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시의 한 학교가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돼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시의 한 학교가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돼 있다./AFP연합뉴스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을 곳곳을 돌며 러시아군의 시신을 수습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들이 적군인 러시아 병사들의 시신을 수색‧수거하기 위해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엄숙한 임무’를 수행중인 우크라이나 자원봉사단체 ‘검은 튤립’의 이야기가 1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을 통해 전해졌다.

가디언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한 황량한 마을에서 검은튤립의 자원봉사자들과 합류해 취재했다고 밝혔다. 검은튤립은 점령지와 최전방 등에서 시신을 수색하는 여러 단체 중 하나로, 10여명의 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검은튤립은 지난해 2월부터 점령지에서 러시아 병사들의 시신 311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매체 취재 당시 봉사자들은 도네츠크 북부의 크라스노필리아 마을에서 러시아군 시신 두 구를 수거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9월 수복한 이지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가디언은 두 구의 시신은 건물 지하실에 배치된 병사들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시신들은 여름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시신은 이미 악취도 나지 않을 정도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인식표로만 신원확인이 가능했다.

봉사자들의 목적은 러시아 병사들의 시신을 자국 병사들의 시신과 교환하는 것이다.

봉사자들은 이를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은 “러시아군이 퇴각 전 건물 등에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고, 곳곳에 작은 지뢰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며 “러시아군이 공중에서 지뢰를 흩뿌리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했기 때문에 나무에 걸린 지뢰가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튤립은 “유골뿐 아니라 함께 발견된 신분증, 서류 등 개인 소지품에 대한 법의학적 검사를 거친 뒤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시신과 교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시신 교환은 매우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한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침공 초기부터 양국 간에 최소 20건의 군인 시신 교환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총 몇 구의 시신이 교환되었는지 등 자세한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시신 교환을 위한 작전이 여러 번 진행됐다고 밝혔다. 아킬레스 데스프레스 우크라이나 ICRC 대변인은 “이를 통해 우리는 수백 명의 전사자들을 되찾아왔다”며 “그들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