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고용부가 노동조합 회계 관련 문서를 사무실에 비치했음을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1일 조합원 1000인 이상 노조와 상급 단체 334곳에 공문을 보내, 노조법상 사무실에 둬야 하는 회계 장부 등 문서를 실제로 비치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라고 했다. 고용부는 회계 관련 문서의 표지와 속지 한 장을 찍어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한노총·민노총 산하 조직들에 이를 거부하라고 지시했고, 고용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들에 대해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양대 노총은 회계 내역이 들어 있는 속지 1장을 제출하라고 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는 정부가 노조로부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다고 돼 있는 노조법 27조를 근거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두 노총은 속지는 ‘결산 결과’가 아니라 ‘결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료’에 해당해 정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 노총은 또,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질의에 답한 문서를 근거로, 입법조사처도 고용부가 노조로부터 재정에 관한 서류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고용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을 위반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이미 지난달에 “(우리가) ‘정부가 노조 서류를 들여다볼 근거가 없다’고 했다는 내용은 회답(답변서)에 없는 사항”이라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답변서에는 오히려 “ILO는 노조가 당국에 매년 재무제표를 제출하고, 명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기타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은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고용부는 자료 제출 요구가 노조법과 ILO 협약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 조합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형식적인 증빙 자료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ILO도 노조 운영에 대한 감독 조치가 (노조 자금) 남용을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면 유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