바빠 집에 못 들어갔더니 일기장에랑 수표를 못 받았다구 그러질 않겠습니까.
반장아저씨가 껄껄 웃었습니다.
《
《하하하.》
아저씨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습니다.
(
진영이는 미송이와 눈맞춤을 하며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처음 듣는 말이였습니다.
진영이의 일기장이랑 숙제장에도 수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학원으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진영이는 솜옷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걸었습니다.
난생처음 들은 말이여서인지
《진영아, 뭘 생각하니?》
미송이가 물었습니다.
진영이는 우뚝 서더니 미송이의 나부죽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미송아,
《
《내 말 좀 들어봐.》
진영이는 미송이의 귀가에 대고 속살거렸습니다.
미송이의 두눈이 댕그래졌습니다.
《어마나?…
《응,
정말 진영이와 미송이는 애육원시절
새해 설날에도, 6.1절에도, 애육원 새집들이에도 원아들을 찾아오시였던
먹을 걱정, 입을 걱정없이 마음껏 자라라고 세상에 부럼없는 모든 행복을 안겨주신
《야! 그럼 얼마나 좋을가!》
진영이는 가슴을 들먹이며 환성을 질렀습니다.
《정말!》
미송이도 두손을 맞잡고 말했습니다.
난생처음
동무들과 미술가아저씨랑 또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하겠습니까.
생각만 해봐도 가슴이 막 부풀어올랐습니다.
《
진영이가 가슴을 들썩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미송이가 머리를 저었습니다.
《안돼.》
진영이는 눈이 왕밤알만 해서 미송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왜 안된단 말이야?》
《
듣고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챠―)
진영이는 집게손가락으로 이마에 드리운 머리카락을 꼬집어당겼습니다.
부끄럽거나 잘못을 느낄 때마다 하군 하는 버릇이였습니다.
(왜 그 생각 못했담?)
…
생각에서 깨여난 진영이의 가슴은 울렁거렸습니다.
오늘의 자랑이 적힌 이 일기를
진영이는 창가로 다가가 수도의 한복판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시내와 좀 떨어져있는 여기 중등학원에서도 수도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멀리 안겨왔습니다.
오늘따라
해빛도 따사롭게 비치던 두해전 6.1절날.
그날 국제아동절을 맞는 애육원원아들을 찾아오신
진영이는 막 안타까와 울상을 지었습니다. 자기는 비록 자전거경기에서 2등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데
진영이는 너무도 안타까와 자전거를 들었다놓았다 하면서 안절부절했습니다. 마침내 진영이는 자전거를 들고
이어 출발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리자 진영이는 온몸의 힘을 모아 씽씽 달렸습니다.
1등으로 달리는 진영이를 보시자
《진영이가 달리기도 잘하더니 자전거도 잘 탑니다. 저렇게 솜씨를 보이고싶어 자리바꿈을 했구만. 하하.》
철없는 응석도 너그럽게 헤아려주시는
…
(어떻게 하면
진영이는 창가에 오래도록 서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