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캠페인 시점에 나오는 멘더(Mender)

"동대륙은 수백년째 천공 마법 썼는데 멀쩡하다고?" 라고 밝혀지면서 망해버린 지구르 출신 중에서 온건파 애들이 마법사냥 대신 자연보호 쪽으로 노선을 바꿔서 만든 단체가 멘더인데, "마법사를 죽이자!" 에서 "에이얄을 보호하자!" 로 바뀌니까 훨씬 납득 가능해지고 스톤워든처럼 이미 마법-자연 공존까지 해내던 애들도 있어서 지구르 시절보다 잘 나가는 중이라고 나옴

오크 캠페인에서 유니크 팅커 재료 중 원초의 핵 모으려면 가게 되는 원초의 숲(Primal Forest)에서 멘더에 관한 로어가 쭉 나오는데 특이하게 얘네가 어떤 식으로 마법이랑 자연을 어떻게 대하냐면... 스팀-테크의 시대답게 박물학(Neturalism)의 관점으로 에이얄의 자연 생태계를 분석하는게 우선이고, 비정상적인 영향이 있다 싶으면 바로잡는 식으로 정화에 나섬. 쉽게 생각해서 파브르 곤충기나 다윈이 갈라파고스 가서 연구한거처럼 선 관찰 후 개입이라는거 ㅇㅇ. 지구르가 순찰대라는 이름의 납치범 부대 풀어서 마법사 잡던 거랑 다르게, 멘더는 조사원들 파견해서 (특히 본편 주인공이 쓸어버린 바람에 생태계가 맛이 갈 수 밖에 없던 노르고스의 거처 같은 곳) 생태계 정상화에 공을 들인다는거다

재밌는건 로어를 조금 더 따져보자면 이런 관점이야말로 오히려 초기 지구르 창설 당시의 이념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거. 지구르의 기원은 매혹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때 벌어진 매혹 전쟁에서 전투종족 하플링들이 세운 제국은 마법종족 인간들의 최고 의회(Conclave)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음. 이동네 마법사 원톱인 리나니엘만 봐도 알 수 있듯 톰죽에서 인간은 마법폭발 이전까진 샬로레랑 동급으로 연구할 정도로 발전한 마법 문명이었는데, 마법으로 인종개량해서 통치와 행정사무에 특화된 공무원 종족 하이어와 강령술에 쉐르툴 유적까지 건드려볼 정도로 집요했던 하플링도 끝내 재현하지 못한 최첨단 마법+자연의 산물인 오우거가 이 시절의 유산이다

물론 이 시기를 다룬 로어는 하플링이 쓴 것이건 인간이 쓴 것이건 둘 다 얼마나 매혹 전쟁이 막장이었는지 보여줌. 당장 오우거만 봐도 브리딩팟 꼴 나기 직전까지 몰렸고, 쉐르툴 유적 연구하던 하플링은 인체실험도 잘만 하는 주제에 전쟁이 계속될수록 이 세계에 좋을 것이 없다면서 걱정할 정도였음. 이때 극단적인 인체개조나 강령술 잔치를 보고 "마법이 남용되면 이렇게나 위험하다!" 라는 생각에 전후 생존자들끼리 모여서 만든 단체가 바로 지구랏임

t("Zigur was founded by escapees of Conclave experiments during the Allure wars between humans and halflings.", "지구르는 인간과 하플링 사이에 일어난 매혹 전쟁동안 탈출한 최고 의회 실험 생존자들이 세웠습니다.", "init.lua load_tips")

아이러니한 건 정작 이렇게 비윤리적인 마법 사용을 규탄하며 세워진 지구랏은 후대에 오우거 사냥에 앞장서고 안 죽인 애들도 룬 벗겨서 수명 단축에 반마법 필수인 몸으로 개조해버리는 집단이 된다

그것도 지도자가 하플링인 상태로 말이지...

* 참고로 같은 로딩 툴팁 목록에 보면 우르키스 떠오르는 구절도 있는데

t("Lightning is a chaotic element that is hard to control. It is said that those most attuned to it are eventually driven insane.", "전기는 종잡을 수 없는 원소로 다루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전기 마법에 통달한 이들은 결국엔 미치게 된다고 합니다.", "init.lua load_tips")

라고 함

보르 프라이드에서 양성하는 마법사가 화염/냉기/피(타락)으로 묶이지 의외로 번개 쓰는 애들은 안 키우는거 보면 그럴싸한데... 픽다트 로브 '고요(The Calm)'의 설명에서 나오는 마법사 프로칼라가 굉장히 자비로운 성격으로 유명했다는거 보면 대부분은 우르키스처럼 맛이 가버리고 맨정신인 애들이 희귀한가봄

당시에 초기 지구르가 마법사용에 정신나간 세태를 비판했지 마녀사냥에 열을 올린 애들은 아니었고, 오우거 개발 총대였던 아스텔리드의 직책이 치유사였듯 이들도 치유에 필요한 룬이나 약초 주입물에 해박했을거임. 마법폭발 이후에도 비슷하게 마법-자연 둘 다 활용하면서 치유에 나선 이들의 흔적으로 2티어 픽다트 지팡이 '참회(Penitence)'가 있는데, 페이 윌로우즈의 여행기에 나오듯 본진에서 마법폭발이 터지는 바람에 쓴맛을 제대로 본 샬로레들이 앙골웬 측으로 보낸 물건임.

뼈의 지팡이나 파괴의 지팡이처럼 이것도 지팡이 다루기 쓰면 대화가 가능한데, 마법폭발로 떨어져 나간 에이얄의 조각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함. 즉 에이얄의 의지는 비록 조각일지라도 마법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는거지. 그럼 에이얄이 마법사들에게 진짜로 원했던 건 뭘까? 참회랑 지팡이 다루기로 얘기하다보면 알 수 있음

t("I am a portion of the very spirit of the world that was ripped free during the Spellblaze. I speak that I might enlighten those who bear me.", "저는 이 세계의 의지 그 자체의 일부입니다. 마법폭발 당시에 분리된 일부분이죠.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절 소유한 자가 올바른 길을 걸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_t")

t("Choose wisely. Powers beyond your comprehension will tolerate only so much interference in their carefully-laid natural order.", "현명하게 선택하세요. 당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힘들은 섬세한 자연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_t")

참고로 에이얄의 의지가 만들어낸 최종병기 점액술사는... 점액맨 언락 던전 막층보스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황폐뽕 맞아서 맛이 가버리고 그런다

+ 한편 그렇게 오크 캠페인 시점에 와서야 정신 차리고 자기 할 일 하기 바쁜 멘더는 다 좋은데 지구랏 시절에 비해 너무 잘 나가서 갑자기 늘어난 신규 구성원들 + 수강료 엄청 비싸게 받아가는 스톤워든 교관들에 마석값 주입물값까지 돈이 남아날 구석이 없던 나머지... 총대 하나가 직접 발로 뛰면서 동대륙 트롤 밀수꾼들 상대로 자기가 평정 끌어다가 재배한 치어블로섬 팔아서 자금 조달하고 그럼ㅋㅋㅋㅋ

앙골웬보고 기만자라 그러면서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미생물이나 끓이다가 그랜드 커럽터가 직접 레이드 와서야 부랴부랴 달려오는 미씰과 달리 몸소 현장에서 구르는 참-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