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교수)’가 희생자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억4500만원이 소요된 유해 발굴 용역 사업에 관련 이력이 없는 비(非)전문가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위는 과거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작년 12월 재출범했고, 지난해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관련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우면 국군 또는 경찰로 기입해도 무방하다’고 안내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시·청도군)에 따르면, 진화위는 올해 7월까지 ‘유해발굴 추정시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용역 사업을 실시했다. ▲유해발굴 정책방향 수립과 ▲효과적인 사업 시행을 위해 발주한 것으로, 진화위는 지난달 26일 경기 안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에 착수한 바 있다. 용역의 책임연구원은 노모 부경대 교수로, 1기 진화위에서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런데 이 의원에 따르면 용역을 수행한 연구진 18명 중 11명은 유해발굴 관련 이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해 홍성YMCA, 충북역사문화연대 등 주로 시민단체 출신들이었고 이력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출신이라고 기재한 연구원도 둘이나 됐다. 이밖에 관련 경력이 없는 과자회사, 밥솥회사 직원 출신들이 연구를 보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의 계약 예규에 따르면 책임연구원에게는 월 330만원, 연구원 255만원, 연구보조원 월 170만원, 보조원 월 120만원 등이 지급된다.
이런 가운데 연구진이 계약만료 5일 전인 올해 6월 15일 마감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1주일 뒤 이뤄진 결과 보고 때 제출한 보고서 1287 페이지 중 30.7%에 달하는 395페이지가 공란이었던 사실도 파악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연구진은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의원은 “단순한 업무 지시를 수행하지 못한 업체 측의 명백한 과실이 의심된다”며 “왜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체상금 부과나 부정당업체 제재를 가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유해 발굴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진화위는 이 의원실 질의에 “과거사정리기본법 23조와 34조, 36조에 근거를 두고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법적 근거 보강이 요구되는 바 유해발굴 및 신원확인 사업에 대한 법 조항이 제정되어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만희 의원은 “진화위가 ‘우리식구 챙기기식 사업’을 지향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용역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검증과 사업관리를 하는 한편 국방부 등 타 정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해당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직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