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 종료 뒤 성남시 오리역 인근에서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획한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에서 확인됐다고 21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날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오리역 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 부지를 염두에 둔 개발 계획을 얘기했다. 김씨는 2019년 12월 23일 정 회계사에게 “이쁜 처녀(LH오리사옥 부지)에 꽂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같은)도시개발사업은 진절머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는 “내가 구박하더라도 거머리같이 붙어라. 성남은 우리 땅이야”라며 사업을 함께 하자고 했다. 정 회계사는 “(자금 조달)구조는 완벽하게 짜놨습니다”라며 대장동 사업에서 컨소시움을 구성했던 하나은행 측과 금액을 맞추기로 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김씨는 LH오리사옥 부지 외에 “영학이하고 하나로마트(부지사업)할 꺼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씨가 말한 하나로마트 부지는 성남시에서 임대한 땅으로 LH오리사옥 건너편에 있다. 김씨는 그해 3월 23일 대화에서 “우선 층고를 한 20층 넘게”라고 했고, 정 회계사는 “오피스(사무용 오피스텔)로도 승부가 난답니다”라고 은행 수익성 평가를 전달했다. 김씨가 분당의 초역세권 부지를 개발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은수미 시장 재판 언급도 , 은 시장, “김만배 몰라”

이날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녹취록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성남시장 관련 이야기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김씨는 2020년 3월 13일 정 회계사 및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조금 힘써서 (은 시장이)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우리가 할수 있는 건 다 했다. 기여도 많이 했는데”라고 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성남시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성남시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씨는 2020년 3월 24일에도 “오리역을 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는데 은수미 시장 재판이 이렇게 된 마당에 차질이 있다”며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래”라고 했다.

은 시장은 2016년 중순부터 1년여간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2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그해 3월 31일 녹취록에서 “대법원 가면 100%당선무효일 거야. 그런데 임기는 채워줄 거야”라며 은 시장 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해 7월 9일 은 시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이유서를 제대로 적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고, 이후 벌금 90만원으로 시장직을 유지했다.

은 시장 측은 “김만배씨를 전혀 모른다. 시장 일정을 찾아 봐도 김씨 관련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성남시는 “현재까지 LH나 하나로마트 또는 그 대행자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 요청 등을 제안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