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은 길이 15m가 넘는 초대형 무인 잠수함을 개발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8월 남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 인근 해역에서 미 해군 대원들이 임무를 마친 무인잠수정을 바다에서 끌어올리고 있다. /미 해군
미 해군은 길이 15m가 넘는 초대형 무인 잠수함을 개발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8월 남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 인근 해역에서 미 해군 대원들이 임무를 마친 무인잠수정을 바다에서 끌어올리고 있다. /미 해군

지난 7월 23일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의 무스만(灣). 이날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 함정 15척, 항공기 10대, 대원 1300명이 참가한 합동훈련에서 작전 수행의 핵심은 무인 잠수함이었다. 해안에서 25㎞ 떨어진 앞바다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은 일본 무인 잠수함(ROV·Remotely Operated underwater Vehicle) ‘S10′이 등장했다.

사람이 타지 않은 S10은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가 가상의 적군이 물속에 매설한 기뢰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무인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무인 상태에서 기뢰를 폭파, 제거하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아오모리현 지역 언론인 도오닛포는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중국 해군이 대함 미사일과 함께 기뢰를 상당수 활용할 것”이라며 무인 잠수함이 대만 해협 유사시에 사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만에 긴급 사태 발생 시 무인 잠수함으로 중국군 기뢰를 제거해 태평양의 미국 해군이 들어올 진입로를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열게 하는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대(對)중국 억지력의 핵심 전력으로 무인 잠수함에 주목하고 있다. 항공모함 3척과 이지스함 25척을 보유한 중국 해군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무인 잠수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국 해군이 초대형 무인 잠수함(XLUUV: Extra Large Unmanned Undersea Vehicle)의 개발과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인 잠수함은 적 해군 함정에 대한 공격은 물론이고, 수중에서 정보 수집을 실행하기 쉬운 데다, 유인 잠수함보다 생산 비용이 낮고 유사시 인명 피해 같은 위험이 적어 대중국 견제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제임스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정보전쟁센터를 방문해 무인 잠수함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현재 외부에 공개된 미국의 무인 잠수함 전략은 5대의 초대형 무인 잠수함을 실전 배치하는 ‘오르카(Orca) 프로젝트’다. 올 초 미 해군은 현재 개발 중인 오르카를 활용해 적의 위협이 예상되는 해역에서 해저 기뢰를 설치하는 수중 실험을 실시했다. 당장 기뢰 매설과 제거는 가능한 수준이다. 실전 배치 때는 어뢰도 탑재할 예정이다.

미국 보잉(Boeing)은 미 해군에서 개발비로 4억3250만달러(약 6100억원)를 받았다. 보잉은 수중에서 최대 1만2000㎞를 왕복할 수 있는 민간용 무인 잠수기 에코 보이저(Echo Voyager)를 군사용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무인 잠수함은 미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분산형 함대 편성 전략의 핵심 전력이다.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함 미사일 정확도를 확보한 상황에서 미 해군의 주요 기능을 소수의 대형 편대에 집중할 경우, 공격받았을 때 전력 손실이 막대하다. 미국의 분산형 함대 전략에서 초대형 무인 잠수함은 수중의 핵심 전력이 될 예정이다. 미 해군 전투발전부장 로린 셀비 소장은 지난해 11월 방산전시회에서 “미 해군은 무인 수상정, 무인 잠수함, 무인 항공기를 다수의 소형 함대에 나눠 배치하고 있다”며 “보다 신속하며 은밀한 해군 작전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셀비 소장은 또 “중국의 둥펑(東風·DF)-21/26형 미사일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함대의 생존력을 증대시키는 ‘유령 함대(사람이 거의 타지 않는 함대)’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해군 무인 전략은 영국, 호주, 일본 등 동맹국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 3국은 지난달 23일 바닷속 전력 증강에 협력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2023년 무인 잠수함 실험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무인 잠수함 전략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 군사 전문 매체는 최근 민간 우주기업인 막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 중국 해군도 미국이나 영국처럼 초대형 무인 잠수함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중국해의 하이난 기지에서 두 대의 대형 무인 잠수함이 관측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 잠수함 기술에선 미국이 한 수 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잭 쿠퍼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군사상) 바닷속 능력은 미국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유일한 분야”라고 말했다. 중국 해군은 여전히 바닷속에서 적을 찾아내는 능력이 낮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