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우리꽃임을 화폭 통해 널리 알려요”
‘벚꽃 화가’ 정상현
세계서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가 제주도에…美 식물보감서도 인정
제주산을 日이 가져가 계량한 것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벚꽃 심상화
요즘엔 인물도 함께 담아 큰 호응
기억에 남는 ‘한점’ 남기고파
“어느 날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벚꽃나무 원산지가 제주도더라고요. 제주 왕벚꽃나무가 세계에서 제일 오래됐다고 해요.”
그림을 통해 행복감, 풍요로움을 전달하는 서양화가 정상현 작가. 특색있는 소재를 찾던 정 작가는 벚꽃에서 매력을 발견했다. 특히 밤에 본 벚꽃이 농염하고 찬란했다. 터질 것 같은 감정. 벚꽃을 그려야만 했다. 일본 등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벚꽃을 그린 사실적인 그림들이 많았다. 마음을 담고 싶었던 정상현 작가는 농악하는 장면이며 인물을 담았다. 한민족의 정서가 물씬했다. 개운했다. 하지만 벚꽃이 일본을 대표하는 나라꽃인 탓에 부담스러운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방송 다큐멘터리를 통해 벚꽃나무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마음. 벚꽃에서 느껴지던 은은한 감정은 한민족의 정서였던 것이다.
수령 300년 가량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벚꽃나무가 제주도에 있다. 일본인들이 그 정도 되는 나무가 있는지 찾아봤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도 마찬가지. 제주도 벚꽃을 가져간 일본인들이 계량을 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식물학보감은 벚꽃나무는 제주도가 제일 오래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벚꽃처럼 예쁜 이팝나무도 많이 그리고 있어요. 연습하고 있죠. 행복감이나 풍요로움, 이런 메시지를 전해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경제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이 많잖아요. 제 그림이 위로가 되고, 행복하게 살아갈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품 속에 인물을 넣고 있다. 주로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그린다. 그림속 인물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서양화 전공이지만 파스텔이며, 프린팅, 판화도 배웠다. 유화로만 그림을 그리려던 생각을 바꾼 데는 수채화의 담백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작업 시간이 다소 짧다는 느낌이 있지만, 마스킹액 등을 사용하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작업한다. 흘러내리거나 번져도 멋있고, 워낙 깔끔해서다. 수채화는 사진처럼 그리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실제는 달랐고,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
정상현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미술교사인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아버지의 제자인, 다른 교사들도 그림을 가르쳐줬다. 1993년 유럽을 여행했고,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6개월 가량 그림을 그릴 수 없을 정도. 파리에서 유학(ACADEMIE, DE LA GRANDE CHAMIERE)을 했고, 군복무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현실적인 리얼리즘보다 마음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어요. 벚꽃은 우리네 삶과 무척 닮았어요.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실감나게 해주는 벚꽃은 달콤한 꿀처럼 지루한 생활에서 설렘을 줘요. 가슴 뛰게 하죠. 그리고 한껏 빛내던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결실을 위해 바람에 봄비에 흩어져 가요. 그 간절함을 그리고 싶어요. 정말 딱 기억에 남는 그림 한 점을 갖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