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심화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18개 국가 장관이 공급망 공조 시스템 강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8개국에 중국은 없었다. 전 세계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2022 공급망 장관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공급망 정상회의의 후속 일정 개념으로 열린 이번 회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일본·캐나다·호주·인도·인도네시아 등 18개국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한국이 지난해 요소수 대란을 겪은 뒤 핵심 품목의 공급 교란을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재외공관 중심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소개했다. 또 공급망 다변화와 식량·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G20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공급망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한국은 이번 공급망 장관회의를 비롯한 여러 다자 협의체에서 공급망 협력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 참석국들은 공급망 강화를 골자로 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의 핵심 내용은 ▲공급망 투명성 ▲공급원 다변화 ▲공급망 안정성 ▲공급망 지속 가능성 등이다. 이 중 공급망 지속 가능성 항목은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 제거를 위한 협력(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인권 존중 저해 불가)’이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은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에서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며 기후 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간 미국은 중국의 값싼 물품에 주로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동맹과 파트너 국가로 분산시켜 단일 공급처가 야기하는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공급망에서 탈중국 시도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